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콘텐츠로 이동

이호욱 — 구겨진 푸른 하늘 아래, 흑백의 사람들에서 겨울 꽃까지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30일 · 씨앗페

장지 위에 먹과 호분으로 겨울을 그리는 한국화가 이호욱. 2011년 인사동의 첫 개인전부터 2024년 정부서울청사갤러리 《겨울꽃》까지, 구겨진 하늘과 흑백의 풍경이 이어져 온 길을 읽습니다.

이호욱 — 구겨진 푸른 하늘 아래, 흑백의 사람들에서 겨울 꽃까지

이호욱, 〈겨울목련4〉, 분색장지에 먹과 호분, 60x60cm, 2026 — 푸른 바탕 위로 검은 가지가 늘어지고 흰 꽃잎이 매달린 화면
이호욱, 〈겨울목련4〉, 분색장지에 먹과 호분, 60x60cm, 2026 — 푸른 바탕 위로 검은 가지가 늘어지고 흰 꽃잎이 매달린 화면

한 변 60cm의 정사각형 화면입니다. 바탕은 짙은 청색이고, 그 위로 검은 가지가 위에서 아래로 늘어집니다. 가지마다 흰 꽃잎이 매달려 있습니다. 꽃잎은 젖은 붓으로 번지게 칠한 흰색이 아니라 윤곽이 또렷한 흰 면이고, 꽃 한가운데에는 먹으로 눌러 찍은 듯한 검은 심이 있습니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마름모꼴 낙관이 하나 흰 선으로 찍혀 있습니다.

이호욱의 〈겨울목련4〉(2026)입니다. 재료는 분색장지에 먹과 호분. 이 작품은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에 출품됐고, 2026년 8월 29일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작품은 떠났지만, 이 한 점에는 이호욱이 십오 년 넘게 그려온 화면의 문법이 거의 다 들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문법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왔는지를 개인전 순서대로 따라갑니다.

사진에서 시작한 풍경 — 2011년

이호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한국화가입니다. 신문에 그의 이름이 처음 또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2011년, 두 번의 개인전을 통해서입니다.

첫 번째는 그해 2월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 《소중한 것은 늘 멀리에 있지 않았다》입니다. 갤러리 라메르가 해마다 신진작가를 뽑아 전시를 지원하는 창작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로 열린 전시였습니다. 함께 소개된 작품이 〈기념사진-미술관 견학〉(2010)이고, 크기 130x97cm에 재료는 장지기법에 수묵과 가죽으로 적혀 있습니다. 제목부터 사진의 언어입니다. 여럿이 줄을 서서 카메라를 보는 단체 기념사진이라는 형식을 빌려, 미술관에 견학 온 사람들의 한 장면을 그렸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두 번째는 같은 해 10월 8일부터 서울 팔판동 갤러리진선에서 열린 《기념사진-아이와 어른》입니다. 갤러리진선의 작가지원 프로그램 '윈도우'전으로 열렸고, 당시 나이는 서른한 살로 보도됐습니다. 아주경제는 이 전시를 소개하며, 작가가 그동안 추억이 깃든 풍경과 기념비적인 장면에 대한 회고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조금 더 상징성이 드러난다고 전했습니다.

두 전시의 제목이 같은 낱말을 씁니다. '기념사진'. 인물이 화면에 서 있는 방식이 사진에서 왔고, 그래서 그림 속 풍경은 처음부터 지금 눈앞의 풍경이 아니라 지나간 장면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뒤에 나오는 흑백의 화면을 이해하는 첫 단서입니다.

흑백의 군상, 구겨진 하늘 — 2016년과 2017년

5년 뒤 2016년 3월 16일부터 22일까지 갤러리도스에서 《낮고 푸른 바람》이 열렸습니다. 이 전시를 소개한 기사들에서 이호욱의 화면이 처음으로 문장이 됩니다.

한 경제지 기사는 그를 "구겨진 푸른 하늘의 정경을 중심으로 흑백의 군상을 담는 작가"라고 소개했습니다. 아시아투데이는 이 무렵의 작품 〈군중2〉(190x130cm, 장지에 수묵채색, 2016)를 '투데이갤러리'에 실으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호욱 작가는 오래된 흑백사진 같은 풍경을 장지 위에 그린 수묵화로 표현해왔고, 추억이 깃든 풍경, 기념비적인 장면에 대한 회고, 졸업사진 등을 소재로 작업해왔다.

여기서 두 가지가 겹칩니다. 하나는 2011년의 기념사진이 2016년에 '흑백의 군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군상 위에 '구겨진 푸른 하늘'이 놓였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먹의 검정과 종이의 흰색으로 그려지고, 하늘만이 푸릅니다. 그리고 그 하늘은 매끈한 하늘이 아니라 구겨져 있습니다.

이듬해인 2017년 4월 7일부터 13일까지는 춘천 창작공간 아르숲 1층 갤러리에서 《Windy Road》가 열렸습니다. 아르숲이 4월부터 5월 초까지 잇달아 마련한 릴레이 개인전의 첫 순서였습니다. 춘천 지역 신문은 이 전시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장지에 수묵 분색을 한 이색적인 한국화 작품들이고, 하늘이 구겨진 종이처럼 변화돼 있으며, 마치 판화를 보는 것처럼 먹으로 처리돼 있다.

'구겨진 종이 같은 하늘'과 '판화처럼 처리된 먹의 검정'. 이 두 관찰은 〈겨울목련4〉를 마주했을 때 눈이 가장 먼저 가는 자리와 그대로 겹칩니다.

겨울이라는 주제 — 2018년부터

2018년의 작품 두 점이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온라인 매거진 「문화+서울」 2019년 1월호의 이달의 표지에 실렸습니다. 〈설교(雪橋)〉(장지에 수묵분색, 192x260cm, 2018)와 〈설택(雪宅)1〉(장지에 수묵분색, 130x192cm, 2018)입니다. 제목에 모두 눈 설(雪) 자가 들어 있습니다. 눈 덮인 다리, 눈 덮인 집. 흑백의 군상에서 출발한 화면이 겨울의 풍경으로 넓어진 자리입니다. 두 점 모두 폭이 2m에 가까운 큰 화면입니다.

2021년 12월에는 신세계갤러리의 겨울 기획전에 참여했습니다. 김연, 변대용, 이상원, 이한정, 이호욱 다섯 작가가 겨울을 주제로 각자의 매체를 펼쳐 보인 전시입니다. 대구일보는 이 전시를 두고 전국의 중견 작가들이 겨울을 주제로 다양한 매체를 다룬다고 전했습니다. 뉴시스는 서울대 동양화과와 같은 대학원 석·박사를 졸업한 이호욱이 "차갑고도 포근한 설상 분위기를 수묵담채화로 그려냈다"고 적었습니다.

'차갑고도 포근하다'는 말이 눈에 남습니다. 겨울 그림은 차갑기만 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호욱의 눈 장면은 차가움과 포근함을 함께 쥐고 있다는 평입니다. 눈은 소리를 삼키고 풍경을 덮으니, 시린 것이면서 동시에 감싸는 것이기도 합니다.

도시를 빌려 오다 — 2023년

2023년 6월 20일부터 27일까지는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제2전시실에서 《도시차경(都市借景)》이 열렸습니다. 차경(借景)은 정원 바깥의 산이나 하늘을 정원 안의 풍경으로 끌어들이는 조경의 오랜 방법입니다. 그 말 앞에 도시(都市)를 붙였습니다. 이호욱의 약력은 이 전시를 앞세워 "2023 도시차경(都市借景)(한전아트센터, 서초동, 서울) 외 18회"로 적고 있습니다.

자연이 아니라 도시에서 풍경을 빌려 오겠다는 제목이 붙은 이 전시는, 구겨진 하늘과 흑백의 군상이라는 그의 화면이 사람 사는 도시의 자리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짐작하게 합니다. 2011년에 사람들을 사진 속에 세웠던 화가가 도시를 창밖의 풍경으로 빌려 온 것으로 읽어도 무리가 없습니다.

겨울 꽃 — 2024년

2024년 1월에는 매경이코노미가 「WINTER GALLERY」 지면에서 이호욱의 작업을 소개했습니다. 기사는 구겨진 한지 배경 위 농묵의 작업을 소개하고, 절제된 색감으로 겨울의 시릴 듯한 풍경을 은유적으로 녹여내며 섬세한 붓질로 작품의 품격과 계절의 여유로움을 함께 표현한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해 그는 서울 적선동 정부서울청사갤러리에서 개인전 《겨울꽃》을 열었습니다. 강원 한국화 그룹전을 다룬 강원도민일보 기사는 그의 작품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분색장지에 먹과 호분으로 한겨울 매화의 모습을 고고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렸다고. 눈 속의 꽃이 화면의 중심에 놓입니다.

'분색장지에 먹과 호분'이라는 재료 표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장지는 두껍고 질긴 한지이고, 분색은 그 위에 색을 얹는 채색 방식이며, 호분은 조개껍데기를 갈아 만든 흰 안료입니다. 먹은 검정을 맡고 호분은 흰색을 맡습니다. 〈겨울목련4〉에서 눈이 그대로 확인되는 것이 이 두 가지입니다. 가지와 꽃심의 검정, 꽃잎의 흰색.

〈겨울목련4〉를 읽다

먼저 가지입니다. 검은 가지는 붓끝으로 그은 선이라기보다 잘라낸 실루엣처럼 굳고 곧게 그려져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굵게 뻗고, 어떤 곳에서는 가늘게 갈라집니다. 2017년 지역 신문이 '마치 판화를 보는 것처럼'이라고 적은 먹의 처리가 십 년 가까이 지난 화면에서도 그대로 읽힙니다.

다음은 꽃입니다. 목련 꽃잎은 흰 면으로 서 있고, 어떤 꽃은 활짝 벌어져 있으며 어떤 꽃은 아래를 향해 떨어지려 합니다. 화면 왼쪽 아래의 꽃은 잎이 갈라져 검은 심이 드러나고, 위쪽의 꽃들은 서로 겹쳐 있습니다. 꽃은 가지 끝에서 한꺼번에 피어 있지 않고 저마다 다른 방향, 다른 각도로 매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바탕입니다. 짙은 청색 바탕에 종이가 구겨진 자국을 따라 흰 결이 번져 있습니다. 화면 오른쪽 위에서 아래까지 뾰족한 조각 모양의 흰 결이 흩어져 있어, 얼어붙은 하늘에 금이 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눈발이 날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2016년 기사가 '구겨진 푸른 하늘'이라 불렀던 바로 그 하늘입니다. 흑백의 군상이 서 있던 자리에 이제는 사람 대신 꽃이 걸려 있습니다.

작가가 남긴 설명은 짧습니다.

"겨울은 꽃이 피지 않는 계절이지만 매화는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 고운 꽃을 피워낸다고 하여 과거서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온 한국화의 주요한 화목(畵目)이 되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묵묵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눈 내리는 겨울에 피어나는 목련으로 은유하여 그려보았다." — 작가 작품 설명

두 문장에 읽을 것이 다 들어 있습니다. 첫 문장은 한국화의 오래된 화제(畵題)인 겨울 매화의 전통을 짚습니다.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피는 꽃, 그래서 사랑받아 온 화목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문장에서 그림은 그 전통 위에 현재의 사람을 얹습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묵묵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그 사람들이 눈 내리는 겨울에 피어나는 목련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흑백의 군상을 그리던 화가가 그 군상을 한 송이씩의 꽃으로 풀어 놓았다고 해도, 화면과 작가의 말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목련은 한꺼번에 무리 지어 있지 않고 저마다 가지 끝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피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꽃들은 봄이 아니라 겨울의 푸른 하늘 아래에 있습니다.

작품 사양은 이렇습니다.

무엇이 남아 있나 — 약력으로 보는 자리

이호욱은 스무 차례 가까이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단체전으로는 202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E.K. ART Gallery의 《Califonia Life Gangwon Life》, 2025년 라리트호텔과 거브트갤러리 등에서 열린 한국-인도 현대미술 국제교류전이 있습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정부미술은행,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춘천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픈갤러리의 작가 페이지에는 그의 등록 작품 56점이 올라 있고, 작품 목록 곳곳에 '판매됨'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겨울목련4〉가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에서 새 주인을 만난 것도 이 흐름 위에 있습니다. 눈 덮인 다리와 집, 도시의 차경, 겨울 매화와 목련 — 제목만 훑어도 겨울이라는 한 계절에서 오래 머물러온 사람이라는 것이 보입니다.

씨앗페의 이호욱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의 출품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문제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이호욱도 그 한 사람으로 〈겨울목련4〉를 냈습니다. 이 작품은 이미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이호욱 작가 페이지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을 소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호욱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한국화가입니다. 장지 위에 먹과 호분으로 겨울 풍경과 겨울 꽃을 그립니다. 2011년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개인전 이후 개인전을 스무 차례 가까이 열었고, 춘천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에서 가르칩니다.

Q. 이호욱의 화면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A. 구겨진 한지 위에 그려진 푸른 하늘, 판화를 보는 듯한 먹의 검정, 호분의 흰색이 특징으로 소개돼 왔습니다. 2016년 기사는 '구겨진 푸른 하늘의 정경을 중심으로 흑백의 군상을 담는 작가'라고 적었고, 2024년 매경이코노미는 절제된 색감으로 겨울의 시릴 듯한 풍경을 은유한다고 전했습니다.

Q. 개인전은 어디서 열렸나요? A. 2011년 2월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2011년 10월 갤러리진선, 2016년 3월 갤러리도스, 2017년 4월 춘천 창작공간 아르숲, 2023년 6월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도시차경》, 2024년 정부서울청사갤러리 《겨울꽃》입니다.

Q. 작품은 어디에 소장돼 있나요? A. 약력에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정부미술은행,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이 소장처로 적혀 있습니다.

Q. 〈겨울목련4〉는 지금 구매할 수 있나요? A. 이 작품은 2026년 8월 29일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크기는 60x60cm, 재료는 분색장지에 먹과 호분, 제작 연도는 2026년입니다.

Q. 〈겨울목련4〉는 무엇을 그린 작품인가요? A. 눈 내리는 겨울에 피어나는 목련을 그렸습니다. 작가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묵묵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그 꽃으로 은유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매거진

씨앗페

공유하기

새 작품과 이야기, 메일로 받아보세요

새 작품 소식, 작가 이야기, 상호부조 기금 소식을 보내드립니다.

구독하기를 누르면 이메일 수집·발송(뉴스레터 목적)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돼요.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