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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Gyo-yeon: A Small Stamp Sent Back to Oh Yoon, Carved with an Eraser Instead of a Knife

Artist Stories · Published Sep 21, 2026 · Seed Art Festival

Printmaker Jo Gyo-yeon translates Oh Yoon's knife-carved texture into the feel of a carved eraser. A guide to two works she submitted to SAF, built from repeated Yakult bottles and M&M candies.

Korean original — English translation pending

조교연 — 칼 대신 지우개, 오윤에게 보내는 작은 도장

조교연, 〈그여자의 취향, 그남자의 취향〉, 지우개도장·mixed media, 20x20x5cm — 왼쪽 패널엔 야쿠르트 병 다섯 개가 줄지어 서 있고, 오른쪽 패널엔 같은 병이 화면 전체에 흩어져 있다
조교연, 〈그여자의 취향, 그남자의 취향〉, 지우개도장·mixed media, 20x20x5cm — 왼쪽 패널엔 야쿠르트 병 다섯 개가 줄지어 서 있고, 오른쪽 패널엔 같은 병이 화면 전체에 흩어져 있다

조교연은 나무를 칼로 파지 않습니다. 지우개를 깎습니다.

그가 씨앗페에 낸 작품 설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나무를 칼로 파내어 이미지를 만들었던 오윤의 '칼맛'을, 나는 작은 지우개를 직접 깎아내는 '지우개맛'으로 가져온다." 오윤에게 칼의 흔적이 민중의 삶을 담아내는 조형 언어였다면, 조교연에게 지우개를 깎아낸 흔적은 일상의 사물과 개인의 취향을 기록하는 작은 언어가 됩니다. 도구는 작아졌지만 방법은 그대로입니다. 새기고, 찍고, 반복합니다.

지우개를 깎는 사람

조교연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에 진학했습니다. 이후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도 판화를 전공했습니다. 판화과에서 판화과 대학원으로 이어지는 이 경로는, 그가 다루는 매체가 우연히 판화가 아니라 훈련의 결과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개인전을 네 차례 열었고, 그 밖에도 5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이름이 확인되는 자리만 꼽아도 설미재미술관 기획초대전 《에코(Ecology) 판화와 만나다》, 서호미술관 기획초대전 《또 다른 세상, 이야기》, 성곡미술관 기획초대전 《수퍼마켓뮤지엄》이 있습니다. 세 미술관 모두 '기획초대'로 그를 불렀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공모가 아니라 초청을 받아온 이력입니다.

이 가운데 서호미술관 전시는 기록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2012년 서호미술관이 연 《또 다른 세상, 이야기》는 판화 작업을 하는 일곱 작가를 모아 "기존 판화 작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러 가지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보여주는" 자리로 소개됐습니다. 이 전시에 조교연이 낸 작품은 〈바이러스〉, 페이퍼 캐스팅(Paper Casting), 250x100cm였습니다. 판화의 평면을 종이 캐스팅으로 입체화한 대형 작업이었다는 뜻입니다. 판화의 경계를 넓히는 시도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그의 화두였습니다.

반복이라는 언어

조교연은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판화, 캐스팅, 스텐실,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공판화 기법을 넘나들며 복제와 반복의 개념을 평면과 입체로 확장. 특히 작은 조각 지우개를 인그레이빙(engraving) 방식으로 새겨 도장을 제작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찍어내며 패턴을 형성하는 작업을 하고있다."

판화라는 장르 자체가 이미 복제와 반복을 전제로 합니다. 하나의 판을 만들어 여러 장을 찍어내는 일이 판화의 기본 문법입니다. 조교연은 그 문법을 캔버스 바깥으로 데리고 나갑니다. 지우개를 깎아 도장을 만들고, 그 도장을 손으로 하나씩 찍어 패턴을 만드는 일은 전통적인 판화 제작 과정을 몸의 크기로, 손의 리듬으로 축소한 것에 가깝습니다. 판은 나무가 아니라 지우개이고, 화면은 평면에 그치지 않고 물성을 가진 입체로 확장됩니다.

'공판화(空版畵)'라는 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캐스팅·스텐실·실크스크린은 모두 판 위에 구멍을 내거나 형을 떠서 물감이나 재료를 통과시키는 기법입니다. 목판화가 판을 깎아 남긴 부분에 잉크를 묻히는 것과는 원리가 다릅니다. 조교연이 이 여러 기법을 넘나든다는 것은, 하나의 손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재료와 방식을 계속 바꿔가며 '반복해서 찍어낸다'는 하나의 개념을 실험해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우개 도장은 그 실험의 가장 단순하고 가장 손에 붙는 버전입니다.

씨앗페 출품작 두 점 읽기

씨앗페에 조교연이 낸 작품은 두 점입니다. 둘 다 2026년 작이고 재료는 지우개도장·mixed media(또는 mixed media)입니다. 두 점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소재가 다른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그여자의 취향, 그남자의 취향〉 — 2026년, 지우개도장·mixed media, 20x20x5cm

두 개의 정사각형 패널이 나란히 붙은 작업입니다. 표면은 회벽이나 한지를 겹겹이 바른 듯한 거친 질감으로 마감되어 있고, 그 위에 작은 병 모양의 형상이 얕은 부조로 돋아 있습니다. 손잡이 달린 몸통에 뚜껑이 달린 이 형상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야쿠르트 병입니다.

왼쪽 패널에서는 이 병 다섯 개가 화면 아래쪽에 나란히 줄지어 서 있습니다. 마트 진열대나 냉장고 칸에 놓인 것처럼 가지런한 순서입니다. 맨 오른쪽 병 하나만 짙은 색으로 칠해져 실제 야쿠르트 라벨의 글자가 알아볼 수 있게 그려져 있고, 나머지 넷은 흰 바탕에 부조 윤곽선만 남아 있습니다. 오른쪽 패널에서는 같은 형상의 병이 화면 전체에 흩어져 있습니다. 아홉 개 남짓한 병이 위아래로 어지럽게 놓여, 마치 비가 떨어지듯 화면을 채웁니다. 여기서도 왼쪽 아래 병 하나만 짙게 칠해져 라벨이 드러납니다.

같은 병이 한쪽에서는 줄을 서고, 다른 쪽에서는 흩어집니다. 제목의 '그여자의 취향'과 '그남자의 취향'이 이 두 배열에 각각 대응한다고 읽으면, 이 작업은 같은 사물을 정리하는 두 가지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 취향은 무엇을 좋아하느냐의 문제이기 이전에,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늘어놓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조교연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 보기 →

오윤에게 보내는 답장

조교연이 씨앗페에, 정확히는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에 작품을 낸 이유는 작가 자신의 말에 이미 담겨 있습니다. "나의 작업은 오윤의 판화가 지닌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는 태도와 민중미술의 정신을 오늘날의 일상과 소비문화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데서 출발한다."

오윤이 민중의 삶을 판화로 기록했다면, 조교연은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사소한 물건과 이미지들을 통해 동시대인의 삶과 취향을 기록하려 합니다. 야쿠르트 병과 M&M 초콜릿은 거창한 소재가 아닙니다. 편의점 냉장고와 마트 진열대에서 매일 마주치는, 너무 흔해서 눈여겨보지 않는 사물들입니다. 오윤이 칼로 새긴 것이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이었다면, 조교연이 지우개로 새긴 것은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물건들입니다. 대상은 작아졌지만,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는 태도는 그대로 이어집니다. 지우개는 값싸고 흔하며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재료이고, 그것을 깎아 찍어내는 행위는 대단한 장비 없이도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오윤의 판화가 나무를, 칼을, 그리고 그 칼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거친 결을 필요로 했다면, 조교연의 작업은 문구점에서 파는 지우개 한 장이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격차는 작아 보이지만, 사실은 이 헌정의 핵심입니다. 오윤의 판화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옮긴다는 것은 그의 도상을 흉내 내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나눌 수 있는 미술'이라는 태도를 오늘의 재료로 다시 실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교연에게 그 재료는 지우개였고, 그 대상은 야쿠르트 병과 M&M 초콜릿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교연 작가는 어떤 작업을 하나요? A. 판화, 캐스팅, 스텐실, 실크스크린 등 여러 공판화 기법을 넘나들며 복제와 반복의 개념을 평면과 입체로 확장하는 작업을 합니다. 특히 작은 지우개를 인그레이빙 방식으로 깎아 도장을 만들고, 이를 반복적으로 찍어 패턴을 형성하는 방식을 씁니다.

Q. 학력과 이력은 어떻게 되나요? A.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판화과를 마쳤습니다. 개인전을 네 차례 열었고 5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설미재미술관·서호미술관·성곡미술관의 기획초대전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Q. 씨앗페(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조교연은 "오윤의 판화가 지닌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는 태도와 민중미술의 정신을 오늘날의 일상과 소비문화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려는 뜻으로 참여했습니다. 나무를 칼로 파던 오윤의 '칼맛'을 지우개를 깎는 '지우개맛'으로 옮겨오는 작업입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조교연 작품은 무엇인가요? A. 〈그여자의 취향, 그남자의 취향〉(2026, 지우개도장·mixed media, 20x20x5cm) 한 점입니다. 야쿠르트 병처럼 반복해서 찍어낸 일상의 사물을 소재로 삼습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Q. 작품에 등장하는 야쿠르트 병과 M&M 초콜릿은 무엇을 뜻하나요? A. 작가는 M&M 초콜릿을 "소비되는 사물이면서도 어린 시절의 기억과 위안을 담고 있"는 키치적 소재로 설명합니다. 반복해서 찍힌 사탕의 배열은 알약처럼 보이기도 하고, "몸을 위한 약과 마음을 위한 약", 즉 일상을 버티게 하는 소소한 치유의 순간을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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