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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영 — 산책길의 나무를 그려온 손이 코발트빛 새 한 마리를 올려놓다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10월 2일 · 씨앗페

홍익대 회화과와 프랑스 아를국립사진학교를 거쳐 나무의 초상을 그려온 하선영. 흰 종이 위에 코발트빛 새 한 마리가 날개를 든 〈Hope 013〉을 도판 그대로 읽습니다.

하선영 — 산책길의 나무를 그려온 손이 코발트빛 새 한 마리를 올려놓다

하선영, 〈Hope 013〉, Wax pastel on paper, 76x57cm — 흰 종이 위에서 코발트빛 새 한 마리가 날개를 높이 들고 가느다란 갈색 가지에 발을 얹고 있다
하선영, 〈Hope 013〉, Wax pastel on paper, 76x57cm — 흰 종이 위에서 코발트빛 새 한 마리가 날개를 높이 들고 가느다란 갈색 가지에 발을 얹고 있다

〈Hope 013〉에는 배경이 없습니다. 종이의 흰색이 그대로 하늘이고 벽이고 허공입니다. 그 한가운데 코발트빛 새가 한 마리 있습니다. 부리는 왼쪽을 향하고, 날개 하나가 화면 오른쪽 위로 솟아 위 가장자리에 닿을 듯합니다. 발은 아래쪽의 가느다란 갈색 선 위에 얹혀 있습니다. 가지입니다. 막 내려앉았는지 막 떠나려는지 알 수 없는 순간에 새가 멈춰 있습니다.

파란색은 균일하지 않습니다. 몸통 깊은 곳은 짙은 청색이 빽빽하게 눌려 있고, 목 아래와 배, 날개가 몸에 붙는 자리에는 밝은 하늘색이 결을 따라 얹혀 있습니다. 깃털 방향으로 그은 선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왁스 파스텔이 종이 위를 지나간 손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눈은 작고 검은 점 하나, 부리와 발도 검정입니다. 화면 왼쪽 아래에는 연필로 "2021 HASY"라고 적혀 있습니다.

홍대 회화에서 아를의 사진으로

하선영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아를국립사진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비디오아트작가상과 젊은사진가상을 받았고, 에프엔투데이는 2026년 인천국제현대사진전 소개 기사에서 이를 아를 국제 사진 축제 젊은 사진가상이라고 전했습니다.

회화와 사진을 모두 거친 이력은 작업의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2017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 특별기획전 《심야의야마꼬 Step1》에는 프랑스에서 공부한 작가 여섯 명이 참여했는데, 하선영은 〈passage〉를 냈습니다. 인천일보는 폴란드의 자작나무 숲을 지나며 찍은 사진을 반복해서 인화한 작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작가의 말은 이렇게 인용됐습니다.

"내가 지나온 과거는 이렇게 켜켜이 쌓인다. 오늘도 나는 이 현재를 지나간다." — 하선영, 〈passage〉 (인천일보, 2017년 11월)

나무의 초상을 그리는 사람

2020년 7월 15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담에서 《His Garden展》이 열렸습니다. 우드플래닛은 이 전시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모든 것에는 그들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문장 아래 지난 3년간 자연의 변화를 열두 계절의 사색으로 풀어냈다고 소개했습니다.

2024년 8월 13일부터 25일까지는 같은 갤러리에서 아홉 번째 개인전 《산책할까?》가 열렸습니다. 뉴스프리존은 작가가 작업실 주변을 산책하거나 여행하며 느끼는 계절의 변화와 그에 따라 달라지는 나무와 풀의 모습을 그린다고 썼습니다. 〈4월〉, 〈강원도〉, 〈율곡로〉 같은 작품이 소개됐고, 기사는 작가가 어디에나 곁에 있는 나무들의 초상화를 "담담하게 간결한 필치로" 그려낸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사에 실린 작가의 말은 이 작업의 방식을 잘 보여 줍니다.

"창문을 열면 새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램을 가졌었는데, 창으로 예쁜 숲이 보이는 작업실을 얻게 되었다. 매일 달라지는 나무의 모양과 색을 볼 수 있게 되었고, 하루 종일 다양한 새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 하선영 (뉴스프리존, 2024년 8월 13일)

작가가 바라던 것은 창문을 열면 새소리가 들리는 작업실이었고, 지금은 그런 곳에서 하루 종일 새소리를 듣습니다. 이 사람의 화면에 새가 날아드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일처럼 읽힙니다.

같은 기사에서 작가는 산책을 "산을 걸을 때, 동네를 걸을 때, 도시를 걸을 때"로 시작해 새벽과 낮, 저녁과 밤의 걸음으로 이어 말합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흙 냄새와 빛과 바람이 "행복의 조각들이 되어 삶의 퍼즐을 채워간다"고 적었습니다. 서툴게 나열하고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해하면서도, 아름다운 대상을 "내가 보는 방법대로 담아내는 재미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이어지는 전시

2026년에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미래관과 신관 갤러리에서 개인전 《우리는 초록 세상에서 계절처럼 웃습니다》가 8월 28일까지 열렸습니다. 5월 말 전시를 알리며 병원은 풀내음과 바람, 햇살의 감각을 담은 작품으로 초록의 계절 속을 거니는 경험을 전하려 마련한 전시라고 안내했고, 하선영 작가의 작품이 "병원을 찾는 많은 분들에게 위로와 안정감을 전해줄 것"이라는 병원장의 말을 실었습니다.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2026 인천국제현대사진전에도 참여했습니다.

작가 소개는 이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나무의 초상 작업을 이어 왔고, 팬데믹 시대에 힘겨운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세계의 자연을 소재로 위안을 주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병원 갤러리라는 자리가 그 설명과 잘 어울립니다.

〈Hope 013〉을 천천히 보기

씨앗페에 나온 작품은 〈Hope 013〉 한 점입니다. 작품 번호가 013인 만큼 같은 제목으로 이어지는 연작의 한 장이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색의 포화입니다. 흰 종이 위의 코발트는 한 겹으로 지나가지 않고 여러 번 눌러 올린 듯한 색이어서, 가까이서 보면 파랑 안에서 짙은 곳과 옅은 곳이 숨 쉬듯 갈립니다.

다음은 가지입니다. 새의 크기에 비해 가지는 지나치게 가늘고,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갑니다. 새는 그 선에 발을 얹고, 꼬리는 가지 아래로 늘어뜨린 채 날개 하나를 높이 펼쳐 들고 있습니다. 날개를 접지 않은 채로 앉아 있는 것입니다. 머무름과 떠남이 한 장면 안에 같이 있습니다. 〈Hope〉라는 제목 앞에 이 자세를 놓고 보면 말뜻이 한결 가깝게 다가옵니다.

마지막은 비워 둔 배경입니다. 나무를 그리던 작가가 이번에는 숲을 모두 덜어 내고 새만 남겼습니다. 76x57cm의 종이는 작지 않아서, 걸어 두면 흰 벽 위의 파란 새가 방의 공기를 한 번에 바꿉니다.

씨앗페에서 이 작품을 만나는 일

〈Hope 013〉은 씨앗페 상설 온라인 갤러리에 걸려 있습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은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이 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하선영의 새는 그 구조 안에서 한 사람의 방으로 날아가는 동시에, 동료 예술인의 대출 재원이 됩니다.

하선영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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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하선영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아를국립사진학교에서 공부한 작가입니다. 비디오아트작가상과 젊은사진가상을 받았고, 나무의 초상 작업과 자연을 소재로 한 작업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Q. 어떤 전시를 열었나요? A. 2020년 7월 갤러리 담에서 《His Garden展》, 2024년 8월 같은 갤러리에서 아홉 번째 개인전 《산책할까?》를 열었습니다. 2026년에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갤러리에서 《우리는 초록 세상에서 계절처럼 웃습니다》를 8월 28일까지 열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작품은 무엇인가요? A. 〈Hope 013〉(2021, Wax pastel on paper, 76x57cm) 한 점이며 가격은 ₩1,200,000입니다. 씨앗페 상설 온라인 갤러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Q. 〈Hope 013〉은 어떤 그림인가요? A. 흰 종이 위에 코발트빛 새 한 마리가 날개를 높이 들고 가느다란 가지에 발을 얹고 있는 그림입니다. 몸통은 짙은 청색이고, 목 아래와 배, 날개가 몸에 붙는 자리에는 밝은 하늘색이 얹혀 있습니다.

Q. 이 작품을 사면 수익은 어디로 가나요? A. 판매 수익은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이 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하선영은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참여했습니다.

씨앗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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