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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자"라 불린 사람들: 예술인이라는 직업의 진실

"무직자"라 불린 사람들: 예술인이라는 직업의 진실

미술 산책 · 발행 2026년 4월 7일 · 씨앗페

"연극배우라고 하자 '무직자'라고 대출담당으로부터 들었던 것." 이 한 줄 증언이 한국 예술인 84.9%가 1금융권에서 배제되는 구조적 문제를 압축한다. 예술인의 노동은 왜 이토록 쉽게 '무직'으로 읽히는가.

"연극배우라고 하자 '무직자'라고 들었습니다"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SAF가 수집한 예술인 증언집에 실린 50대 배우의 실제 경험이다.

"연극배우라고 하자 '무직자'라고 대출담당으로부터 들었던 것."

문장은 짧지만 담긴 것은 많다. 직업이 배우인 사람이, 직업을 밝혔더니 무직자로 분류됐다. 이 역설에 한국 예술인이 금융 시스템과 만나는 방식이 통째로 들어 있다.

대출 담당자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시스템이 설계된 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문제는 그 시스템이 '직업'을 어떻게 정의하는가다.

창구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

은행 대출 심사에서 '직업'은 자기소개가 아니다. 서류다. 심사역이 확인하는 것은 대개 세 가지다. 재직을 증명하는 서류, 소득을 증명하는 서류, 그 소득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짐작하게 하는 흔적.

직장인에게는 이 셋이 한 묶음으로 나온다. 재직증명서,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건강보험 직장가입 자격. 매달 같은 날 같은 액수가 들어오는 통장 내역이 그 위에 얹힌다.

예술인은 이 묶음이 통째로 없거나, 있어도 모양이 다르다. 공연료·원고료·작품 판매 대금은 근로소득이 아니라 사업소득으로 3.3%가 원천징수돼 들어온다. 재직증명서를 떼어 줄 회사가 없으니 대신 소득금액증명원을 낸다.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가 아니라 지역가입자다.

여기서 한 번 더 깎인다. 금융기관은 통장에 찍힌 총수입이 아니라 필요경비를 뺀 인정소득을 기준으로 한도를 계산한다. 재료비·작업실 임차료·외주비를 경비로 신고했다면, 신고를 성실히 했다는 바로 그 이유로 서류상 소득이 줄어든다.

증명이 하나씩 빠질 때마다 신용평가 모형은 그 자리를 '확인되지 않음'으로 채운다.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일정 수를 넘으면 모형은 그 사람을 소득 없는 사람과 같은 칸에 넣는다. 창구 직원이 입 밖에 낸 '무직자'는 모욕이 아니라 그 칸의 이름이었다.

예술 노동은 다르게 생긴 시간을 쓴다

문제의 뿌리는 서류가 아니라 그 서류가 전제하는 시간이다.

프로젝트 기반 고용. 연극배우는 공연 기간에만 계약을 맺는다. 공연이 끝나면 계약도 끝난다. 다음 공연까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공백을 금융 시스템은 '소득 없음', 즉 무직으로 읽는다.

화가, 사진작가, 음악인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완성해 판매하기까지, 작곡해 음반을 내기까지의 기간에는 수입이 거의 없다. 그런데 그 기간이 실은 가장 강도 높게 일하는 시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이 구조가 숫자로 드러난다. 2024년 조사(2023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예술인 5,059명)에서 예술활동으로 얻은 개인 수입은 1인당 연평균 1,055만원이었다. 응답자의 75.7%는 예술창작활동 개인 소득이 연 1,200만원에 못 미쳤다. 달로 환산하면 100만원 아래다. 전업으로 예술만 하는 사람은 52.5%, 나머지 절반가량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겸했다.

같은 조사에서 예술 경력이 끊긴 이유 1순위는 '예술활동 수입 부족'(65.5%)이었다.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다. 창작 노동의 시간 구조가 급여 노동과 다르다는 문제다.

오윤, 〈낮도깨비〉, 1985, 목판(사후판화), 35.8x54cm
오윤, 〈낮도깨비〉, 1985, 목판(사후판화), 35.8x54cm

84.9%가 배제된다는 것의 의미

SAF가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예술인의 84.9%가 1금융권 대출에서 배제된다. 10명 중 8명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다.

그 결과는 어디로 이어지는가.

  • 48.6%가 고금리 대출에 노출된다. 카드론, 대부업, 사채까지.
  • 채권추심을 경험한 예술인의 88.3%가 창작을 중단하거나 포기했다.

창작의 중단. 이것이 이 문제의 최종 피해다. 빚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늘리고, 공연을 포기하고, 붓을 내려놓는 예술인들. 한 배우는 이 과정을 이렇게 증언했다.

"당장의 매달 닥쳐오는 대출금으로 인해 공연을 접고 알바에 집중한 적이 많음."

개인의 실패가 아니다. 정규직 중심으로 설계된 시스템이 예술 노동을 보이지 않게 만든 결과다.

법은 세 번 만들어졌다

한국이 이 문제를 방치해온 것은 아니다. 지난 15년 동안 예술인의 법적 지위를 세우는 법이 세 번 만들어졌다.

2011년, 「예술인복지법」. 그해 1월 안양의 월세방에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이 서른셋에 세상을 떠났다. 지병을 앓으면서도 치료받지 못한 죽음이었다. 예술인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같은 해 11월 17일 법이 공포됐다. 사람들은 이 법을 '최고은법'이라 불렀다. 이듬해 11월 18일 시행과 함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문을 열었다.

이 법은 예술인을 근로자로 규정한 법이 아니다. 예술인을 "예술활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그 활동을 국가가 확인해주는 예술활동증명 제도를 만들었다. 같은 시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면서 프리랜서 예술인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례가 생겼다. 근로자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근로자용 제도에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옆에 하나 낸 셈이다.

2020년, 예술인 고용보험. 12월 10일부터 예술인도 고용보험에 가입해 구직급여와 출산전후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시행 두 달 만에 가입자가 1만 명을 넘었다. 예술인이 '실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게 된 첫 제도다.

2022년,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2021년 9월 24일 공포돼 이듬해 9월 25일 시행됐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를 신장한다고 법 제1조가 밝힌다.

세 개의 법이 공통으로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예술은 직업이다.

그런데 금융에는 닿지 않았다

법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은행의 신용평가 모형은 바뀌지 않았다.

예술활동증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발급하는 문서다. 이 증명이 있으면 재단의 복지사업에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 창구에서 이 서류는 재직증명서를 대신하지 못한다. 고용보험 가입 이력도 마찬가지다. 근로자의 고용보험과 산정 방식이 달라 심사역이 보는 화면에 직장가입자와 같은 형태로 뜨지 않는다.

공적 융자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활동증명을 마친 예술인에게 연 2.5% 고정금리로 생활안정자금을 빌려준다. 시중은행이 흉내내기 어려운 조건이다.

다만 이 융자에는 두 개의 선이 그어져 있다. 한도는 최고 700만원(긴급 생활자금은 500만원)이고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120% 이내여야 한다. 의료비·부모요양비·장례비·결혼자금처럼 쓰임새도 정해져 있다. 갑작스러운 병원비를 막는 데는 유효하지만 개인전 한 번을 준비하거나 작업실 보증금을 마련하는 일에는 닿지 않는다.

법이 인정한 직업인을 금융 시스템이 무직자로 분류하는 상황. 그 간극에서 예술인들은 결국 카드론과 대부업 쪽으로 밀려난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다.

상호부조 기금이 하는 말 — 당신의 직업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SAF의 상호부조 모델이 중요하다. 이 대출은 신용등급을 심사하지 않는다. 예술인 자격, 조합원 사이의 연대와 상호 책임을 보고 대출을 실행한다.

이것이 금융 시스템에 보내는 신호다. "당신이 연극배우라서, 화가라서, 음악인이라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논리를 우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작품 판매 수익이 상호부조 기금이 되고 그 기금이 금융기관 협약을 거쳐 7배 레버리지로 대출 재원이 된다. 연 5% 고정금리. 카드론 15%, 대부업 20%와 비교하면 이자 절감만으로도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달라진다.

이철수, 〈독도-마음바다〉, 2013, 목판·한지, 76×47cm
이철수, 〈독도-마음바다〉, 2013, 목판·한지, 76×47cm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 — SAF 출품 작가들의 이야기

한 가지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

SAF 2026에 출품한 175명의 작가들은 이 금융 차별의 당사자가 아니다. 이들은 동료 예술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이다. 작품을 내어 기금을 만들고 그 기금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구조에 기꺼이 합류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당신의 직업이 예술이라는 이유로 금융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이 연대가 있었기에 2022년 12월부터 354건의 대출이 실행됐다.

예술인이라는 직업. 그것은 무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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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문화체육관광부, 「2024 예술인 실태조사」(조사 기준연도 2023년, 전국 17개 시도 예술인 5,059명)
  • 「예술인 복지법」(2011.11.17 공포, 2012.11.18 시행) ·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2021.9.24 공포, 2022.9.25 시행)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융자(artloan.kr) 사업 안내 — 금리·한도·자격 요건은 변동될 수 있으므로 신청 전 재단 공지를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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