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처음 만난 뒤, 강석태는 30년 넘게 같은 질문을 묻고 있다. 어른이 되면 잃어버리는 것들은 무엇인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주한프랑스문화원이 소장한 그의 작품들이, 이번 SAF 2026에는 15점이나 자리를 잡았다.
어린 왕자를 만난 화가 — 강석태의 세계
별 B-612. 어린 왕자가 살았던 작은 행성의 번호다. 한 화가가 그 번호를 수십 년 동안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면, 그 화가의 세계는 어떤 모양일까.
어린 왕자를 만난 순간
강석태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했다. 이 설명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까다로운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것이다.
《어린 왕자》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 아니다. 아니, 어린이를 위한 척하는 어른을 위한 책이다.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텍쥐페리는 썼다. 보아뱀 그림을 모자라고 보는 어른들, 숫자로만 사람을 이해하는 어른들. 그 어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그 질문을 그림으로 번역하는 것. 쉽지 않다. 텍스트를 삽화로 옮기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소설이 품은 감각, 즉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감각을 시각 언어로 전달해야 한다.
아크릴과 장지가 만드는 세계
강석태의 화면을 보면 재료가 눈에 들어온다. 장지(壯紙)에 먹과 채색.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두 가지 물성이 교차한다.
장지는 한지의 일종으로, 두꺼운 한국 전통 종이다. 여기에 먹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올리면, 서양의 캔버스 회화와는 다른 질감이 생긴다. 색이 스며들고 번진다. 경계가 흐려진다. 이 흐림이 강석태의 작품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비결 중 하나다.
아크릴 작품들은 더 선명하다. 색이 단호하고, 형태가 뚜렷하다. 어린 왕자의 외로움과 순수함이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고 똑바로 서 있다.

작품들이 펼치는 서사
SAF 2026에 출품된 15점의 제목들을 보면 강석태가 어린 왕자의 세계에서 어떤 장면들을 골라냈는지 알 수 있다.
- — 바오밥 나무보다 더 소중한 단 하나의 장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