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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SAF Through the Artists’ Own Words: Fourteen Sentences from Artwork Descriptions, Set Beside the Images Under Memory, Care, Nature and Daily Life

Art Knowledge · Published Oct 5, 2026 · Seed Art Festival

The artist note on a SAF artwork page carries a description of the work, and some of these are written by the artists themselves. Fourteen works are grouped here under memory and mourning, care and relationship, nature and time, and daily life, and each sentence is read next to what the image shows.

Korean original — English translation pending

작가의 말로 읽는 씨앗페 — 작품 설명에 적힌 문장 열네 개를 기억·돌봄·자연·일상 네 갈래로 도판 곁에 놓고

이열, 〈푸른 조명을 받은 녹색 올리브나무, 2018〉, Hahnemühle Baryta FB, pigment ink-jet print, 62x42cm — 어두운 청록 하늘 아래 꼬이고 갈라진 줄기 위로 초록과 푸른 빛을 받은 수관이 펼쳐진 올리브나무 한 그루
이열, 〈푸른 조명을 받은 녹색 올리브나무, 2018〉, Hahnemühle Baryta FB, pigment ink-jet print, 62x42cm — 어두운 청록 하늘 아래 꼬이고 갈라진 줄기 위로 초록과 푸른 빛을 받은 수관이 펼쳐진 올리브나무 한 그루

씨앗페 작품 페이지에는 '작가 노트'라는 제목 아래 작품 설명이 실려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끝나는 설명도 있고, 여러 문단이 이어지는 설명도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나'나 '저'가 직접 나와 작가가 자기 작업을 자기 말로 적은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런 문장을 도판 곁에 놓고 읽습니다.

질문은 하나입니다. 작가가 쓴 낱말은 화면의 어느 자리와 닿는가. 글에서 따옴표로 묶은 문장은 작품 페이지에 실린 그대로입니다. 문장의 뜻을 풀어 말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같은 작품의 도판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을 곁에 적습니다. 어떻게 읽을지는 도판과 문장을 함께 본 분이 정합니다.

열네 점을 네 갈래로 묶었습니다. 기억과 애도의 말(4점), 돌봄과 관계의 말(4점), 자연과 시간의 말(3점), 일상의 말(3점)입니다.

귀속을 읽는 법

작품 설명 안에 '나'나 '저'가 직접 나오면 이 글은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라고 적습니다. 열네 점 가운데 이유지, 최재란, 이열, 신미란, 홍진희, 조신욱의 여섯 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 밖의 여덟 점은 "작품 설명에 따르면" 또는 "작품 설명은"으로 적었습니다. 정미숙, 김기영, 정서온, 이은화, 김규학, 예미킴, 김주희, 남진현의 작품입니다.

기억과 애도의 말

정미숙 〈아버지〉 — 날짜까지 적힌 한 문장

작품 설명에 따르면 이 그림은 "유년시절의 문화적인 정서와 깊은 사랑을 주신 아버지이며 1980년 초가을에 먼길 떠난 아버지를 그리움으로 표현했다"는 작품입니다. 설명은 한 문장이고, 날짜는 '1980년 초가을'까지 적혀 있습니다.

정미숙, 〈아버지〉, 유화, 38x45.5cm — 보랏빛이 도는 짙은 머리칼을 비스듬한 붓자국으로 쓸어 올린 남자의 얼굴이 화면을 채우고 배경은 왼쪽이 어두운 남색 오른쪽이 밝은 청색이다
정미숙, 〈아버지〉, 유화, 38x45.5cm — 보랏빛이 도는 짙은 머리칼을 비스듬한 붓자국으로 쓸어 올린 남자의 얼굴이 화면을 채우고 배경은 왼쪽이 어두운 남색 오른쪽이 밝은 청색이다

도판에서는 남자의 얼굴이 화면 대부분을 채웁니다. 보랏빛이 도는 짙은 머리칼이 붓자국을 남기며 비스듬히 쓸려 있고, 눈두덩과 눈썹에도 같은 보라색 선이 지나갑니다. 입은 다물렸고 입술은 옅은 분홍입니다. 흰 깃이 달린 갈색 윗옷을 입었고, 배경은 왼쪽이 어두운 남색, 오른쪽이 세로 붓결이 보이는 밝은 청색입니다.

이유지 〈염원의 안식처〉 — 실과 붓질을 말하는 설명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의 작업은 안식처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소재를 설명하는 대목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엉켜진 실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기억에서 비롯된 상처를 꿰매는 치유의 실로 등장하며, 중첩된 붓질은 쌓인 기억과 수행의 과정을 나타낸다." 재료에 대해서는 "유화와 형광 안료를 사용하여 조명 아래에서 발광하는 시각적 파라다이스를 연출하고"라고 적었습니다.

이유지, 〈염원의 안식처〉, Oil on canvas, 45.5x45.5cm — 위에서 가는 연둣빛 선이 커튼처럼 드리우고 아래 물 위에 동심원이 퍼지며 빛 한 줄기가 곡선으로 솟는다
이유지, 〈염원의 안식처〉, Oil on canvas, 45.5x45.5cm — 위에서 가는 연둣빛 선이 커튼처럼 드리우고 아래 물 위에 동심원이 퍼지며 빛 한 줄기가 곡선으로 솟는다

정사각 화면의 위쪽 절반에서는 가는 연둣빛 선이 한 올씩 위에서 아래로 늘어져 커튼처럼 내려오고, 그 사이에 별처럼 보이는 흰 점이 박혀 있습니다. 한가운데 아래쪽 물 위에는 동심원이 퍼지고, 거기서 빛 한 줄기가 곡선을 그리며 솟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에는 분홍·보라·주황 꽃이 달린 초록 덤불이 있고, 오른쪽 뒤로 황토색 바위 언덕이 보입니다. 아래는 청록과 남색이 층을 이룬 물입니다.

최재란 〈쿼크의시간#133〉 — 줍고 채집한 것들의 검은 바탕

이 작품의 설명은 첫머리에 'Artist’s Statement'라는 제목과 이름이 적힌 글입니다. 작가는 작업 방식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산책 중에 만나는 자연물—떨어진 꽃잎, 열매, 작은 씨앗 등—을 줍고 채집하여 정물(Still Life)적 구성을 한 후 우주의 보이지 않는 시간을 상징적으로 드로잉하여 시간의 방향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글의 뒷부분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소멸해가는 존재에 대한 애도와, 나의 우주 속에서 영원히 빛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최재란, 〈쿼크의시간#133〉, Archival pigment print, 30x40cm — 검은 바탕 위에 갈색 덩굴이 굽이치고 푸른 알갱이 송이가 줄지어 매달렸으며 위아래에 흰 무늬 띠가 놓였다
최재란, 〈쿼크의시간#133〉, Archival pigment print, 30x40cm — 검은 바탕 위에 갈색 덩굴이 굽이치고 푸른 알갱이 송이가 줄지어 매달렸으며 위아래에 흰 무늬 띠가 놓였다

도판은 온통 검은 바탕입니다. 가는 갈색 덩굴이 화면 가운데에서 크게 굽이치고, 덩굴 사이로 푸른 알갱이가 송이를 이루어 위아래로 줄지어 매달렸습니다. 푸른 낱알에 노랑과 분홍 낱알이 섞여 화면 양옆에 흩어져 있고, 왼쪽 아래에는 초록 잎 한 무더기가 모여 있습니다. 맨 위와 맨 아래에는 흰 선으로 짠 듯한 무늬 띠가 가로로 한 줄씩 놓여 있습니다.

이열 〈푸른 조명을 받은 녹색 올리브나무, 2018〉 — 나무에게 건네는 예

글머리의 도판입니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올리브나무를 처음 본 순간을 적습니다. "그 몸통의 뒤틀림, 갈라짐, 사라짐이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이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죽은 가족, 죽은 친구, 죽은 연인을 기억하기 위한 의식을 우리는 한다." 나무가 말을 거는 것 같았다는 대목에서는 그 말을 "듣는 이에게만 들리고, 느끼는 이만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미풍"이라고 적었습니다.

도판은 어두운 하늘 아래의 풍경입니다. 한가운데에 올리브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굵은 줄기는 회청색으로 꼬이며 세로로 깊이 갈라졌습니다. 수관은 위쪽이 초록, 아래쪽과 오른쪽 가장자리가 푸른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뒤로는 어두운 나무들이 검게 서 있고, 하늘은 어두운 청록입니다. 가로로 긴 화면이고 나무가 한가운데 놓여 있습니다.

돌봄과 관계의 말

김기영 〈What I carry #1〉 — 저마다 안고 사는 것

작품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마음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어서 "누군가는 책임을, 누군가는 추억을, 또 누군가는 어린 시절의 따뜻했던 마음을 품고 하루를 살아갑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김기영, 〈What I carry #1〉, 장지에혼합채색, 37.9x45.5cm — 베이지 외투에 갈색 가방끈을 사선으로 멘 사람이 둥근 안경을 쓴 곰 인형을 팔에 끼워 안고 있다
김기영, 〈What I carry #1〉, 장지에혼합채색, 37.9x45.5cm — 베이지 외투에 갈색 가방끈을 사선으로 멘 사람이 둥근 안경을 쓴 곰 인형을 팔에 끼워 안고 있다

도판에서는 사람의 얼굴이 화면 위로 잘려 나가고 몸통만 남았습니다. 베이지색 외투 속에 파란 브이넥을 입었고, 갈색 가방끈이 어깨에서 사선으로 내려옵니다. 둥근 금테 안경을 쓴 곰 인형이 팔과 옆구리 사이에 끼워져 안겨 있고, 곰의 이마와 다리에는 작은 별이 그려져 있습니다. 소매 밑으로 곰의 다리가 늘어집니다. 배경은 옅은 회백색입니다.

정서온 〈마음의 형태 #1〉 — 집의 거리를 말하는 설명

이 작품의 설명은 작가를 3인칭으로 부르며 시작합니다. "정서온은 집의 형상을 통해 관계의 거리와 감정의 밀도를 표현합니다." 설명은 이어 이렇게 씁니다. "화면 속 집들은 서로를 마주하거나, 가까이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합니다." 끝 문장은 "이 집들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지나온 마음의 장소이자, 관계의 서사를 담고 있는 조용한 은유입니다."입니다.

정서온, 〈마음의 형태 #1〉, 장지 위에 흑연가루, 안료, 40x32cm — 하늘색 바탕에 지붕이 뾰족한 베이지빛 입체 덩어리 한 채가 서고 옆에 공 하나와 기울어진 가는 막대가 놓였다
정서온, 〈마음의 형태 #1〉, 장지 위에 흑연가루, 안료, 40x32cm — 하늘색 바탕에 지붕이 뾰족한 베이지빛 입체 덩어리 한 채가 서고 옆에 공 하나와 기울어진 가는 막대가 놓였다

이 한 점에서 집 모양은 한 채입니다. 지붕이 뾰족한 베이지빛 입체 덩어리가 하늘색 바탕 앞에 서 있고, 그 왼쪽에 공이 하나 놓이고 가는 막대 하나가 비스듬히 기대어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짙은 파랑 벽면이 직각으로 서고, 오른쪽 위에는 회색 면이 있습니다. 갈색 바닥 앞쪽 끝에 작은 공 하나가 놓였고, 오른쪽 초록 바닥에 공 둘이 더 있습니다. 집 뒤 하늘색 벽에는 집 모양의 회색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이은화 〈고군분투〉 — 귀를 기울인 시간

작품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모란시장 상인들의 내면을 담은 심리초상화입니다. 설명에는 시장에서 한 일이 적혀 있습니다. "바쁜 상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촬영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화면에 대해서는 "화면을 가득 메운 선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관계망을 상징하고"라고 적었습니다.

이은화, 〈고군분투〉, Acrylic on canvas, 53x53cm — 주황색 선이 화면 전체를 그물처럼 덮고 선 사이로 노랑·분홍·청록·연두·남색의 작은 면이 비친다
이은화, 〈고군분투〉, Acrylic on canvas, 53x53cm — 주황색 선이 화면 전체를 그물처럼 덮고 선 사이로 노랑·분홍·청록·연두·남색의 작은 면이 비친다

도판에는 사람의 얼굴도 시장 풍경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황색 선이 정사각 화면 전체를 여러 겹으로 덮고 있고, 선이 서로 엇갈리며 만든 작은 틈마다 노랑, 분홍, 청록, 연두, 남색 면이 비칩니다.

신미란 〈두 개의 감〉 — 말없이 따는 감

작품 설명의 앞부분에는 쌀농사와 수박하우스 일을 하며 단감 과수원도 돌보는 60대 여성의 사연이 있습니다. 이어 작가는 자신의 일을 적습니다. "나는 몇 년 전 부터 해마다 가을이면 단감 과수원에 가서 노동을 한다." 마지막 문장은 "두 여자는 말없이 감을 따며 서로 마음을 온전히 나눈다."입니다.

신미란, 〈두 개의 감〉, 캔버스에 유채, 35x27cm — 푸른 바탕과 연두색 바닥 위에 잎 달린 단감 두 개가 나란히 놓였다
신미란, 〈두 개의 감〉, 캔버스에 유채, 35x27cm — 푸른 바탕과 연두색 바닥 위에 잎 달린 단감 두 개가 나란히 놓였다

도판에는 사람이 없고 감 두 개만 있습니다. 위쪽은 짙은 청색에서 옅은 청색으로 번지는 바탕이고, 아래는 연두빛 바닥입니다. 주황빛 감 두 개가 나란히 놓였고 둘 다 초록 잎을 달았습니다. 왼쪽 감에서는 마른 가지가 위로 길게 뻗어 나옵니다. 감마다 바닥에 푸르스름한 그림자가 깔립니다. 오른쪽 아래에 '2015'와 서명이 있습니다.

자연과 시간의 말

김규학 〈바람과 빛-127〉 — 눈 온 날

작품 설명은 '눈 온 날'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첫 문장은 "차가운 바람을 타고 밤사이 내린 눈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입니다. 뒤쪽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겨울은 절망의 계절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희망과 절망은 하나의 몸체에 담겨 있어 희망은 절망을, 절망은 희망을 품는다."

김규학, 〈바람과 빛-127〉, 캔버스에 유화, 100x80cm — 눈이 덮인 골목길이 멀리 이어지고 양옆에 눈을 이고 선 차들과 전봇대, 화면을 가로지르는 전선이 보인다
김규학, 〈바람과 빛-127〉, 캔버스에 유화, 100x80cm — 눈이 덮인 골목길이 멀리 이어지고 양옆에 눈을 이고 선 차들과 전봇대, 화면을 가로지르는 전선이 보인다

도판은 눈 쌓인 골목입니다. 화면 아래쪽 절반이 거의 흰 눈길이고, 길은 한가운데로 멀리 이어집니다. 양옆에는 눈을 이고 선 차들이 있고 전봇대 여럿이 서 있습니다. 전선이 화면 위쪽을 가로질러 여러 갈래로 지나갑니다. 길 저 멀리에 작은 사람 모습 둘이 걷고, 먼 건물 벽에는 흰 숫자 '103'이 보입니다. 하늘은 옅은 회색입니다.

예미킴 〈토끼풀〉 — 공터의 풀

작품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이런 글을 달고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공터의 잡초들은 환경에 굴복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며 다른 작은 생명체들에게도 안식처를 제공한다."

예미킴, 〈토끼풀〉, Mixedmedia on canvas, 24.2x24.2cm — 검정·흰색·파랑·주황이 대리석 무늬로 번진 바탕 위에 흰 꽃과 분홍 꽃, 네 갈래로 갈라진 둥근 잎이 놓였다
예미킴, 〈토끼풀〉, Mixedmedia on canvas, 24.2x24.2cm — 검정·흰색·파랑·주황이 대리석 무늬로 번진 바탕 위에 흰 꽃과 분홍 꽃, 네 갈래로 갈라진 둥근 잎이 놓였다

도판은 정사각 화면입니다. 검정, 흰색, 파랑, 주황, 청록이 대리석 무늬처럼 번진 바탕 위에 흰 꽃 셋과 분홍 꽃 둘이 줄기를 세우고 있습니다. 네 갈래로 갈라진 둥근 잎 일곱 장이 꽃 사이에 있고, 그 가운데 세 장은 거칠게 돋은 연두색 질감이며 네 장은 매끈한 청록색입니다. 오른쪽 아래에 서명과 '2025'가 있습니다.

홍진희 〈가을이 오는 숲〉 — 물감 대신 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는 물감 대신 실로 그림 그리고 작업합니다." 작품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저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한 폭의 동양화 같기도, 수채화 같기도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쌓여진 실들이 품고 있는 공기층과 입체감, 정교한 밀도와 깊이감 등"을 말합니다.

홍진희, 〈가을이 오는 숲〉, cotton thread on canvas, 53x32cm — 연둣빛 바탕 위로 붉은 실이 가늘게 뻗어 만든 꽃 여러 송이가 왼쪽 아래 짙은 초록 수풀에서 피어오른다
홍진희, 〈가을이 오는 숲〉, cotton thread on canvas, 53x32cm — 연둣빛 바탕 위로 붉은 실이 가늘게 뻗어 만든 꽃 여러 송이가 왼쪽 아래 짙은 초록 수풀에서 피어오른다

도판은 가로로 긴 화면입니다. 위쪽은 연둣빛이 번지는 바탕이고, 왼쪽 아래는 짙은 초록 실이 빽빽하게 쌓여 수풀을 이룹니다. 붉은 실이 가늘게 휘어지며 뻗어 만든 꽃이 왼쪽과 가운데에 여러 송이 피었고, 오른쪽 위에는 옅은 분홍 실로 만든 꽃이 흐릿하게 걸려 있습니다. 실끝이 휘고 풀리는 자리마다 선이 엉겨 있습니다.

일상의 말

조신욱 〈산책〉 — 사진 중에서 고른 한 장

작가는 작품 설명을 이렇게 엽니다. "저는 도시산책자다." 작업 방식도 적혀 있습니다. "그렇게 찍은 무수한 사진들 중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선택해 캔버스에 정성스레 옮겨 그린다."

조신욱, 〈산책〉, 캔버스에 아크릴, 45.5x53cm — 보랏빛과 분홍빛 직사각 조각으로 칠한 벽돌 벽 가운데 노란 문틀과 열린 문이 있고 오른쪽 길 위로 보라색 후드를 쓴 사람이 지나간다
조신욱, 〈산책〉, 캔버스에 아크릴, 45.5x53cm — 보랏빛과 분홍빛 직사각 조각으로 칠한 벽돌 벽 가운데 노란 문틀과 열린 문이 있고 오른쪽 길 위로 보라색 후드를 쓴 사람이 지나간다

도판에서는 벽돌 벽이 화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벽돌 하나하나를 보라, 분홍, 갈색, 회색의 작은 직사각 조각으로 칠했습니다. 가운데에 노란 문틀이 서고 위에는 회갈색 차양과 작은 등이 달렸으며, 열린 문 안쪽으로 실내의 가구와 물건이 보입니다. 문 오른쪽 벽에는 '2022'라고 쓴 흰 판과 붉은 우체통이 걸렸고, 길 위로 보라색 후드를 쓰고 파란 바지를 입은 사람이 지나갑니다. 왼쪽에는 흰 꽃이 핀 화분들과 검은 입간판, 오른쪽에는 칠판 입간판이 있습니다.

김주희 〈휴식〉 — 두 장의 사진을 겹쳐

작품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가평의 코미호미에 갔을 떄 찍은 두 사진을 이미지 오버랩한 작품입니다". 설명은 이어 "코미호미는 come home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라고 적고, 마지막에는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생겨 간 여행지의 낭만과 산뜻한 느낌을 그림으로 겹쳐 그렸습니다"라고 덧붙입니다.

김주희, 〈휴식〉, 캔버스에 유화, 40.9x53cm — 앙상한 가지가 화면 위를 가득 덮고 그 아래로 푸른 의자와 둥근 탁자, 지붕이 뾰족한 작은 집들이 연한 하늘색과 노랑 빛 속에 겹쳐 있다
김주희, 〈휴식〉, 캔버스에 유화, 40.9x53cm — 앙상한 가지가 화면 위를 가득 덮고 그 아래로 푸른 의자와 둥근 탁자, 지붕이 뾰족한 작은 집들이 연한 하늘색과 노랑 빛 속에 겹쳐 있다

도판 위쪽은 잎 없는 가지가 가는 선으로 얽혀 화면을 덮고 있습니다. 가지에는 흰 동그라미가 군데군데 달렸고, 오른쪽에는 굵은 줄기가 서 있습니다. 가지 아래로 푸른 의자와 둥근 탁자가 놓인 자리가 있고, 그 뒤로 지붕이 뾰족한 작은 집 몇 채가 보입니다. 집 하나는 노란색입니다. 선과 색이 같은 자리에서 두 번 지나간 것처럼 겹쳐 보이는 곳이 여럿 있고, 화면 아래는 연한 노랑입니다.

남진현 〈한 점 부끄럼 없이〉 — 시구를 받아들인 뒤

작품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라고 시인은 말했다. 그 시구를 마음에 받아들인 이후로 늘 부끄러웠다." 설명의 마지막 문장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한다."입니다.

남진현, 〈한 점 부끄럼 없이〉, acrylic on canvas, 40.9x53cm — 청록색 바탕에 붉은 사각 안의 둥근 눈, 노란 줄무늬 면, 짙은 청록 면이 붙고 아래 가운데에 입술 윤곽이 놓였다
남진현, 〈한 점 부끄럼 없이〉, acrylic on canvas, 40.9x53cm — 청록색 바탕에 붉은 사각 안의 둥근 눈, 노란 줄무늬 면, 짙은 청록 면이 붙고 아래 가운데에 입술 윤곽이 놓였다

도판은 밝은 청록색 바탕 위에 색 면이 붙은 화면입니다. 왼쪽 위에는 붉은 사각형 안에 파란 점이 박힌 둥근 눈이 있고, 그 눈에서 가는 회청색 선이 아래로 길게 흘러내립니다. 가운데에는 짙은 청록 면이 세로로 서고 그 오른쪽에 노란 가로줄이 여섯 줄 쌓여 있습니다. 위쪽에는 분홍 사다리꼴 하나와 겨자색 사다리꼴 둘이 나란히 놓이고, 오른쪽에는 붉은 면 위에 잎 모양 윤곽선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래 가운데에는 선으로 그린 입술이 겨자색 면에 걸쳐 놓였습니다.

열네 점을 나란히 놓고 보면

설명의 길이. 가장 짧은 설명은 한 문장짜리인 정미숙 〈아버지〉와 예미킴 〈토끼풀〉이고, 가장 긴 설명은 최재란 〈쿼크의시간#133〉의 여러 문단입니다. 이열 〈푸른 조명을 받은 녹색 올리브나무, 2018〉의 설명도 여러 문단이며 시처럼 줄이 나뉘어 있습니다.

설명에 나온 사물이 도판에도 보이는 작품. 신미란 〈두 개의 감〉의 설명은 단감을 말하고 도판에는 감 두 개가 있습니다. 김규학 〈바람과 빛-127〉의 설명은 눈을 말하고 도판은 눈이 쌓인 골목입니다. 김기영 〈What I carry #1〉의 설명은 마음을 안고 사는 일을 말하고 도판에는 사람의 품에 안긴 곰 인형이 있습니다. 최재란 〈쿼크의시간#133〉의 설명은 열매와 씨앗을 줍고 채집한다고 적고 도판에는 덩굴과 송이를 이룬 푸른 알갱이가 있습니다.

설명에 나온 낱말이 도판에 형체로 나오지 않는 작품. 이유지 〈염원의 안식처〉의 설명은 실과 붓질, 이은화 〈고군분투〉의 설명은 관계망을 말하지만 도판에서는 가는 선이 화면을 덮습니다. 정서온 〈마음의 형태 #1〉은 집들이 서로 마주한다고 쓰고 도판에는 집 모양이 한 채 섭니다. 남진현 〈한 점 부끄럼 없이〉의 설명은 시구와 부끄러움을 말하고 도판에는 눈과 입술의 윤곽이 있습니다.

사람이 보이는 도판. 정미숙의 남자 얼굴, 김기영의 외투 입은 사람, 조신욱의 길 위에 지나가는 사람, 김규학의 먼 골목에 걷는 두 사람, 남진현의 눈과 입술 윤곽이 있습니다. 나머지 아홉 점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격대. 가장 낮은 작품은 정서온 〈마음의 형태 #1〉의 ₩600,000이고, 가장 높은 작품은 이은화 〈고군분투〉와 김규학 〈바람과 빛-127〉의 ₩3,500,000입니다.

열네 점 앞에서 먼저 볼 것

  • 정미숙 〈아버지〉 — 설명이 적은 날짜 '1980년 초가을'을 읽고, 눈두덩을 따라 지나가는 보라색 선을 찾아봅니다.
  • 신미란 〈두 개의 감〉 — 왼쪽 감에서 위로 뻗어 나간 마른 가지의 끝이 어디서 멈추는지 따라가 봅니다.
  • 김규학 〈바람과 빛-127〉 — 골목 저 멀리 걷는 두 사람을 찾고, 그 위로 전선이 몇 갈래 지나가는지 세어 봅니다.
  • 조신욱 〈산책〉 — 열린 문 안쪽에 보이는 실내의 가구와 물건을 찾아봅니다.
  • 홍진희 〈가을이 오는 숲〉 — 붉은 실이 꽃으로 모였다가 풀려 나가는 끝자리를 봅니다.

열네 점은 모두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의 상설 출품작이고, 작품 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판매 수익은 상호부조 기금이 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같은 방식으로 역사적 사건에서 출발한 작품을 읽은 글은 기억을 화면으로 옮기는 방법에, 사람의 얼굴을 읽은 글은 사람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에, 도시와 골목을 읽은 글은 도시·골목·시장·집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씨앗페 작품의 작품 설명은 어디서 읽나요? A. 각 작품 페이지의 '작가 노트' 칸에 있습니다. 이 글의 작품마다 달아 둔 '작품 페이지' 링크를 누르면 설명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Q. 이 글에서 따옴표로 묶은 문장은 모두 작가가 쓴 글인가요? A. 따옴표 안은 작품 페이지에 실린 설명의 문장입니다. 설명 안에 '나'나 '저'가 나오는 작품(이유지, 최재란, 이열, 신미란, 홍진희, 조신욱)은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라고 적었고, 그 밖의 작품은 "작품 설명에 따르면" 또는 "작품 설명은"이라고 적었습니다.

Q. 작가의 말이 긴 작품과 짧은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A. 정미숙 〈아버지〉와 예미킴 〈토끼풀〉의 설명은 한 문장입니다. 최재란 〈쿼크의시간#133〉의 설명은 'Artist’s Statement'라는 제목이 붙은 여러 문단의 글이고, 이열 〈푸른 조명을 받은 녹색 올리브나무, 2018〉의 설명도 여러 문단입니다.

Q. 열네 점은 지금 구매할 수 있나요? A. 열네 점 모두 구매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가격은 ₩600,000(정서온 〈마음의 형태 #1〉)부터 ₩3,500,000(이은화 〈고군분투〉, 김규학 〈바람과 빛-127〉)까지입니다. 각 작품의 크기·재료·연도·가격은 위 사양 항목에 적었습니다.

Q. 작가의 이야기를 더 읽을 수 있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A. 열네 점의 작가 모두 씨앗페 매거진에 작가 글이 있습니다. 각 작품 아래 '작가 이야기' 링크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Q. 작품 설명의 뜻을 이 글은 어떻게 다루나요? A. 설명의 낱말이 가리키는 바를 풀어 말하지 않고 문장 그대로 옮겼습니다. 같은 작품의 도판에서 보이는 색과 형태, 배치를 곁에 적어 두었습니다.

Q. 열네 점을 어떤 기준으로 묶었나요? A. 설명에 쓰인 낱말을 기준으로 기억과 애도, 돌봄과 관계, 자연과 시간, 일상의 네 갈래로 나눴습니다. 한 작품이 두 갈래에 걸쳐도 한 곳에만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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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화면으로 옮기는 방법 — 제주 4·3에서 광장까지, 씨앗페 출품작 읽기A red jacket with no one inside, an urn in a field of white paper, a skeleton and a protester sitting side by side in the snow. Nine works in the SAF online gallery that start from historical events, read from the image first.읽어보기사람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 — 같은 얼굴이 주름·선·판·청동·색점에서 달라지는 열네 가지 방식Set fourteen works that depict people side by side and the figure stands in fourteen ways: an old face built from thick paint on a dark ground, a head blurred into red and blue lines, a white form titled Portrait with no features, a psychological portrait covered with dots of colour, three anglers in the mist. Works in the SAF online gallery show how material and point of view change a person on the picture plane.읽어보기도시·골목·시장·집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 — 같은 도시가 유채·먹·수채·사진 위에서 달라지는 열네 가지 방식Set fourteen city pictures side by side and one city stands in fourteen ways: a daytime lane with the price of apples on a sign, a night alley reduced to a single lamp, a market that appears only as sunset over rooftops, market people left as tangled orange lines, a factory site with only its chimneys, a pattern folded from the interchanges of Seoul and Pyongyang. Fourteen works in the SAF online gallery show how material and point of view change a city.읽어보기이열: 카메라와 함께 걷는 예술의 길Yoll Lee walks to trees by day and stands before them at night, light in hand. Himalayan Lalligurans, Madagascar's baobabs, Jeju's pangtrees — single sittings, one photograph.읽어보기정미숙 — 밤바다에 커피찌꺼기를 섞은 이유For a night sea painted in the shadow of the Fukushima water release, the artist mixed coffee grounds into her oils. A close reading of Jeong Mi-sook and her three works at Seed Art Festival.읽어보기카르마다이스, 좋은 업이 쌓이는 자리: 이유지의 염원의 쉼터Lee Yuji names her practice *Karmadise* — karma plus paradise. Resting places where wishes take root, light passing through forest branches.읽어보기쿼크와 카이로스 사이: 최재란의 수원, 시간의 사진Choe Jaeran's *Time of Quarks* overlays daily-walk natural objects with drawings of invisible time. Photography and public administration, kairos and chronos.읽어보기김기영 — 장지 위의 곰돌이, 얼굴을 가진 쪽은 누구인가Kim Gi-yeong paints teddy bears in mixed pigments on Korean jangji paper. A close reading of the artist’s own notes and the three works at Seed Art Festival.읽어보기정서온 — 종이를 접어 세운 집, 흑연가루로 지은 방Jung Seo-on paints houses folded from paper, drawn in graphite powder on Korean paper. A guide to the Daegu-based artist and her eight works at Seed Art Festival.읽어보기이은화 작가 — 뉴욕에서 서울까지, 회화·설치·뉴미디어의 전방위 작업 (런던예대·소더비 석사)Lee Eun Hwa translates emotion into visual signs. From her 2004 debut *Emotional Esperanto* through today's SAF contributions — painting as a language beyond language.읽어보기신미란 — 감나무 아래에서 광장까지, 곁에 있는 사람을 그리는 화가Shin Mi-ran has painted workers and ordinary people around Changwon for nearly thirty years. A guide to her practice and the three works she has placed in the Seed Art Festival.읽어보기바람이 지나간 자리: 김규학의 풍경과 기억Kim Gyuhak paints what wind leaves behind. *Wind and Light* series — rural scenes and childhood memories, held with a quiet, warm gaze.읽어보기KAIST 공학도가 그린 홍학의 꿈: 예미킴의 생명 회화Yemikim graduated KAIST in civil and industrial engineering, then took up the brush. Weeds on empty lots, whales dreaming, flamingoes in flight — eight works for SAF.읽어보기홍진희 — 붉은 실로 피운 꽃, 사계절을 실로 넘긴 여섯 점In Hong Jin-hee’s work each filament of a flower is a real thread, not a brushstroke. A close reading of the six works she has placed in Seed Art Festival.읽어보기일상을 책가도에 담다: 조신욱의 평범한 특별함Jo Sinuk carries the Joseon *chaekgado* tradition into today. Inside the grid: his own daily fragments, the extraordinary inside the ordinary.읽어보기그리다는 그리워하다에서 왔다: 김주희의 오버랩"To draw" comes from "to miss." Kim Juhui photographs a place many times, then overlaps the images on canvas. 36 solos, held by MMCA.읽어보기남진현 — 8년의 감옥 뒤에 시작한 그림, 서로 다른 두 눈Nam Jin-hyun spent about eight years in prison from 1990 and began studying art only in 2008. A close reading of the eleven works he has placed in Seed Art Festival.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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