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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정 — 마당의 풀꽃과 벌레를 위계 없이 그리는 판화 〈꽃밭〉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10월 2일 · 씨앗페

마당에 나가 꽃과 풀벌레를 채집하고 관찰해 그리는 판화가 허문정. 오윤의 서민적인 삶을 패랭이꽃과 잡초에 빗댄 실크스크린 〈꽃밭〉을 도판 그대로 읽습니다.

허문정 — 마당의 풀꽃과 벌레를 위계 없이 그리는 판화 〈꽃밭〉

허문정, 〈꽃밭〉, 실크스크린, 아크릴채색, 30x30cm — 연둣빛 하늘 아래 초록 풀밭에 패랭이꽃과 도라지꽃, 나비, 분홍 새, 딱정벌레가 가득한 정사각형 화면
허문정, 〈꽃밭〉, 실크스크린, 아크릴채색, 30x30cm — 연둣빛 하늘 아래 초록 풀밭에 패랭이꽃과 도라지꽃, 나비, 분홍 새, 딱정벌레가 가득한 정사각형 화면

〈꽃밭〉의 위쪽 5분의 2가량은 연한 연둣빛 하늘입니다. 아무것도 그려 넣지 않은 이 여백 아래로 밝은 초록의 풀밭이 깔리고, 화면의 아래쪽에 모든 것이 빽빽하게 모여 있습니다. 가는 검은 선으로 윤곽을 딴 꽃들이 줄기를 세우고 있습니다.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갈라진 분홍 패랭이꽃, 종 모양으로 벌어진 연보라 꽃, 별처럼 뾰족한 흰 꽃, 푸른 수국처럼 뭉친 꽃송이가 보입니다. 가운데에서 조금 오른쪽으로 표범무늬 날개를 펼친 나비가 앉아 있고, 오른쪽에는 분홍빛 새 한 마리가 걸어갑니다. 풀잎 사이로는 딱정벌레와 귀뚜라미 같은 풀벌레가 기어 다닙니다.

크기 순서가 없다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나비도 새도 벌레도 꽃도 서로 크게 눌리지 않고, 어느 하나가 중심에 서 있지 않습니다. 화면 아래쪽 가장자리, 가운데에서 조금 오른쪽에 작가의 서명과 2022라는 연도가 있습니다.

마당에서 시작하는 그림

허문정은 1971년생으로 청주대학교 회화학과를 졸업하고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판화학과를 마쳤습니다. 작가가 밝힌 작업의 출발점은 마당입니다. 작가노트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의 주변에 피어있는 다양한 꽃들과 생동하는 풀벌레들을 직접 채집하고 관찰하며 그린 작품들이다." — 허문정 작가노트

계절이 바뀌면 움트고 자라나는 모습이 달라지고, 그 변화를 따라 새와 나비, 사마귀, 노린재 같은 온갖 자연물을 들여다본다고 작가는 적었습니다. 성원선은 2011년 인사아트센타 개인전 평문에서 허문정이 "하늘거리는 봄의 원피스를 입은 것처럼 자유 분망한" 마당에서 자라는 들꽃과 이름 모를 풀들, 나비와 새들을 사랑한다고 썼습니다. 같은 글은 "매일을 일기 쓰듯 그려나가는 꽃잎들과 나비의 날개 짓"이라는 표현도 남겼습니다.

〈꽃밭〉의 풀과 벌레가 제각기 다른 자세로 흩어져 있는 까닭이 이 관찰의 방식에 있어 보입니다. 정돈된 화단이 아니라 마당에서 직접 마주친 것들을 그려 넣은 화면입니다.

판화가 걸어온 길

허문정은 판화의 기법을 여러 갈래로 써 온 작가입니다. 2020년 쉐마미술관 개인전 《나의 정원 My garden》을 소개한 글에 따르면 작가는 주로 동판화를 제작했고, 에칭과 애쿼틴트, 연필로 얇은 유산지에 선을 그려 부식하는 소프트 그라운드 기법을 썼습니다. 실제 나뭇잎을 이용해 잎맥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도 했고, 얇은 한지에 수채로 색을 입혀 동판 위에 콜라주해 찍는 방식도 있었습니다. 같은 글은 자연물을 작품의 재료로 직접 쓴 시작이 2000년대 초반 채송화 꽃즙을 활용한 작업이었다고 전합니다.

〈꽃밭〉은 실크스크린과 아크릴 채색을 함께 쓴 작업입니다. 작가노트는 꽃과 풀벌레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그린 선들을 실크스크린 기법과 아크릴 채색 등 혼합기법으로 옮겼다고 적고 있습니다. 도판에서도 검은 윤곽선 안쪽의 꽃잎 색이 한 가지로 고르지 않고 군데군데 농도가 다릅니다.

작가의 약력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진천생거판화미술관 등의 소장 기록이 있고, 2015년에는 대전문화재단의 한국판화국제레지던시 프로그램 제4기 입주작가로 활동했습니다.

오윤의 시선으로 읽는 풀꽃

이 작품의 작가의 말에는 오윤이 등장합니다.

"오윤의 서민의 애환의 삶을 서민적인 꽃인 패랭이꽃, 잔대꽃잎, 도라지꽃, 부추꽃등과 수수한 잡초들과 함께 아우르는 모든 생명체들을 위계와 경중 없이 모두 자연을 구성하는 소중한 존재들임을 실크스크린 판화와 따뜻한 채색으로 표현하였다." — 허문정, 〈꽃밭〉 작가의 말

오윤이 판화에 새긴 이들은 이름난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허문정은 그 시선을 풀밭으로 옮겨 왔습니다. 값비싼 꽃 대신 길가에 흔한 패랭이꽃, 도라지꽃, 부추꽃이 화면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도판 아래쪽 한가운데에 크게 피어 있는 꽃도 분홍 패랭이이고, 날개를 활짝 편 나비조차 다른 꽃들과 같은 높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연둣빛 하늘의 빈 여백도 이 읽기와 어울립니다. 아래쪽의 촘촘한 풀밭이 서로 겹치고 기대어 한 덩어리의 숲을 이루는 동안, 위쪽은 아무 무게도 얹지 않아 숨을 쉴 자리를 줍니다.

최근의 걸음

허문정은 2025년 11월 서울 서초동 유디갤러리에서 개인전 《Flower garden》을 열었습니다. 보도에 실린 작가의 말은 "꽃처럼 피어나는 생명의 아름다움은 매 순간 새롭고 흥미롭다"는 것이었고, 이 전시를 통해 "자연 속 작은 존재들까지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감각"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2026년 5월부터 7월까지는 쉐마미술관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업으로 운영한 프로그램 《찬란한 나의 정원》에서 중장년의 삶을 '정원'에 빗대어 풀어내는 시간을 이끌었습니다.

씨앗페에서 만나는 〈꽃밭〉

〈꽃밭〉은 씨앗페 상설 온라인 갤러리에 걸려 있습니다. 씨앗페는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을 돕기 위해 동료 작가들이 작품을 내놓은 캠페인이고, 작품 판매 수익은 상호부조 기금이 되어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마당의 작은 생명을 같은 무게로 바라보는 이 그림이 그 연대의 자리에 함께 걸려 있습니다.

정사각형의 작은 화면이라 가까이 놓고 오래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꽃만 보이다가, 풀 사이의 귀뚜라미와 구석의 딱정벌레가 눈에 들어오는 순서로 열리는 그림입니다. 허문정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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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허문정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1971년생으로 청주대학교 회화학과와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판화학과를 졸업한 판화 작가입니다. 꽃과 식물, 곤충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리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진천생거판화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Q. 〈꽃밭〉은 어떤 기법으로 만들었나요? A. 실크스크린 판화에 아크릴 채색을 더한 혼합 기법입니다. 작가노트에 따르면 마당에서 관찰하며 그린 꽃과 풀벌레의 선을 실크스크린과 아크릴 채색 등 혼합기법으로 표현했습니다.

Q. 작품에서 오윤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작가는 오윤이 그린 서민의 애환 어린 삶을 패랭이꽃, 도라지꽃, 부추꽃 같은 서민적인 꽃과 수수한 잡초에 빗대어, 모든 생명이 위계와 경중 없이 자연을 이루는 소중한 존재임을 표현했다고 밝혔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작품은 무엇인가요? A. 〈꽃밭〉(2022, 실크스크린·아크릴채색, 30x30cm) 한 점이며 가격은 ₩550,000입니다. 씨앗페 상설 온라인 갤러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Q. 작품 판매 수익은 어디에 쓰이나요? A. 씨앗페 상설 온라인 갤러리 작품의 판매 수익은 상호부조 기금이 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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