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오경환·윤광주가 만든 작품이, 사라지기 전에
서울 광진구 구의동 우리은행 건물 내벽. 1973년 오윤·오경환·윤광주가 마주 보는 두 벽면에 전돌로 만든 테라코타 부조가 있습니다. 한쪽 벽에는 사람이, 맞은편 벽에는 새 등을 표현한 추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 건물은 앞으로 2~3개월 내에 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작품을 철거 전에 안전하게 옮기는 것만이 이 작품을 멸실에서 지키는 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매입자 측과는 작품의 안전한 반출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공에 보존을 요청하는 청원은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이 움직이는 데에는 2~3개월보다 긴 시간이 걸리고, 그러면 작품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나섭시다.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 — 오윤
오윤이라는 작가

오윤(1946~1986). 소설 「갯마을」의 작가 오영수의 장남으로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갯마을 사람들의 삶을 글로 썼다면, 아들은 민초들의 삶을 나무판에 새겼습니다. 마흔 해의 짧은 생애 동안 회화·판화·조각을 합쳐 400여 종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어린 오윤은 몽당연필을 의인화한 글 〈나는 연필이다〉로 전교 1등상을 받았고, 집 벽에 사람 얼굴을 빚어 붙여놓고 동생과 함께 절을 하던 아이였습니다. 농부가 되겠다고 농과대학을 꿈꾸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미술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서울대 조소과에 들어간 1965년, 한국 미술계는 서구 추상미술이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오윤의 눈은 다른 곳을 향했습니다. 김홍도의 풍속화와 민화, 탈춤과 굿 — 그는 우리 전통 속에서 미술의 길을 찾았고, 휴학하고 전국을 무전여행하며 민중의 삶을 몸으로 익혔습니다. 1969년에는 동료들과 '현실동인'을 결성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처음으로 '현실을 그리는 미술'을 선언했습니다. 전시는 당국의 제지로 무산됐지만, 그 선언은 10년 뒤 '현실과 발언' 창립으로, 1980년대 민중미술로 이어졌습니다.
그가 평생 가장 강렬하게 붙든 매체는 목판화였습니다. 부두가 내려다보이는 부산 수정동 언덕에서 유년을 보낸 그는, 여공과 농부, 국밥집의 저녁, 할머니의 주름 — 보통 사람들의 삶과, 짓눌린 한(恨)을 신명으로 풀어내는 춤사위를 칼끝으로 나무에 새겼습니다. 〈칼노래〉, 〈춤〉, 〈도깨비〉. 그리고 그 판화를 에디션도 넘버링도 없이 찍어, 시집 표지에, 민주화 현장의 포스터와 걸개그림에, 아이들의 동화책 삽화에 아낌없이 나누었습니다.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 — 그가 남긴 말 그대로였습니다.
우이동 작업실 시절, 그는 막걸리와 안주를 들고 동네 노인정을 찾았고, 이웃 빈민 노동자들의 한국전쟁 체험담을 밤새워 들었습니다. 그의 판화 속 얼굴들은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었습니다.
1986년 5월, 그는 생애 첫 개인전 「칼노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7월 5일,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첫 개인전이 마지막 인사가 되었습니다. 마흔 살이었습니다. 세상은 10년마다 그를 다시 불러냈습니다. 10주기인 1996년 학고재에서 추모전 「오윤, 동네사람 세상사람」이 열렸고, 20주기인 2006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 「낮도깨비 신명마당」이, 30주기인 2016년에는 가나아트센터에서 250여 점 규모의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2005년에는 옥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습니다. 그리고 40주기인 올해 — 이번에는 그의 작품이 먼저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1973년, 스물일곱의 손길
오윤 등과 상업은행(현 우리은행)의 인연은 구의동이 처음이 아닙니다. 1971년 삼각지 지점의 테라코타 부조가 먼저 있었습니다. 그 작업 뒤 오윤은 1971년 9월 군에 입대했고, 위장병이 악화되어 1972년 6월 제대합니다. 그 사이에도 윤광주·오경환의 부조 작업은 이어지고 있었고, 제대한 오윤은 여기에 합류해 1973년 구의동 지점의 테라코타 부조를 함께 완성합니다. 이듬해에는 동대문 지점 부조(1974)로 이어졌습니다. 이들은 부조 제작을 위해 경주와 일산에서 전돌 공장을 직접 운영하며 흙을 다뤘고, 경주에서는 신라 예술의 고전미를 몸으로 익혔습니다.
노동자였던 청년들이, 노동자들이 매일 드나드는 은행 객장에 흙을 빚어 구워 만든 부조. 서로 마주 보는 두 벽면에 한쪽은 사람이, 맞은편은 새 등을 표현한 추상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턴가 은행이 가벽으로 부조를 가렸고, 사람들은 그 앞을 오가면서도 벽 뒤에 작품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이 작품은 세상에서 멸실된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유족의 마음
"멸실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의 작품이 다시 세상에 나온 것도, 그것을 지키자고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름을 올려 주신 것도 유족으로서는 벅찬 일입니다. 힘을 모아 주신 시민 한 분 한 분께 가족을 대신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벽화는 이제 저희 가족의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상엽, 오윤 차남
왜 지금, 우리가 나서나
철거는 눈앞에 와 있습니다. 행정에 청원하고 있지만, 행정의 속도는 철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이미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 작품의 보존을 요구하는 청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마음이 조금씩 모이면 1억 원 — 작품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에 충분한 힘이 됩니다.
우리가 함께 움직입시다. 작품을 안전하게 해체·이전해, 공공 등이 안전하게 재설치하기 전까지 보관할 비용 — 목표 최소 1억 원을 함께 모읍시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모인 만큼 즉시 작품 해체·이전에 집행합니다. 이번을 놓치면, 다음은 없기 때문입니다.
모금액은 이렇게 쓰입니다
- 해체 — 마주 보는 두 점의 테라코타 부조를 안전하게 분리·해체
- 이전 — 충격·파손 없도록 안전한 곳으로 이전
- 보존·보관 — 손상 점검과 보존 처리, 안전한 임시 보관
집행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모금이 목표를 초과하면, 초과분은 오윤을 기념하는 사업과 예술인 상호부조 대출 운영자금에 쓰입니다. 먼저 가신 오윤 선생이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인을 살리는 것입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한강 작가의 물음에, 이 펀딩은 그렇게 답합니다.
후원하면, 이런 답례를 드립니다
오윤은 평생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정신에 동참해주신 후원자분께 약소한 답례를 드립니다.
답례는 오윤작품 아트카드, 오윤 「칼노래」 아트프린트, 사후판화 구매 할인권, 박꽃누나 및 메아리소년 시리즈 전집, 그리고 후원자의 밤 초청입니다.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을 후원자께서 실천해주시는 것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이 펀딩을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이 펀딩은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와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예술인협동조합인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독립 캠페인이며, 예술인 작품 플랫폼 씨앗페(SAF2026)에서 진행됩니다.
씨앗페 2026에 대하여
씨앗페는 작품 판매 수익으로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을 만들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잇는 캠페인입니다. 2022년 12월부터 2025년 9월까지 354건의 대출이 집행되었고, 상환율 95%입니다.
리워드 안내
후원 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후원자를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후원자'로 똑같이 예우합니다. 전원에게 보존 후원증서를 드리고, 온라인 후원자 명부에 이름을 올리며(선택), 보존이 진행되는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리워드는 금액에 따라 다르지만, 이 작품을 구한 사람이라는 기록은 같습니다.
- 배송 — 모든 리워드는 배송비 포함입니다. 여러 리워드는 합배송합니다.
리워드 상세 구성
리워드는 다섯 가지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각각을 소개하고, 아래에 금액별 구성을 안내합니다.
① 아트카드 — 오윤 판화 중 책 표지화·내지 삽화로 쓰인 작품들의 세트입니다. 넘버링 연작은 삽화에 쓰인 것이 아니라, 작품 중 넘버링이 있는 연작 시리즈입니다. 판화의 검은 먹선과 한지 질감을 살린 120 × 170 mm 아트카드. 무광 질감지에 인쇄하고, 뒷면에 작품명·연도·판법·출전을 표기합니다. "작은 판화 작품" 같은 판형입니다. 각 세트는 세트 전용으로 인쇄한 봉투에 담고, 20만원 아트카드 컬렉션은 봉투들을 다시 보관 케이스에 넣는 이중 포장입니다. 일부 작품은 서로 다른 책과 연작에 중복 수록되어 있으며, 전종 세트는 각 출전의 구성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중복 도상도 각각 포함합니다. (1만~20만원 구간)
② 칼노래 아트프린트 — 오윤 「칼노래」(1985, 저피지에 목판화·수채, 30 × 25 cm)의 1996년 사후판화를 고해상도로 촬영해 제작한 한정 지클레 아트프린트. 1985년 원작이나 원판에서 직접 인쇄한 판화가 아닙니다. 한지 질감 코튼 아카이벌지에 지클레 인쇄, 월넛 원목 액자 + 아크릴(완성 약 33 × 39 cm). 개별 넘버링과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 전용 발행 압인, 유족 오상엽 님의 승인 서명이 담긴 한정판 발행 인증서를 동봉합니다. (30만원 이상 전 구간 포함)
③ 사후판화 구매 할인권 — 온라인 씨앗페와 오프라인 전시 등에서 오윤 사후판화 구매 시 쓰는 할인권입니다. 테라코타 부조 보존 특별 후원자 한정이며, 할인 한도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해서 쓸 수 있습니다. 유효기간은 2026년 12월 31일까지이고, 타 할인과 중복되지 않으며, 본인만 쓸 수 있습니다. (100만원 10% / 300만원 20% / 500만원 40%)
④ 후원자의 밤 — 오윤의 동료 예술가·평론가와 함께하는 만찬 자리. 테라코타 보존 작업의 경과 보고, 그리고 오윤을 기리는 공연과 헌정의 순서가 함께합니다. 초청 인사와 세부 순서는 확정 후 개별 안내드립니다. (100만원 이상 전 구간 초청)
⑤ 박꽃누나·메아리소년 시리즈 전집 — 「고향의 봄」의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의 창작동화집 『박꽃누나』(1983)와 『메아리소년』(1984)에 오윤이 그린 목판 삽화 연작 중, 1996년 사후판화로 발행된 작품들의 전집입니다. 아이들의 책에까지 판화를 아낌없이 내어준,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는 오윤의 믿음 그대로의 작업 — 오윤은 이원수 선생의 초상 목판화(1984)도 남길 만큼 인연이 깊었습니다. 각 5세트 한정이며, 작품별 상태보고서 · 개별 인증 · 전용 보관 구성이 포함됩니다. (1,000만원 이상 구간)
함께해 주세요
지금, 그의 작품이 우리 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후원 한 건 한 건이 그대로 해체와 이전의 비용이 됩니다.
오윤은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고 믿었고, 평생 그렇게 살았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이 그의 작품 하나를 지킬 차례입니다. 1만 원이면 함께할 수 있습니다.
마감: 2026년 8월 14일
이 펀딩은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와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예술인협동조합인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운영합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일반 협동조합으로, 후원금에 대한 세액공제용 기부금영수증은 발급되지 않습니다. 후원은 답례(리워드)가 따르는 구매 형태로 진행되며, 관련 법령에 따른 청약철회권이 보장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