유채빛 봄날 A canola-colored spring day
윤겸
작가 노트
In Search of a Place , 나의 자리 나의 요새를 찾아서 나의 작업은 반복적인 선 긋기와 몰입의 행위에서 출발한다. 선을 긋고 다시 겹쳐 쌓아가는 과정은 단순한 조형적 기법이 아니라, 내면의 불안과 갈등을 단번에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억제하며 조금씩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다. 반복 속에서 불안정한 감정을 길들이며, 그 안에서 새로운 질서와 구조를 만들어낸다. 나를 지탱하기 위한 의식적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 속에서 필연과 우연이 교차하며 만들어진 패턴은 곧 나만의 요새가 된다. 요새는 보호와 은신의 공간이자, 여전히 미완의 상태로 빛을 향해 나아가는 삶의 은유이다. 나는 곤충이나 새 같은 생명체들이 주변의 재료를 모아 둥지를 짓는 과정을 오래 관찰해왔다. 그들의 둥지는 은폐와 위장의 기능을 가지면서도 생존을 위한 터전이며, 동시에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는 순환의 장소다. 나 또한 반복적 패턴과 빛의 잔상을 재료로 삼아 요새를 구축하고, 그 속에서 불안정한 현실과 내면을 성찰한다. 이러한 과정은 불완전한 존재로서 살아가는 나 자신을 드러내며, 불안 속에서도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힘을 담고 있다. 최근의 작업에서는 반복적 패턴 위에 작은 오브제 이미지를 배치한다. 이 오브제들은 단순한 부착물이 아니라, 관찰자 시점에서 나의 내면을 다시 돌아보고 극복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한다. 비행기, 집, 잠수정, 행글라이더와 같은 오브제들은 이동과 머묾, 탐험과 은신의 상징으로서, 반복의 세계 속에서 작가의 자화상을 드러낸다. 이는 기존의 요새 개념을 확장하며, 보다 구체적이고 자화상적인 서사를 화면에 부여한다. 나의 요새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확정의 요새이다. 그것은 단단히 닫힌 곳이 아니라, 관객들이 각자의 경험과 감각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열려있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반복과 몰입의 과정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이 요새는 결국 나 자신의 자화상이자,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아 있다. -작가노트중- 반복적으로 선을 그리는 행위는 세상을 불완전하게 볼 수 없는 나를 보여준다. 이렇게 몰두하는 동안에 나는 알 수 없는 무아에 빠진다. 선은 그어지고 채워지면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가 캔버스에 나타난다. 이 세계는 남들과 다르게 세상을 볼 수 밖에 없는 나를 드러낸다.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움직임을 통해 화면에 나타나는 형상들은 나를 찾아가는 구도의 길처럼 보인다. 선 긋기, 혹은 선 그리기를 통해 반복되는 노동의 조형적 변주를 탐구한다. 필연과 우연의 경계 사이를 구획 짓는 선택의 순간들이 무수히 집적되면서 만들어낸 ‘선의 패턴’은 선인장, 바닷속 산호, 구름, 물결, 숲, 산맥 등 불가사의한 자연의 이미지들 혹은 미확정의 심적 이미지인 이미저리(imagery)로 변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