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가고시안·타데우스 로팍·화이트큐브·페로탱이 한남에 모인 이유. 리움미술관과 글로벌 갤러리 7곳을 하루에 잇는 한남·이태원 지도.
한남·이태원 미술관·갤러리 지도

2017년까지 한남동은 미술 지도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습니다. 리움미술관 한 곳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 그런데 그해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가 서울에 들어오고 2021년 타데우스 로팍이 뒤따르면서 한남동은 글로벌 메가 갤러리가 한국에 내려앉는 자리 중 하나가 됐습니다.
흔한 오해부터 하나 정리하겠습니다. 글로벌 메가 갤러리가 전부 한남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페로탱은 삼청동과 강남에, 화이트큐브는 강남 도산대로에 있습니다. 가고시안은 서울에 상설 갤러리를 두지 않았고 다른 기관의 공간을 빌려 전시를 열었습니다. 이 글에서 걸어서 도는 코스로 묶는 곳은 실제로 한남·이태원에 있는 네 곳입니다.
안국·삼청동(하루 코스(공개 예정))과는 결이 다른 한남·이태원의 갤러리 지형을 정리합니다.
한남·이태원에 실제로 있는 네 곳
| 시설 | 본부 | 위치 | 성격 |
|---|---|---|---|
| 리움미술관 | 삼성문화재단 | 한남동 (2004 개관) | 한국 최고 사립 미술관 |
| 페이스 갤러리 | 뉴욕 | 이태원로 262 (2017 개관, 2021 한남 확장) | 글로벌 메가, 동시대 거장 |
| 타데우스 로팍 | 잘츠부르크/파리/런던 | 이태원로 213 (2021) | 게르하르트 리히터·로버트 라우셴버그 |
| BHAK | 서울 | 한남동 | 한국 동시대 신진·중견 |
네 곳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모여 있습니다. 리움에서 시간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반나절에서 하루까지 걸립니다.
한남에 있다고 오해하기 쉬운 곳들
같이 묶여 소개되는 일이 많지만 동네가 다릅니다. 한남에 갔다가 헛걸음하지 않도록 위치를 밝혀둡니다.
| 갤러리 | 실제 위치 | 메모 |
|---|---|---|
| 페로탱 | 종로 삼청동(2016) · 강남 신사동 2호점 | 삼청동 코스와 묶는 편이 맞습니다 |
| 화이트큐브 | 강남 도산대로 호림아트센터(2023) | 도산공원 일대 갤러리와 함께 |
| 가고시안 | 서울 상설 갤러리 없음 | 2024년 아모레퍼시픽 APMA 캐비닛에서 한국 첫 전시를 열었습니다 |
세 곳 모두 한국에 들어온 것은 맞지만 한남에 거점을 둔 것은 아닙니다. 이 구분이 뭉개진 소개 글이 많으니 방문 전에 각 갤러리 홈페이지에서 주소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한남이 메가 갤러리를 끌어들인 이유
1. 리움미술관이라는 앵커
리움미술관(Leeum)은 2004년 개관한 한국 최고급 사립 미술관입니다. 안도 다다오·렘 콜하스·장 누벨 — 세계 3대 건축가가 각자 한 동씩 설계한 건물 자체가 작품. 한국 고미술·근현대미술·동시대 미술의 핵심 컬렉션이 이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글로벌 컬렉터들은 서울에 와서 반드시 리움을 방문하므로 메가 갤러리가 그 동선에 들어오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2. 외국인 거주·소비층의 밀도
한남동·이태원은 한국에서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동네 중 하나입니다. 대사관·고급 레지던스가 모여 있고 한국에 거주하는 글로벌 컬렉터·임원들이 자주 방문합니다. 메가 갤러리의 주요 고객층이 도보권 안에 있는 셈.
3. 부동산 — 큰 천장고와 자연광
메가 갤러리에는 5m 이상의 천장고와 자연광이 들어오는 큰 공간이 필요합니다. 한남동·이태원의 신축 빌딩이 이 조건을 충족하고 강남보다는 임대료가 합리적이며 주차도 가능합니다.
4. 동시대 미술의 글로벌 시장 진입로
한남은 안국과 다릅니다. 안국이 한국 작가·한국 컬렉터의 본진이라면, 한남은 글로벌 작가가 한국에 들어오는 진입점입니다. 두 지역은 경쟁이 아니라 보완 관계.
어떻게 돌면 좋은가
분 단위 시간표는 만들지 않겠습니다. 갤러리 전시는 규모 편차가 크고 리움에서 얼마나 머무느냐에 따라 하루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순서와 준비물만 정리합니다.
리움미술관부터
- 한강진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상설전(소장품 전시)은 무료입니다. 기획전은 별도 요금이고 전시마다 다릅니다
- 온라인 사전 예약제입니다. 관람일 14일 전부터 예약할 수 있고, 예약 창은 저녁 6시에 열립니다. 당일에 그냥 가면 못 들어갈 수 있으니 반드시 미리 잡으세요
- 매주 월요일 휴관(설날·추석 당일 포함). 화요일은 정상 개관합니다
- 고미술 → 근현대 → 동시대 순으로 보면 2시간 안팎. 안도 다다오·렘 콜하스·장 누벨이 각각 설계한 건물 자체가 감상 대상입니다
그다음 갤러리 세 곳
리움에서 나오면 페이스(이태원로 262) → 타데우스 로팍(이태원로 213) → BHAK 순으로 이태원로를 따라 걷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세 곳 모두 입장 무료이고 한 곳당 30~45분이면 충분합니다.
전시 교체 기간에는 문을 닫습니다. 갤러리는 미술관과 달리 전시가 없는 날이 있으니 방문 전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에서 현재 전시를 확인하세요. 일요일과 공휴일에 쉬는 곳도 있습니다.
식사와 마무리
- 한남시장 일대 — 가벼운 한식·국밥
- 이태원 일대 — 멕시칸·이탈리안·터키·인도 등 선택지가 넓습니다
- 마무리는 6호선 이태원역 또는 한강진역
안국과 한남, 무엇이 다른가
| 항목 | 안국·삼청동 | 한남·이태원 |
|---|---|---|
| 갤러리 성격 | 한국 갤러리 본진 | 글로벌 메가 갤러리 한국 거점 |
| 작품 가격 | 한국 시장 시세 | 글로벌 시장 시세(보통 더 높음) |
| 다루는 작가 | 한국 작가 70~90% | 글로벌 작가 70~80% |
| 분위기 | 한옥·전통 골목과 결합 | 모던 빌딩·외국인 거주지 |
| 방문 시간 | 반나절 (여섯 곳) | 반나절~하루 (리움 포함 네 곳) |
| 누구에게 적합 | 한국 미술사 입문 | 글로벌 동시대·블루칩 학습 |
처음 컬렉팅을 시작한다면 안국부터, 그다음 한남이 자연스러운 순서입니다. 한국 미술 시장의 결을 먼저 잡고 글로벌 시장의 결을 비교하는 흐름.

한남에서 작품을 살 때 알아두면 좋은 것
1. 가격대가 한국 시장 평균보다 높음
글로벌 메가 갤러리가 다루는 작품은 국내 갤러리와 가격대가 한 자릿수 이상 다릅니다. 소품이라도 웬만한 국내 작가의 대표작보다 비싸고 주요 작품은 억 단위를 훌쩍 넘어갑니다. 일반 직장인 컬렉터에게는 '구경하는 곳'에 가깝고 가격대가 맞는 컬렉터에게는 '한국에서 글로벌 진품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입니다.
2. VIP 명단·웨이팅 리스트 문화
메가 갤러리는 인기 작가의 신작을 VIP 컬렉터에게 우선 배정합니다. 처음 거래하는 컬렉터는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운 작품이 있을 수 있고 갤러리스트와 장기 관계를 쌓으면서 진입하는 시장입니다. 이것이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 메가 갤러리의 일반적 운영 방식임을 알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3. 영어로 응대받을 가능성
메가 갤러리는 본사가 해외에 있어 영어로 일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한국어로 말해도 다 통하지만 영어를 어려워하지 않으면 더 자세한 작가·작품 설명을 받을 수 있습니다.
4. 사진·SNS 매너
인스타에 갤러리 내부 사진을 올리는 건 일반적이지만 다른 컬렉터가 작품을 보는 장면·VIP 라운지·구매 진행 중인 장면은 절대 찍지 않습니다. 한국 갤러리보다 매너가 더 엄격합니다.
한남에서 본 작품과 한국 동시대 작가의 만남
글로벌 메가 갤러리도 한국 작가를 일부 다룹니다. 어느 갤러리가 어느 작가를 대표하는지는 계약에 따라 바뀌므로 각 갤러리 홈페이지의 소속 작가 목록에서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다만 여기서 다뤄지는 한국 작가들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가격대에 거래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씨앗페에 출품된 한국 동시대 작가들은 이들과 시장 위치가 다릅니다. 한남에서 거래되는 1억원 이상의 작품과는 결이 다른 **'한국에서 활동하는 동시대 작가의 합리적 가격대'**가 씨앗페의 자리. 위에 인용한 강레아 〈#01_S1707SP〉처럼 한지에 디지털 안료를 결합한 작품은 한남의 글로벌 라인업에서 보기 어렵습니다.
한남에서 시장 시세를 학습하고 씨앗페 갤러리에서는 그 학습으로 한국 작가의 작품을 보면, 두 시장의 차이와 보완 관계가 명확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남 메가 갤러리는 일반인이 들어가도 환영받나요? A. 네, 입장 자체에는 차별이 없습니다. 다만 분위기가 정적이고 직원의 응대도 정제되어 있어 처음에는 위축될 수 있습니다. "전시 보러 왔습니다" 한 마디면 충분히 자연스러운 입장. 작품 가격을 묻지 않아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Q. 한남 갤러리에서 진짜로 작품을 살 수 있나요? A. 네. 다만 가격대가 보통 1억원 이상이고 인기 작가는 VIP 우선이라 대기가 있습니다. 진지한 관심이 있다면 갤러리스트에게 명함을 받고 메일로 후속 상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리움미술관은 사진 촬영 가능한가요? A. 상설 전시는 대부분 가능, 특별전·기획전은 작품에 따라 'No Photo'. 플래시·삼각대 항상 금지. 전시장 입구에 표시되어 있으니 확인하세요.
Q. 한남에서 어떤 작가가 한국 시장 가격을 올렸나요? A. 단색화 계열을 비롯한 여러 한국 작가가 글로벌 갤러리와 손잡은 뒤 국내 시장 평가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다만 얼마나 올랐는지를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공개 데이터는 없습니다 — 갤러리 거래가는 대부분 비공개이고 경매에 나오는 작품은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배수를 제시하는 이야기를 만나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먼저 보시기 바랍니다.
Q. 가족 단위 방문은 적합한가요? A. 리움미술관은 가족 친화적이지만 메가 갤러리는 어린이가 작품을 만지지 않도록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작품 손상 시 보상 금액이 매우 큽니다. 영유아·활동성 큰 어린이는 메가 갤러리 방문 비추천.
Q. 한남에서 한국 식당을 못 찾겠어요. A. 이태원은 글로벌 음식 비중이 높지만 한남시장·한남오거리 일대에 한식당이 있습니다. 가성비를 원하면 시장, 분위기를 원하면 한남동 골목 한식당을 추천합니다.
마치며
한남·이태원은 한국 미술 시장이 글로벌과 만나는 지점입니다. 안국에서 한국 작가의 결을 보고 한남에서 글로벌 시장의 결을 보면 한국 미술이 어디에 위치한 시장인지 한 번에 보입니다. 컬렉팅을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읽는 일로 보고 싶다면 두 지역을 모두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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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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