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이 나무를 깎고,
몸이 노동을 새긴다
농부와 노동자, 곁에 있는 소박한 사물들.흰 여백 위 굵은 선 —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목판화.
파견미술가의 칼 —
노동의 목판
이윤엽은 농부와 노동자, 곁에 있는 소박한 사물들을 재치 있게 표현하는 목판화가입니다. 흰 여백 위에 굵은 선으로 새긴 그의 작품은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목판화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거친 선이 도리어 애정으로 읽히는, 목판이라는 매체의 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화면입니다.
이윤엽에게 목판화는 단순한 표현 기법을 넘어섭니다. 나무를 깎고 도구를 다루며 몸을 움직이는 매체로서, 목판화는 노동을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깎는 행위는 노동을 아는 사람들과의 공감을 만들거나,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냅니다. 그는 공장 바닥에 까는 고무판을 조각도로 깎아 작품을 새기기도 했습니다.
그의 첫 판화 작품인 〈산드래미 최씨〉(1996)는 당시 작가가 살던 곳 가까이에 살던 이웃 농민을 재현한 것입니다. 이 첫 작품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판화를 매체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이윤엽은 스스로를 ‘파견미술가’라 부르며, 파업·시위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판화를 제작합니다. 작업실 밖, 노동이 살아 있는 자리로 목판을 들고 나가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이미지를 새기는 액티비스트로서의 실천입니다.
주요 테마
- 1
굵은 선, 흰 여백
농부·노동자·소박한 사물을 흰 여백 위 굵은 선으로.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목판화의 결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 2
노동으로서의 목판
나무를 깎고 도구를 다루며 몸을 움직이는 매체. 목판화는 노동을 안에서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 3
파견미술가
작업실 밖으로 목판을 들고 나가, 파업·시위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판화를 제작합니다.
작가의 시간
- 1996첫 판화 〈산드래미 최씨〉 — 이웃 농민을 재현. 이후 본격적으로 판화를 매체로 삼음.
- 2012구본주 예술상 수상.
- 2015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광주시립미술관.
- 2017〈층과 층 사이〉, 과천 현대미술관.
- 2019〈광장: 미술과 사회〉, 국립현대미술관.
- 2020〈판화, 판화, 판화〉, 국립현대미술관.
- 2024개인전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동두천 생태평화 미술관 더꿈.
- 2025〈잘린문장 열린광장〉, 민주화운동기념관.
16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이어 왔습니다.
수상·소장·저서
- 수상: 구본주 예술상 (2012)
-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일본 사키마 미술관,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등
- 저서: 『나는 농부란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등
세 편의 에세이 —
칼과 들과 거리에 관하여
1첫 판화 — 〈산드래미 최씨〉
이윤엽의 첫 판화 〈산드래미 최씨〉(1996)는 거창한 주제에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한 이웃에서 시작했습니다 — 당시 작가가 살던 곳 가까이에 살던 농민. 목판에서 떠오른 얼굴은 평범한 얼굴이었고, 훗날 작가의 서명이 될 굵고 느긋한 선으로 새겨졌습니다.
상징이 아니라 손이 닿는 거리의 사람에서 시작한다는 그 선택이, 이후의 모든 작업의 방향을 정했습니다. 이 첫 작품 이후 이윤엽은 본격적으로 판화를 매체로 삼았습니다. 주제는 한결같았습니다. 농부와 노동자, 그리고 일하는 삶의 소박한 사물들을, 재치와 분명한 애정으로 새기는 일.
2노동을 이해하는 매체로서의 목판
이윤엽에게 목판화는 그림을 만드는 방법만이 아닙니다. 나무를 깎고 도구를 다루며 몸을 움직이는 매체이며, 바로 그 물성에 의미가 있습니다. 새기는 노동은 그에게 노동 그 자체를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작품을 만드는 일 자체가 일종의 노동이기에, 깎는 행위는 노동을 아는 사람들과의 공감을 만들거나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냅니다. 재료의 선택도 같은 논리를 따릅니다. 그는 공장 바닥에 까는 고무판을 조각도로 깎아, 산업 현장의 표면을 이미지가 될 때까지 새기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는 형식과 주제가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판화들입니다. 굵은 선의 투박함은 노동하는 몸에 바깥에서 입힌 양식이 아니라, 노동하는 손이 나무에 남긴 흔적입니다.
3파견미술가 — 현장에서 새기는 판화
이윤엽은 스스로를 ‘파견미술가’라 부릅니다. 그 말은 지위가 아니라 실천을 가리킵니다. 작업실 밖, 파업과 시위의 현장으로 목판을 들고 나가, 그곳에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판화를 제작하는 일.
그것은 작품이 다루는 사람들 위가 아니라 곁에 작가를 놓는 작업 방식입니다. 이미지는 멀찍이서 구성되어 나중에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 노동과 처지를 담는 바로 그 사람들과 함께, 현장에서 새겨집니다. 이 실천 속에서 목판은 가장 오래된 기능 하나로 돌아갑니다 — 여러 손 사이에서 빠르고 직접적으로 나눠 가지도록 만들어진 미술.
16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거치며, 또 국립현대미술관·경기도미술관과 일본 사키마 미술관·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의 소장으로 이어지며, 이윤엽의 작업은 같은 믿음을 품어 왔습니다. 노동의 미술은 노동이 살아 있는 자리에서 만들어질 때 가장 선명하다는 믿음입니다.
나무에 새긴 첫 이웃의 얼굴에서 파업 현장의 바닥에서 만든 판화까지, 이윤엽의 작업은 하나의 생각을 추구해 왔습니다. 새긴다는 것은 노동을 이해하는 일이자 나누는 일이라는 것. 그는 씨앗페에 이 캠페인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과의 연대자로서 함께합니다 — 다음 세대의 예술인들이 다른 이들이 짊어진 장벽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주요 작품
총 9점의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윤엽 작가는 동료 예술인을 위한 연대의 뜻으로 씨앗페에 함께했습니다. 작품 판매 수익은 전액 예술인 상호부조 대출 기금으로 이어집니다. 작품 한 점의 구매가, 오늘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 한 사람의 다음 한 달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