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사진 기반 시각예술가 안소현. 걷다가 마주친 도시의 한 장면을 채도 높은 회화적 색채로 다시 칠해 "추억할 만한 공기"를 만듭니다. 평론가 배민영의 전시 평문과 씨앗페 출품작 세 점의 화면을 함께 읽습니다.
안소현 — 배우가 카메라를 들면, 도시는 세트장이 된다

화면 속 하늘은 실제로 저런 색이었을 리가 없습니다. 형광에 가까운 청록, 그 아래 놓인 빨간 클래식카, 다시 그 옆에 놓인 빨간 셔터문. 색이 서로를 부르며 화면을 완성합니다. 안소현의 〈Authentic City〉 앞에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것이 기록 사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카메라로 찍었지만, 보정을 거쳐 도착한 자리는 회화에 더 가깝습니다.
안소현은 배우입니다. 동시에 사진이라는 매체로 도시의 풍경을 다시 그리는 시각예술가이기도 합니다. 두 정체성이 한 사람 안에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의 작업을 보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듯, 그는 카메라를 들고 도시라는 무대 위를 걷습니다. 이 글은 씨앗페에 들어온 세 점의 화면을 따라, 그 걸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읽습니다.
상명대학교에서 갤러리 브레송까지
안소현은 상명대학교 예술학부 사진영상미디어학과를 나왔습니다. 2016년 졸업, 이듬해인 2017년 갤러리 브레송에서 첫 개인전 《LUCK 喜》를 엽니다. 이후 그의 개인전은 대부분 이 갤러리에서 열립니다. 2018년 《CITY OASIS》, 2021년 《NEW REMINISCENCE》, 그리고 2023년 《Authentic City(공기도시)》까지. 한 갤러리가 한 작가를 이렇게 오래, 이렇게 여러 번 초대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2025년에도 그는 이 갤러리의 그룹전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라인석, 김인재와 함께 참여했습니다. 2017년부터 2025년까지 9년째 이어지는 관계입니다.
그 사이 이력은 사진 바깥으로도 뻗어 나갑니다. 2020년 이대서울병원 아트큐브 공모에 선정되어 같은 해 그곳에서 《NEW REMINISCENCE》를 열었고, 2021년에는 포르쉐가 진행한 'Dreamers On Artists' 프로젝트의 스무 명에 뽑혀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작품을 냈습니다. 2024년에는 한강공원 서울함에서 열린 〈CRAFT+MAN=SHIP〉에, 노을아티잔센터에서는 개인전 《나의이름은》을 열었습니다. 상은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2007년 데일리프로젝트 TOP 5, 2009년 W New Talent Contest Photographer 부문 파이널리스트, 2010년 제주국제공항 사진전 은상, 2011년 수원 화성愛 사진 공모전 대상 — 대학 졸업 이전부터 사진으로 인정받아 온 이력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이사이, 그는 배우로도 일했습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고용노동부·현대오일뱅크·포르쉐·구글애즈·LGU플러스 등의 광고에, 〈미라주〉·〈비극의 탄생〉·〈펑〉·〈REDLINE〉·〈엄마같은 엄마〉 같은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2021년에는 직접 연출하고 출연한 무성 무용 영화 〈LUNATIC〉으로 뉴욕·파리·모스크바 등 해외 독립영화제 십여 곳에서 수상하거나 초청받았습니다. 2023년에는 안쏘쥬라는 이름으로 텍스트와 이미지, 퍼포먼스를 엮은 책 『사랑만이 정답일 뿐: 센스의 탄생』을 펴냈고, 같은 해 자체 IP인 SOYCOPASS를 NFT로 발표했습니다. 사진, 연기, 연출, 글, 이미지 — 매체를 옮겨 다니지만 방향은 한 곳을 향합니다. 자신이 감각한 것을 형태로 만드는 일입니다.
"추억할 만한 공기를 담아온 것이다"
씨앗페에 들어온 작품 세 점 가운데 두 점은 2023년 개인전 《Authentic City(공기도시)》에서 나왔습니다. 이 전시에 갤러리 브레송이 실은 평문에서, 평론가 배민영은 안소현의 작업을 이렇게 짚습니다.
"미국은 우리에게 참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정치, 경제, 문화, 언어, 물리적 거리 모두 그렇다. 그래서 그 자체로 유토피아의 양면성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안소현은 꽤 오랫동안, 간헐적으로 미국을 오가며 살기도 하고, 놀러도 가고, 일로도 간다." — 배민영, 갤러리 브레송 전시 평문, 2023
오가며 산다는 것. 정착민의 시선도 여행자의 시선도 아닌, 그 중간의 눈으로 도시를 본다는 뜻입니다. 배민영은 그 눈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도 짚습니다.
"작가는 '공기'에서 답을 찾기도 한다. 공기는 기본적으로 무색무취라고 하지만, 우리는 사실 공간마다 공기의 색과 향이 다른 것을 경험하곤 한다." — 배민영, 갤러리 브레송 전시 평문, 2023
공기는 원래 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장소의 공기는 색으로 기억됩니다. 안소현의 화면이 실제보다 채도를 훨씬 끌어올린 색으로 돌아오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찍은 것은 그 장소의 외관이 아니라, 그 장소를 지나가며 느낀 공기의 색입니다. 평문은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작가는 추억할 만한 공기를 담아온 것이다."
이 접근은 작가 본인의 글에서도 확인됩니다. 씨앗페 출품작 세 점에는 모두 같은 작가노트가 붙어 있습니다.
"나는 우연적으로 박제해버린 시공간 속에 언어를 해석하여 들려주는 노래와 같은 작업을 해왔다. 나에게 말을 거는 혹은 내가 말을 건 사진 속에 언어를 해석하고 꺼내었다.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선율이 들리는 풍경들을 찾아 그들과 마주하였다." — 안소현, 작가노트 《NEW REMINISCENCE [새로운 회상]》
박제해버린 시공간.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 장면은 이미 과거가 됩니다. 안소현은 그 죽은 시간 속에서 다시 언어를, 선율을 찾아 꺼냅니다. 배민영의 평문이 마지막에 짚는 지점도 같은 자리입니다.
"사진은 찍는 순간 과거가 되지만 그 포착했을 때의 현재성과, 보는 이에게 왠지 미래적인 느낌까지 주는 이번 연작의 시각적 즐거움과 시의성을, 여러분들은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 배민영, 갤러리 브레송 전시 평문, 2023
과거이면서 현재이고, 동시에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는 이 모순된 진술이야말로 안소현의 화면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일 것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장소를, 실제로는 없었을 색으로 찍었기 때문입니다.
씨앗페 출품작 세 점 읽기
씨앗페에 들어온 안소현의 작품은 세 점입니다. 둘은 2023년작 〈Authentic City〉, 하나는 2018년작 〈무제〉입니다. 매체는 세 점 모두 피그먼트 프린트, 가격은 ₩600,000부터 ₩2,400,000까지입니다.
〈Authentic City〉 — 2023년, 피그먼트 프린트, 80x60cm
빨간 클래식카 한 대가 철망 울타리 옆에 서 있습니다. 차체와 똑같은 빨강으로 칠해진 셔터문이 차 뒤로 보이고, 그 옆 컨테이너 벽에는 'MUSIC'이라는 글자가 스프레이로 찍혀 있습니다. 화면 위쪽 절반은 거의 형광에 가까운 청록 하늘이 채우고, 그 아래로 고층 빌딩 스카이라인이 실루엣으로 늘어섭니다. 낡은 자동차와 낙서, 철조망 같은 도시의 뒷골목 소재를,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채도의 하늘 아래 놓았습니다. 다큐멘터리의 눈으로 보면 폐허에 가까운 장면이 이 색 처리를 거치면 거의 축제처럼 보입니다.
- 80x60cm · 피그먼트 프린트 · ₩1,500,000
- 작품 페이지 →
〈무제〉 — 2018년, 피그먼트 프린트, 106.5x73cm
세 점 중 유일하게 제목이 없는 작품이자, 세 점 중 유일하게 사람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노란빛이 도는 베이지색 중층 건물 앞으로 한 사람이 가로질러 걷고 있습니다. 건물은 대칭에 가까운 구도로 화면 중앙을 채우고, 하늘은 여기서도 짙은 청록입니다. 걷는 사람의 동작이 살짝 흐려 보일 만큼 빠른 걸음인데, 그 덕에 화면 전체의 정적인 대칭 구도 속에 유일하게 움직임이 실립니다. 2018년 개인전 《CITY OASIS》를 전후한 시기의 작업으로, 도시의 건축과 그 앞을 스쳐 가는 사람이라는 안소현의 오랜 관심이 이미 이때부터 뚜렷합니다.

- 106.5x73cm · 피그먼트 프린트 · ₩2,400,000
- 작품 페이지 →
〈Authentic City〉 — 2023년, 피그먼트 프린트, 50x40cm
세 점 중 가장 작은 화면이자, 가장 텍스트가 많은 화면입니다. 벽돌 건물 사이, 검게 칠해진 철제 셔터문에 온갖 낙서가 겹쳐 있습니다. 노란색으로 크게 쓴 "NO PARKING 24 HRS", 그 옆에는 여기서 내보내 달라고,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달라고 손글씨로 적어 내려간 문장이 있습니다. 왼쪽으로는 아치형 채광창이 달린 붉은 문과 철제 난간에 묶인 자전거 한 대, 벽 너머로는 노란 건물이 빼꼼히 보입니다. 세 점 가운데 도시의 소음과 발언이 가장 직접적으로 화면에 들어온 작품입니다. 앞의 두 점이 색으로 공기를 담았다면, 이 작품은 벽에 남은 글자로 그 공기 속 목소리를 함께 담았습니다.

- 50x40cm · 피그먼트 프린트 · ₩600,000
- 작품 페이지 →
세 점을 나란히 두면 한 걸음의 리듬이 보입니다. 골목 어귀의 자동차, 건물 앞을 스치는 사람, 벽에 남은 낙서. 모두 안소현이 걷다가 마주친 장면이고, 모두 실제보다 진한 색을 입고 돌아왔습니다. 안소현 작가 페이지에서 세 작품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걷는 사람의 사진
안소현의 작업은 스튜디오에서 세팅한 장면이 아닙니다. 작가노트가 스스로 밝히듯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선율이 들리는 풍경들을 찾아 그들과 마주"하는 방식, 그러니까 걷다가 마주치는 방식입니다. 클래식카도, 대칭 건물도, 낙서로 뒤덮인 셔터문도 미리 설치해 둔 소품이 아니라 도시가 이미 갖고 있던 장면입니다. 안소현이 더한 것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선택과, 그 뒤에 입힌 색입니다.
이 두 단계 — 우연히 마주친 장면을 고르는 일과, 그 장면에 원래 없던 채도를 입히는 일 — 은 사실 배우의 작업과 멀지 않습니다. 배우는 이미 쓰인 대본과 만들어진 장소 위에서, 자신의 해석으로 그 순간을 다시 살아냅니다. 안소현은 카메라 앞에서는 그 대본을 연기하고, 카메라 뒤에서는 도시가 이미 써 둔 장면을 자신의 색으로 다시 연출합니다. 두 정체성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이미 있는 것을 자신의 감각으로 다시 살아 있게 만드는 일.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안소현이 씨앗페에 작품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안소현은 그 구조에 세 점의 화면으로 참여했습니다.
배우로, 사진가로, 연출가로, 작가로 — 여러 이름을 오가며 일해 온 사람에게 이 참여는 낯선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의 작업이 늘 향해 온 자리는 '경계'였습니다. 이미지와 언어, 일상과 예술, 현재와 과거 사이의 틈을 기록해 온 사람이라면, 예술가와 예술가 사이의 틈을 메우는 일에도 자연스레 손을 보탤 만합니다.
안소현을 처음 만나는 분이라면 이런 순서를 권합니다. 먼저 두 점의 〈Authentic City〉를 나란히 보십시오. 같은 제목, 같은 해, 그러나 하나는 도시의 풍경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의 말입니다. 다음으로 〈무제〉를 보십시오. 5년을 거슬러 올라간 화면에서도 같은 청록 하늘과 같은 대칭의 시선이 이미 있었다는 것이 보입니다.
그가 걸어온 거리는 화려한 여정이 아니라 걸어서 닿을 수 있는 도시의 골목과 골목 사이입니다. 그 걸음마다 카메라를 들었고, 걸음마다 조금씩 다른 색의 공기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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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안소현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배우이자 사진 기반 시각예술가입니다. 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학과를 졸업했고, 2017년 갤러리 브레송에서 첫 개인전 《LUCK 喜》를 연 이후 《CITY OASIS》(2018)·《NEW REMINISCENCE》(2020·2021)·《Authentic City(공기도시)》(2023) 등 이 갤러리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도시를 걷다 마주친 장면을 채도 높은 색으로 다시 찍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왜 사진에 실제보다 진한 색이 들어가나요? A. 갤러리 브레송 전시 평문에서 평론가 배민영은 이를 "공기의 색"을 담는 작업으로 설명합니다. "공기는 기본적으로 무색무취라고 하지만, 우리는 사실 공간마다 공기의 색과 향이 다른 것을 경험하곤 한다"(배민영, 2023)는 것입니다. 안소현은 장소의 외관이 아니라 그 장소를 지나가며 느낀 감각을 색으로 옮깁니다.
Q. 배우 활동도 하나요? A. 예. 2020~2025년 여러 광고와 〈미라주〉·〈비극의 탄생〉·〈REDLINE〉 등의 영화에 출연했고, 2021년에는 직접 연출·출연한 무성 무용 영화 〈LUNATIC〉으로 뉴욕·파리·모스크바 등 해외 독립영화제 십여 곳에서 수상하거나 초청받았습니다.
Q. 수상 이력은? A. 2021년 포르쉐 'Dreamers On Artists' 20인 선정, 2020년 이대서울병원 아트큐브 공모 작가 선정, 2011년 수원 화성愛 사진 공모전 대상, 2010년 제주국제공항 사진전 은상, 2009년 W New Talent Contest Photographer 부문 파이널리스트, 2007년 데일리프로젝트 TOP 5 선정 등이 있습니다.
Q. 안소현 작품 가격대는? A. 씨앗페에 나온 세 점은 ₩600,000(50x40cm)부터 ₩2,400,000(106.5x73cm) 사이입니다. 2023년작 〈Authentic City〉 두 점과 2018년작 〈무제〉 한 점으로, 모두 피그먼트 프린트입니다.
Q. 안소현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안소현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안소현 작품은 몇 점이고 어떤 것인가요? A. 〈Authentic City〉(2023, 피그먼트 프린트, 80x60cm), 〈무제〉(2018, 피그먼트 프린트, 106.5x73cm), 〈Authentic City〉(2023, 피그먼트 프린트, 50x40cm) 세 점입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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