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Young-Geun, a painter with a record of international printmaking prizes, answers Oh Yoon's Sword Song with a woodcut in which a carving gouge takes the place of the warrior's blade.
Korean original — English translation pending
박영근 — 칼 대신 조각도를 세워 오윤의 〈칼노래〉에 답하다

화면은 거의 검습니다. 왼쪽에는 헝클어진 머리칼의 얼굴이 어둠에서 떠오르고, 가운데에는 폭 좁은 흰 띠가 위에서 아래로 곧게 내려오며, 오른쪽에는 비스듬히 누운 조각도가 놓여 있습니다. 세 덩어리가 나란히 서 있을 뿐인데, 눈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칼입니다.
박영근의 〈칼노래에 답함〉은 제목이 곧 설명입니다. 오윤이 남긴 목판화 〈칼노래〉에 보내는 답장입니다. 답장이라면 먼저 물음이 무엇이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무사의 칼, 판화가의 조각도
작가는 이 작업의 출발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민중의 삶과 시대의 한을 … 새겨 넣었던 판화가 오윤의 예술 세계를 기리며 이 작업을 시작했다." — 작가노트
그리고 답의 방식을 한 문장으로 밝힙니다. 오윤의 대표작 〈칼노래〉 속 무사가 쥐었던 칼 대신, 판화가의 손끝에서 시대를 부수고 세워 올리던 도구인 조각도를 화면 전면에 세웠다는 것입니다.
칼을 조각도로 바꾼 데에는 대비가 하나 걸려 있습니다. 작가는 무사의 검기(劍氣)와 판화가의 도기(刀氣)를 맞세웁니다. 무사의 검기가 세상을 향한 칼춤이었다면, 판화가가 쥔 조각도의 도기는 나무판 위에 시대의 영혼을 새기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칼은 바깥을 향해 휘두르고, 조각도는 판 위에서 파냅니다. 같은 날붙이가 어디를 향하느냐로 갈립니다.
오윤에게 판화는 나무판을 파서 세상을 말하는 일이었고, 박영근의 화면 오른쪽에 놓인 조각도는 그 일의 도구를 그대로 화면의 주인공으로 올린 것입니다. 작가는 무사가 쥐었던 칼 대신 조각도를 화면 앞에 세웠습니다.
도판을 따라 읽기
오른쪽의 조각도. 화면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누운 긴 막대입니다. 몸통은 흰 결로 희게 떠오르고, 위쪽의 굵은 자루에서 아래쪽 날 끝으로 갈수록 좁아집니다. 몸통 전체를 크게 보여 주기 때문에 도구라기보다 하나의 인물처럼 서 있습니다. 판을 파는 도구가 판 위에 새겨진 그림이 된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조각도로 조각도를 그린 셈입니다.
가운데의 흰 띠. 검은 화면을 세로로 가르는 흰 띠 안에 한자가 두 줄로 내려갑니다. 작가는 이것을 "원작의 울림을 담은 7언절시 한자"를 "거친 칼맛으로 새겨 넣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획은 붓글씨처럼 매끈하지 않고, 칼이 나무결을 밀고 나간 자국처럼 삐죽하게 끊깁니다. 검은 판에서 파낸 자리가 희게 남는 목판화의 원리가 여기서는 글자가 앉을 바닥이 됩니다. 어둠 한가운데에 밝은 길이 하나 뚫린 모양이라, 양옆의 두 그림이 이 띠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봅니다.
왼쪽의 얼굴. 머리칼은 거친 선이 엉겨 빛을 받은 자리만 희게 살아납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한 손을 턱과 뺨 가까이에 붙였으며, 눈은 아래쪽 어딘가를 봅니다. 눈두덩과 뺨의 그늘이 깊어서 표정보다 생각의 무게가 먼저 읽힙니다. 작가는 이 얼굴을 "고뇌와 집념이 깊게 패인 작가의 얼굴"을 묵직한 선으로 담았다고 적었습니다. 어둠에서 떠오른 얼굴 하나가 있고, 그 얼굴이 흰 글자 띠와 조각도 사이에 놓여 있다는 것.
세 덩어리의 순서도 읽을 만합니다. 왼쪽 사람, 가운데 시, 오른쪽 도구.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새긴 말이 있고, 말을 새기게 한 도구가 있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옮기면 판화 한 장이 만들어지는 순서가 거꾸로 펼쳐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판화 이력이 있는 화가
박영근은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해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고, 지금은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서양화 교수가 판화로 응답했다는 식으로 읽으면 이 작업의 위치를 잘못 잡게 됩니다. 박영근에게 판화는 오래된 작업입니다. 이력을 보면 1993년 한국현대판화가협회 공모전 우수상에서 시작해, 1998년 가나가와 국제판화트리엔날레에서 요코하마미술관상, 같은 해 이비자 국제판화비엔날레 명예상, 국제목판화트리엔날레 4등상을 받았고, 2000년에는 삿포로 국제판화비엔날레 후원자상을 받았습니다. 1996년에 만든 목판화 〈베드로에 관하여-성전〉은 105x234cm로, 가로 2미터를 넘는 화면입니다. 목판으로 큰 화면을 다뤄 본 손이 오윤의 〈칼노래〉 앞에 선 것입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요코하마미술관, 삿포로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개인전은 서른 차례 안팎으로 전해지고, 2011년에는 리움의 《코리안 랩소디: 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에 참여했습니다.
시를 그리고, 얼굴을 그리는 사람
박영근이 문학과 만나는 방식도 이 작업과 이어집니다. 2021년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연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전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에 여섯 화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참여해 「거대한 뿌리」 외 다섯 편을 그렸습니다. 해설에 따르면 그는 반만년 역사를 가진 민족을 뿌리로 놓고, 물감을 뿌리고 긁고 할퀴는 행위로 시 속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표현했습니다. 시의 말을 화면의 몸짓으로 옮기는 방식은 〈칼노래에 답함〉에서 한자 띠를 칼로 새기는 방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초상화 작업도 해 왔습니다. 2024년 12월에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공간'에 한강 작가의 초상화가 걸렸고, 뉴스1이 전한 보도에 이 그림이 박영근의 작품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과 치과용 드릴을 도구로 써서 〈시간〉·〈만찬〉 연작 등을 제작해 왔습니다. 재료와 도구를 낯선 곳에서 빌려 와 화면에 흔적을 내는 사람이, 이번에는 판화가의 도구인 조각도를 그림의 한가운데에 세웠습니다.
작품 안내
〈칼노래에 답함〉 — 2026년, Woodcut, 53x65cm
오윤의 〈칼노래〉를 이미 아는 분에게는 대화의 상대가 보이는 작품이고, 처음 보는 분에게는 그 자체로 검은 판 위의 흰 선이 강한 목판화입니다. 어느 쪽이든 가운데 흰 띠의 획을 가까이서 보시길 권합니다. 칼이 지나간 방향이 선마다 남아 있습니다.

- 53x65cm · Woodcut · 2026 · ₩2,000,000
- 작품 페이지 →
한 점으로 나온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의 온라인관에 걸려 있습니다. 오윤이 새긴 판화 전작 187종을 한자리에 모으는 그 전시 곁에서, 오윤의 판화에 판화로 답한 한 화가의 응답작으로 함께 놓입니다. 전시 소개는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 — 답장을 읽는 법
작가는 글의 끝에서 자신의 뜻을 이렇게 모읍니다. 판을 파내고 깎아내는 치열한 과정을 통해, 조각도로 세상과 호흡했던 오윤 작가의 거친 숨결과 굽히지 않는 예술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마주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의 언어'라는 말이 열쇠입니다. 오윤이 쓰던 칼의 언어를 그대로 흉내 내지 않고, 칼 대신 조각도를 세우고, 그 곁에 한 사람의 얼굴과 한 줄의 시를 놓는 방식으로 다시 말하는 것. 박영근의 답장은 존경의 글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어떤 도구로 일하는 사람인지를 밝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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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박영근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입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작업합니다. 1998년 가나가와 국제판화트리엔날레 요코하마미술관상, 이비자 국제판화비엔날레 명예상, 2000년 삿포로 국제판화비엔날레 후원자상 등 판화 분야의 국제 수상 이력이 있습니다.
Q. 〈칼노래에 답함〉은 어떤 작품인가요? A. 오윤의 목판화 〈칼노래〉에 대한 응답으로 만든 2026년 목판화입니다. 작가는 〈칼노래〉 속 무사가 쥐었던 칼 대신 판화가의 도구인 조각도를 화면 전면에 세웠다고 밝혔습니다. 화면 왼쪽에는 얼굴이, 가운데에는 7언절시 한자를 새긴 흰 띠가, 오른쪽에는 조각도가 놓여 있습니다.
Q. 작품 크기와 가격은 얼마인가요? A. 53x65cm, Woodcut, 2026년작이며 가격은 ₩2,000,000입니다. 작품 페이지에서 상태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이 작품은 어느 전시에 걸려 있나요? A.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의 온라인관에 걸려 있습니다. 전시 소개는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Q. 박영근 작가의 다른 활동은? A. 2021년 김수영 탄생 100주년 시그림전에서 「거대한 뿌리」 외 다섯 편을 그렸고, 2024년 12월 교보문고 광화문점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공간에 한강 작가의 초상화가 걸렸습니다. 2011년 리움 《코리안 랩소디》에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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