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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자"라 불린 사람들: 예술인이라는 직업의 진실

"무직자"라 불린 사람들: 예술인이라는 직업의 진실

미술 산책 · 발행 2026-04-07 · 씨앗페

"연극배우라고 하자 '무직자'라고 대출담당으로부터 들었던 것." 이 한 줄 증언이 한국 예술인 84.9%가 1금융권에서 배제되는 구조적 문제를 압축한다. 예술인의 노동은 왜 이토록 쉽게 '무직'으로 읽히는가.

"연극배우라고 하자 '무직자'라고 들었습니다"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SAF가 수집한 예술인 증언집에 실린 50대 배우의 실제 경험이다.

"연극배우라고 하자 '무직자'라고 대출담당으로부터 들었던 것."

짧은 한 문장이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직업을 밝혔더니 무직자로 분류됐다. 이 역설 안에 한국 예술인이 금융 시스템과 만나는 방식이 통째로 들어 있다.

대출 담당자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그는 시스템이 설계된 대로 작동했다. 문제는 그 시스템이 '직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있다.

예술인의 노동 구조는 다르게 생겼다

한국의 금융 시스템이 직업인을 판별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정규직 근로자이거나, 안정적 매출이 증명되는 사업자이거나.

예술인은 대부분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술 노동의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기반 고용(project-based employment). 연극배우는 공연 기간에만 계약을 맺는다. 공연이 끝나면 계약도 끝난다. 다음 공연까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공백은 금융 시스템에서 '소득 없음', 즉 무직으로 읽힌다.

화가, 사진작가, 음악인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완성하고 판매하기까지, 작곡하고 음반을 출시하기까지의 기간 동안엔 수입이 거의 없다. 그런데 그 기간이 실은 가장 강도 높게 일하는 시간이다.

이것은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다. 창작 노동의 시간 구조가 급여 노동과 다르다는 문제다.

오윤, 〈낮도깨비〉, 1985, 목판(사후판화), 54.5×36cm
오윤, 〈낮도깨비〉, 1985, 목판(사후판화), 54.5×36cm

84.9%가 배제된다는 것의 의미

SAF가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예술인의 84.9%가 1금융권 대출에서 배제된다. 10명 중 8명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는 어디로 이어지는가.

  • 48.6%가 고금리 대출에 노출된다. 카드론, 대부업, 사채까지.
  • 채권추심을 경험한 예술인의 88.3%가 창작을 중단하거나 포기했다.

창작의 중단. 이것이 이 문제의 최종 피해다. 빚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늘리고, 공연을 포기하고, 붓을 내려놓는 예술인들. 한 배우의 증언은 이 과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당장의 매달 닥쳐오는 대출금으로 인해 공연을 접고 알바에 집중한 적이 많음."

개인의 실패가 아니다. 정규직 중심으로 설계된 시스템이 예술 노동을 비가시화한 결과다.

한국 예술인의 법적 지위 —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한국에는 「예술인복지법」이 있다. 2011년에 제정됐고, 2012년부터 시행됐다. 예술인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산재보험 가입을 가능하게 했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2020년 12월 별도로 시행됐다.)

법은 있다. 하지만 실효성은 제한적이다. 예술인 고용보험의 실제 가입률은 여전히 낮고, 적용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구조다. 법으로 예술인을 노동자로 선언했지만,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다른 기준으로 이들을 본다.

이 간극이 문제다. 법이 인정한 직업인을 금융 시스템이 무직자로 분류하는 상황. 그 사이에서 예술인들은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

상호부조 기금이 하는 말 — 당신의 직업을 인정합니다

SAF의 상호부조 모델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대출은 신용등급을 심사하지 않는다. 예술인 자격, 그리고 조합원 간의 연대와 상호 책임을 기반으로 대출을 실행한다.

이것이 금융 시스템에 보내는 신호다. "당신이 연극배우라서, 화가라서, 음악인이라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논리를 우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작품 판매 수익이 상호부조 기금이 되고, 그 기금이 금융기관 협약을 통해 7배 레버리지로 대출 재원이 된다. 연 5% 고정금리. 카드론 15%, 대부업 20%와 비교하면, 이자 절감만으로도 창작 활동의 지속 가능성이 달라진다.

이철수, 〈독도-마음바다〉, 2013, 목판·한지, 76×47cm
이철수, 〈독도-마음바다〉, 2013, 목판·한지, 76×47cm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 — SAF 출품 작가들의 이야기

한 가지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

SAF 2026에 출품한 127명의 작가들은 이 금융 차별의 당사자가 아니다. 이들은 동료 예술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이다. 작품을 내어 기금을 만들고, 그 기금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구조에 기꺼이 합류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당신의 직업이 예술이라는 이유로 금융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이 연대가 있었기에, 2022년 12월부터 354건의 대출이 실행될 수 있었다.

예술인이라는 직업. 그것은 무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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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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