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만 개의 씨앗을 하나씩 캔버스에 붙이는 사람. 30년. 어리석어 보이는 일을 끝까지 해나가는 것이 우공이산이다.
손가락 끝에 씨앗 하나.
캔버스에 붙인다. 그 옆에 또 하나. 수만 번. 하루가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이 일은 계속된다. 김동석의 작업은 그렇게 쌓인다. 씨앗이 산이 된다.
우공이산의 꿈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고사(故事).
"남이 보기에 어리석은 일도 한 눈 팔지 않고 끝까지 해나가면 결국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김동석은 30년이 넘게 씨앗과 나뭇잎을 소재로 작업해왔다. 수만 개의 씨앗 오브제를 캔버스에 하나하나 붙이는 일. 고된 작업이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 수만 개의 씨앗이 쌓여 하나의 산이 된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YTN이 인터뷰를 위해 찾아왔다. 아트월드뉴스는 "숭고한 조형미와 철학적 사유"라고 썼다. 씨앗 오브제의 산이 조금씩 높아졌다.
동료들의 뒷모습
그런데 작가의 노트에는 다른 이야기도 있다.
"불투명한 미래가 걸음을 멈추게 하고, 특히 주변에 많은 미술가들이 삶의 벽에 눌려 한두 명씩 각자의 꿈을 힘없이 내려놓고 현실을 쫓아 떠나는 뒷모습은 화고, 고통이고, 아픔이며 두려움으로 엄습해 온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다. 함께 걸어온 동료들의 이야기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 꿈을 내려놓고 떠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 그 뒷모습을 보며 김동석은 다시 씨앗을 집어 든다.
"다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어리석은 직업이라고 등 돌리는 현실 앞에 화두를 거울삼아 작가로서의 삶의 의지를 다시금 재정립하고 우공이산을 꿈꾸며 오늘도 작업에 임한다."
— 같은 의지를 다른 해에 다시 그린다
석과불식(碩果不食)
개인전의 제목이 있다. '석과불식(碩果不食)'.
씨앗이 될 열매는 먹지 않는다. 지금 배고파도, 가장 좋은 것을 먹어치우지 않는다. 다음 계절을 위해 씨앗 하나를 남긴다. 이것이 생명의 본질이고, 공존의 방식이며, 희망의 형태다.
30년. 그 긴 시간 동안 김동석이 씨앗 오브제를 만들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를 모두 소모하지 않는 것. 다음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을 남겨두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