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법수면에 작업실을 둔 도예가 장준근. 아라가야 불꽃무늬 토기를 자기로 옮긴 개인전 「아라의 숨결」에서 다함께 나누는 차 그릇 〈차향〉까지, 흙을 다루는 한 작가의 자리를 읽습니다.
장준근 — 아라가야 불꽃무늬 토기에서 밤하늘빛 차 그릇까지

그릇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색이 층층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가장자리 쪽은 거의 검은 남색이고, 벽을 타고 내려갈수록 코발트빛이 번지다가, 바닥 한가운데에서는 연한 물빛에 가까워집니다. 그 위에 흰 점과 잔 무늬가 흩뿌려져 있어 별이 박힌 밤하늘을 내려다보는 것 같습니다. 도예가 장준근의 〈차향〉입니다.
함안에 작업실을 둔 도예가
장준근은 경남 함안군 법수면에 작업실을 두고 작업합니다. 2020년 11월 경남신문은 「아라의 숨결」이라는 이름의 두 번째 개인전을 소개하면서 그를 "함안군 법수면에 작업실을 둔 공예작가"라고 적었고, 당시 나이를 50세로 전했습니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그는 함안미술협회와 경남민족미술인협회 회원이며, 개인전 외에 통영아트페어 초대작가전, 부·마항쟁 40주년 기획전 같은 여러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작가 소개에는 개인전 4회, 그리고 근작 활동이 이어 적혀 있습니다. 2024년 창원시 미술은행 작가전, 2025년 진해 민예총 단체전(일본 아이치현립미술관), 같은 해 경남 중견작가 9인전(일본 나고야), 2026년 통영아트페어 부스전과 경남민미협 작가 6인 초대전(나고야 핑거포럼 갤러리).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아트로드 전시와 창동예술촌 개촌 10주년 기념전에도 이름을 올렸고, 개천미술대상전에서는 심사위원을 맡았습니다. 지금은 토방 대표를 맡고 있으며 경남민미협에서 활동합니다.
바다 건너 전시가 잦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2025년 7월 경남신문은 일본 나고야 시민 갤러리 사카에 전시실에서 열린 '경남 중견작가 9인전'을 전했습니다. 회화·나전·옻칠·조각·도자 작가 아홉 명이 함께한 자리였고, 도자로는 오정숙, 강경화, 장준근이 참여했습니다. 전시는 나고야 핑거포럼갤러리 최윤정 대표와 강경화 도예가가 기획했다고 합니다.
「아라의 숨결」 — 토기를 자기로 옮기는 일
장준근의 작업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단서는 2020년 마산창동 갤러리 ET에서 열린 두 번째 개인전입니다. 주제는 함안 아라가야의 토기, 그중에서도 '불꽃문양 토기'였습니다. 경남신문은 이 전시에서 그가 불꽃문양 토기를 형상화한 자기 작품 20여 점을 선보였다고 전했습니다.
기사가 묘사한 작품의 생김새가 흥미롭습니다. 주로 접시 형태의 평평한 공간에 함안에서 출토된 토기 유물을 형상화해 결합시킨 조형물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기사는 여기서 "현대와 과거의 공존을 시도하려는 의도"를 읽었습니다. 천오백 년 전 가야 사람들이 빚은 형태를, 오늘의 도예가가 접시라는 현대의 그릇 위에 올려놓는 방식입니다.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작가의 말로 남아 있습니다.
"아름답고 현대적 감각에 뒤지지 않는 아라가야 토기의 문화적 가치와 보존을 위해 적극적인 전승의 필요성을 느껴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 — 경남신문, 2020년 11월 4일
'전승'이라는 단어가 눈에 걸립니다. 자기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자기 표현이 아니라 지역의 옛 그릇을 잇는 일을 전시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살고 있는 땅에서 나온 유물을 지금의 손으로 다시 빚는 일, 그것이 장준근의 작업 바탕에 놓여 있습니다.
〈차향〉 — 도판을 오래 들여다보며
씨앗페 상설 온라인 갤러리에 나온 〈차향〉은 2025년 작이고, 크기는 18x45x18cm, 재료는 밤하늘에별,1240도 산화소성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1240도 산화소성은 산소가 충분한 가마에서 구워 냈다는 뜻입니다. 재료란에 적힌 '밤하늘에별'이라는 말처럼, 도판에서는 안쪽이 깊은 남청색으로 흐르고 흰 점이 박혀 있습니다.
작가는 이 그릇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차 마시는 도구의 하나로 혼자 마시는 그릇이 아니라 다함께 나누는 차 그릇 입니다." — 작품 설명
도판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입술선입니다. 원형으로 딱 떨어지지 않고, 몇 군데가 물결치듯 솟았다 내려앉으며 끝이 살짝 뾰족하게 모였습니다. 물레로 올린 몸통 위에 손으로 가장자리를 눌러 잡은 흔적처럼 보입니다. 이 물결진 입술 덕에 그릇이 위에서 볼 때 꽃잎이 벌어진 모양이 되고, 둘러앉은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각도에서 차를 따를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바깥은 안쪽과 다르게 차분합니다. 어두운 남색 바탕에 물레 결이 가로로 촘촘히 감겨 있고, 군데군데 푸른 기운이 비쳐 지나갑니다. 표면 곳곳에는 작은 구멍 같은 점이 박혀 있어 손끝에 닿는 감촉이 매끈하기만 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굽은 어둡고 낮게 받쳐져 있어, 넓게 벌어진 몸통을 무겁지 않게 지탱합니다.
안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색의 흐름이 이 작품의 중심입니다. 위쪽 벽은 짙은 남색이고 유약이 아래로 흘러내린 자국을 따라 코발트가 번지며, 바닥으로 갈수록 연한 하늘빛이 됩니다. 오른쪽 벽에는 회색빛이 도는 넓은 얼룩이 떠 있어, 같은 남색이라도 불이 지나간 자리마다 다른 얼굴이 됩니다. 표면에 흩어진 흰 점과 실 같은 무늬는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차를 따르면 물빛이 이 색과 겹쳐 또 다른 밤빛이 되겠지요.
- 18x45x18cm · 밤하늘에별,1240도 산화소성 · 2025 · ₩500,000
- 작품 페이지 →
씨앗페에서
장준근이 씨앗페에 작품을 낸 것은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의 문제를 함께 풀려는 자발적 연대자들이고,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혼자 마시는 그릇이 아니라 다함께 나누는 차 그릇'이라는 작가의 소개는 그 구조와 잘 맞물립니다. 나누는 그릇을 낸 작가가 나누는 기금에 참여했습니다.
〈차향〉은 현재 씨앗페 상설 온라인 갤러리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밤하늘빛 안쪽을 직접 보고 싶은 분은 작품 페이지에서 확대해 보시길 권합니다. 장준근 작가 페이지에서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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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장준근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경남 함안군 법수면에 작업실을 둔 도예가입니다. 2020년 마산창동 갤러리 ET에서 함안 아라가야 불꽃문양 토기를 자기로 옮긴 두 번째 개인전 「아라의 숨결」을 열었고, 함안미술협회와 경남민족미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합니다.
Q. 「아라의 숨결」은 어떤 전시였나요? A. 2020년 11월 마산창동 갤러리 ET에서 열린 개인전으로, 아라가야 토기를 대표하는 불꽃문양 토기를 형상화한 자기 작품 20여 점이 나왔습니다. 접시 형태의 평평한 공간에 함안에서 출토된 토기 유물을 형상화해 결합한 조형물이 많았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장준근 작품은 무엇인가요? A. 〈차향〉(2025, 밤하늘에별,1240도 산화소성, 18x45x18cm)입니다. 여럿이 나누는 차 그릇이며 가격은 ₩500,000입니다.
Q. 장준근 작품을 사면 수익은 어디로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장준근은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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