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이 손으로 새긴 벽이, 사라지기 전에
1974년 오윤이 새긴 양면 테라코타 부조가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있습니다. 건물 매매와 함께 2026년 8월 철거가 예정되어 있고, 행정 절차도 이미 진행 중입니다.
정책적 보존을 요구하는 시민 청원과 나란히,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이 작품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 합니다. 벽이 무너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작품을 해체하고 전문적으로 운송해 보존 처리할 비용을 함께 마련합니다.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 — 오윤
오윤이라는 작가

오윤(1946~1986). 마흔 해의 짧은 생애 동안 회화·판화·조각을 합쳐 400여 종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2005년 옥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고,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그가 평생을 바친 작업의 무게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우리 곁에 닿아 있습니다.
화려한 추상미술이 강단을 지배하던 시절, 그는 가장 낮은 곳으로 향했습니다. 평생 가장 강렬하게 붙든 매체는 목판화였습니다. 부산 시장의 억센 웃음, 부두 노동자의 땀, 짓눌린 한(恨)을 신명나는 춤사위로 풀어내는 민중의 생명력 — 이 모든 것을 칼끝으로 나무에 새겼습니다. 〈칼노래〉, 〈칼춤〉, 〈도깨비〉. 그리고 그 판화를 프레스기조차 없이 숟가락으로 문질러, 시집 표지에, 노동 현장 전단지에, 아이들의 동화책 삽화에 아낌없이 나누었습니다.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 — 그가 남긴 말 그대로였습니다.
1974년, 스물여덟의 벽
1974년, 오윤이 스물여덟이던 해. 군대에서 위장병으로 의병 제대한 뒤 경주와 일산의 전돌 공장에서 흙을 다루며 노동자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상업은행(현 우리은행)으로부터 동대문·구의동 지점의 내외벽 테라코타 부조를 의뢰받습니다.
노동자였던 청년이, 노동자들이 매일 드나드는 자리에 새긴 양면 부조. 청년 작가가 공공미술을 맡기 어려웠던 시대에 만들어진, 한국 공공미술 초기의 드문 작품입니다. 한쪽 면에는 사람의 몸이, 반대쪽 면에는 추상의 형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왜 지금, 시민이 옮기나
50년이 지난 지금, 그 벽이 사라질 자리에 와 있습니다. 건물 철거 일정은 2026년 8월. 정책적 보존이 제때 이뤄질지는 불확실하고, 행정의 속도가 철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이 먼저 움직입니다. 작품을 안전하게 해체하고 미술품 전용으로 운송해 보존 처리하고 보관할 비용 — 목표 1억 원을 모읍니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모인 만큼 즉시 작품 이전에 집행합니다. 벽이 무너지기를 기다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금액은 이렇게 쓰입니다
- 해체 — 양면 테라코타 부조의 안전한 분리·해체
- 운송 — 충격·파손 없는 미술품 전용 운송
- 보존·보관 — 손상 점검과 보존 처리, 안전한 임시 보관
집행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모금이 목표를 넘으면 남는 금액은 작품의 항구적 보존과 재설치(이관)에 씁니다.
후원하면, 이런 답례를 드립니다
후원해 주시면 오윤 작품 엽서를 답례로 보내드립니다(1만 원부터). 더 큰 후원에는 감사장과 함께 오윤 사후판화를 드립니다.
1996년, 오윤 사망 10주기에 유족과 동료 작가들이 소량 제작한 사후판화가 있습니다. 30년 동안 세상에 거의 나오지 않았던 이 판화들이, 40주기를 맞아 처음으로 세상에 나옵니다. 수만 장을 찍어 거리에 나누었던 그 정신이, 30년 뒤 후원자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씨앗페 2026에 대하여
이 펀딩은 씨앗페 2026(Seed Art Festival) 의 일부입니다. 씨앗페는 한국 예술인이 겪는 금융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캠페인입니다. 참여한 작가들은 ‘대출 못 받는 어려운 작가’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은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이 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2022년 12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집행된 상호부조 대출은 354건, 상환율 95%, 연체율 0%. 한 사람이 급할 때 빌리고, 갚고, 다시 다음 사람에게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떠난 예술인이 남긴 작품이,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인의 다음 한 달이 됩니다.
벽을 살리는 일은 벽만 살리는 일이 아닙니다. 오윤을 기억하는 일도 기억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끝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인이 있습니다.
함께해 주세요
벽이 무너지기 전에, 작품을 시민의 품으로 옮깁니다. 후원 한 건 한 건이 해체 장비가 되고, 운송 트럭이 되고, 보존 처리의 손길이 됩니다.
마감: 2026년 7월 31일
이 펀딩은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운영합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일반 협동조합으로, 후원금에 대한 세액공제용 기부금영수증은 발급되지 않습니다. 후원은 답례(리워드)가 따르는 구매 형태로 진행되며, 관련 법령에 따른 청약철회권이 보장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