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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혁(VAPPLE) — 감정을 아낌없이 소비하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세 장면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29일 · 씨앗페

필명 VAPPLE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고동혁. "감정을 아낌없이 소비하세요"라는 작가의 말과 함께, 씨앗페에 나온 디지털 프린트 세 점을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고동혁(VAPPLE) — 감정을 아낌없이 소비하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세 장면

고동혁(VAPPLE), 〈감정이 모든게 폭발할꺼같아〉,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2026 — 원색의 폭발 형상이 사람의 몸을 대신하는 화면
고동혁(VAPPLE), 〈감정이 모든게 폭발할꺼같아〉,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2026 — 원색의 폭발 형상이 사람의 몸을 대신하는 화면

VAPPLE이라는 이름

고동혁은 VAPPL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작가 소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감정을 아낌없이 소비하세요 여러분들은 소비자입니다"

그다음 문장이 이 이름 뒤의 작업을 설명합니다.

"VAPPLE은 현대인이 경험하는 고립과 불안, 방황과 내면의 상처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익숙한 일상 속에 숨겨진 감정과 심리적 상태를 상징적인 장면과 이미지로 표현하며, 하나의 정해진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관람객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열린 서사를 구축한다."

'소비'라는 단어가 두 번 반복됩니다. 감정을 소비하라는 권유이자, 그 감정을 보는 사람이 소비자라는 선언입니다. 정답을 주지 않고 열어 두겠다는 태도가 뒤 문장에 이어집니다.

2026년 두 건의 개인전 기록이 있습니다. 서울 성수의 《Consume your emotions》, 서울 탐앤탐스 창동본점의 《INNERMOST》입니다. 단체전으로는 2023년 서울 일상비일상의틈, 2024년 서울 성수에서 열린 틴스튜디오 팝업 전시회가 있습니다.

근황 — 탐앤탐스 창동본점 개인전

《INNERMOST》는 2026년 9월 7일부터 10월 7일까지 탐앤탐스 창동본점(직영)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VAPPLE은 앨범 커버와 애니메이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이 전시는 탐앤탐스가 신진 예술가에게 대중과 만날 공간을 지원하는 기획의 하나였습니다. 학력은 인덕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출품작 세 점 읽기

씨앗페에 들어온 고동혁의 작품은 셋입니다. 모두 2026년,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의 같은 규격입니다. 정사각형 화면 셋이 나란히 놓이는 셈입니다.

〈아 저질러버렸다〉

화면은 짙은 남색 바탕입니다. 노란 이불이 덮인 침대에 청록색 머리를 한 인물이 팔베개를 하고 비스듬히 누워 있습니다. 표정은 여유롭게 옆을 바라보는 미소에 가깝고, 몸 곳곳에 작은 흰 별빛 같은 반짝임이 흩어져 있습니다. 화면 왼쪽 아래 구석에는 대조적인 장면이 작게 그려져 있습니다. 같은 색의 인물이 옆으로 미끄러지듯 쓰러지는 모습에, 속도감을 나타내는 흰 선들이 함께 그어져 있습니다. 침대 위의 느긋한 자세와 구석의 쓰러진 자세가 한 화면에 공존합니다.

"아 저질러버렸는데 내일은 어떻게 하지 흠 ..." — 작가노트

제목과 작가노트가 그대로 이 장면을 설명합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은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의 심리입니다.

고동혁(VAPPLE), 〈아 저질러버렸다〉,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400,000
고동혁(VAPPLE), 〈아 저질러버렸다〉,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400,000

〈順理〉

앞의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화면입니다. 검은 바탕에 파란 원 하나가 떠 있고, 그 앞에 사람의 뒷모습이 좌우·상하로 완전히 대칭을 이루며 그려져 있습니다. 팔과 다리가 몸통을 중심으로 네 방향으로 뻗어 나가 마치 거미나 만다라처럼 보이는 형상입니다. 위로 뻗은 두 팔은 정수리 위에서 서로 교차하고, 아래로 뻗은 두 다리도 발끝에서 다시 교차합니다. 색은 거의 없습니다. 흑백에 가까운 거친 선묘로, 가는 선을 촘촘하게 그어 명암과 질감을 만드는 목판화 같은 화법입니다. 제목의 順理(순리)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치를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대칭으로 반복되는 팔다리의 형상이, 정해진 결을 따라 도는 순환처럼 읽힙니다.

고동혁(VAPPLE), 〈順理〉,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450,000
고동혁(VAPPLE), 〈順理〉,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450,000

〈감정이 모든게 폭발할꺼같아〉

흰 바탕에 달려가는 사람의 실루엣이 있는데, 몸통 전체가 사람의 형태 대신 원색의 폭발하는 형상으로 대체돼 있습니다. 초록·보라·노랑·주황·빨강·파랑이 뒤엉켜 별 모양으로 터지듯 그려져 있고, 그 파편들이 화면 곳곳에 작은 조각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머리는 주황빛 피부에 초록 끝이 섞인 뾰족한 머리카락으로, 얼굴은 거의 지워져 보이지 않습니다. 발에는 회색과 흰색 운동화를 신었고, 발목 쪽에는 작은 불꽃 모양이 붙어 있습니다. 인물은 두 다리를 교차해 내딛는 동작으로, 달리는 중인지 그 자리에서 튀어 오르는 중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그려져 있습니다.

작가노트는 두 다른 작품에서 같은 문장을 반복합니다.

"여러분들의 시선이 곧 정답이자 해석입니다 작가가 설명한거에 얽매이지말고 탐구하고 해석하는 재미를 느끼시길 바랍니다"

몸을 색의 폭발로 대체한 이 화면 앞에서, 해석을 보는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작가의 말은 특히 무겁게 다가옵니다. 제목이 이미 감정 상태를 말하고 있으니, 그 감정이 왜, 무엇 때문인지는 보는 사람의 몫으로 남습니다.

고동혁(VAPPLE), 〈감정이 모든게 폭발할꺼같아〉,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400,000
고동혁(VAPPLE), 〈감정이 모든게 폭발할꺼같아〉,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400,000

세 점을 나란히 놓으면 결이 다르다는 것이 먼저 보입니다. 침대 위의 인물, 대칭으로 반복되는 뒷모습, 색으로 폭발한 몸. 그런데 셋 모두 사람의 몸을 그대로 그리지 않고 한 번 비틀어 놓았다는 점은 같습니다. 눕거나, 순환하거나, 터지거나 — 감정이 몸을 통과하는 세 방식입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고동혁이 씨앗페에 작품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세 점 중 하나를 고르기 어렵다면, 〈아 저질러버렸다〉 구석의 작게 쓰러지는 인물부터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큰 화면의 여유로운 자세와 대비되는 그 작은 장면이 이 작가의 화법을 압축해 보여줍니다.

고동혁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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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고동혁(VAPPLE)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필명 VAPPLE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인덕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현대인이 경험하는 고립과 불안, 방황과 내면의 상처를 상징적인 장면과 이미지로 표현하며, 정해진 해답을 주기보다 보는 사람이 각자 의미를 찾도록 여는 서사를 만듭니다.

Q. 최근 활동은 무엇인가요? A. 2026년 서울 성수에서 개인전 《Consume your emotions》를 열었고, 탐앤탐스 창동본점에서 《INNERMOST》를 9월 7일부터 10월 7일까지 열고 있습니다. 신진 예술가에게 대중과 만날 공간을 지원하는 기획의 하나입니다. 앨범 커버 아트워크와 애니메이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고동혁 작품은 무엇인가요? A. 모두 2026년작,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인 세 점입니다. 〈아 저질러버렸다〉(₩400,000), 〈順理〉(₩450,000), 〈감정이 모든게 폭발할꺼같아〉(₩400,000)입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Q. 고동혁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고동혁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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