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일본풍 화풍으로 살았던 화가가 일흔을 눈앞에 두고 폭발했다. 토함산 해돋이와 무당, 단청과 부적을 오방색으로 뒤덮은 박생광의 마지막 8년은 한국 현대미술의 가장 극적인 전환 중 하나로 기록된다. SAF 2026에는 그의 드로잉 2점이 출품되어 있다.
생애 마지막 8년의 폭발 — 박생광의 오방색 혁명
한 화가의 생애에서 마지막 8년이 전부가 될 수 있다. 아니, 그 8년이 앞선 수십 년을 모두 집어삼킬 수도 있다. 박생광의 경우가 그렇다.
오랜 우회로
박생광은 오랫동안 일본풍의 그림을 그렸다. 섬세한 필선, 차분한 색조, 일본 채색화의 문법을 따른 작업들. 그것이 나쁜 그림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당대 기준으로 능숙한 화가였다. 하지만 지금 박생광을 기억하는 사람들 중 그 시절 작품을 떠올리는 이는 드물다.
변화는 70대에 찾아왔다. 더 정확히는, 생애 마지막 8년 동안에 일어났다. 화가에게 일흔이 넘은 나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은 용기라기보다는 어떤 폭발에 가깝다. 오래 억눌렸던 무언가가 터져 나오는 것.
오방색이 터져 나온 순간
그가 선택한 소재들을 보면 의도가 선명하다. 토함산 해돋이. 탈. 단군. 십장생. 창. 불상. 단청. 부적. 무당. 하나하나가 철저히 한국적인 것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본이 조선에서 지우려 했던 것들이다.
기법은 더 과격했다. 수묵화의 뼈대 위에 오방색(五方色)을 쏟아부었다.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 동양의 우주관을 담은 다섯 색깔이 화면을 점령했다. 차분하거나 절제되거나 하지 않다. 들끓는다. 넘친다. 살아있다.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화면구성을 통해,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와 민족성이 마치 들끓어 오르는 생명력으로 다가온다."
오방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다. 동쪽은 청색(목木), 서쪽은 백색(금金), 남쪽은 적색(화火), 북쪽은 흑색(수水), 중앙은 황색(토土). 방위와 계절, 오행과 음양이 색 속에 녹아 있다. 박생광은 이 색 체계를 미적 장치로 쓴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 언어로 사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