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호랑이 민화로 출발해 마티스·달리·쿠사마·키스 해링의 화면 속으로 고양이 한 마리를 들여보내는 민화 작가 이문형. 조선 무명 화가의 전통과 오늘의 이미지가 한 화면에서 만나는 자리를 씨앗페 출품작 일곱 점으로 읽습니다.
이문형 — 호작도의 고양이가 마티스의 서재로 들어가기까지

〈책거리x살바도르 달리〉의 나무에는 복숭아꽃이 피어 있고, 그 가지에 녹아내리는 시계 두 개가 걸려 있습니다. 달리의 〈기억의 지속〉에 나오는 그 시계입니다. 나무 아래에는 얼룩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앞발로 물고기 인형을 밟고 서 있고, 그 옆 책 더미 위에는 달리의 얼굴이 스티커처럼 붙어 있습니다. 서양 초현실주의의 상징과 조선 민화의 상징이 한 화면에 나란히 놓인 그림입니다.
이문형은 이런 화면을 여러 점 그려왔습니다. 마티스, 달리, 쿠사마 야요이, 키스 해링 — 각기 다른 시대와 언어를 쓴 화가들의 도상을, 책과 상자를 쌓아 올린 조선 후기 민화의 형식인 '책거리' 위에 얹습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이문형의 작품 일곱 점 가운데 다섯 점이 책거리 연작이고, 나머지 두 점은 이 연작이 나오기 전 자리인 전통 화조화·영모화 쪽에 서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두 자리 사이의 거리를 따라 읽습니다.
민화라는 자리에서
이문형은 민화를 그리는 작가입니다. 한국미술관에서 열린 〈민화의 비상전—제6장. 반복과 패턴〉을 비롯해 2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2025년에는 SETEC에서 열린 제7회 대한민국 민화아트페어에 개인 부스를 냈습니다. 제13회 현대민화공모전에서는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2025년 1월에는 충남 천안시 천안신방도서관의 '한뼘미술관'에서 작품을 걸었습니다. 이 자리는 도서관이 매달 지역 작가 한 명씩을 소개하는 순환 전시 프로그램으로, 1월의 순서가 이문형의 동양화전이었습니다. 이어 2월과 3월, 서양화·민화·공예를 하는 지역 작가들의 전시가 뒤를 이었습니다.
2024년에는 단체전 '도약의 단초10'에 참여했습니다. 불교신문은 이 전시를 다루며 이문형을 "전통을 재해석해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하는" 작가로 소개했고, 이때 소개된 작품 사진의 제목이 〈Black Summer.H〉였습니다. 씨앗페에는 들어오지 않은, 이문형의 다른 작업입니다.
2025년 초에는 충남 천안의 뮤지엄호두에서 도민익아트랩과 함께 연 협업전 〈해야〉에 참여했습니다. 15인이 참여한 이 전시는 현대 민화 73점을 걸었습니다. 전시 소개글은 이문형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문형 작가는 조선 무명(無名) 화가들과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여러 거장의 작품에 존경과 애정을 담아 작업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전통 회화를 소재로 서양 명화를 오마주(hommage)한 수묵 채색 작업과 마스킹테이프, 시트지, 스티커 등을 활용한 꼴라주(collage) 작품을 제작합니다." — 뮤지엄호두, 〈해야〉전 작가 소개글, 2025년 3월
이 문장 하나가 이문형의 작업을 정확히 요약합니다. 무명 화가들의 전통과, 이름이 뚜렷한 서양 거장들의 화면을 같은 애정으로 다룬다는 것. 그리고 그 방법이 수묵 채색과 꼴라주를 함께 쓰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호작도 — 민화가 원래 웃던 방식
씨앗페에 들어온 이문형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이른 것은 2022년작 〈호작도(호랑이와 까치)〉입니다. 소나무 가지 아래, 몸을 크게 구부린 호랑이 한 마리가 화면 아래쪽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있고, 가지 위에는 까치 한 마리가 앉아 호랑이를 내려다봅니다.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나오는 이 구도는 '까치호랑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조선 민화에서 가장 널리 그려진 도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그림의 호랑이는 몸 전체가 표범 무늬로 덮여 있습니다. 줄무늬가 아니라 동그란 반점입니다. 민화 속 호랑이가 종종 표범의 무늬를 하고 있는 것은 이 장르의 오래된 특징으로 꼽힙니다.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화가들이 호랑이를 직접 보지 못한 채 전해 들은 이미지로 그리다 보니, 호랑이와 표범의 무늬가 뒤섞인 그림이 관습으로 굳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문형의 호랑이도 그 관습을 그대로 따르면서, 얼굴은 노란 눈과 드러난 송곳니로 익살스럽게 과장했습니다. 무서워야 할 맹수가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 역시 민화 호랑이 그림의 오랜 성격입니다. 권위를 그리면서 동시에 그 권위를 살짝 놀리는 그림, 그것이 까치호랑이가 민간에서 사랑받아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는 이문형의 이름이 붙은 붉은 인장이 화면 오른쪽 아래에 찍혀 있습니다. 서구 거장들의 도상을 끌어오기 전, 이문형이 어떤 자리에서 출발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책거리, 그리고 그 안에 들어온 거장들
책거리는 조선 후기에 유행한 민화의 한 갈래입니다. 책과 문방구, 귀한 그릇과 과일 등을 정물처럼 쌓아 올려 그리며, 학문에 대한 선망과 부귀를 함께 담았습니다. 책장이나 칸막이 없이 사물들이 겹겹이 쌓인 구도가 이 장르의 특징입니다.
이문형은 이 형식을 그대로 가져오되, 쌓아 올린 책과 상자의 표면에 서양 거장들의 이미지를 그려 넣습니다. 마티스의 종이 오리기(컷아웃) 형태,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 쿠사마 야요이의 물방울무늬와 호박, 키스 해링의 춤추는 인물 도상이 각각 한 점씩의 책거리 화면 위에 자리를 잡습니다. 전통 책거리에 놓이던 복숭아·모란·생선 같은 상징물도 함께 그려 넣어, 두 전통이 같은 화면에서 부딪히지 않고 나란히 섭니다.
이 다섯 점을 나란히 놓고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 있습니다. 연갈색과 흰색이 섞인 얼룩무늬 몸에 초록 눈을 한 고양이입니다. 마티스 편에서는 상자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크리스마스 편에서는 호두까기 인형 병정 옷을 입고 선물 상자 위에 올라서 있으며, 쿠사마 편에서는 그의 상징인 빨간 단발머리 가발을 쓰고, 달리 편에서는 가슴에 붉은 하트 무늬를 달고 물고기 인형을 안고 있습니다. 키스 해링 편에만 이 고양이 대신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해 해링 특유의 방사선 무늬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같은 얼굴이 매 화면마다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나는 방식은, 이문형이 이 연작을 그저 이미지 차용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시점에서 다시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작품 일곱 점 읽기
씨앗페에 들어온 이문형의 작품은 일곱 점입니다. 제작 연도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매체는 장지·한지 위의 채색과 수묵이 섞여 있습니다.
〈호작도(호랑이와 까치)〉 — 2022년, 장지에 채색, 45.5x53cm
까치호랑이 도상을 정통 민화 구도로 그린 작품입니다. 표범 무늬를 두른 호랑이와 소나무 위 까치, 붉은 인장까지 — 이문형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화면입니다.

- 45.5x53cm · 장지에 채색 · 2022 · ₩8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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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x앙리 마티스〉 — 2025년, 한지위에 수묵채색, 40.9x60.6cm
쌓아 올린 책과 상자 표면에 마티스의 컷아웃 형태와 춤추는 인물 도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화면 중앙, 물결무늬가 담긴 유리컵에 앞발을 올린 고양이가 이 연작의 첫 등장입니다.

- 40.9x60.6cm · 한지위에 수묵채색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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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x크리스마스〉 — 2025년, 한지위에 수묵채색, 40.9x60.6cm
거장 대신 크리스마스라는 절기가 주제로 들어온 작품입니다. 고양이가 호두까기 인형 병정 복장을 하고 선물 상자 더미 위에 올라서 있고, 사탕 지팡이와 리본, 순록 뿔을 단 쥐 인형이 그 사이를 채웁니다.

- 40.9x60.6cm · 한지위에 수묵채색 · 2025 · ₩8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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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x쿠사마야요이〉 — 2025년, 한지위에 수묵채색, 40.9x60.6cm
쿠사마 야요이의 물방울무늬 호박과 눈이 그려진 꽃이 쌓인 상자 사이로, 쿠사마의 상징인 빨간 단발머리 가발을 쓴 고양이가 고개를 내밉니다. 점무늬 쥐와 버섯이 화면 아래를 채웁니다.

- 40.9x60.6cm · 한지위에 수묵채색 · 2025 · ₩8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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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x살바도르 달리〉 — 2025년, 한지위에 수묵채색, 40.9x60.6cm
이 글의 첫머리에서 살펴본 작품입니다. 복숭아나무 가지에 걸린 녹아내리는 시계, 파도 무늬 책 더미, 달리의 얼굴 스티커, 물고기 인형을 안은 고양이가 한 화면에 놓여 있습니다.

- 40.9x60.6cm · 한지위에 수묵채색 · 2025 · ₩8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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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x키스해링〉 — 2025년, 한지위에 수묵채색, 40.9x60.6cm
다섯 점 가운데 유일하게 검은 고양이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키스 해링 특유의 방사선 무늬와 춤추는 인물, 짖는 개 도상이 화면을 채우고, UFO에서 뻗어 나온 빛줄기 아래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참치 간식 봉지도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 40.9x60.6cm · 한지위에 수묵채색 · 2025 · ₩8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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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부는 코난〉 — 2025년, 한지위에 수묵채색, 45.5x53cm
거장 오마주 연작에서 다시 전통 쪽으로 돌아온 작품입니다. 병정 복장을 한 고양이가 거북이 등 위에 서서 피리를 붑니다. 복숭아가 열린 나무와 물결무늬, 형형색색의 쥐 떼가 화면을 채우는데, 거북과 복숭아, 소나무는 모두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도상입니다. 서구 거장을 불러온 연작 옆에서, 이 작품은 다시 조선 민화의 상징 체계로 돌아가 있습니다.

- 45.5x53cm · 한지위에 수묵채색 · 2025
- 작품 페이지 →
일곱 점을 나란히 놓으면 이문형의 작업이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이 보입니다. 까치호랑이에서 책거리로, 책거리 안에서 다시 서구 거장으로 갔다가, 〈피리부는 코난〉에서는 십장생으로 돌아옵니다. 이문형 작가 페이지에서 일곱 점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이문형이 씨앗페에 일곱 점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이문형은 그 구조에 작품으로 참여했습니다.
무명 화가들의 전통에 존경과 애정을 담아 작업한다는 이문형의 태도는, 이름을 남기지 못한 채 그림을 그렸던 조선의 화공들과 지금 씨앗페를 통해 동료를 돕는 작가들 사이에 있는 어떤 공통점을 떠올리게 합니다. 둘 다 자신의 이름보다 그리는 일 자체에 더 무게를 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이문형을 처음 만나는 분이라면 〈호작도〉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표범 무늬를 두른 호랑이의 익살스러운 얼굴에서 이문형이 선 자리를 먼저 확인한 뒤, 책거리 연작으로 넘어가면 같은 손이 왜 마티스와 달리를 불러왔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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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이문형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한국 전통 민화의 도상과 색채를 소재로 작업하는 민화 작가입니다. 제13회 현대민화공모전 우수상을 받았고, 〈민화의 비상전—제6장. 반복과 패턴〉(한국미술관)을 비롯한 20여 회의 단체전과 제7회 대한민국 민화아트페어(SETEC) 개인 부스전에 참여했습니다.
Q. '책거리'란 무엇인가요? A. 조선 후기에 유행한 민화의 한 갈래로, 책과 문방구, 귀한 그릇과 과일 등을 정물처럼 쌓아 올려 그린 그림입니다. 학문에 대한 선망과 부귀를 함께 담은 도상입니다.
Q. 왜 마티스·달리·쿠사마·키스 해링을 그리나요? A. 이문형은 조선 무명 화가들의 전통과 동서양 거장들의 작품을 같은 애정으로 다룹니다. 책거리 형식 위에 서양 거장들의 대표 도상을 수묵 채색과 꼴라주로 얹어, 두 전통을 한 화면에 나란히 세웁니다. "조선 무명(無名) 화가들과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여러 거장의 작품에 존경과 애정을 담아 작업하고 있습니다"(뮤지엄호두, 〈해야〉전 작가 소개글, 2025년 3월)라고 소개됩니다.
Q. 〈호작도〉는 어떤 그림인가요? A.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등장하는 조선 민화의 대표 도상인 '까치호랑이'를 그린 작품입니다. 민화 속 호랑이가 흔히 표범 무늬를 하고 있는 오랜 관습을 따르면서, 얼굴은 익살스럽게 과장해 그렸습니다.
Q. 이문형 작품 가격대는? A. 씨앗페에 나온 일곱 점 가운데 가격이 등록된 다섯 점은 ₩800,000(〈호작도〉)과 ₩840,000(책거리x거장 연작 네 점) 구간입니다. 나머지 두 점(〈책거리x앙리 마티스〉·〈피리부는 코난〉)은 작품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이문형 작품은 몇 점이고 어떤 것인가요? A. 〈호작도(호랑이와 까치)〉(2022, 장지에 채색, 45.5x53cm), 〈책거리x앙리 마티스〉·〈책거리x크리스마스〉·〈책거리x쿠사마야요이〉·〈책거리x살바도르 달리〉·〈책거리x키스해링〉(모두 2025, 한지위에 수묵채색, 40.9x60.6cm), 〈피리부는 코난〉(2025, 한지위에 수묵채색, 45.5x53cm)입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Q. 이문형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이문형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씨앗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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