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락이토花落以土 #16
정금희
작가 노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세상 모든 현상과 법칙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란 뜻으로 불교 유심론唯心論의 대표적인 표제어다. 만물은 정신의 산물로 보는 관점을 지닌 세계관으로, 사진을 포함한 모든 예술에서 창작자의 의지, 또는 정신에 의해 작품이 발현되는 과정은 일체유심조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서든, 천연天然에 의해서든 만들어지고 표현되는 것에는 어떤 정신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환경에서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더라도 생리적, 의식적 시선이 다른 작가 시선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이 표현되고, 그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의 숫자만큼 다양한 일체 유심이 만들어진다. 『화락이토花落以土』는 물질 세계에서의 지地, 흙에 대한 작업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엠페도클레스는 물, 공기, 불, 흙을 서로 동등한 위치를 갖는 세상의 근원으로 받아들였다. 그것들의 혼합과 인지의 변화 때문에 모든 물질과 사물들이 생성되거나 소멸한다고 보았다. 세상 만물이 생성과 성장, 소멸을 반복하고, 자라고 움직이는 것은 근원적 요소인 물, 공기, 불, 흙의 혼합 변화를 인간이 인지하는 것이라고 엠페도클레스는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고대 티베트인의 원시적 사유 체제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화와 전설 모음집 중 ‘창세가’에서도 최초의 세계가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네 가지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 성분은 모두 각각의 색깔이 있으며 또다시 미립자로 분해되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티베트 고유의 토착 민간 신앙인 ‘뵌교’와 ‘불교’의 오랜 투쟁과 융합의 과정을 거친 티베트 불교의 대표적인 특성은 현실에서 내생來生과 환생幻生이 이뤄지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현재의 삶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여 더 나은 내생으로 환생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티베트라는 공간 안에 사는 사람들은 연기緣起와 윤회輪回로 주어진 환경, 오체투지五體投地의 순례와 의무 등, 삶의 힘든 여정에도 일체 유심의 행동과 의지하는 것을 믿고 따라간다. 그리하면 바라는 바가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화락이토의 세상도 마찬가지다. 어떤 공간에 존재하는 만물에는 그곳만의 환경적, 생태적 의식과 정신이 깃들어 있다. 땅속에서 표피를 뚫고 올라오는 꽃도, 누군가를 추억하며 언덕배기에 던져놓은 조화弔花도 의도한바, 일체 유심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의 문제일 뿐 자연의 꽃이든, 조화든 모든 꽃은 구분 없이 흙으로 환원된다. 드러난 형形이야 어떻든 세상 만물은 분해되고 해체되어 흙이 되고 대지로 돌아가며, 대지는 어떤 차별도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다, 무한히 넓은 아량으로 만물의 복귀를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시간의 힘으로 모든 것의 형태를 분해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내 공空의 공간을 확보한다. 또 다른 존재의 탄생을 돕는 것이다. 꽃이든, 나무든, 사람이든, 만물은 대지에서 다음 순환에 기다리는 것이다. 화락이토의 세상은 죽음과 탄생을 동시에 아우르는 이미지, 소멸과 창조가 함께 하는 공간이다.
주요 경력
학력 홍익대학교 대학원 디자인공예학과 사진학전공 박사 개인전 2025 화락이토花落以土 (부산갤러리, 부산) 2023 동해선-역사驛舍, 역사歷史 (갤러리 루시다. 진주) 2022 동해선-역사驛舍, 역사歷史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 부산) 2018 화락이토花落以土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 부산) 2017 오늘의 날씨 (갤러리 수정, 부산) 2012 BEYOND (토요타포토스페이스, 부산) 2011 BEYOND (공근혜 갤러리, 서울) 단체전 2025 기억은 오래된 이야기 (금샘미술관, 부산) 2025 우리들의 헤테로토피아 (갤러리 탄. 대전) 2025 부산.울산.경남 사진교류전:기억의 잔상 (부산시청갤러리, 부산) 외 60여 회 출판 2024 화락이토花落以土, 류가헌 2011 BEYOND, 류가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