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과 출신 화가 조영숙이 회화 한 점에 판화의 손길을 얹었습니다.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쩌면 자화상"이라는 작가의 말을 따라 씨앗페 출품작 〈자연이야기〉를 화면으로 읽습니다.
조영숙 — 종이 위에 겹쳐 놓은 자연, 〈자연이야기〉 한 점을 읽다

씨앗페에 들어온 조영숙의 작품은 한 점입니다. 〈자연이야기〉, 2026년, Mixed media, 40x50cm.
화면부터 봅니다
바탕은 연분홍입니다. 그 위에 흰 선으로 풀잎 무늬가 얇게 깔려 있고, 그 위에 다시 꽃과 잎을 오려 붙인 듯한 형상들이 층층이 얹혀 있습니다. 왼쪽 위에는 주황색 꽃 한 송이가 단순한 동심원으로 그려져 있고, 오른쪽 위에는 진홍색 면이 찢어진 종이처럼 거칠게 뜯긴 윤곽으로 놓여 있습니다. 가운데 아래쪽에는 초록색 꽃 한 송이가 있는데, 이 꽃만 결이 다릅니다. 붓으로 칠한 다른 형상들과 달리 가는 선이 그물처럼 꽃잎 전체를 채우고 있어, 목판이나 실크스크린을 찍어낸 자리처럼 보입니다.
화면 아래 절반은 짙은 초록 잎들이 겹겹이 채웁니다. 잎맥을 따라 그은 흰 선, 잎 가장자리의 톱니 모양, 잎마다 다른 채도의 초록 — 몇 겹인지 세기 어려울 만큼 포개져 있습니다. 그 잎 하나 위, 화면 왼쪽 아래에 무당벌레 한 마리가 작게 앉아 있습니다. 빨간 등에 검은 점, 흰 얼룩까지 그려 넣은 정밀한 묘사입니다. 화면 전체가 형태를 단순화한 꽃과 잎으로 이루어진 가운데, 이 무당벌레만 실물에 가깝게 그려져 있어 눈이 먼저 그리로 갑니다.
작가는 이 화면을 만드는 방식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일상에서 볼수있는 자연의 부분들을 실물현상 보다는 주관적으로 형태를 재해석하여 식물과 자연의 생성과 성장, 쇠락과 소멸을 표현한다." — 조영숙, 씨앗페 출품작 〈자연이야기〉 작품 설명
화면이 그 문장을 그대로 따릅니다. 실물의 꽃이나 잎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하나는 동심원으로, 하나는 찢어진 면으로, 하나는 판화 무늬로 각각 다르게 재해석해 한 화면에 나란히 놓았습니다. 그 다른 형태들이 한자리에 겹쳐 있는 것 자체가 '생성과 성장, 쇠락과 소멸'이 동시에 벌어지는 정원처럼 읽힙니다.
재료 — 회화 안에 남은 판화의 손
작품 재료는 'Mixed media'로만 등록돼 있어 어떤 기법을 어떻게 섞었는지 사양표에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다만 화면을 보면 짐작할 단서가 있습니다. 가운데의 초록 꽃과 오른쪽 위 배경 일부에 남은 그물 같은 선과 거친 마티에르는 판을 찍어낸 자국에 가깝고, 주황 꽃과 무당벌레처럼 붓의 자유로운 손길이 남은 부분은 채색으로 보입니다. 판화의 규칙적인 자국과 회화의 즉흥적인 붓질이 한 화면 안에 같이 있습니다.
이 결합은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조영숙은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판화과 석사를 마쳤습니다. 회화로 출발해 판화를 더한 이력이 화면에 그대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성신여대 판화과 개설 30주년을 기리는 기념展에 이름을 올린 기록도 있어, 판화과와의 인연이 짧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어쩌면 자화상"
작가는 이 작품을 작업 설명 끝에 이렇게 맺었습니다.
"자연을 통해 생명의 순환성을 이야기하고자한다. 나또한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때문에 어쩌면 '자화상'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을것같다." — 조영숙, 씨앗페 출품작 〈자연이야기〉 작품 설명
꽃도 잎도 초상이 아닌데 작가는 이것을 자화상이라고 부릅니다. 얼굴을 그리지 않고도 자화상이 성립한다면, 그 근거는 '나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문장 하나입니다. 화면 속 꽃과 잎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있듯, 한 사람의 초상도 하나의 방식으로만 그려질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작가는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글에서 이 화면이 다른 작업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밝혔습니다.
"오윤과 나의 작업은 생명과 자연, 삶과 소멸을 바라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윤작가가 인간의 삶과 생명력을 표현했다면 나는 식물과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한다. 초록과 식물은 나에게 생성과 성장 쇠락과 소멸을 상징한다. 두 작업 모두 생명의 아름다움과 죽음을 함께 바라본다. 결국 인간과 자연을 통해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 조영숙, 씨앗페 제출 작가 소개
이 연결은 작가 본인이 쓴 자평입니다. 남이 그어 준 계보가 아니라, 스스로 그은 선입니다.
출품작 읽기
〈자연이야기〉 — 2026년, Mixed media, 40x50cm
씨앗페에 나온 조영숙의 유일한 출품작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붓과 판이 한 화면에서 만나는 자리이고, 화면 아래쪽 잎 위의 무당벌레를 가까이서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 40x50cm · Mixed media · 2026 · ₩1,500,000
- 작품 페이지 →
조영숙 작가 페이지에서 이 작품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오윤 곁에서
〈자연이야기〉는 씨앗페 상설 온라인 갤러리와 함께,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에도 걸려 있습니다. 두 작가의 작업을 나란히 놓은 것은 조영숙 본인의 말입니다 — "오윤작가가 인간의 삶과 생명력을 표현했다면 나는 식물과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한다." 한 사람은 사람을, 한 사람은 식물을 그렸다는 그 대비가, 이 작품이 그 자리에 함께 놓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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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조영숙 작가는 어떤 작업을 하나요? A. 식물과 자연을 소재로, 실물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주관적으로 형태를 재해석해 그립니다. 작가는 씨앗페 출품작 설명에서 "식물과 자연의 생성과 성장, 쇠락과 소멸을 표현한다"고 밝혔습니다.
Q. 조영숙 작가의 이력은? A.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판화과를 졸업했습니다(1991). 1990년 서울, 1991년 춘천, 2003년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1987년부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2020년 고양문화재단 주최 선정작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Q. 〈자연이야기〉는 어떤 작품인가요? A. 2026년작, Mixed media, 40x50cm입니다. 연분홍 바탕 위에 꽃과 잎을 층층이 겹쳐 놓은 화면으로, 판화의 규칙적인 자국과 회화의 붓질이 한 화면 안에 함께 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두고 "나 또한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쩌면 '자화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Q. 조영숙 작품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A. 씨앗페 상설 온라인 갤러리와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 양쪽에 걸려 있습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Q. 조영숙 작품 가격은? A. 〈자연이야기〉는 ₩1,500,0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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