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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만원에서 7억원까지: SAF 상호부조 3년의 여정

미술 산책 · 발행 2026년 4월 7일 · 씨앗페

2023년 인사동 첫 전시에서 모은 3,400만원이 씨앗이 됐다. 3년이 지난 지금 누적 대출은 354건, 약 7억원이고 상환율은 95%다. 이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 예술인은 빚을 갚는다.

인사동, 2023년 3월

2023년 3월 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씨앗페(SAF) 첫 번째 전시였다. 120여 명의 작가가 작품을 내놓았고 열흘 동안 모인 기금이 3,400만원이었다.

큰 숫자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3,400만원이 뒤에 이어질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다.

씨앗페 모델은 이렇게 작동한다. 작품 판매 수익이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기금으로 쌓인다. 협약 금융기관이 그 기금을 담보로 약 7배 규모의 대출 재원을 만든다. 그 재원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에게 연 5% 고정금리로 나간다. 신용등급 심사 없이, 조합원 자격과 상호 책임 구조를 보고.

3,400만원의 기금이 7배 레버리지를 만나면 약 2억 3,800만원의 대출 재원이 된다. 그 첫 해에 실제로 129건, 2억 9,400만원이 지원됐다.

2023년의 숫자들

2024년 3월 12일에 나온 첫 운용보고서에 그 결과가 담겼다.

항목수치
총 대출 건수129건
총 지원 금액2억 9,400만원
대위변제율2.64% (5건)
상환율약 97%

대위변제(代位辨濟)란 대출자가 갚지 못한 빚을 보증기관이 대신 갚는 것이다. 2.64%, 5건이 여기 해당했다. 129건 중 5건. 나머지 124건은 약속대로 갚았다.

긴급자금 수요가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반 이상이 '당장 돈이 없어서'였다. 치과 치료, 임대료, 공연 제작비. 예술인이 가장 먼저 막히는 지점이 어디인지 이 숫자에 그대로 나와 있다.

이철수, 〈마음항아리〉, 2024, 목판·한지, 50×42cm
이철수, 〈마음항아리〉, 2024, 목판·한지, 50×42cm

2024년 — 규모가 달라졌다

두 번째 해는 첫 해와 비교가 안 됐다. 2025년 4월 17일 발행된 2024 운용보고서.

항목수치
총 대출 건수305건
총 지원 금액6억 900만원
완납률50.5%
대위변제율5.1% (20건)

1년 만에 건수가 2.4배, 금액이 2배 이상 늘었다. 완납률 50.5%.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이 이미 모두 갚혔다. 기금 순환 구조가 안정 궤도에 들어선 신호였다.

대위변제율은 2.64%에서 5.1%로 올랐다. 이 숫자는 뜯어봐야 한다. 5.1%는 절대 수치로 보면 낮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을 놓고 보면 달라진다. 일반 금융기관의 저신용 대출 연체율은 이보다 높다. 신용 심사 없이 나간 대출에서 이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 그게 핵심이다.

2025년 — 누적 7억원, 상환율 95%

2025년 10월 18일 발행된 보고서가 3년치 데이터를 종합했다.

항목수치
누적 대출 건수354건
누적 지원 금액약 7억원
상환율95%
대위변제율5.10%

95% 상환율. 이 숫자가 핵심이다. 354건 중 337건 이상이 약속대로 갚혔다. 신용등급 없는 대출, 담보 없는 대출에서 나온 숫자다.

대위변제율 5.10%는 일반 저신용 대출 연체율보다 낮다. "예술인은 빚을 떼먹는다"는 편견을 숫자로 반박한 결과다.

이자 절감 효과도 있다. 카드론(15%) 또는 대부업(20%) 대신 연 5% 고정금리로 빌렸을 때의 차이. 누적으로 약 1억 4천만원의 이자를 아낀 것으로 추산한다.

분야별 수혜 분포도 함께 담겼다. 연극·영화 35.4%, 음악 30.2%, 미술·사진 23.6%, 문학 7.2%. 특정 분야에 쏠리지 않고 공연·시각·문학 예술인에게 고루 닿았다.

신예리, 〈취도(鷲圖)〉, 2025, 염색한지에 분채
신예리, 〈취도(鷲圖)〉, 2025, 염색한지에 분채

2025년 11월 — 국회에서 토론하다

2025년 11월, 국회에서 씨앗페 모델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8개 언론사가 보도했다.

토론회의 핵심 질문은 하나였다. 이 모델이 확장 가능한가. 신뢰 기반 금융이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가.

답은 데이터에 있었다. 354건, 7억원, 95% 상환. "Trust-based finance can be both socially just and financially stable." 신뢰 기반 금융이 사회적으로 공정하면서도 재정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는 것.

2026년 — 두 번째 전시, 그리고 다음 목표

2026년 4월, 씨앗페는 인사아트센터에서 두 번째 전시를 연다. 213명의 작가, 903점의 작품. 첫 번째 전시보다 규모가 커졌다.

현재 기금은 약 1억 2,500만원까지 모였다. 목표는 기금 10억원이다. 그 10억원이 7배 레버리지를 만나면 최대 70억원의 대출 재원이 나온다. 지금의 10배.

3,400만원에서 시작했다. 씨앗 하나로 출발한 이 구조가 3년 만에 얼마나 자랐는지, 그 속도보다 중요한 건 단 하나다.

354건의 대출 중 95%가 갚혔다. 예술인들은 약속을 지켰다.

라인석, 〈곡선운동의 궤적으로부터 롯데월드타워 230817〉, 2023, 사진
라인석, 〈곡선운동의 궤적으로부터 롯데월드타워 230817〉, 2023,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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