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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 장지 위의 곰돌이, 얼굴을 가진 쪽은 누구인가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21일 · 씨앗페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하나의 곰돌이를 품고 살아갑니다." 장지에 혼합채색으로 곰돌이 연작을 그려온 작가 김기영의 작업 노트와 씨앗페 출품작 세 점을 화면으로 읽습니다.

김기영 — 장지 위의 곰돌이, 얼굴을 가진 쪽은 누구인가

김기영, 〈Forward # 1〉, 장지에혼합채색, 72.7x90.9cm — 곰인형을 안고 걸어가는 아이
김기영, 〈Forward # 1〉, 장지에혼합채색, 72.7x90.9cm — 곰인형을 안고 걸어가는 아이

씨앗페에 들어온 김기영의 작품 세 점에는 전부 곰인형이 등장합니다. 하나에서는 아이가 곰을 안고 걷고, 하나에서는 곰들이 나란히 앉아 책을 읽습니다. 소재만 보면 설명이 더 필요 없을 만큼 단순한 그림입니다.

그런데 화면을 자세히 보면 단순하지 않은 결정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결정들을 짚습니다. 재료는 두 가지뿐입니다 — 작가가 씨앗페에 작품을 내면서 직접 붙인 작업 설명, 그리고 실제 화면. 김기영에 대한 외부 기사나 평문은 저희가 확인한 범위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작가가 쓴 문장과 그림 자체에만 기댑니다.

작가는 연작의 전제를 한 문장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하나의 곰돌이를 품고 살아갑니다." — 김기영, 씨앗페 출품작 〈Forward # 1〉에 붙인 작가 설명

재료를 먼저 봅니다 — 장지에 혼합채색

세 점 모두 지지체가 장지(壯紙)입니다. 캔버스가 아니라 한국화에서 쓰는 두꺼운 한지 위에, 물감을 얇게 여러 번 올려 색을 만드는 채색화의 방식입니다. 곰 털의 명암이 붓 자국 없이 부드럽게 번져 있고 색과 색 사이의 경계가 뭉개져 있는 것이 그 흔적입니다.

곰인형이라는 소재와 장지라는 지지체는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하나는 근래의 대중적 이미지이고 하나는 오래된 화법의 바탕입니다. 그런데 이 결합이 화면에 특정한 질감을 만듭니다. 같은 곰인형을 유화나 아크릴로 그렸다면 표면이 반짝이고 색이 단단하게 서 있었을 텐데, 장지 위의 곰은 색이 종이에 스며든 상태로 멈춰 있습니다. 만졌을 때의 부드러움이 재료 쪽에서 먼저 옵니다.

작가가 제출한 이력에 따르면 김기영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불교예술문화학과에서 석사를 마쳤습니다. 디자인에서 출발해 전통 회화 쪽으로 옮겨 온 경로이고, 장지라는 선택은 그 경로 위에 있습니다. 이 이력은 사내에 제출된 자료에만 있는 것이라 그 이상은 적지 않겠습니다.

〈Forward # 1〉 — 얼굴을 가진 쪽은 곰입니다

작가의 노트는 이 그림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작품은 곰돌이를 안고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어른이 되어도 잃지 않았으면 하는 순수함과 따뜻한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삶은 앞으로 걸어가지만,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언제나 마음속에 간직한 작은 위로입니다." — 김기영, 씨앗페 출품작 설명

화면을 보면 노트가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보입니다. 아이의 얼굴이 없습니다.

아이는 옆모습으로 왼쪽을 향해 걷고 있는데,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를 곰인형의 몸통과 검은 비니가 완전히 가리고 있습니다. 보이는 것은 까만 단발머리 끝과 비니의 실루엣뿐입니다. 반면 곰은 눈, 코, 분홍 볼, 심지어 이마에 붙은 작은 별 장식까지 또렷합니다. 표정을 가진 쪽은 안긴 쪽이고, 안은 쪽은 얼굴이 지워져 있습니다.

노트가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언제나 마음속에 간직한 작은 위로"라고 말한 대목이, 화면에서는 이 얼굴의 배분으로 실행돼 있습니다. 위로가 그려질 때 위로받는 사람은 지워집니다. 누구의 이야기인지 특정되지 않아야 "우리는 모두"라는 첫 문장이 성립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 번째로 보이는 것은 옷차림입니다. 검은 비니, 분홍 러플 블라우스, 회색 주름치마, 청록색 양말, 흰 운동화. 전부 지금의 옷입니다. 노트는 "어린 시절 우리를 위로해 주었던 존재"라고 회상의 시제로 말하지만, 화면 속 인물은 회상 속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의 옷을 입고 오늘을 걷는 중입니다. 제목 〈Forward〉가 가리키는 방향이 그것이고, 실제로 두 발은 모두 땅에서 떨어져 보행 중인 순간에 멈춰 있습니다.

배경은 극단적으로 비어 있습니다. 위쪽 크림색과 아래쪽 분홍색, 가로선 하나로 나뉜 두 개의 면이 전부입니다. 장소를 알려주는 단서가 하나도 없고, 대신 베이지색 별 몇 개가 공중에 흩어져 있습니다. 인물 둘레에는 흰 윤곽선이 한 겹 둘러져 있어, 배경 위에 오려 붙인 것처럼 떠 보입니다. 걷고 있지만 어디를 걷는지는 말하지 않는 화면입니다.

〈따스한밤 작은이야기〉 — 이야기가 책 밖으로 새어 나옵니다

두 번째로 본 화면은 성격이 다릅니다. 노트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따스한 밤, 작은 이야기』는 곰돌이들이 함께 책을 읽는 평온한 순간을 담은 작품으로, 바쁜 삶 속에서 잊기 쉬운 따뜻함과 안정감을 이야기합니다." — 김기영, 씨앗페 출품작 설명

화면에는 곰 셋이 있습니다. 파란 잠옷을 입은 큰 곰이 붉은 표지의 책을 펼쳐 들고 있고, 분홍 잠옷과 초록 잠옷을 입은 작은 곰 둘이 그 옆에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바닥은 이불처럼 접힌 크림색 천이고, 배경은 어두운 세이지그린입니다. 오른쪽 끝에 작은 흰 토끼 인형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노트는 "책을 읽는 순간"이라고만 했지만, 화면이 실제로 그리고 있는 것은 읽는 장면이 아니라 이야기가 새어 나오는 장면입니다. 펼쳐진 책에서 금빛 입자가 흩어져 나와 큰 곰의 파란 잠옷 위로 번지고, 책장 위에는 흰 새 한 마리가 내려앉아 있습니다. 배경의 초록 공중에는 반투명한 고래와 물고기가 떠 있습니다. 방 안에 있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책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읽어야 자리가 맞습니다.

세부 하나를 더 짚으면, 큰 곰은 책을 보고 있지 않습니다. 정면을 봅니다. 읽어 주는 쪽의 시선이 듣는 쪽이 아니라 화면 밖의 우리에게 와 있습니다. 작은 곰 둘도 책이 아니라 각자 다른 쪽을 봅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독서하는 장면의 기록이라기보다,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 한 명 더 들어와도 된다는 초대에 가깝습니다.

작가가 노트에 적은 문장이 그 초대를 확인해 줍니다.

"이 작품이 한 사람에게라도 편안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에 출품했습니다." — 김기영, 씨앗페 출품작 설명

출품작 읽기

〈Forward # 1〉 — 2026년, 장지에혼합채색, 72.7x90.9cm

세 점 중 가장 큰 화면이고, 인물이 실물에 가까운 존재감으로 서 있습니다. 배경이 크림색과 분홍색 두 면뿐이라 벽지와 부딪히지 않고, 거실이나 현관처럼 사람이 드나드는 자리의 정면 벽을 감당합니다. 곰의 얼굴과 아이의 지워진 얼굴을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김기영, 〈Forward # 1〉, 장지에혼합채색, 72.7x90.9cm, ₩2,400,000
김기영, 〈Forward # 1〉, 장지에혼합채색, 72.7x90.9cm, ₩2,400,000

〈따스한밤 작은이야기〉 — 2025년, 장지에 혼합채색, 72.7x60.6cm

곰 셋이 책을 펼쳐 놓고 앉아 있는 가로 화면입니다. 배경이 어두운 초록이라 세 점 가운데 밤의 온도를 가진 유일한 그림이고, 침실이나 아이 방처럼 하루가 끝나는 자리에 어울립니다. 책에서 새어 나온 금빛 입자와 공중의 고래를 찾아보시면 화면이 달리 읽힙니다.

김기영, 〈따스한밤 작은이야기〉, 장지에 혼합채색, 72.7x60.6cm, ₩1,600,000
김기영, 〈따스한밤 작은이야기〉, 장지에 혼합채색, 72.7x60.6cm, ₩1,600,000

〈What I carry #1〉 — 2026년, 장지에혼합채색, 37.9x45.5cm

세 점 중 가장 작은 화면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의 제목을 설명하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마음을 안고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책임을, 누군가는 추억을, 또 누군가는 어린 시절의 따뜻했던 마음을 품고 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작품 속 곰돌이는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잃고 싶지 않은 순수함과 위안의 상징입니다." — 김기영, 씨앗페 출품작 설명

〈Forward # 1〉이 '앞으로 간다'는 동사를 제목에 걸었다면, 이 작품은 '무엇을 지니고 있는가'를 묻습니다. 같은 해에 그려진 두 점이 걷는 일과 지니는 일을 나눠 맡은 셈입니다. 작은 크기라 서재 책상 위나 침대 옆처럼 가까이서 보는 자리에 둘 수 있습니다.

김기영, 〈What I carry #1〉, 장지에혼합채색, 37.9x45.5cm, ₩640,000
김기영, 〈What I carry #1〉, 장지에혼합채색, 37.9x45.5cm, ₩640,000

세 점을 나란히 놓으면 크기와 온도가 고르게 갈립니다. 김기영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김기영이 씨앗페에 작품을 낸 이유는 본인이 작업 노트에 직접 적어 두었습니다.

"이 작품을 소장하는 것은 한 점의 그림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함께하는 것입니다." — 김기영, 씨앗페 출품작 〈따스한밤 작은이야기〉에 붙인 작가 설명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위 문장은 그 구조를 작가가 자기 언어로 옮겨 적은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문단의 뒷부분에서 작가는 한 가지를 더 말합니다.

"일상 속 따뜻한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고, 예술이 사람들의 삶에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가치를 함께 나누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기영, 씨앗페 출품작 설명

곰인형을 그리는 사람이 동료를 위해 그림을 내놓는 일은 따로 설명이 필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세 점의 화면이 하고 있는 일과 같기 때문입니다 — 누군가를 안아 주는 쪽에 서는 것.

김기영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 세 점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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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김기영 작가는 어떤 작업을 하나요? A. 장지(두꺼운 한지)에 혼합채색으로 곰인형이 등장하는 회화를 그립니다. 작가는 씨앗페에 제출한 작업 설명에서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하나의 곰돌이를 품고 살아갑니다"라고 연작의 전제를 밝혔습니다. 곰인형은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잃고 싶지 않은 순수함과 위안의 상징"이라고 적었습니다.

Q. '장지에 혼합채색'이 무엇인가요? A. 장지는 한국화에서 쓰는 두꺼운 한지이고, 그 위에 여러 종류의 채색 재료를 얇게 겹쳐 올려 색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캔버스에 그린 그림과 달리 색이 종이에 스며든 상태로 멈춰 있어, 표면이 반짝이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김기영 작품은 몇 점인가요? A. 세 점입니다. 〈Forward # 1〉(2026, 장지에혼합채색, 72.7x90.9cm), 〈따스한밤 작은이야기〉(2025, 장지에 혼합채색, 72.7x60.6cm), 〈What I carry #1〉(2026, 장지에혼합채색, 37.9x45.5cm).

Q. 김기영 작품 가격은? A. 〈Forward # 1〉이 ₩2,400,000, 〈따스한밤 작은이야기〉가 ₩1,600,000, 〈What I carry #1〉이 ₩640,000입니다. 세 점 모두 구매 가능합니다.

Q. 전시 이력이 궁금합니다. A.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이력에 따르면, 2026년 개인전 《누구나 마음속 곰돌이를 가지고있다》(아트스페이스갤러리)와 2025년 개인전 《마음속 별을 그리다》(수원시립만석전시관)를 열었고, 조형아트페어·서울아트쇼 등 아트페어와 국회아트갤러리 선정 3인전(2024) 등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이 이력은 사내에 제출된 자료에 근거한 것입니다.

Q. 김기영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김기영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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