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보며 그린 밤바다에 작가는 유화 물감과 커피찌꺼기를 섞었습니다. 무게를 재료로 만든 그림, 그리고 그리움과 꽃을 그린 두 점. 씨앗페 출품작 세 점을 작가의 말과 화면으로 읽습니다.
정미숙 — 밤바다에 커피찌꺼기를 섞은 이유

정미숙의 씨앗페 출품작 〈밤바다〉의 재료란에는 두 가지가 적혀 있습니다. 유화, 그리고 커피찌꺼기.
미술 재료가 아닌 것이 재료란에 올라와 있으면 이유를 물어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작가가 답을 미리 적어 두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공포가 가득한 밤바다를 보면서 무거움을 표현하기 위해 유화물감과 커피찌꺼기를 섞어 표현함" — 정미숙, 씨앗페 출품작 〈밤바다〉에 붙인 작가 설명
한 문장 안에 동기와 방법이 다 들어 있습니다. 동기는 2023년 이후 이 바다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고, 방법은 물감에 이물질을 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둘을 잇는 말이 '무거움'입니다.
이 글의 재료는 기사나 평론이 아닙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작품을 내면서 세 점에 각각 붙인 짧은 설명, 그리고 실제 화면입니다. 짧은 글이지만 세 문장 모두 왜 그렸는지를 곧바로 말하고 있어서, 화면과 맞대어 읽기에는 오히려 유리합니다.
화면에서 확인되는 것 — 수평선이 없다
〈밤바다〉 앞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는 것 쪽입니다. 수평선이 없습니다. 하늘도 없고, 배도 없고, 달도 없습니다. 짙은 청색 물결이 화면의 위 끝에서 아래 끝까지 빈틈없이 차 있고, 좌우 가장자리만 검게 어두워져 있어 물이 액자 밖으로 계속 이어질 것처럼 보입니다.
바다를 그린 그림에서 수평선은 보통 안심을 담당합니다. 저 선 너머는 하늘이고, 이쪽이 물이라는 구분이 생기니까요. 이 그림에는 그 구분이 없습니다. 보는 사람이 놓일 자리가 수면 위밖에 없습니다.
물감의 상태도 화면의 무게에 직접 관여합니다. 붓질이 짧고 두껍게 겹쳐 올라가 있어 물감이 캔버스 면에서 솟아 있고, 그 표면에 잘게 부서진 입자가 섞여 있습니다. 매끄럽게 펴 바른 청색이라면 밤바다는 깊고 아름답게 보였을 텐데, 이 화면의 청색은 곳곳이 거칠어져 빛을 고르게 되돌려주지 못합니다. 아름다운 밤바다와 무거운 밤바다를 가르는 것이 바로 그 거칠기입니다.
작가가 말한 '무거움'은 비유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림에 실제로 무게가 있는 것을 넣었고, 그 무게가 화면에서 촉감으로 남았습니다.
남은 두 점 — 그리움과 꽃
나머지 두 점의 설명도 짧습니다. 짧은 대신 대상이 분명합니다.
"유년시절의 문화적인 정서와 깊은 사랑을 주신 아버지이며 1980년 초가을에 먼길 떠난 아버지를 그리움으로 표현했다" — 정미숙, 씨앗페 출품작 〈아버지〉에 붙인 작가 설명
'1980년 초가을'. 작가가 남긴 유일한 연도입니다. 아버지를 여읜 계절까지 적어 두었다는 점이 이 한 줄의 성격을 말해 줍니다. 초상화의 설명이라기보다 기일을 적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그린 것이 2024년이니, 44년의 간격을 둔 그림입니다.
〈아버지〉는 이번 세 점 가운데 유일하게 저희가 화면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작품입니다. 어떻게 그려졌는지는 작품 페이지에서 직접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여기서는 38x45.5cm의 유화라는 사실과 위의 설명까지만 적습니다.
세 번째 작품의 설명은 장소를 말합니다.
"통영 선창가 아름드리 유도화를 보고서 점묘법으로 두드러지게 강조한 작품" — 정미숙, 씨앗페 출품작 〈유도화〉에 붙인 작가 설명
유도화(柳桃花)는 협죽도를 부르는 다른 이름입니다. 남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고, 여름에 분홍 꽃을 무리로 피웁니다. 통영 선창가에서 본 나무라는 위치 정보가 붙어 있으니, 이 그림은 상상한 꽃이 아니라 특정한 곳에 서 있는 특정한 나무의 초상입니다.
점묘는 나무에만 쓰였다

〈유도화〉의 화면을 보면 작가가 쓴 '점묘법으로 두드러지게 강조한'이라는 말의 정확한 뜻이 드러납니다.
화면 전체가 점으로 그려진 것이 아닙니다. 하늘은 옅은 하늘색을 길게 밀어 바른 붓질이고, 아래쪽 바닥과 왼쪽 아래 밑동의 어두운 부분도 넓은 붓질입니다. 점이 찍힌 곳은 꽃과 잎이 뭉친 덩어리 안쪽뿐입니다. 분홍, 흰색, 청록, 진초록, 연보라, 검정이 서로 섞이지 않은 채 하나하나 얹혀 있고, 그 덩어리가 화면의 위쪽 대부분을 차지하며 부풀어 오릅니다.
그러니까 점묘는 이 그림의 기법이 아니라 강조 표시입니다. 배경은 평평하게 두고 나무만 점으로 일으켜 세웠기 때문에, 꽃 덩어리가 하늘에서 앞으로 밀려 나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두드러지게 강조한'이라는 표현이 정확했던 셈입니다.
〈밤바다〉와 〈유도화〉는 크기가 53x45.5cm로 같습니다. 나란히 놓으면 두 화면이 닮은 점이 보입니다. 둘 다 대상 하나가 화면을 가장자리까지 가득 채우고, 여백이나 배경이 거의 없습니다. 하나는 청색 덩어리, 하나는 분홍 덩어리입니다. 공포를 그릴 때와 꽃을 그릴 때 이 작가가 화면을 쓰는 방식은 같습니다. 대상이 시야를 다 덮을 때까지 밀어붙이는 것.
이력
정미숙에 관해 저희가 확인한 외부 기록은 없습니다. 전시 이력, 수상, 학력, 소속에 관한 자료를 찾지 못했고, 씨앗페 데이터베이스에도 작가 소개나 이력이 등록돼 있지 않습니다.
이름이 같은 다른 인물들의 기록은 검색에 여럿 나오지만, 그것이 이 작가의 것이라는 근거가 없으므로 이 글에는 한 줄도 옮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이 근거로 삼은 것은 작가 본인이 작품마다 붙인 설명 세 문장과, 실제 화면뿐입니다. 이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확인한 자료가 없습니다.
출품작 읽기
〈밤바다〉 — 2024년, 유화·커피찌꺼기, 53x45.5cm
세 점 중 유일하게 재료에 커피찌꺼기가 들어간 작품입니다. 수평선 없이 청색 물결만으로 채운 세로 화면이고, 물감이 두껍게 솟아 있어 조명 각도에 따라 표면의 인상이 바뀝니다. 가까이서 표면의 결을 확인하게 되는 그림이라, 지나가며 보는 자리보다 앉아서 오래 보는 자리에 어울립니다.

- 53x45.5cm · 유화, 커피찌꺼기 · 2024 · ₩2,000,000
- 작품 페이지 →
〈아버지〉 — 2024년, 유화, 38x45.5cm
세 점 중 가장 작은 화면입니다. 1980년 초가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움으로 그렸다는 작가의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화면은 작품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 38x45.5cm · 유화 · 2024 · ₩2,000,000
- 작품 페이지 →
〈유도화〉 — 2025년, 유화, 53x45.5cm
세 점 중 가장 최근작이고 가장 밝습니다. 분홍과 흰 점이 뒤덮은 꽃 덩어리가 옅은 하늘을 배경으로 부풀어 오릅니다. 통영 선창가에서 본 나무라는 작가의 메모가 붙어 있습니다. 밝은 벽에 걸면 색이 그대로 살고, 현관이나 거실처럼 처음 들어서며 보게 되는 자리에 어울립니다.

- 53x45.5cm · 유화 · 2025 · ₩1,500,000
- 작품 페이지 →
세 점을 함께 보려면 정미숙 작가 페이지로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정미숙이 씨앗페에 작품을 낸 것은 자신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바깥에서 벌어진 일을 자기 화면으로 가져와 재료까지 바꾼 작가입니다. 오염수가 방류되는 바다를 보며 물감에 커피찌꺼기를 섞은 사람이 동료 예술인의 사정을 보고 작품을 내놓는 일은, 같은 방향의 반응으로 읽힙니다.
정미숙을 처음 보는 분께는 〈밤바다〉의 표면을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보다 무엇으로 그려졌는지가 이 작가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유도화〉를 보시면, 같은 손이 정반대의 색으로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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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밤바다〉에 왜 커피찌꺼기가 들어갔나요? A. 작가가 씨앗페 출품작 설명에 직접 적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공포가 가득한 밤바다를 보면서 무거움을 표현하기 위해 유화물감과 커피찌꺼기를 섞어 표현함." 재료란에도 '유화, 커피찌꺼기'로 등록돼 있습니다.
Q. 〈유도화〉는 무엇을 그린 것인가요? A. 유도화는 협죽도를 부르는 다른 이름입니다. 작가는 "통영 선창가 아름드리 유도화를 보고서 점묘법으로 두드러지게 강조한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화면에서 점묘는 꽃과 잎 덩어리에만 쓰였고 하늘과 바닥은 넓은 붓질입니다.
Q. 〈아버지〉는 어떤 작품인가요? A.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유년시절의 문화적인 정서와 깊은 사랑을 주신 아버지이며 1980년 초가을에 먼길 떠난 아버지를 그리움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2024년, 유화, 38x45.5cm입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정미숙 작품은 몇 점인가요? A. 세 점입니다. 〈밤바다〉(2024, 유화·커피찌꺼기, 53x45.5cm), 〈아버지〉(2024, 유화, 38x45.5cm), 〈유도화〉(2025, 유화, 53x45.5cm)입니다.
Q. 정미숙 작품 가격은? A. 〈밤바다〉와 〈아버지〉가 각각 ₩2,000,000, 〈유도화〉가 ₩1,500,000입니다. 세 점 모두 구매 가능합니다.
Q. 전시 이력이나 학력이 궁금합니다. A. 저희가 확인한 자료가 없습니다. 씨앗페 데이터베이스에도 작가 이력이 등록돼 있지 않고, 외부 기록도 찾지 못했습니다. 이름이 같은 다른 인물의 기록이 검색에 나오지만 이 작가의 것이라는 근거가 없어 싣지 않았습니다.
Q. 정미숙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정미숙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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