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Jeong Yeon-soo: A Kitchen at 5:47 PM, Where the Shadow Outweighs the Object

Artist Stories · Published Sep 21, 2026 · Seed Art Festival

The titles carry a timestamp. A close reading of painter Jeong Yeon-soo, who says he paints not objects but the act of looking at them, through his own notes and two works at Seed Art Festival.

Korean original — English translation pending

정연수 — 오후 5시 47분의 부엌, 사물보다 그림자가 크게 그려진 화면

정연수, 〈reflection8 부엌 pm5h47m〉, Oil on canvas, 72.7x53cm — 늦은 오후 빛에 잠긴 부엌, 머그 두 개보다 그 그림자가 훨씬 크게 그려져 있다
정연수, 〈reflection8 부엌 pm5h47m〉, Oil on canvas, 72.7x53cm — 늦은 오후 빛에 잠긴 부엌, 머그 두 개보다 그 그림자가 훨씬 크게 그려져 있다

제목을 먼저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reflection8 부엌 pm5h47m〉. 맨 끝의 다섯 글자는 오후 5시 47분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작가의 다른 한 점은 〈빛이 지나간 자리3 pm7h1m〉, 저녁 7시 1분입니다.

정물화에 시각이 적히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사물은 몇 시에 보든 같은 사물이니까요. 그런데 빛은 다릅니다. 제목에 분 단위까지 박아 넣었다는 것은, 이 화가가 그리려는 대상이 부엌에 놓인 컵이 아니라 그 컵 위를 지나간 5시 47분의 빛이라는 뜻이 됩니다.

이 글의 재료는 평론이 아닙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작품을 내면서 직접 붙인 작업 노트, 그리고 실제 화면 두 개입니다. 노트가 말한 것이 화면 어디에서 어떻게 실행됐는지를 맞대어 보는 방식으로 읽겠습니다.

작업의 문법 — "사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사물을 보는 시각을 그린 것"

작가의 노트는 자기 말이 아니라 인용으로 시작합니다.

"오늘날 누가 사물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거나 말을 건다고 느끼는가? 누가 사물의 얼굴을 지각하는가? … 누가 사물의 고유한 삶을 지각하는가? 사물의 따뜻한 바라봄이 누구를 행복하게 하는가?" (『사물의 소멸』, 한병철) — 정연수, 씨앗페 출품작에 붙인 작가 설명

인용을 앞세운 뒤 작가는 자기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지금, 여기(now&here) 내가 있는 공간, 내가 바라본 대상들에게 나의 반응과 태도는 어떠하며 어떠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갖고 대상을 오래 관찰하며 작업은 시작된다." — 정연수, 씨앗페 출품작 설명

'오래 관찰하며'. 제목에 시각이 붙은 이유가 여기서 한 번 설명됩니다. 오래 본다는 것은 빛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본다는 뜻이고, 그러면 그리는 사람은 언젠가 한 순간을 골라야 합니다. 제목의 숫자는 그 선택이 몇 시에 이루어졌는지를 적어 둔 기록입니다.

그다음 문장들이 작업의 핵심입니다.

"디지털화, 탈사물화 된 시대에 버려지고 소비되는 일상의 사물들조차 자신만의 시간과 역사를 담고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이 동시에 우리를 응시한다. 사물도 경험을 한다. 사물은 시선과 시간의 압축물이다." — 정연수, 씨앗페 출품작 설명

"내 회화는 '사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사물을 보는 시각을 그린 것'이다. 내가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 사물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여기서 비롯된 관계 맺음을 회화화한 것이다." — 정연수, 씨앗페 출품작 설명

그리고 연작의 방법이 한 줄로 요약됩니다.

"이번 씨앗페에 출품한 'reflection(빛이 지나간 자리)' 시리즈는 대상의 이면, 그림자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으로의 회화이다." — 정연수, 씨앗페 출품작 설명

씨앗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작가 소개도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사물 그 자체가 아닌 '사물을 보는 시각'을 그리고자 하는 작업이며, 그림자와 이면을 통해 존재가 드러나는 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작가 본인이 제출한 문장입니다.

화면에서 확인되는 것 — 그림자가 사물보다 크다

노트의 마지막 문장은 화면에서 문자 그대로 실행돼 있습니다.

〈reflection8 부엌 pm5h47m〉을 보면 그려진 사물은 머그 두 개뿐입니다. 그런데 두 컵은 거의 지워질 듯 창백하게 처리돼 있습니다. 손잡이는 가는 선으로만 남았고, 컵의 몸통은 배경과 비슷한 밝기로 풀려 있습니다. 대신 화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가장 진한 색을 가진 것은, 조리대 모서리와 그 컵들이 만들어 낸 그림자입니다. 붉은 주황으로 묵직하게 깔린 그 덩어리가 이 그림에서 제일 또렷한 형체입니다.

그림자가 사물보다 크고, 진하고, 오래 눈에 남습니다. "대상의 이면, 그림자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라는 문장은 은유가 아니라 화면 구성의 설명이었던 셈입니다.

빛의 각도도 제목과 맞습니다. 오후 5시 47분, 낮게 들어온 빛이 조리대를 옆에서 때리면서 그림자를 길게 눕혀 놓았습니다. 화면은 수직의 빛 띠로 몇 개의 면으로 갈라지고, 위쪽 좁은 띠에만 선반에 놓인 물건들의 실제 모습이 조금 보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빛과 그림자입니다.

같은 부엌, 한 시간 십사 분 뒤

두 번째 작품 〈빛이 지나간 자리3 pm7h1m〉은 저녁 7시 1분입니다. 앞 작품보다 한 시간 십사 분 뒤이고, 제작 연도로는 삼 년 뒤입니다.

화면의 온도가 완전히 바뀌어 있습니다. 주황이 물러나고 청록과 보랏빛이 부엌을 덮었습니다. 남은 빛은 화면 한가운데를 세로로 지나는 좁은 크림색 띠 하나뿐이고, 그 띠 위에 손잡이 달린 냄비의 그림자가 청록색으로 찍혀 있습니다. 여기서도 사물은 어둠 속에 잠겨 있고 선명한 것은 그림자 쪽입니다.

제목이 말한 '빛이 지나간 자리'가 무엇인지가 이 대비에서 드러납니다. 5시 47분에는 빛이 부엌 전체를 덮고 있었고, 7시 1분에는 한 뼘 너비만 남았습니다. 같은 공간을 시각만 바꿔 두 번 그리면, 사물은 그대로인데 화면은 완전히 다른 그림이 됩니다. 사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사물을 보는 시각을 그렸다는 말이 이렇게 증명됩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앞쪽에 놓인 물건들입니다. 구겨진 투명 비닐봉지와 종이봉투가 화면 아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노트가 "버려지고 소비되는 일상의 사물들조차 자신만의 시간과 역사를 담고 있다"고 적은 그 사물들이, 부엌의 가장 앞자리에서 빛을 받고 있습니다.

이력

정연수에 관해 확인되는 외부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미술 매체 아트컬처의 전시 캘린더는 2026년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갤러리 디 아르테 청담(서울 영동대로131길 14 B1)에서 열린 단체전 《심수지견(心手之見) RE》의 참여작가 명단을 싣고 있고, 그 명단에 정연수의 이름이 있습니다. '심수지견'은 전통 회화론의 '심수일여(心手一如)'에서 파생한 말로, 작가의 내면과 행위가 하나가 되어 '본다'는 뜻이라고 전시 소개가 설명합니다. 보는 일을 주제로 삼은 전시에 이 작가가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 정도가 확인됩니다.

같은 전시를 온라인으로 아카이빙한 아르테위드의 '작가의 목소리' 페이지에는 정연수의 다른 작품 세 점이 실려 있습니다. 〈kitchen sink9 pm2h27m〉(oil on canvas, 116.8x80.3cm, 2024), 〈recycling 3bottles〉(oil on canvas, 45.5x37.9cm, 2025), 〈recycling eclipse cans〉(37.9x45.5cm, 2025)입니다. 여기서도 부엌 싱크대와 재활용품이 대상이고, 제목에는 다시 시각이 붙어 있습니다 — 오후 2시 27분. 씨앗페에 들어온 두 점이 예외적인 시도가 아니라 이 작가가 계속 해 온 방식이라는 것이 이 목록으로 확인됩니다.

학력·수상·개인전에 관해서는 저희가 확인한 자료가 없습니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적지 않기 위해 이력 서술은 여기서 멈춥니다.

출품작 읽기

〈reflection8 부엌 pm5h47m〉 — 2022년, Oil on canvas, 72.7x53cm

늦은 오후의 주황이 화면 전체를 덮은 가로 화면입니다. 머그 두 개와 그보다 훨씬 큰 그림자가 주인공이고, 유화 물감이 얹힌 자리마다 짧은 붓질의 결이 남아 있어 가까이서 보면 색면이 잘게 떨립니다. 따뜻한 색이 넓게 퍼지는 그림이라, 서쪽 빛이 드는 방이나 식탁 가까운 벽에 어울립니다.

정연수, 〈reflection8 부엌 pm5h47m〉, Oil on canvas, 72.7x53cm, ₩2,300,000
정연수, 〈reflection8 부엌 pm5h47m〉, Oil on canvas, 72.7x53cm, ₩2,300,000

〈빛이 지나간 자리3 pm7h1m〉 — 2025년, Oil on canvas, 53x72.7cm

같은 크기를 세로로 세운 화면입니다. 청록과 보랏빛이 주조이고, 중앙을 세로로 지나는 좁은 크림색 빛 띠가 화면을 둘로 가릅니다. 앞의 작품과 나란히 걸면 같은 공간에서 빛이 물러나는 과정을 두 장면으로 보게 됩니다. 차분한 색이라 침실이나 서재처럼 조도가 낮은 자리에서 더 잘 읽힙니다.

정연수, 〈빛이 지나간 자리3 pm7h1m〉, Oil on canvas, 53x72.7cm, ₩2,300,000
정연수, 〈빛이 지나간 자리3 pm7h1m〉, Oil on canvas, 53x72.7cm, ₩2,300,000

두 점은 값이 같고 크기도 같습니다. 가로로 눕힐지 세로로 세울지, 따뜻한 쪽인지 차가운 쪽인지로 고르시면 됩니다. 정연수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정연수가 씨앗페에 작품을 낸 것은 자신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버려지고 소비되는 사물에도 고유한 시간과 역사가 있다고 쓴 작가가 이 구조에 참여한 일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쪽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이 화면 안에서는 부엌의 그림자였고, 화면 밖에서는 이 일입니다.

정연수를 처음 보는 분께는 제목부터 읽으시길 권합니다. 끝에 붙은 숫자가 몇 시인지 확인하고, 그다음 화면에서 빛이 어디까지 들어와 있는지를 보십시오. 두 점을 그 순서로 보면 한 시간 남짓 사이에 부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정연수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 두 점 보기 →

If this piece helped, you may also enjoy these related articles:


자주 묻는 질문

Q. 정연수 작가는 어떤 작업을 하나요? A. 부엌처럼 일상의 공간에 놓인 사물을 유화로 그립니다. 다만 사물 자체보다 그 사물이 만든 그림자와 이면에 화면의 무게를 싣습니다. 작가는 씨앗페에 제출한 작업 설명에서 "내 회화는 '사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사물을 보는 시각을 그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Q. 작품 제목 끝의 'pm5h47m'은 무슨 뜻인가요? A. 오후 5시 47분이라는 뜻입니다. 다른 한 점의 'pm7h1m'은 저녁 7시 1분입니다. 작가가 대상을 오래 관찰한 뒤 화면으로 고정한 시각이 제목에 적혀 있습니다. 아르테위드에 소개된 다른 작품 〈kitchen sink9 pm2h27m〉에도 같은 방식으로 오후 2시 27분이 붙어 있습니다.

Q. 'reflection(빛이 지나간 자리)' 연작은 무엇인가요? A. 작가가 씨앗페 출품작 설명에서 "대상의 이면, 그림자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으로의 회화"라고 설명한 연작입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두 점이 모두 이 연작에 속합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정연수 작품은 몇 점인가요? A. 두 점입니다. 〈reflection8 부엌 pm5h47m〉(2022, Oil on canvas, 72.7x53cm)과 〈빛이 지나간 자리3 pm7h1m〉(2025, Oil on canvas, 53x72.7cm)입니다.

Q. 정연수 작품 가격은? A. 두 점 모두 ₩2,300,000이고, 현재 구매 가능합니다.

Q. 전시 이력이 궁금합니다. A. 아트컬처 전시 캘린더가 2026년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갤러리 디 아르테 청담에서 열린 단체전 《심수지견 RE》의 참여작가 명단에 정연수의 이름을 실었습니다. 같은 전시를 온라인으로 아카이빙한 아르테위드 페이지에도 작품 세 점이 소개돼 있습니다. 그 밖의 학력·수상·개인전 기록은 저희가 확인한 자료가 없습니다.

Q. 정연수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정연수는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관련 매거진

Seed Art Festival

Share

Get new artworks and stories by email

New artworks, artist stories, and mutual-aid fund updates in your inbox.

By subscribing you agree to receive our newsletter at this address. Privacy Poli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