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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니 강 — 낙원을 그리던 추상이 늑대의 자유를 말하기까지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21일 · 씨앗페

방송 현장에서 이십여 년을 보낸 뒤 캔버스로 옮겨 앉아 무한과 낙원을 그려 온 서양화가 스토니 강. 유리와 비닐까지 화폭으로 삼는 재료 실험과, 씨앗페에 낸 석 점의 뚜렷한 언어를 함께 읽습니다.

스토니 강 — 낙원을 그리던 추상이 늑대의 자유를 말하기까지

스토니 강, 〈늑구의 꿈〉,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60.6x72.7cm — 연둣빛과 살구빛이 부챗살처럼 번지는 추상 화면
스토니 강, 〈늑구의 꿈〉,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60.6x72.7cm — 연둣빛과 살구빛이 부챗살처럼 번지는 추상 화면

씨앗페에 들어온 스토니 강의 석 점 가운데 한 점의 제목은 〈늑구의 꿈〉입니다. 추상 화면에 붙은 제목치고는 대상이 매우 구체적입니다. 작가는 이 그림에 대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동물원을 탈출했다 무사히 돌아온 국민 늑대 늑구가 꿈꾸는 자유와 세상을 추상으로 그렸다. 온갖 억압과 자본에 포획돼 있는 인간도 처지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작가가 씨앗페 출품작에 붙인 작업 노트

이 작가를 여러 해 동안 따라다닌 수식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낙원과 영원의 작가', '색채의 조율사'. 무한(infinity)과 낙원(paradise)에 대한 갈망을 추상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의 어법으로 그려 온 사람에게 붙던 말들입니다. 그런 화가가 억압과 자본을 말합니다. 이 글은 그 앞과 뒤를 함께 읽습니다.

화폭 앞에 서기까지

스토니 강(Stonie Kang)은 서양화가로 소개됩니다. 다만 처음부터 미술 전공으로 출발한 사람은 아닙니다. ABC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한 뒤 지상파 방송에서 미술 담당 기자와 PD 등으로 일했"고, "뉴욕주립대(스토니 브룩) 예술대학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수학했으며 문화콘텐츠학 박사과정에서는 비주얼 작업 등을 분석하고 연구했"습니다(2024년 8월 4일).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에도 "20여 년 SBS 등에서 활동하며 회화 작업을 이어왔"다고 적혀 있습니다.

미술을 다루는 자리에서 오래 일하다가 그리는 자리로 건너온 셈입니다. 이 이력은 그의 작업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특징 하나와 겹칩니다. 그의 화면에는 미술사에서 빌려 온 이름표가 자주 붙습니다. 〈마그리트의 창〉, 〈마그리트의 폭포〉, 〈실낙원〉, 〈열반〉, 〈영겁〉. 대상을 보고 그리는 대신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의 계보 위에서 그린다는 뜻입니다.

2023년 — 무한과 낙원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23년 10월 27일부터 11월 17일까지 서울 방배동 비채아트뮤지엄에서 열린 개인전 《Infinity: The paradox》였습니다. 연합뉴스는 '미술소식' 지면에 이 전시를 실으면서 "작가는 추상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 느낌의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의 기법으로 구현하고 있다"고 소개했고, 〈커넥션〉·〈우주의 창〉·〈실낙원〉 등 최근작 19점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2023년 10월 27일).

전시의 주제를 묻자 작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유, 파라다이스 등 제 잠재의식 속에 가지고 있는 오브제를 끌어내어 표현한 작품으로 많은 분들이 생소하고 무의식 초현실주의 느낌이 난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면 뭐라고 단정하기 힘든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한 것보다는 저의 마음속의 이미지를 끌어내고 색채로 형상화하고 다양한 기법으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 아트코리아방송, 2023년 10월 29일

그의 작업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는 말은 '무위이화(無爲而化)'입니다. 비채아트뮤지엄의 설명을 연합뉴스가 옮긴 문장이 간명합니다. "무언가를 억지로 꾸미거나 인위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무의식적인 조화가 일어나고 자연스럽게 회화가 완성"된다는 뜻입니다.

같은 전시를 두고 문화재청장을 지낸 미술전문 기자 정재숙은 이렇게 평했습니다.

"스토니 강은 평면회화의 공간을 무한대로 넓힌다. 문학의 공간과 미술의 공간이 겹치고, 구상과 추상의 공간이 서로에게 스며든다. 기존 예술이 갈라놓은 틀을 부수고 제약이 없는 신세계를 열어젖힌 이방인이 그다"

화가 겸 건국대 명예교수 이정한은 "스토니 강은 살아 꿈틀대는 이미지와 다양성을 작품마다 변주하면서 페인팅 작품이 가지는 매너리즘과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허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위클리오늘, 2023년 10월 25일).

그가 화가라는 자리를 어떻게 보는지도 같은 인터뷰에 남아 있습니다.

"화가는 현실과 낙원의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낙원을 꿈꾸며 살아가는 일상 속에 있는지, 아니면 낙원에 도달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었다." — 위클리오늘, 2023년 10월 25일

작품은 비채아트뮤지엄, SayArt,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공공브랜드진흥원, 법무법인 태하 등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재료를 계속 갈아치우는 사람

이 작가를 따라 읽다 보면 매년 화면의 바탕이 달라지는 것이 눈에 띕니다.

2024년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세텍에서 열린 뱅크아트페어에서는 〈종횡무진〉·〈기억의 축제〉와 '여름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ABC뉴스는 이 작업들이 "그동안의 큐브를 기반으로 한 기하학적 추상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고 힘이 넘치는 대형 붓질"로 옮겨 갔다고 전했습니다. 작가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생명이 바다에서 기원해 강물을 거쳐 육지로 진화해온 수억 년 이상의 시간이 현재 인간의 몸에도 새겨져 있다. 그런 과정이 인간의 기억에도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이를 몇 가지 주제로 표현했다." — ABC뉴스, 2024년 8월 4일

2025년 5월 9일부터 30일까지 같은 비채아트뮤지엄에서 특별초대전 《오월의 왈츠》를 열고 신작 30점을 냈습니다. 이때 쓴 바탕은 캔버스만이 아니었습니다. 종이, 비닐, 아크릴 유리가 함께 들어갔고, 물감도 아크릴·오일 파스텔·오일 스틱을 섞어 썼습니다. 전시작 가운데 〈역사〉는 유리에 아크릴과 혼합매체로 그린 90.9x60.6cm 작품입니다.

"여러 재료와 물감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색감이나 질감이 내 작품 방향이나 의도와 잘 맞는다고 본다. 추상화라는 작품 특성을 더 살리기 위해 앞으로 다양한 재료, 물감을 사용하고 새로운 창작 기법 개발에도 끊임없이 도전해 볼 생각이다." — 파이낸셜투데이, 2025년 5월 8일

같은 전시를 앞두고 그는 왜 지금 아름다움인가에 대해서도 답했습니다.

"어지럽고 혼란한 시대에는 예술 본연의 아름다움을 모색하고 미적인 하모니와 이를 총체적으로 표현하는 미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ABC뉴스, 2025년 5월 3일

그리고 2025년 8월 7일부터 10일까지 열린 뱅크아트페어에는 '풍광(View)' 시리즈 8점을 냈습니다. 여기서 바탕은 비닐이었습니다. ABC뉴스는 "플라스틱 재질인 비닐에 아크릴 물감으로 붓질하는 방식을 통해 독특한 마티에르를 생성해 내고 있"으며, 그렇게 하면 "사실상 반영구적인 내구성을 가지는 회화 작품이 되는 셈"이라고 전했습니다(2025년 8월 7일).

캔버스 → 유리 → 비닐. 2년 사이의 궤적입니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보다 무엇 위에 그릴 것인가를 먼저 바꾸는 작가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씨앗페 출품작 석 점 읽기

씨앗페에 들어온 석 점은 모두 2026년작이고, 매체는 셋 다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입니다. 앞에서 본 유리나 비닐이 아니라 캔버스로 돌아와 있습니다. 대신 달라진 것은 제목입니다. 〈늑구의 꿈〉·〈비상(飛翔)〉·〈피안(彼岸)〉. 낙원이라는 단어가 '피안'으로, 무한이 '비상'으로 바뀌어 있고, 여기에 동물원을 탈출했던 늑대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늑구의 꿈〉 — 2026년,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60.6x72.7cm

화면 오른쪽 아래에서 위쪽으로 연둣빛 줄기가 부챗살처럼 뻗어 오르고, 그 위를 살구빛과 연분홍이 덮습니다. 왼쪽 위에는 회보랏빛 사각형이 각지게 자리를 잡아, 부드럽게 퍼지는 오른쪽과 대비를 만듭니다. 표면은 매끈하지 않습니다. 물감을 여러 겹 올린 오돌토돌한 결이 그대로 드러나 빛의 방향에 따라 화면이 달라 보입니다. 오른쪽 아래에 'Stonie K' 서명이 있습니다.

스토니 강, 〈늑구의 꿈〉,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60.6x72.7cm, ₩1,500,000
스토니 강, 〈늑구의 꿈〉,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60.6x72.7cm, ₩1,500,000

〈비상 (飛翔)〉 — 2026년,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72.7x60.6cm

가로로 누운 화면 전체가 비스듬한 붓결로 채워져 있습니다. 살구빛·연분홍·연둣빛·잿빛 띠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밀려 올라가며 겹칩니다. 〈늑구의 꿈〉에 있던 각진 형태가 여기엔 없고, 화면 전체가 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작가는 이 그림에 "모든 질곡과 압제를 넘어서 우리는 날아올라야 한다"는 문장을 붙였습니다.

스토니 강, 〈비상 (飛翔)〉,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72.7x60.6cm, ₩1,500,000
스토니 강, 〈비상 (飛翔)〉,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72.7x60.6cm, ₩1,500,000

〈피안 (彼岸)〉 — 2026년,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53x45.5cm

석 점 가운데 가장 작은 화면입니다. 작가는 작업 노트에서 "인간 세속의 사바 세계 너머 깨달음의 세계인 피안은 언제나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이며 "거기에 당도할 때까지 노력하고 애써야 한다는 각성을 추상으로 형상화했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의 《Infinity: The paradox》가 던졌던 낙원의 질문이 불교의 어휘로 옮겨 앉은 자리로 읽을 수 있습니다.

스토니 강, 〈피안 (彼岸)〉,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53x45.5cm, ₩800,000
스토니 강, 〈피안 (彼岸)〉,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53x45.5cm, ₩800,000

석 점을 나란히 놓으면 순서가 보입니다. 갇힌 상태(늑구), 벗어나는 동작(비상), 도달할 자리(피안). [스토니 강 작가 페이지](/artworks/artist/스토니 강)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스토니 강이 씨앗페에 석 점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석 점에 붙은 작업 노트를 다시 읽어 보면 이 참여가 갑작스럽지 않습니다. "온갖 억압과 자본에 포획돼 있는 인간", "삶의 진창 속에서도 비상의 꿈이 있는 한 우리는 견디고 도약할 수 있는 것" — 그가 그린 것은 처음부터 개인의 낙원이 아니라 함께 건너가야 할 자리였습니다.

처음 만나는 분께는 〈피안〉부터 권합니다. 가장 작고, 값의 문턱도 가장 낮습니다. 그 한 점으로 이 작가의 색이 방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신 뒤, 같은 결의 큰 화면으로 넘어가는 순서가 자연스럽습니다.

[스토니 강 작가 페이지에서 석 점 보기 →](/artworks/artist/스토니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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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스토니 강은 어떤 작가인가요? A. 서양화가입니다. 영문 표기는 Stonie Kang. 무한(infinity)과 낙원(paradise)에 대한 갈망을 추상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의 어법으로 그려 왔으며, 작품 세계는 '무위이화(無爲而化)' —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무의식적 조화가 일어나 자연스럽게 완성된다는 뜻 — 으로 설명됩니다(연합뉴스, 2023년 10월 27일).

Q. 미술 전공 작가인가요? A. ABC뉴스에 따르면 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한 뒤 지상파 방송에서 미술 담당 기자와 PD 등으로 일했고, 뉴욕주립대(스토니 브룩) 예술대학 객원 연구원으로 수학했으며 문화콘텐츠학 박사과정에서 비주얼 작업을 연구했습니다(2024년 8월 4일).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에는 "20여 년 SBS 등에서 활동하며 회화 작업을 이어왔다"고 적혀 있습니다.

Q. 주요 전시는? A. 2023년 10월 27일11월 17일 비채아트뮤지엄 개인전 《Infinity: The paradox》(최근작 19점), 2024년 8월 뱅크아트페어(서울 세텍) 출품, 2025년 5월 9일30일 비채아트뮤지엄 특별초대전 《오월의 왈츠》(신작 30점), 2025년 8월 뱅크아트페어에 '풍광' 시리즈 8점 출품.

Q. 어떤 재료를 쓰나요? A. 캔버스 외에 종이·비닐·아크릴 유리를 바탕으로 쓰고, 아크릴·오일 파스텔·오일 스틱을 섞어 씁니다. 2025년 '풍광' 시리즈는 비닐에 아크릴 물감으로 작업했습니다. 씨앗페 출품작 석 점은 모두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입니다.

Q. 작품 소장처는? A. 비채아트뮤지엄, SayArt,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공공브랜드진흥원, 법무법인 태하 등이 소장하고 있습니다(아트코리아방송, 2023년 10월 29일).

Q. 씨앗페에 나온 스토니 강 작품은 몇 점이고 가격은? A. 석 점입니다. 〈늑구의 꿈〉(60.6x72.7cm) ₩1,500,000, 〈비상 (飛翔)〉(72.7x60.6cm) ₩1,500,000, 〈피안 (彼岸)〉(53x45.5cm) ₩800,000. 모두 2026년작,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입니다.

Q.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스토니 강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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