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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 갈등과 타협이 쌓인 두터운 물감, Middle Ground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10월 2일 · 씨앗페

인물의 얼굴을 뒤틀던 화면에서 인물을 비우고 물감의 질감으로 나아간 정재철. 갈등과 대립 사이의 타협을 두텁게 쌓고 긁어내는 Middle Ground 연작과, 씨앗페 상설 온라인 갤러리의 〈Middle ground〉를 읽습니다.

정재철 — 갈등과 타협이 쌓인 두터운 물감, Middle Ground

정재철, 〈Middle ground〉, Oil on canvas, 53x73cm — 붉은색과 주황, 노랑이 두껍게 올라앉아 붓자국의 결과 가장자리가 그대로 솟은 화면
정재철, 〈Middle ground〉, Oil on canvas, 53x73cm — 붉은색과 주황, 노랑이 두껍게 올라앉아 붓자국의 결과 가장자리가 그대로 솟은 화면

〈Middle ground〉의 화면은 붉은색에서 시작합니다. 위쪽 가장자리에는 짙은 붉은 물감이 띠처럼 길게 얹혀 있고, 그 아래로 주황과 겨자색이 붓의 폭만큼 넓게, 대개 가로 방향으로 끌려 있습니다. 물감은 덩어리째 올라앉아 있어서 붓이 지나간 자리마다 가장자리가 불룩하게 솟았습니다. 화면 가운데에서 조금 오른쪽 아래로는 크림빛 노랑이 두툼하게 뭉쳐 하나의 면이 됩니다. 왼쪽에는 붓을 위에서 아래로 길게 끈 주황 기둥이 서 있고, 화면 위쪽 가운데와 아래쪽 가운데에는 짙은 붉은색이 깊게 고여 있습니다. 색과 색이 만나는 자리마다 한쪽이 한쪽을 덮고, 덮인 쪽이 가장자리로 밀려 나온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제목 Middle ground는 '중간 지점'이라는 뜻입니다. 정재철은 이 연작에서 관계와 갈등, 그 사이의 타협을 두터운 질감과 긁어내는 기법으로 그려 왔습니다.

얼굴에서 물감으로

정재철은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7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중앙일보와 이데일리는 2021년 6월 서울 마포구 갤러리 초이의 개인전 《추상에 GO하다》를 전하며, 그가 그때까지 여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인물을 소재로 얼굴의 형태를 뒤틀고 분해하는 방식으로 추상 작업을 해 왔다고 소개했습니다. 같은 전시에는 얼굴의 형태를 뭉개고 분해하는 과정을 렌티큘러로 표현한 작품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때 작가가 한 말은 이 작업의 출발점을 보여 줍니다.

"인간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데다가 너무 쉽게 사람들과의 관계가 형성 되다 보니, 때로는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관계, 혹은 모순된 상황을 경험하거나 간과하게 된다." — 정재철, 갤러리 초이 개인전 보도 중

관계 속의 모순이 처음부터 주제였습니다. 인물을 그리던 시기에는 그 모순을 얼굴의 뒤틀림으로 보여 주었다면, 이후에는 인물을 화면에서 걷어 냈습니다. 2024년 11월 서울 청담동 갤러리박영에서 열린 초대 개인전 《Middle Ground: 해체된 시선》을 전한 CNB뉴스는, 그의 작업이 인물에서 시작해 점차 인물을 배제하고 추상으로 나아가며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감정을 순화하는 표현 방식에 집중해 왔다고 썼습니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이 전시에는 두터운 질감의 Middle ground 추상회화 시리즈와, 유명 인물을 렌티큘러 기법으로 다룬 Unfamiliar face 시리즈의 신작이 함께 걸렸습니다.

타협의 흔적

Middle Ground 연작에서 화면을 이루는 것은 갈등과 대립, 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타협입니다. 2026년 6월 충무로갤러리의 초대 개인전 《컬러밸런스》 소개글은 이 작업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작가에게 회화는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는 선택과 수정, 양보가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계획된 화면은 반복적인 붓질과 덧칠, 지우기를 거치며 변화하고, 그 과정에서 가장 이상적인 균형에 도달합니다." — 충무로갤러리 《컬러밸런스》 전시 소개

앞에서 본 도판에서도 붓질과 덧칠이 겹친 자리가 보입니다. 한 번 올린 색 위에 다른 색이 덮이고, 덮인 색이 어떤 곳에서는 끝내 남아 가장자리로 삐져나옵니다. 색들이 서로 양보하고 버티다 자리를 잡은 모습입니다. CNB뉴스는 화면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컬러와 질감이 작가가 만들어 낸 '타협'의 흔적을 담고 있으며, 그의 작업이 때로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한다고 썼습니다.

물성은 시간이 지나며 더 앞으로 나왔습니다. 2024년 갤러리박영 전시의 120호 대형 신작 3점은 물성을 드러내려는 작가의 의도에서 발전해 긁기 작업이 화면 전면에 드러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두텁게 쌓고, 긁어내는 일이 이 연작의 어법입니다.

걸어온 자리

충무로갤러리에 실린 약력은 2013년 인사아트센터의 개인전 《모순》부터 2026년 《컬러밸런스》까지 열두 해가 넘는 개인전의 목록을 이어 줍니다. 2017년 《UNFAMILIAR FACE》, 2019년 《익숙해진 낯설음》, 2021년 《추상에 GO하다》, 2022년 《관계》, 2023년 《소통의 절차》와 《타협의 흔적》, 2024년 《Middle Ground: 해체된 시선》, 2025년 《GROUND》와 《Silent transition: 고요한 전환》. 전시 제목만 따라 읽어도 '모순'에서 '관계', '타협', '고요한 전환'으로 이어지는 말의 이동이 보입니다.

갤러리박영과의 인연은 2019년 신진 작가 공모사업 '박영 더 시프트'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전시와 아트페어 등으로 이어졌다고 CNB뉴스는 전했습니다. 2026년 3월에는 서울 정동 스페이스 소포라에서 하지훈 작가와 《Bomb Bomb Bomb》 2인 회화전을 열었습니다. 한국경제는 이 전시를 두고 정재철이 인간의 '관계'와 이면에 숨겨진 '감정의 물성'을 탐구해 온 작가라고 소개했습니다.

씨앗페에서 만나는 〈Middle ground〉

씨앗페는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을 돕기 위한 캠페인이고, 출품 작가들은 그 문제를 함께 풀겠다고 나선 동료 예술인들입니다. 상설 온라인 갤러리에 걸린 작품의 판매 수익은 상호부조 기금이 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정재철의 〈Middle ground〉도 그 갤러리에 있습니다.

세로로 선 이 캔버스는 멀리서는 붉고 노란 덩어리로 보이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붓의 방향과 물감이 밀려난 가장자리가 읽힙니다. 한 번 보고 지나가기보다, 색이 서로 어디에서 만나는지 천천히 따라가며 보는 그림입니다. 정재철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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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정재철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7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화가입니다. 인물의 얼굴을 뒤틀고 분해하던 작업에서 인물을 배제한 추상으로 옮겨 와, 두터운 물감과 긁기로 관계·갈등·타협을 표현하는 Middle Ground 연작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Q. Middle Ground 연작은 무엇을 이야기하나요? A. 인간과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갈등과 대립, 그 사이의 타협을 회화로 풀어낸 연작입니다. 충무로갤러리의 소개글은 반복되는 붓질과 덧칠, 지우기를 거쳐 도달한 완성작을 수많은 타협이 쌓여 만들어진 흔적이라고 설명합니다.

Q. 렌티큘러 작업은 무엇인가요? A.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렌티큘러 기법을 쓴 작업입니다. 2021년 갤러리 초이 개인전에서는 얼굴의 형태를 뭉개고 분해하는 과정을 렌티큘러로 표현한 작품이 나왔고, 2024년 갤러리박영 전시에서는 유명 인물을 렌티큘러로 다룬 Unfamiliar face 시리즈 신작이 Middle ground 추상회화와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작품은 무엇인가요? A. 〈Middle ground〉(2021, Oil on canvas, 53x73cm) 한 점이며 가격은 ₩3,000,000입니다. 씨앗페 상설 온라인 갤러리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Q. 작품을 구매하면 수익은 어디에 쓰이나요? A. 씨앗페 상설 온라인 갤러리 작품의 판매 수익은 상호부조 기금이 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씨앗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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