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는 여러 장 찍으니까 복제 아닌가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목판화부터 석판화, 실크스크린까지 — 판화의 4대 기법을 풀어보고, 에디션 번호가 왜 작품의 가치를 보증하는지, 오윤의 사후판화가 왜 40년이 지난 지금도 원본인지를 설명한다.
판화의 세계 — 원본이 여러 장이라고?
갤러리에서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판화는 여러 장 찍잖아요. 그럼 복제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는 오해가 하나 깔려 있다. 복제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똑같이 만드는 행위다. 판화는 다르다. 작가가 판을 직접 손으로 깎고, 잉크를 올리고, 종이에 찍는 — 그 물리적 행위 자체가 예술이다. 찍힌 모든 장이 그 행위의 결과물이고, 그래서 모두 원본이다.
판화를 만드는 네 가지 방식
판화는 판에 어떻게 이미지를 만드느냐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볼록판화 — 튀어나온 부분이 찍힌다
목판화(woodblock print)가 대표적이다. 나무판에 칼로 이미지를 새긴다. 새기지 않은 부분, 즉 튀어나온 면에 잉크를 올리면 거기에만 색이 묻는다. 도장 찍는 원리와 같다. 이철수의 마음항아리, 용비어천가, 입춘이 모두 목판, 한지 재료로 이 방식을 쓴다. 나무결과 칼자국이 그대로 화면에 남아서 손맛이 직접 전달된다.

오목판화 — 새겨진 홈이 찍힌다
에칭(etching)이나 드라이포인트(drypoint)가 여기에 속한다. 금속판에 바늘이나 산으로 홈을 판다. 잉크를 판 전체에 바른 뒤 표면을 닦아내면 홈에만 잉크가 남는다. 거기에 종이를 대고 강한 압력으로 찍으면 가늘고 정밀한 선이 나온다. 동판화의 섬세한 질감이 이 방식에서 나온다.
평판화 — 평평한 면에서 기름과 물이 반발한다
석판화(lithography)가 대표적이다. 돌판이나 금속판에 유성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린 뒤, 판에 물을 바르면 기름이 닿은 곳에만 물이 안 묻는다. 거기에 유성 잉크를 올리면 기름이 닿았던 그림 부분에만 잉크가 붙는다. 박영선의 2점이 석판화, 종이 재료로 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