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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영 — 천사와 뱀, 백조가 사는 신화의 화면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29일 · 씨앗페

신화 속 천사와 여신의 도상을 빌려 현대인의 불안과 선택을 그리는 화가 한미영. 화려한 색감 뒤에 숨은 서사를 씨앗페 출품작 세 점으로 따라 읽습니다.

한미영 — 천사와 뱀, 백조가 사는 신화의 화면

한미영, 〈순백의신화〉, 캔버스에 아크릴, 60.6x60.6cm — 조개 모양 그릇에 앉은 백조를 검은 원과 꽃무리가 둘러싼 화면
한미영, 〈순백의신화〉, 캔버스에 아크릴, 60.6x60.6cm — 조개 모양 그릇에 앉은 백조를 검은 원과 꽃무리가 둘러싼 화면

파란 화면 한가운데, 검게 칠해진 커다란 원을 등지고 백조 한 마리가 분홍 조개 그릇에 앉아 있습니다. 그릇 아래로는 흰 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려 좌대를 적시고, 주변은 데이지와 라일락, 작은 유리구슬로 빼곡합니다. 화가 한미영의 〈순백의신화〉입니다. 사과를 휘감은 뱀과 열린 금고, 엎드린 천사와 비눗방울 속 옛 폴더폰 — 씨앗페에 들어온 그의 작품 세 점을 나란히 두면 공통된 화면 문법이 보입니다. 신화 속에서 걸어 나온 존재들이 지금의 물건들 사이에 태연히 앉아 있는 문법입니다.

단국대에서 시작한 걸음

한미영은 2023년 단국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전인 2021년 제50회 구상전 공모대전(인사아트 프라자 갤러리)에서 서울 공모대전에 입상했고, 졸업 전해인 2022년 학교의 졸업전시 〈ON AIR〉를 시작으로 대전 모리갤러리의 2인전 〈7월의 작가전 환〉, 인사1010의 〈Drawinging〉, 전주에서 열린 〈서고정 초대전〉, 경기 안산의 〈다색[ ]화〉까지 한 해 동안 여러 전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3년은 아시아프(ASYAAF, 홍익대 현대미술관)와 마루아트센터의 〈VIVIDROOM〉, 제7회 아트 오일장 이화로 이어졌습니다. 2024년에는 구로구의 지원을 받아 개인전 〈Love All〉을 열었고, 프로젝트 스페이스 가제에서도 전시를 가졌습니다. 2025년에는 MEDEL GALLERY·SHU X GALLERY·VINCI와 문래 아트페어, 그리고 단체전 〈순환 틈: 모든 게 사라지고 ○○만 남았다〉로 이어집니다. 졸업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시를 이어온 이력입니다.

신화의 도상을 빌려 쓰는 이유

한미영이 아시아프 아티스트룸에 남긴 작가노트는 그의 작업이 어디서 출발하는지를 직접 밝힙니다.

"누군가는 연말 연초가 되면 점집에 가고, 또 다른 누군가는 판타지를 즐기러 간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현대에서 자연스럽게 '운명'을 배우고 사회를 회피하고 위로받고자 하는 운명의 역할을 믿고 있다. (…) 오래전부터 인류가 그려온 상상과 전쟁 그리고 천사 악마의 이미지는 신화에서부터 내려온다는 것을 바탕으로 과거부터 정형화되어 있는 천사와 여신의 모습 이미지를 활용하여 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 아시아프(ASYAAF) 공식 작가 프로필

점을 보러 가는 일과 판타지를 즐기는 일을 나란히 놓은 문장입니다. 둘 다 지금 여기의 불안을 다른 시간, 다른 존재에게 잠시 맡기는 행위라는 것이 작가의 시선입니다. 그래서 그는 천사와 여신이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화면에 앉힙니다. 새로 지어낸 상징이 아니라 이미 모두가 알아보는 도상을 쓴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처음 보는 기호를 해독할 필요 없이, 화면 속 인물이 천사이고 여신이라는 것은 곧바로 읽힙니다. 대신 그 익숙한 존재들이 무엇을 들고 있는지, 어디에 놓여 있는지가 이야기를 만듭니다.

같은 글은 화면의 색감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이러한 신화적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들의 생각과 개인의 부재로 이루어져 있는 현실을 초현실주의 이미지와 인물들의 대비적 색감을 통해 화려한 이미지로 장식한다. (…) 오컬트처럼 보이기도 하며 신비적인 서사적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시각적 효과의 궁금증을 전해주며 관객의 주관적 생각을 유도한다. 각자의 운명적 믿음대로." — 아시아프(ASYAAF) 공식 작가 프로필

'각자의 운명적 믿음대로'라는 맺음말이 이 작업의 태도를 요약합니다. 화면이 하나의 답을 정해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뱀이 사과를 휘감은 장면을 보고 유혹을 읽을 수도, 지킴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작가는 그 해석을 관객에게 남겨 둡니다.

2025년 가을, 순환 틈

2025년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 시대여관에서 열린 〈모든 게 사라지고 ○○만 남았다〉는 그해 단체전 〈순환:틈〉의 한 자리였습니다. 한미영은 이 전시를 마친 뒤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한미영 작가입니다. 올해 마지막 전시 review로 시대여관에서 전시를 마쳤습니다." — 작가 블로그(2025.10.24)

이 후기에는 출품작 각각에 대한 작가노트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허상의 신전〉은 "사랑과 운명을 마주하는 천사들은 서로를 끌어안는다"로, 〈우울모드〉는 "사랑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감정의 내면의 고백을 천사와 신화의 모티브로 표현한다"로 시작합니다. 씨앗페 출품작과 같은 제목의 작품도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Free will〉입니다.

씨앗페 출품작 세 점 읽기

씨앗페에 들어온 한미영의 작품은 세 점입니다. 2024년 작 두 점과 2026년 신작 한 점으로, 가격은 ₩400,000부터 ₩800,000까지입니다.

〈순백의신화〉 — 2026년, 캔버스에 아크릴, 60.6x60.6cm

검게 칠한 커다란 원이 하늘을 대신하고, 그 앞에 분홍빛 조개 모양 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그릇 안에는 흰 깃털을 부풀린 백조 한 마리가 물결 속에 앉아 있고, 그릇 아래로는 흰 물줄기가 폭포처럼 흘러내려 사각의 좌대를 적십니다. 그릇을 둘러싼 것은 노란 데이지와 흰 라일락, 군데군데 놓인 작은 유리구슬입니다. 화면 전체가 파란 톤 하나로 통일되어 있어, 검은 원과 분홍 그릇, 흰 백조가 또렷하게 도드라집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물과 신화적 도상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을 위로하고 정화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이번 신작 〈순백의 신화〉는 메마른 현실을 적시고 치유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담은 작품입니다. 화면 중심의 샘물과 순백의 도상은 시공간을 초월한 회복과 이상향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예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사회와 함께 나누고자 이번 자선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그림이 전하는 정화의 메시지가 누군가의 삶에 작은 위로의 씨앗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적시고 치유하는' 물이라는 말 그대로, 화면 아래로 흘러내리는 흰 물줄기가 이 작품의 중심입니다. 백조는 그 물 위에, 정화된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한미영, 〈순백의신화〉, 캔버스에 아크릴, 60.6x60.6cm, ₩400,000
한미영, 〈순백의신화〉, 캔버스에 아크릴, 60.6x60.6cm, ₩400,000

〈Free will〉 — 2024년, Mixed media on canvas (acrylic, gold leaf, wax paint), 53x72.7cm

붉은 사과 한 알을 초록 뱀이 세 겹으로 휘감고 있습니다. 사과는 문이 열린 주황색 금고 위에 놓여 있고, 금고 안쪽에서는 황금이 흘러나와 물결 위로 쌓입니다. 하늘에는 작은 아기천사와 올리브 가지를 문 비둘기가 날고, 배경은 파스텔 톤 산과 구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과와 뱀, 금고, 비둘기 — 각기 다른 시대의 상징들이 한 화면에 모여 있습니다.

작가는 2025년 10월 블로그 전시 후기에 이 작품의 노트를 남겨 두었습니다.

"사과를 휘감은 뱀은 유혹과 선택의 순간을, 금고 속 밤하늘은 무한한 가능성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자아의 심연을 상징한다. 작가는 선택에 옳고 그름은 없으며, 선택 그 자체가 인간의 긍정적 힘임을 전하며 두려움 대신 마주함을 제안한다." — 작가 블로그(2025.10.24)

선악과와 뱀이라는 익숙한 조합을 쓰면서도, 작가는 그것을 유혹이 아니라 선택의 순간으로 다시 읽습니다. 옳고 그름을 가르는 이야기 대신, 선택한다는 행위 자체에 힘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열린 금고에서 쏟아지는 황금은 그 선택 뒤에 놓인 두려움과 가능성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한미영, 〈Free will〉, Mixed media on canvas (acrylic, gold leaf, wax paint), 53x72.7cm, ₩550,000
한미영, 〈Free will〉, Mixed media on canvas (acrylic, gold leaf, wax paint), 53x72.7cm, ₩550,000
  • 53x72.7cm · Mixed media on canvas (acrylic, gold leaf, wax paint) · ₩550,000
  • 작품 페이지 →

〈연인〉 — 2024년, Mixed media on canvas (acrylic, gold leaf), 65.1x90.9cm

화면 아래쪽에는 체크무늬 날개와 팔을 가진 인물이 엎드려 있습니다. 그 위로 비눗방울 몇 개가 떠 있는데, 하나에는 하트 화면을 띄운 옛 폴더폰이, 다른 하나에는 분홍색 장난감 총이 담겨 있습니다. 화면 오른쪽에는 금빛 원을 머리에 두른 또 다른 인물이 있고, 왼쪽 위 유리돔 안에는 푸른 꽃을 든 여신 같은 형상이 작은 세계처럼 담겨 있습니다. 배경은 노란 언덕과 분홍 구름, 파스텔로 뒤섞인 물결로 채워져 있습니다.

화면에 놓인 물건들 — 옛 통신기기와 장난감 총, 하트 기호 — 은 앞의 두 작품이 다루는 '운명'과 '선택'이라는 주제가, 신화적 존재의 손에서 조금은 가벼운 물건들 쪽으로 옮겨 온 자리처럼 읽힙니다. 제목이 가리키는 관계를 화면이 직접 설명하지는 않지만, 서로 마주 보지 않는 두 인물 사이에 떠 있는 비눗방울들이 대신 무언가를 주고받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미영, 〈연인〉, Mixed media on canvas (acrylic, gold leaf), 65.1x90.9cm, ₩800,000
한미영, 〈연인〉, Mixed media on canvas (acrylic, gold leaf), 65.1x90.9cm, ₩800,000

세 점을 나란히 두면 신화적 존재들이 공통으로 등장합니다. 백조와 천사, 여신과 뱀. 그리고 그 존재들은 매번 지금의 물건 — 금고와 유리구슬, 폴더폰과 장난감 총 — 곁에 놓입니다. 한미영 작가 페이지에서 세 작품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한미영이 씨앗페에 작품을 낸 것은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순백의신화〉의 작가노트에 적은 문장처럼, 그는 이 참여를 "예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사회와 함께 나누"는 일로 설명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미영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2023년 단국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화가입니다. 천사와 여신 같은 신화 속 도상을 빌려 현대인의 불안과 선택을 화려한 색감으로 그립니다. 2023년 아시아프(ASYAAF), 2024년 구로구 지원 개인전 〈Love All〉, 2025년 MEDEL GALLERY·SHU X GALLERY·VINCI·문래 아트페어와 단체전 〈순환 틈〉 등으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Q. 작업에서 신화적 도상을 쓰는 이유는요? A. 작가는 아시아프 프로필에서 "천사와 여신의 모습 이미지를 활용하여 작품을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운명'이라는 개념을 통해 불안을 위로받아 온 방식을, 익숙한 신화 이미지로 다시 그리는 작업입니다.

Q. 씨앗페에 나온 한미영 작품은 몇 점이고 어떤 것인가요? A. 〈순백의신화〉(2026, 캔버스에 아크릴, 60.6x60.6cm), 〈Free will〉(2024, Mixed media on canvas, 53x72.7cm), 〈연인〉(2024, Mixed media on canvas, 65.1x90.9cm)입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Q. 한미영 작품 가격대는? A. ₩400,000(〈순백의신화〉)부터 ₩550,000(〈Free will〉), ₩800,000(〈연인〉)까지입니다.

Q. 한미영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한미영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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