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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 색맹 검사표에서 가져온 점, 끝내 읽히지 않는 형상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21일 · 씨앗페

꽃이나 케이크 같은 익숙한 이미지를 수많은 작은 원으로 쌓되, 그 형상이 즉각 읽히지 않도록 구성합니다. 색맹 검사표에서 방법을 가져온 화가 장윤서의 작업과 씨앗페 출품작 두 점을 화면으로 읽습니다.

장윤서 — 색맹 검사표에서 가져온 점, 끝내 읽히지 않는 형상

장윤서, 〈Illusion〉, 캔버스에 아크릴, 49.5x119.7cm — 수많은 작은 원으로 쌓아 올린 세로 화면
장윤서, 〈Illusion〉, 캔버스에 아크릴, 49.5x119.7cm — 수많은 작은 원으로 쌓아 올린 세로 화면

장윤서의 화면 앞에서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은 눈을 가늘게 뜨는 것입니다. 분홍과 하늘색과 연보라의 작은 원들이 화면을 빈틈없이 덮고 있고, 그 사이 어딘가에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은 오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좀처럼 확정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 감각을 설명하려는 시도입니다. 다만 설명의 재료는 평론이나 기사가 아닙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작품을 내면서 직접 붙인 작업 노트, 그리고 실제 화면 두 개입니다. 작가 본인이 왜 이렇게 그리는지를 문장으로 남겨 두었고, 그 문장이 화면 어디에서 어떻게 실행됐는지는 그림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맞물려 읽는 것이 장윤서의 작업에 접근하는 가장 정확한 길입니다.

작가의 노트는 질문 하나로 시작합니다.

"우리는 과연 대상을 편향 없이,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는가?" — 장윤서, 씨앗페 출품작 〈Illusion〉에 붙인 작가 설명

작업의 문법 — 색맹 검사표

이 물음에 장윤서가 내놓은 답은 이론이 아니라 방법입니다. 작가는 자기 화면의 출처를 분명하게 밝힙니다.

"이 물음은 점묘에 가까운 방식으로 반복되는 원의 축적이라는 조형적 행위로 이어지며, 이 방식은 색맹 검사표에서 착안한 것이다." — 장윤서, 씨앗페 출품작 설명

색맹 검사표는 미술의 형식이 아니라 의학의 도구입니다. 크기와 색이 다른 점들을 촘촘히 깔아 놓고, 그 안에 숫자나 도형을 숨겨 둡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숫자가 곧바로 보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끝까지 보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검사표에서 '틀린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같은 종이를 보고 다른 것을 보는 일이 그대로 결과가 됩니다.

작가는 그 구조에서 그림의 방법을 가져왔습니다. 노트는 시각이 절대적이지 않은 이유를 생물학의 자리에서 설명합니다.

"망막에는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세 가지 파장(적, 녹, 청)을 기반으로 색을 인식한다. 그러나 색 감각 이상을 가진 경우 특정 파장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 동일한 이미지에서도 전혀 다른 형상을 경험한다. 더 나아가, 고양이나 강아지와 같은 동물은 인간보다 제한된 색 스펙트럼에 기반해 세계를 인식한다. 즉,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는 생물학적 조건에 의해 필연적으로 제한된 해석일뿐이다." — 장윤서, 씨앗페 출품작 설명

여기서 논의는 한 걸음 더 갑니다. 파장을 구별하는 능력의 차이에서 출발했지만, 작가가 실제로 관심을 둔 것은 그 뒤입니다.

"인간 개개인이 다른 사고 체계와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동일한 대상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경험하는 세계는 다르게 구성되고 해석된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 장윤서, 씨앗페 출품작 설명

씨앗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작가 소개 한 줄도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각자의 조건과 욕망에 의해 해석된 불안전한 인식." 작가가 직접 제출한 문장입니다. 조건과 욕망 — 망막의 조건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복은 형상을 향해 가지 않는다

점을 쌓아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라면 보통 축적이 완성을 향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장윤서의 노트는 그 예상을 명시적으로 뒤집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반복되는 원의 축적은 일종의 수행이며, 고행에 가깝다. 그러나 이 반복은 완전한 형상을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무수한 점들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동시에 해체하며, 대상은 점차 구체성을 잃고 추상적인 흔적으로 흩어진다." — 장윤서, 씨앗페 출품작 설명

그리고 이 문장이 옵니다.

"이 지점에서 반복은 '완성을 향한 축적'이 아니라, '인식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과정'이 된다." — 장윤서, 씨앗페 출품작 설명

점 하나를 찍을 때마다 그림은 대상에 가까워지는 동시에 멀어집니다. 더 오래 그릴수록 더 안 보이게 되는 그림 — 작업의 시간과 결과가 반대 방향으로 놓여 있습니다. 작가가 이것을 '고행'이라 부른 이유가 여기 있을 것입니다.

화면에서 확인되는 것

노트가 말한 붕괴는 화면에서 실제로 일어나 있습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두 점은 제목이 똑같이 〈Illusion〉이고 제작 연도도 2025년으로 같지만, 크기가 49.5x119.7cm와 15x20cm로 크게 다릅니다. 이 크기 차이가 같은 방법의 두 가지 얼굴을 보여줍니다.

큰 화면(49.5x119.7cm)에서는 점이 작습니다. 세로로 길게 선 화면 전체가 고운 점으로 덮여 있고, 개별 원은 화면 크기에 비해 아주 작아 멀리서 보면 하나의 안개처럼 보입니다. 제가 이 화면에서 읽어낸 것은 아래쪽에서 위로 뻗어 올라가는 짙은 남색 점들의 흐름이었습니다. 가지처럼 갈라지며 올라가다가 중간쯤에서 분홍과 흰 점 무리 속으로 사라집니다. 위쪽 절반은 끝까지 읽히지 않았습니다. 무엇인가 있다는 느낌만 남고 형상은 오지 않습니다.

이것이 오독인지 아닌지는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작가의 노트가 이미 그 사정을 적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도 어떤 이는 형상을 읽어내고, 어떤 이는 끝내 인식하지 못한다." 이 그림 앞에서 독자가 저와 다른 것을 본다면, 그것은 그림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작동한 것입니다.

작은 화면(15x20cm)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집니다. 화면이 작아졌는데 점은 그만큼 작아지지 않았습니다. 원 하나하나가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서, 아크릴 물감이 얹힌 두께와 캔버스 올의 결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점 사이사이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원들이 섞여 있어 빛의 각도에 따라 화면이 달라 보입니다. 화면 가운데 위아래로 붉은색이 짙게 모인 자리가 두 군데 있는데, 전체가 파스텔 톤이라 이 붉은 덩어리만 유난히 튀어나옵니다.

작가는 노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꽃이나 케이크와 같은 익숙한 이미지를 수많은 작은 원들로 쌓아 올리되, 그 형상이 즉각적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구성한다." — 장윤서, 씨앗페 출품작 설명

붉은 자리 앞에서 저는 그 둘 중 어느 쪽인지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꽃송이로도 보이고, 초를 얹은 케이크의 윗면으로도 보입니다. 큰 화면에서는 점이 작아서 형상이 흩어졌고, 작은 화면에서는 점이 커서 이미지 대신 물감이 먼저 보입니다. 두 방향 모두 같은 자리에 도착합니다. 대상은 끝내 오지 않습니다.

노트의 마지막 문단은 이 미도착을 인식론의 문제로 정리합니다.

"인간의 인식은 언제나 경험, 기억, 사회적 조건에 의해 매개되며, 결코 대상 그 자체에 도달할 수 없다. 따라서 반복되는 행위는 오히려 그 간극을 증폭시키며, 우리가 보고 있다고 믿는 세계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드러낸다." — 장윤서, 씨앗페 출품작 설명

이력

장윤서에 대해 확인되는 외부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남도방송 2022년 10월 7일자 기사는 여수 생활정보지 까치정보신문의 창간 30주년 기념 전시를 전하면서, 청년작가전 참여자 10인의 명단에 장윤서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수 청년 미술작가회 초대전 형식으로 그해 10월 26일부터 11월 5일까지 열린 전시였고, 카스 갤러리가 주관하고 여수시가 후원했습니다.

그 밖의 전시 이력은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자료에만 남아 있습니다. 제출된 이력에 따르면 2026년 《마음이라 불리는 숲》(인사1010, 서울)과 《정원을 거머쥔 우리는》 4인전(셀렉티드닉스, 서울), 2024년 영호남 상생협력 화합 대축전 청년작가 ART전(광화문광장, 서울), 2023년 제27회 여수 청년 미술작가회 정기전(GS칼텍스 장도, 여수), 2022년 제26회 여수 청년 미술작가회전(녹테마레 아트갤러리, 여수) 등에 참여했으며, 이 밖에도 아홉 차례의 단체전이 더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서울과 여수를 오가는 전시 목록이고, 여수 청년 미술작가회가 꾸준히 반복되는 이름입니다.

수상이나 학력에 관해서는 저희가 확인한 자료가 없습니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적지 않기 위해, 이 글은 여기서 이력에 관한 서술을 멈춥니다.

출품작 읽기

〈Illusion〉 — 2025년, 캔버스에 아크릴, 49.5x119.7cm

세로로 긴 화면입니다. 짧은 변의 두 배가 훌쩍 넘는 비례라, 벽에 걸면 시선이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게 됩니다. 점이 작아 가까이서는 개별 원이 보이고 물러서면 전체가 안개처럼 풀립니다. 거리를 바꿔 가며 보는 재미가 있는 화면이고, 걸어 다니며 보게 되는 복도나 계단참처럼 관람 거리가 계속 변하는 자리에 어울립니다.

장윤서, 〈Illusion〉, 캔버스에 아크릴, 49.5x119.7cm, ₩1,800,000
장윤서, 〈Illusion〉, 캔버스에 아크릴, 49.5x119.7cm, ₩1,800,000

〈Illusion〉 — 2025년, Acrylic on canvas, 15x20cm

엽서보다 조금 큰 화면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그렸지만 크기가 작아 점 하나하나가 그대로 보이고, 금빛으로 반짝이는 원이 섞여 있어 조명에 따라 인상이 바뀝니다. 붉은 덩어리가 모인 자리가 화면의 중심을 잡아 줍니다. 손 가까이 두고 여러 번 들여다보게 되는 크기라, 책상이나 선반에 올려 두는 방식이 어울립니다.

장윤서, 〈Illusion〉, Acrylic on canvas, 15x20cm, ₩250,000
장윤서, 〈Illusion〉, Acrylic on canvas, 15x20cm, ₩250,000

두 점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방법이 크기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가 보입니다. 장윤서 작가 페이지에서 두 작품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장윤서가 씨앗페에 작품을 낸 것은 자신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본다는 문제를 그려온 작가가 이 구조에 참여한 일은, 작업과 따로 놓이지 않습니다. 누가 어떤 조건에서 무엇을 보게 되는가 — 화면 안에서는 망막과 신념의 문제이고, 화면 밖에서는 심사와 담보의 문제입니다.

장윤서를 처음 보는 분께는 순서를 이렇게 권합니다. 먼저 작은 화면을 가까이서 보십시오. 원 하나하나가 손으로 찍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다음 큰 화면 앞에 서서 뒤로 물러나 보십시오. 방금 본 그 원들이 모여 무엇이 되는지, 혹은 되지 않는지가 그때 결정됩니다. 그 결정은 그림이 아니라 보는 사람 쪽에서 일어납니다.

장윤서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 두 점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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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장윤서 작가는 어떤 작업을 하나요? A. 수많은 작은 원을 반복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회화를 그립니다. 작가는 씨앗페에 제출한 작업 설명에서 이 방식이 "색맹 검사표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꽃이나 케이크 같은 익숙한 이미지를 점으로 쌓되, 형상이 즉각 인식되지 않도록 구성합니다.

Q. 왜 형상을 일부러 안 보이게 하나요? A. 작가는 "반복은 '완성을 향한 축적'이 아니라, '인식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과정'이 된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이미지를 보고도 어떤 사람은 형상을 읽고 어떤 사람은 읽지 못한다는 점, 그래서 각자가 경험하는 세계가 다르게 구성된다는 점이 작업의 출발점입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장윤서 작품은 몇 점인가요? A. 두 점이고 제목이 둘 다 〈Illusion〉, 제작 연도도 둘 다 2025년입니다. 크기로 구분하시면 됩니다 — 49.5x119.7cm의 세로 화면(캔버스에 아크릴)과 15x20cm의 작은 화면(Acrylic on canvas)입니다.

Q. 장윤서 작품 가격은? A. 49.5x119.7cm 〈Illusion〉이 ₩1,800,000, 15x20cm 〈Illusion〉이 ₩250,000입니다. 두 점 모두 구매 가능합니다.

Q. 전시 이력이 궁금합니다. A. 남도방송 2022년 10월 7일자 기사가 여수 청년 미술작가회 초대전 참여 작가 10인 가운데 장윤서의 이름을 전했습니다. 그 밖의 이력은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2026년 《마음이라 불리는 숲》(인사1010, 서울)과 《정원을 거머쥔 우리는》 4인전(셀렉티드닉스, 서울) 등 서울과 여수를 오가는 단체전 참여가 적혀 있습니다.

Q. 장윤서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장윤서는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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