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려야 한다는 충동
삶을 담은 얼굴
200~300호 대작에 담은 노인의 얼굴.겹쳐진 선과 붓질이 변화하는 인상을 한 화면에 붙든다.
겹쳐 그린 얼굴 —
한 사람의 생이 응축된 한 얼굴
심현희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며 수묵과 인물의 정통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일찍부터 자기 세대를 지배하던 범주들에서 한 발 비켜서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한국 화단은 크게 두 축으로 갈려 있었다 — 한쪽엔 민중미술의 거대 서사가, 다른 한쪽엔 기성 동양화단의 수묵 중심주의가. 심현희는 이 이분법을 거부했다. 장르의 경계나 수사적 입장에 줄을 서는 대신, 그는 더 단순하고 더 끈질긴 것에 시선을 두었다 — 그려야 한다는 충동 그 자체에.
그의 변함없는 소재는 인물, 그중에서도 노인의 얼굴이다 — 삶의 궤적이 응축된 얼굴. 그는 이 얼굴들을 200호에서 300호에 이르는 대작에 담는다. 화면에 남기는 자국은 단호한 단일 선이 아니라 여러 겹으로 포개진 선과 붓질이어서, 변화하는 인상의 흐름이 한 화면 안에 붙들린다. 인물 곁에는 꽃과 민화적 도상, 일상의 기물을 병치한다.
그의 작업은 한 매체에 머물지 않고 재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 수묵에서 장지 농채로, 다시 캔버스·아크릴로. 제목은 직관적이고 간결하게 남는다 — 〈머리 묶은 애〉, 〈꽃을 보다〉 — 일상에서 마주하는 절실하고 솔직한 대상을 그대로 부른다.
주요 테마
- 1
노인의 얼굴
삶의 궤적이 응축된 한 얼굴을 200~300호 대작으로. 한 사람의 생을 기념비적 규모로 그린다.
- 2
겹쳐진 선과 붓질
단일 선이 아니라 여러 겹의 선과 붓질. 변화하는 인상의 흐름을 한 화면에 담는다.
- 3
이분법을 거부한 독자 노선
거대 서사와 수묵 중심주의의 이분법을 거부하고 재료의 경계를 넘는다 — 수묵에서 장지 농채로, 다시 캔버스·아크릴로.
작가의 시간
- 1982중앙미술대전 장려상 수상.
- 1990금호미술관 개인전; 단체전 〈젊은 모색 90〉, 국립현대미술관.
- 1991송원화랑 개인전; 단체전 〈한국화-오늘과 내일〉, 워커힐 미술관.
- 1992토 아트 스페이스 개인전; 단체전 〈현대 한국 회화전〉, 호암 갤러리.
- 1994서경 갤러리 개인전.
- 1996금호미술관 개인전.
- 1997단체전 〈우리시대의 초상-아버지〉, 성곡미술관; 광주비엔날레 〈지구의 여백〉.
- 1999동산방 화랑 개인전; 〈중앙미술대전 역대 수상작가 초대전〉, 호암 갤러리 초대.
학력 및 주요 전시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동양화 전공)
- 개인전: 금호미술관(1990·1996), 송원화랑(1991), 토 아트 스페이스(1992), 서경 갤러리(1994), 동산방 화랑(1999)
- 단체전: 〈젊은 모색 90〉(국립현대미술관, 1990), 〈한국화-오늘과 내일〉(워커힐 미술관, 1991), 〈현대 한국 회화전〉(호암 갤러리, 1992), 〈우리시대의 초상-아버지〉(성곡미술관, 1997), 광주비엔날레 〈지구의 여백〉(1997)
- 수상: 중앙미술대전 장려상 (1982)
세 편의 에세이 —
얼굴과 그려야 한다는 충동에 관하여
1이분법을 거부한 자리 — 독자 노선
심현희가 화가로서 자리를 잡던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한국 미술은 마치 두 개의 기성 입장을 내미는 듯했다. 한쪽에는 집단의 역사를 향한 민중미술의 거대 서사가, 다른 한쪽에는 기성 동양화단과 그 수묵 중심주의가 있었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한쪽 편을 드는 일이었다.
심현희는 그 선택을 거절했다.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며 수묵과 붓, 인물에 대한 정통 수련을 받은 그는 정통의 자격은 갖췄으되 그 진영의 충성은 갖지 않았다. 거대 서사의 수사 또한 취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구체적인 것에 머물렀다 — 눈앞의 얼굴, 그것을 그리려는 충동, 그 일에 가장 맞는 재료에.
그 거절은 시대로부터의 퇴장이 아니라 시대 안에 있는 다른 방식이었다. 어느 진영으로도 분류되기를 거부함으로써, 그는 구호가 아니라 대상을 따를 수 있도록 시선을 비워 두었다 — 그리고 그 대상은 거듭, 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2노인의 얼굴, 200~300호
심현희 작업에 거듭 나타나는 소재는 인물, 그중에서도 노인의 얼굴이다. 삶의 궤적이 응축된 얼굴 — 세월이 표정으로, 다문 입과 눈의 무게로 모여든 얼굴이다.
그는 이 얼굴들을 크게 그린다. 200호에서 300호에 이르는 대작, 평범한 한 얼굴을 마주 서야 할 무엇으로 바꾸는 기념비적 규모다. 그 만듦은 단호한 단일 선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겹쳐 그린다 — 선 위에 선, 붓질 위에 붓질을 포개어 — 그래서 얼굴은 하나의 고정된 표정으로 가라앉지 않고, 변화하는 인상을 한 화면 안에 붙든다. 축적이 곧 핵심이다. 한 얼굴은 하나의 표정이 아니라 여럿이 모인 것이다.
인물 곁에 그는 꽃과 민화적 도상, 일상의 기물을 둔다 — 얼굴을 우의(寓意)로 들어 올리는 대신 일상의 결 안에 머물게 하는 조용한 사물들의 동행이다.
3재료의 경계를 넘어
심현희의 수련은 수묵에서 출발했지만 그의 작업은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수묵에서 장지 농채로, 다시 캔버스·아크릴로 옮겨 갔다. 매번의 이동은 강령이 아니라 작업을 따른 것이었다 — 어떤 얼굴이 요청하는 듯한 바에 맞춰 재료를 고르는 식으로.
제목은 같은 간결함을 지킨다. 〈머리 묶은 애〉, 〈꽃을 보다〉 — 수사적 틀 없이 보이는 것을 곧장 가리키는 이름들이다. 그 직접성은 작업 전체와 한 결이다. 미술이 으레 정리해 넣으려는 범주가 아니라, 일상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절실하고 솔직한 대상에 시선을 둔다.
이분법의 거절, 겹쳐 그린 기념비적 얼굴, 재료의 경계 넘기 — 이 모두를 한데 모으면, 그의 작업은 하나의 끈질긴 시선의 선을 따른다. 심현희는 씨앗페에 이 캠페인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과의 연대자로서 함께한다. 그의 뒤에서 그림을 그릴 이들이, 금융 차별이 예술인의 삶에 지우는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고 일할 수 있도록.
동양화의 정통 수련에서 분류되기를 거부하는 캔버스까지, 심현희의 작업은 하나의 소박한 물음을 추구해 왔다: 한 사람의 얼굴 — 한 생애 전체를 — 한 화면 안에 붙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재료와 세월을 가로질러 구축된 그 대답이, 살아날 때까지 겹쳐 그린 한 얼굴이다.
주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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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희 작가는 동료 예술인을 위한 연대의 뜻으로 씨앗페에 함께했습니다. 작품 판매 수익은 전액 예술인 상호부조 대출 기금으로 이어집니다. 작품 한 점의 구매가, 오늘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 한 사람의 다음 한 달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