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민정기
작가 소개
민정기(閔晶基, Min Joung-Ki, b.1949)는 '현실과 발언' 창립회원으로 1979년말 '현실과 발언' 창립 초기부터 공식적 해체기(1990)까지 민중미술진영의 주요 작가로서 참여했으며, 또한 90년대 이후부터는 경기도 양평으로 거소를 옮겨 '산과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삶의 회화적 기록이라 이름할 산수화, 화훼화를 그려내고 있다. 민정기의 작품세계는 초기, 소위 '이발소그림'으로 통칭되는 촌스럽고 세련되지 않은 그림을 다시 모방해 고급미술의 회랑에 내놓았다. '통속'의 사회에서 통속적으로 살고 있다는 우리 모두의 자의식을 건드린 것이다. 반미학적 다다이스트적 기획이라는 점에서 음울한 시대의 알레고리로 읽혀졌다. 이후 그는 숲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정확히는 땅을 향해, 역사의 지층을 향해서다. 그러다가 그는 저잣거리로 나선다. 길, 도로, 강물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것은 '오늘로 향하는 길'이다. 모든 것이 실증화(positivity)되어가는 세계의 방향, 모든 것이 깨끗해저만 가는 미술의 방향과 어긋나는 길이다. 또한 양평 시대의 '산수화'들은 산세와 지세 가운데 삶의 거처를 정하고, 이를 풍수(風水)의 지혜로 여겼던 옛사람들의 흔적을 좇아 시각화함으로써 동시대적 삶과의 그 거리를 통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의 소박하고 대중적인 삶의 진지한 감정에 대한 여전한 애정과 건강한 연민을 확인하게 된다. 초기, 민중적 삶의 그늘진 길모퉁이를 외면하지 못했던 연민의 시선으로부터 그 삶의 시간의 지층을 파들어가는 인류학적 통찰에로 나아간 길, 풍경의 그늘, 회화의 그늘이라 이름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