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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선 — 물처럼 유연해지는 마음을 그리는 사람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21일 · 씨앗페

가로로 겹겹이 쌓인 색 띠 위에 흐릿한 두 사람을 얹은 화가 최경선.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도 작품이 소장된 작가가 씨앗페에 내놓은 〈날마다〉를 들여다봅니다.

최경선 — 물처럼 유연해지는 마음을 그리는 사람

최경선, 〈날마다〉, Oil on canvas, 41.2x53cm — 논밭을 닮은 색 띠 위로 두 사람이 흐릿하게 겹쳐진 화면
최경선, 〈날마다〉, Oil on canvas, 41.2x53cm — 논밭을 닮은 색 띠 위로 두 사람이 흐릿하게 겹쳐진 화면

화면을 위아래로 가릅니다. 위쪽 삼분의 일은 옅은 하늘색으로 번진 배경에 두 사람이 서 있습니다. 물감을 거의 남기지 않고 흰 여백에 가깝게 그려서, 두 사람은 형체라기보다 그 자리에 있었다는 흔적처럼 보입니다. 한 사람은 서서 허리를 숙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옆에 더 깊이 몸을 굽히고 있습니다. 밭일이나 무언가를 거두는 동작입니다.

아래 삼분의 이는 완전히 다른 화면입니다. 올리브색, 코발트블루, 짙은 남색, 분홍, 자주, 짙은 녹색, 황토색, 청록색 — 여덟 개의 굵은 색 띠가 가로로 쌓여 있습니다. 붓이 지나간 자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두께이고, 띠와 띠 사이에는 캔버스 바탕의 흰색이 얇게 새어 나와 있습니다. 그 위로 초록색 잎 몇 가닥이 가늘게 솟아 있고, 작은 점들이 분홍과 흰색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오른쪽 아래에는 파란 글씨로 서명이 있습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날마다〉입니다.

홍익대에서 물을 배운 사람

최경선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마쳤습니다(아트하라 작가 소개). 이후 개인전을 아홉 차례 열었습니다.

  • 2020년 《미동》 — 자하미술관, 서울
  • 2019년 《生·물(水)》 — 나무화랑, 서울
  • 2017년 《귀가》 — 창룡마을창작센터, 경기
  • 2017년 《비오톱의 저녁》 — 나무화랑, 서울
  • 2015년 《흐르는 빛》 — 오산시립미술관, 경기
  • 2012년 《실존의 포에지(poesie)》 — 관훈갤러리, 서울
  • 2010년 《유년의 잔치》 — 갤러리아트사이드, 베이징
  • 2009년 《허욕의 자리》 — T Art Center, 베이징
  • 2001년 《RETURN》 — 덕원갤러리, 서울

전시 제목만 따라가도 물이 자주 등장합니다. '흐르는 빛', '生·물(水)'. 우연이 아닙니다. 작가노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최경선 작가는 생명이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물의 성질이 느껴지는 회화적 표현을 추구해왔다." — 아트하라 작가 소개

물은 형태가 없고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바뀝니다. 이 작가가 그림에서 좇는 것도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 움직임 자체인 셈입니다.

변화의 첫 조짐을 그리다

아트하라에 실린 작가노트는 최경선의 관심사를 더 구체적으로 짚습니다.

"일상에서 긍정적인 변화에 주목하면서 작가는 어떤 실체가 드러나기 직전의 상태, '변화의 첫 조짐'을 그림에 담고자 한다. 특히 혼돈의 상태에서 마침내 순풍과 같은 전향이 감지되는 지점을 서사적 풍경으로 펼쳐 보여준다." — 아트하라 작가 소개

'첫 조짐'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입니다. 씨앗페에 제출한 작가 소개 글에서도 비슷한 말이 이어집니다.

"작가는 공중제비와 같은 마음의 동선에 대해 자주 사유한다. 고요한 수면, 야트막하게 핀 꽃, 흔들리는 풀숲, 아이의 몸짓, 물의 콧잔등에서 마음이 물고기처럼 유연해진다고 믿는다." — 작가 제출 소개 (씨앗페)

이 그림을 다시 보면, 위쪽의 흐릿한 두 사람과 아래쪽의 두꺼운 색 띠가 왜 한 화면에 같이 있는지가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사람은 옅고 색은 짙습니다. 한쪽은 사라지려 하고 한쪽은 쌓여 있습니다. 작가가 말하는 '변화의 첫 조짐'이 그 사이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같은 소개 글은 이 마음의 움직임을 이탈이 아니라 연결로 설명합니다.

"작가는 공간을 누비는 마음이 이탈을 꿈꾸는 심상과는 거리가 있으며, 자신에게서 타인으로,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건너가게 해주는 중심 리듬임을 밝힌다." — 작가 제출 소개 (씨앗페)

〈날마다〉라는 제목도 이 문장과 함께 놓으면 다르게 읽힙니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하루, 그 반복 안에서 조금씩 자리를 바꾸는 마음을 그린 그림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의 〈약속〉

최경선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도 소장되어 있습니다. 관리번호 PA-3699, 〈약속〉(2016, 캔버스에 유채, 91x116.5cm)입니다. 미술은행은 이 작품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최경선 작품들은 특정한 시간대를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새벽의 고유한 분위기를 감지하게 된다. 특히 <약속>(2016)이 그러한데 웅크리듯 누워 잠이 든 남자와 그 옆의 개가 있는 구도이다. (…) 생명력을 품은 순간과 죽어있는 상태, 빛과 어둠이 회화적 '찰나'로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최경선의 그림은 연구한다."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해설

잠든 사람과 개, 새벽의 분위기, 빛과 어둠의 공존. 국가 기관이 소장한 이 작품의 설명은 씨앗페 출품작 〈날마다〉와 멀지 않은 자리에 있습니다. 한쪽은 잠과 정지를, 다른 한쪽은 밭일과 움직임을 그렸지만, 둘 다 '찰나'라는 시간의 폭을 다룬다는 점에서 같은 화가의 손입니다.

씨앗페 출품작 〈날마다〉

〈날마다〉는 2022년, Oil on canvas, 41.2x53cm 작품입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붙인 설명은 제목 한 단어, '날마다'뿐입니다. 설명이 짧을수록 화면이 말해야 할 몫이 커집니다.

위쪽의 두 사람은 밭에서 몸을 굽힌 자세로 서 있고, 물감을 거의 걷어낸 듯 옅어서 언제라도 배경에 녹아 사라질 것 같습니다. 아래쪽 여덟 개의 색 띠는 반대로 두껍고 뚜렷합니다. 논밭을 위에서 내려다본 줄무늬처럼도 보이고, 물에 비친 색의 층처럼도 보입니다. 그 경계를 가르는 자리에 가느다란 풀잎이 몇 가닥 그어져 있어, 위와 아래 두 세계가 완전히 갈라지지 않고 서로 스며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최경선, 〈날마다〉, Oil on canvas, 41.2x53cm, ₩2,800,000
최경선, 〈날마다〉, Oil on canvas, 41.2x53cm, ₩2,800,000

최경선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씨앗페에 작품을 낸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최경선은 그 구조에 작품 한 점으로 참여했습니다.

고요한 수면과 흔들리는 풀숲에서 마음이 물고기처럼 유연해진다고 믿는 작가입니다. 동료 예술인을 위해 매일 반복되는 화폭 하나를 내놓은 일도, 그 유연함의 연장으로 읽힙니다.

최경선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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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최경선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아트하라 작가 소개). '생명이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물의 성질이 느껴지는 회화를 추구해 왔으며,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아홉 차례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Q. 어떤 작업을 하나요? A. 실체가 드러나기 직전의 상태, 이른바 '변화의 첫 조짐'을 화폭에 담습니다. 고요한 수면·풀숲·아이의 몸짓 같은 일상의 장면에서 마음이 물고기처럼 유연해지는 순간을 그립니다(아트하라·씨앗페 작가 제출 소개).

Q. 작품 소장처는? A.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약속〉(2016, 캔버스에 유채, 91x116.5cm, 관리번호 PA-3699)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최경선 작품은 무엇인가요? A. 〈날마다〉(2022, Oil on canvas, 41.2x53cm) 한 점입니다.

Q. 최경선 작품 가격은? A. 〈날마다〉는 ₩2,800,000입니다.

Q. 최경선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최경선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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