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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권 · 1956–

나무에 스민 수묵,
칼끝의 산하

수묵으로 한국의 산을 새기는 목판화가 — 물과 칼과 나무가 한 호흡.국토의 산하와 연대에 뿌리내린 40년 목판 외길.

나무는 물을 기억한다 —
수묵으로 한국을 새긴 판화가

김준권은 1956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1982년 홍익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그는 미술교사가 됐고, 가르치는 일을 통해 1980년대 미술교육운동에 합류했다 — 한국 사회가 격렬하게 들끓던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가입한 일이 1989년 강제 해직으로 이어졌다.

그 전환점이 전업 판화가의 삶을 열었다. 민미협과 민예총의 조직 활동을 거치며 그는 칼을 영원한 도구로 삼았다. 가르치는 일이 하나의 공적 헌신이었다면, 판화는 또 다른 헌신이었다: 복사·배포·손에 쥘 수 있는 이미지로 한국 민중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리놀륨·목판 작업.

1994년부터 1997년까지, 김준권은 동아시아 판화의 최고 기관 중 하나인 중국 루쉰미술대학에서 목판화를 수련했다. 그곳에서 수성 다색목판화 기법 — 나무판 위에 물과 먹을 겹겹이 눌러 음조를 쌓아가는 방법 — 에 대한 이해를 깊였다. 동아시아 수묵 전통과의 이 만남이 그의 미학을 바꾸었다: 한국 목판화가 강한 검은 선과 평면적 색으로 정의되던 곳에서, 김준권은 그라데이션의 판화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 산안개를 물·먹의 겹으로 표현하고, 전통 수묵화의 대기적 깊이를 새긴 판에 옮겨놓는 것.

1997년, 그는 충북 진천군 백곡면에 한국목판문화연구소를 개설하고 지금껏 그곳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 작업실이 아니라 연구·교육·전통 계승의 현장이 되었다. 2017년부터는 한국목판문화원 원장으로 활동하며 커뮤니티 목판대학을 이끌고, 목판화를 살아있는 전통으로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의 작업이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은 2018년 4월 27일이다. 2009년 48개의 판목으로 완성한 대작 〈산운(山韻)-0901〉 — 백두대간의 장대한 능선을 겹겹이 쌓인 먹의 농담으로 표현한 수묵 목판화 — 이 판문점 평화의 집 벽면에 내걸린 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 그림 앞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는 장면이 전 세계로 중계됐다. 분단된 두 나라의 지도자가 공통의 산맥 앞에서 만나는 장면이, 수묵 목판화의 언어로 담겼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수묵과 칼이 하는 일

  • 1

    물과 나무, 하나의 매체

    김준권의 수성 다색목판화는 새긴 나무 위에 수묵의 음조를 겹겹이 쌓아 대기적 깊이를 만든다 — 산안개, 능선 그림자, 빛의 농담을 전통 수묵화의 방식으로, 그러나 목판의 물리적 저항을 통해 실현한다.

  • 2

    한국의 산하를 주제로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 한반도의 거대한 능선 — 이 김준권의 주요 작업에서 반복되는 주제다. 한국의 산야를 직접 답사하며 쌓은 현장 경험이, 지리적·역사적·정치적 무게를 동시에 담은 판화로 이어진다.

  • 3

    장인정신으로 잇는 전통

    주요 목판화 한 점에 다섯 판 이상의 새기기와 찍기가 담긴다. 이 강도 높은 노동은 김준권이 이해하는 예술과 분리될 수 없다: 한국목판문화원과 커뮤니티 목판대학을 통해 살아있는 전통으로 이어가는 목판화.

작가의 시간

  1. 1956전남 영암 출생.
  2. 1982홍익대학교 미술교육과(서양화) 졸업. 미술교사로 활동.
  3. 1989전교조 가입으로 교직 강제해직. 민미협·민예총 활동을 통해 전업 판화가의 길로.
  4. 1994–97중국 루쉰(魯迅)미술대학 목판화 연구원·객원교수. 수성 다색목판화 기법 연마.
  5. 1997충북 진천군 백곡면에 한국목판문화연구소 개설.
  6. 200948개의 판목으로 〈산운(山韻)-0901〉 완성 — 백두대간을 수묵으로 담은 대작.
  7. 2017한국목판문화원 원장 취임. 커뮤니티 목판대학 개설.
  8. 2018〈산운(山韻)-0901〉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 내걸린 채 남북정상회담 현장 배경으로 전 세계에 중계됨.
  9. 2022서울 예술의전당 개인전 〈산의 노래〉.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회고전(1985–2022).
  10. 2026동료 예술인과의 연대로 씨앗페 온라인 참여.

주요 전시 및 소장처

  • 서울 예술의전당 〈산의 노래〉 (2022)
  • 진천 생거판화미술관 〈김준권 WALKING THE MOTHERLAND〉 (2022–2023)
  •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회고전 〈칼의 노래, 판의 노래, 삶의 노래〉 (2022)
  • 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
  • 중국 루쉰미술대학 명예 부교수(1996~); 한국목판문화원 원장(2017~)

세 편의 에세이 —
수묵과 산하와 40년 외길에 관하여

1수묵의 정신을 새긴 목판

한국의 근현대 목판화는 크게 두 가지 전통을 물려받았다. 하나는 정치적 긴박함의 검은 선 판화 — 복사·배포가 가능하고 빠르게 읽힐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다른 하나는 윤곽선보다 음조와 농담이 중요한 동아시아 수묵화의 느리고 겹겹이 쌓인 대기적 전통. 김준권의 독보적 기여는 이 두 전통을 하나의 실천 안에서 통합한 것이다.

그가 개척한 기법 — 수성 다색목판화 — 은 하나의 판으로 한 번 찍는 것이 아니라 겹겹이 쌓아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러 판목을 새기고 순서대로 찍어, 각 레이어가 하나의 음조 층위를 더한다. 먹은 수성이라 반응이 살아있다 — 약간 번지고, 가장자리에서 깃털처럼 퍼지며, 붓의 즉흥성 없이도 수묵화를 특징짓는 대기적 깊이를 만든다. 대신, 농담은 계획되고 새겨진다 — 각각의 음조 변화가 첫 번째 인쇄 전에 이미 결정된 선택이다.

평론가 박영택은 김준권의 수성 다색목판화가 한국 현대 산수화의 방향을 제시할 만큼 독보적 위치를 점유한다고 평했다 —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미학적 계보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새기는 신체적 규율과 복수 인쇄의 민주적 가능성을 담은 매체로 실현된다. 물과 나무는, 김준권의 실천에서, 대립이 아니라 짝이다.

2한국의 산하

김준권 성숙기 작업의 주제는 한국의 산하 — 구체적으로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한반도의 척추를 이루는 거대한 산줄기다. 걷고 스케치하고 지형 안에서 머물며 쌓은 지속적 현장 답사는, 풍경의 묘사가 아니라 지형적 주장으로서의 판화가 된다: 이 땅은, 그 온전한 지질학적 무게로, 인위적인 분단선을 가로질러 존재한다.

이 주제의 정치적 무게는 김준권의 전기와 분리될 수 없다. 민중미술 운동에 참여했던 그는, 반도의 분단이 일상의 구조적 사실이던 한국에서 예술가로 성장했다. 백두대간을 하나의 연속된 능선으로 그리는 것 — 기술적으로 북한 땅인 백두산을 수묵으로 표현하는 것 — 은 예술적 통일의 행위다. 산은 국경을 알지 못한다.

2009년 완성한 대작 〈산운(山韻)-0901〉이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 내걸렸을 때, 이 정치적 해석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나라의 지도자가 공통의 산맥을 배경으로 만나는 장면이, 48개 층위의 수묵 목판화로 담겨 전 세계로 중계됐다. 산은, 먹의 언어로, 외교관들이 아직 협상 중이던 것을 이미 말하고 있었다.

3교사에서 판화가로, 40년 외길

김준권이 판화가의 길로 들어선 출발점은 교실이었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중학교 미술교사로 일하던 그는, 가르치는 일을 통해 1980년대 미술교육운동에 합류했다 — 한국 학교의 미술 교육을 암기식에서 학생들의 사회적 현실과 연결된 방향으로 바꾸려는 노력. 그 참여가 그를 전교조로 이끌었고, 1989년 가입이 정치적 결과를 낳자 해직됐다.

해직은 하나의 공적 역할을 닫고 또 다른 역할을 열었다. 민미협과 민예총의 조직 네트워크를 통해 김준권은 전업 예술가이자 운동 조직자로 일했다. 키워오던 판화 기술이 운동이 유통시키는 이념처럼, 유통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실천으로 깊어졌다.

중국에서 보낸 4년(1994–1997)은 두 번째 전환점이었다: 헌신으로부터의 이탈이 아니라 기술의 심화. 귀국 후 그는 서울이 아닌 충청북도 진천을 선택했다 — 미술시장의 지리가 아닌 특정 풍경 안에 실천을 뿌리내리는 선택. 1997년 개설한 한국목판문화연구소는 한국목판문화원으로 성장해, 목판화를 살아있는 공예로 보존·전승하는 국가적 기관이 됐다. 첫 목판 작업에서 40년이 지난 지금도, 김준권은 진천의 작업실에서 산을 새기고 있다 — 한 층씩, 한 번에.

1980년대 민중판화에서 판문점 평화의 집 벽면까지, 김준권은 같은 실천을 이어왔다: 한국이 어떻게 생겼는지 — 산과 계절과 긴 정치의 날씨로 — 를 나무결에 새기고, 종이에 찍어 다른 이들이 손에 쥘 수 있게 하는 일. 그는 씨앗페에 금융 차별의 당사자로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과의 연대자로서 함께한다 — 40년의 판화가 섬겨온 자유 안에서 다음 세대의 예술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작품

WOODB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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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상호부조

김준권 작가는 동료 예술인을 위한 연대의 뜻으로 씨앗페에 함께했습니다. 작품 판매 수익은 전액 예술인 상호부조 대출 기금으로 이어집니다. 작품 한 점의 구매가, 오늘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 한 사람의 다음 한 달이 됩니다.

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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