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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 스물두 해의 무역 일을 접고 통섭예술인이 되다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21일 · 씨앗페

대기업에서 스물두 해를 보낸 뒤 쉰 살에 첫 개인전을 열고, 스스로를 통섭예술인이라 부르며 100여 회의 개인전을 이어 온 정수연. 중력과 물성에 그림을 맡기는 작업 방식과 씨앗페 출품작 석 점을 읽습니다.

정수연 — 스물두 해의 무역 일을 접고 통섭예술인이 되다

정수연, 〈통섭〉, Acrylic on canvas, 53x72.7cm(20P) — 세로로 끌어내린 초록·파랑·붉은 띠 위로 노란 물감이 튀어 오른 추상 화면
정수연, 〈통섭〉, Acrylic on canvas, 53x72.7cm(20P) — 세로로 끌어내린 초록·파랑·붉은 띠 위로 노란 물감이 튀어 오른 추상 화면

정수연의 이름 앞에는 거의 언제나 세 글자가 붙습니다. '통섭예술인'. 스스로 붙인 별칭이고, 기사들도 그 표기를 그대로 씁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석 점의 제목도 전부 〈통섭〉입니다. 세 점이 같은 제목, 같은 크기, 같은 매체를 공유합니다. 한 작가가 한 단어를 이렇게까지 붙들고 있으면 그 단어부터 풀어야 그림이 보입니다.

'통섭'이라는 단어

통섭은 영어 consilience의 번역어입니다. 씨원뉴스는 이 단어의 라틴어 어원이 "'Jump together'(함께 위로 뛰다)"이며 "서로 다른 학문이나 분야가 부딪히고 연결되며 새로운 창조를 일으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습니다(2026년 4월 11일). 작가 본인의 정의는 더 짧습니다.

"통섭이란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서로 연결시키는 개념이다. 예술 또한 다양한 장르가 융합되어야 진정한 창조가 가능하다." — 국제뉴스, 2025년 3월 22일

씨원뉴스는 이 개념을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처럼 여러 학문을 터득해 활용하는 태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풀면서, 작가가 "화가이면서 동시에 음악가·과학자·비즈니스맨이 될 수 있는 다학문 체제를 지향한다"고 전했습니다.

씨앗페 출품작에 그가 붙인 한 줄도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우주 안의 우리는 하나로 연결된다는 통섭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한 단어로 자기를 부르는 작가는 많지 않습니다. 대개는 매체나 사조의 이름이 붙습니다. 통섭은 매체도 사조도 아니라 태도의 이름입니다. 그래서 이 단어는 그림이 무엇을 그렸는지가 아니라 그림을 그린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먼저 가리킵니다.

첫 개인전까지 쉰 해

이 단어를 작가가 개념으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력이 말해 줍니다.

정수연은 1956년생입니다. 서강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대학 1학년 때 평생 미술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홍익대학교 조소학과 학생들과 미술 동아리 '느와르, 쥬나뜨르'를 결성해 창작을 시작한 것이 그 무렵입니다. 그리고 1982년부터 2004년까지 LG그룹에서 무역 업무를 했습니다. 스물두 해입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는 경기도 용인 수지 광교산 자락의 도마치문화예술촌 입주 화가로 작업했습니다. 퇴사 이듬해인 2005년에 생애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도 그림을 놓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림을 직업으로 삼은 것은 쉰 살 무렵부터입니다. 그 뒤로 개인전이 100여 회 이어졌습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에는 "2026년 7월 현재까지 100여 회가 넘는 개인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직장 경력은 작업 바깥의 이력으로 남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것을 그대로 미술에 가져다 씁니다.

"무역에서 배운 전략을 미술에 접목해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 잡고 싶다. 작가는 생산성과 차별성이 동시에 필요하다." — 아트코리아방송, 2025년 3월 25일

생산성. 화가의 입에서 잘 나오지 않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수사가 아닙니다. 아트코리아방송은 그가 "매일 300~500개의 디지털 작업과 아날로그 작업을 병행"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리지 않고 흐르게 두는 법

작업 방식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설명은 기호일보에 실렸습니다. 2024년 1월, 수원 행궁동 행리단길의 문 닫은 여관 1·2층과 옥상을 빌려 연 개인전을 취재한 기사입니다. 시멘트가 벗겨지고 철근이 드러난 폐건물에서 그는 전시와 페인팅 작업을 동시에 했습니다.

"인위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중력, 날씨, 물성의 특성을 이용해 흐르도록 한다. 실험적 작품으로 의도하려고 하면 가능하지 않다." — 기호일보, 2024년 1월 22일

이 전시의 장소 자체가 그의 방식을 보여 줍니다. 기호일보에 따르면 전시가 열린 2층 단독주택은 "시멘트 칠이 벗겨지고 철근이 드러난 벽면과 문짝을 제거한 채 늘어선 공실"이 그대로인 폐건물이었습니다. 작가는 "여기는 원래 여관이었는데 리모델링 후 1년간 매매·임대가 되지 않아 비어 있었다"며 "공간이 마음에 들어 일정기간 대여해 전시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유리창 너머로 그림을 보거나 전시장 앞에서 작업하는 작가를 지켜봤습니다.

같은 전시에서 그는 디지털로 그린 그림을 캔버스로 옮기는 작업도 함께 보였습니다. "'나의 십자가'라는 작품은 격자가 계속 겹치면서 가장 아래에 있는 십자가가 점차 소멸되는 모습으로, 디지털 기기로 그린 그림을 캔버스로 옮겼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기호일보는 그가 2023년 미국 뉴욕과 LA에서 작업과 병행하는 전시회를 열었고 반응이 좋아 2024년에는 프랑스와 뉴욕에서 같은 형식의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중력과 날씨와 물성. 셋 다 작가가 통제하지 못하는 조건입니다.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일부러 공정에 넣는 방식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태도가 다른 자리에서는 이런 문장이 됩니다.

"그림이란 작가가 통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만들어지는 생명체 같은 것이다." — 아트코리아방송, 2025년 3월 25일

이 생각은 전시 운영 방식으로까지 이어집니다. 그가 '살아있는 전시'라고 부르는 형식입니다. 2024년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강원도 영월 J Cube Museum에서 두 달간 연 개인전의 제목이 그대로 《살아있는 전시》였고, 그는 전시 기간 중 현장에서 수시로 작업하며 작품을 세 번에 걸쳐 새로 교체하겠다고 밝혔습니다(씨원뉴스, 2024년 9월 28일). 2026년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같은 영월 제이큐브아트미술관에서 열린 《통섭예술인 정수연 특별기획초대전》에서도 '동행'을 주제로 전시장에서 매일 직접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동행' — 해와 달, 산과 사람

그의 대표 연작으로 여러 매체가 함께 꼽는 것은 〈동행〉입니다. 2025년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모나리자 산촌에서 열린 초대 개인전의 제목이기도 했습니다.

화면에는 해와 달, 산과 사람의 형상이 함께 놓입니다. 아트코리아방송은 이 작품이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상징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활용한 구성이 돋보이며, 'ㅇ'과 'ㅅ'이라는 문자 요소를 통해 인생과 생애, 삶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함께 걸어가는 과정을 상징한다." — 아트코리아방송, 2025년 3월 25일

이 전시에서 그는 길에서 주운 냉장고 부품을 즉흥적으로 전시에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100년 전 뒤샹이 변기를 예술 작품으로 전환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버려진 것들도 새로운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작품 곁에 캡션을 붙이지 않는 것도 그의 방식입니다. 관객이 직접 보고 해석하도록 두기 위해서입니다.

"예술은 정해진 정답이 없으며, 누구나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을 보면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떠오르길 바란다." — 아트코리아방송, 2025년 3월 25일

그림값에 대한 생각도 같은 줄에 놓입니다.

"50호나 10호나 모두 동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공간에 예술을 들일 수 있도록 문을 열고 싶다." — 국제뉴스, 2025년 3월 22일

씨앗페 출품작 석 점 읽기

석 점 모두 2026년작이고, 매체는 Acrylic on canvas, 크기는 53x72.7cm(20P)로 같습니다. 값도 셋 다 같습니다. 크기로도 값으로도 고를 수 없으니, 세 화면이 각각 어떤 상태인지를 보고 고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통섭〉 — 2026년, Acrylic on canvas, 53x72.7cm(20P) · 첫 번째 점

세로로 끌어내린 자국이 화면을 지배합니다. 초록·청록·짙은 파랑의 띠가 위에서 아래로 길게 내려오고, 그 사이로 붉은 기둥과 주황 덩어리가 끼어듭니다. 그 위에 노란 초록빛 물감이 가지처럼 흩뿌려져 있어 세로 결을 가로지릅니다. 네 변 가장자리에는 연노랑 바탕이 띠처럼 남아 있어, 물감이 캔버스 전체를 덮지 않고 중앙을 지나간 흔적이 드러납니다.

정수연, 〈통섭〉, Acrylic on canvas, 53x72.7cm(20P), ₩500,000
정수연, 〈통섭〉, Acrylic on canvas, 53x72.7cm(20P), ₩500,000

〈통섭〉 — 2026년, Acrylic on canvas, 53x72.7cm(20P) · 두 번째 점

바탕이 훨씬 어둡습니다. 짙은 청록과 남색이 세로로 깔리고 그 사이로 자홍과 주황이 좁게 비칩니다. 그 위를 밝은 연둣빛 선이 고리를 그리며 지나가는데, 앞의 점이 흩뿌림에 가까웠다면 여기서는 하나로 이어진 궤적에 가깝습니다. 어두운 바탕 덕분에 연둣빛이 형광처럼 떠올라, 같은 제목의 두 화면 가운데 대비가 더 강한 쪽입니다.

정수연, 〈통섭〉, Acrylic on canvas, 53x72.7cm(20P), ₩500,000
정수연, 〈통섭〉, Acrylic on canvas, 53x72.7cm(20P), ₩500,000

〈통섭〉 — 2026년, Acrylic on canvas, 53x72.7cm(20P) · 세 번째 점

같은 연작의 세 번째 화면입니다. 작품 페이지에서 실물 이미지를 확인하신 뒤 앞의 두 점과 나란히 비교해 보시길 권합니다.

정수연, 〈통섭〉, Acrylic on canvas, 53x72.7cm(20P), ₩500,000
정수연, 〈통섭〉, Acrylic on canvas, 53x72.7cm(20P), ₩500,000

같은 제목을 단 세 점이 서로 다른 화면인 것은, 중력과 물성에 결과를 맡기는 작업 방식의 당연한 결과로 보입니다. 의도가 같아도 흐른 자리가 다르면 다른 그림이 됩니다. 정수연 작가 페이지에서 셋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정수연이 씨앗페에 석 점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미술로 소통해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한 사람이라도 나로 인해 동기부여를 받는다면 만족한다"(기호일보, 2024년 1월 22일)고 말해 온 작가입니다. 그림값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소장할 수 있게 하겠다는 생각을 여러 해 밝혀 왔고, 씨앗페 출품작 석 점의 값도 그 생각과 어긋나지 않습니다.

정수연 작가 페이지에서 석 점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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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정수연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1956년생으로, 스스로를 '통섭예술인'이라 부르며 활동하는 화가입니다. 서강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1982년부터 2004년까지 LG그룹에서 무역 업무를 했으며, 퇴사 이듬해인 2005년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이후 개인전이 100여 회 이어졌습니다.

Q. '통섭예술'이 무슨 뜻인가요? A. 통섭은 영어 consilience의 번역어로, 씨원뉴스는 그 라틴어 어원이 "'Jump together'(함께 위로 뛰다)"라고 설명합니다(2026년 4월 11일). 작가는 "통섭이란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서로 연결시키는 개념"이며 "예술 또한 다양한 장르가 융합되어야 진정한 창조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국제뉴스, 2025년 3월 22일).

Q. 어떻게 그리나요? A. "인위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중력, 날씨, 물성의 특성을 이용해 흐르도록" 그립니다(기호일보, 2024년 1월 22일). 디지털 작업과 아날로그 작업을 병행하며, 아트코리아방송은 그가 매일 300~500개의 디지털 작업을 함께 한다고 전했습니다.

Q. '살아있는 전시'가 무엇인가요? A. 전시 기간 중에도 현장에서 작업을 이어 가며 작품을 교체하는 전시 방식입니다. 2024년 10월 1일~11월 30일 강원 영월 J Cube Museum 개인전의 제목이 《살아있는 전시》였고, 작가는 기간 중 작품을 세 번에 걸쳐 새로 교체하겠다고 밝혔습니다(씨원뉴스, 2024년 9월 28일).

Q. 대표 연작은? A. 〈동행〉입니다. 해와 달, 산과 사람의 형상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한글의 'ㅇ'과 'ㅅ'이라는 조형 요소를 통해 삶의 여정을 표현했습니다(아트코리아방송, 2025년 3월 25일). 2025년 3월 서울 인사동 갤러리 모나리자 산촌 초대 개인전, 2026년 4~5월 영월 제이큐브아트미술관 특별기획초대전의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정수연 작품은 몇 점이고 가격은? A. 석 점입니다. 모두 〈통섭〉(2026, Acrylic on canvas, 53x72.7cm(20P))이고, 세 점 다 ₩500,000입니다.

Q.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정수연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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