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People and Blue
변경희
작가 소개
변경희는 점을 이용한 입체적 표현을 통해 존재와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다.2025년 개인전 《●에서 점으로》를 포함해 총 12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비롯한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력을 지녔다.40회 이상의 단체전과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작품은 홍콩, 국내 기업 및 개인 컬렉터들에게 소장되었으며,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을 휴학하고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점이라는 최소 단위를 통해 생명성과 시간, 관계에 대한 시각적 언어를 구축해오고 있다.
작가 노트
본인은 오랜 시간 마주해 온 ‘점’이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과 고백을 담은 작업을 이어왔다. 본인은 늘 점《●》에서 세계가 시작된다고 느껴왔다. 점은 작고 미미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무한하다. 그것은 시작이자 끝이며, 생성과 소멸의 순간이 겹쳐지는 찰나다. 그래서 본인에게 점은 단순한 도형이 아니라, 삶과 존재에 대한 응축된 언어이다. 작품의 점은 단순히 붓으로 툭 찍은 것이 아니다. 아크릴 물감 자체의 농도와 점도, 말리는 시간, 공기의 흐름까지 고려하며 오랜 시간 재료를 연구했고, 그렇게 만든 물감을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캔버스 위에 올렸다. 점은 평면 위의 흔적이 아니라, 작은 조형적 존재로 솟아오른다. 마치 살아 있는 입자처럼 그 자체로 숨을 쉬고 있다. 이 입체적인 점들 위로 빛이 닿을 때, 점은 또 하나의 시각적 생명을 갖는다. 물감이 솟아오르며 만들어 낸 작은 돌기들은 빛을 받으면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그 길이와 방향은 조명의 각도에 따라 섬세하게 달라진다. 점이 높게 올라온 부분일수록 그림자는 더 길게, 낮은 점에서는 짧고 미묘하게 생긴다. 그렇게 화면 위에는 점마다 다른 그림자들이 생기며, 마치 각각의 점이 고유한 시간을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본인은 이 그림자들 속에서 점의 육체성을 본다. 점은 단순한 색의 흔적이 아니라 빛과 시간을 머금은 입체적 존재로서, 말없이 자신의 자리를 증명하고 있다. 정적인 화면이지만, 그 안에는 조용하고 분명한 움직임이 존재하며 그것이 작업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점은 곧 본인 자신이었다. 유년 시절, 외로움과 결핍 속에서 연필과 크레파스는 친구였고, 그림은 유일한 언어였다. 열여섯에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 반지하방에서 그림을 그리던 시절, 벽에 포스터물감을 칠하며 처음으로 느꼈다. ‘그림은 본인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도 점을 찍는 행위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다는 고백이고 스스로를 세상에 각인하는 행위다. 작업을 이어가면서 본인은 점과 점 사이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 외로움과 연결, 균형과 긴장, 숨결과 반복. 점 하나는 독립된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다. 침범하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그 모습은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관계의 구조와 닮아있다. 그래서 작업은 ‘존재’와 ‘관계’, ‘연결’에 대한 이야기이다. 겉으로 균일하게 보이는 점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생명력을 지닌다. 본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압력과 호흡, 리듬에 따라 점은 미세하게 다르게 태어난다. 동일한 형식 속에서 만들어진 고유한 개체들. 이는 곧 인간 존재의 다양성과 고유성을 상징한다. 그 점들이 군집을 이루고 하나의 화면 위에서 조화를 이룰 때, 그것은 인간 공동체에 대한 은유로 확장된다. 본인은 점을 통해 관람자와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 점과 점 사이의 간격은 ‘거리’이자 ‘관계의 가능성’이다. 그 간격 속에 본인의 감정과 사유가 담겨 있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서로가 서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게 인식되는 거리. 그래서 작품은 관람자의 감정과 해석에 따라 다르게 다가가길 바란다. 점은 본인이 찍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 속에서 또 다른 의미로 확장되길 원한다. 사실 본인은 매일 점을 찍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마치 심장 박동처럼 느껴졌다. 점을 찍는 행위 하나하나가 본인 삶의 리듬이 되었고 감정의 진폭이 되었다.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멈춰서. 그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본인은 어느새 다시 살아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곧 작업이 되었고, 작업을 이어가는 힘은 다시 일상 속에서 온다. 본인은 삶의 바탕이 되는 캔버스를 마주할 때마다 묻는다. 이 점이 진실한가, 이 위치가 정확한가. 점 하나를 찍기 위해 머뭇거리기도 하고, 한 점이 화면 전체의 균형을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신중해진다. 본인에게 점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울림을 밖으로 끌어내는 일이며 보이지 않는 무게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점은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 안에는 본인이 겪어온 시간과 감정, 기억과 질문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점이라는 형식은 본인이 세상에 던지는 조용한 질문이다. 우리는 누구이며 왜 존재하며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본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점을 찍는 행위는 본인에게 기도이고 침묵이며 선언이다. 하나의 점을 올리는 순간, 본인은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그 점들이 모여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그렇게 본인은 매일 점을 찍는다. 스스로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또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해. 본인은 믿는다. 생명력과 온기를 품은 점 하나에 우주가 담겨 있다고. 본인의 작업이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본인의 점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연결이 태어나는 찰나일 것이다. 점 하나에서 우주까지, 본인의 예술은 오늘도 그렇게 작은 세계로부터 다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