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과 종이 캐스팅으로 함축적인 형상을 조율해온 오승연.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에 낸 〈물고기〉는 말 대신 종이의 질감으로 말을 건넵니다.
오승연 — 텍스트를 비워낸 자리, 종이로 뜬 〈물고기〉

오승연의 〈물고기〉는 물감이 아니라 종이 자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색을 칠한 자리가 없고, 대신 젖은 종이를 눌러 뜬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20x19.7cm, Cast paper, 2026년作. 이 작품은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에 걸려 있습니다.
목판과 종이, 두 재료를 오가는 작가
오승연은 목판과 페이퍼 캐스팅, 페이퍼 메이킹을 주 기반으로 여러 판화 기법을 접목해 작업합니다. 본인이 밝힌 작업 방향은 뚜렷합니다. "명확하거나 구체적인 형태를 제시하기 보다는 함축적인 형상으로 표현하고 작품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율 하는식의 방법을 선호합니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연구해 그때그때 맞는 것을 골라 쓰는 작업 태도도 함께 밝히고 있습니다.
이 방향을 실적으로 확인해주는 자리가 있습니다. 2022년 한국현대판화가협회가 주최한 제41회 한국현대판화공모전에서 오승연은 이상욱상을 받았습니다. 수상작은 〈Soaked, wood〉(나무, 종이캐스트, 수제종이 위에 엠보싱, 60x79cm, 2022). 협회가 남긴 심사평은 이 작업의 방식을 이렇게 짚었습니다. "목판과 수재 종이를 이용해 저부조로 찍어내면서 목판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자연적인 색이 우러나온 목판 캐스팅 작품이다. 단순하면서도 추상적인 구성과 깊게 눌린 자국은 판화 특유의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목판의 결을 종이에 옮겨 찍어내는 이 방법이, 이번 출품작 〈물고기〉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윤 앞에서, 텍스트를 비우기로 한 이유
오승연은 오윤의 판화를 들여다본 경험을 출품작 설명에 직접 적었습니다. "그는 직설적인 구호 대신 목판에 굵은 칼자국을 새기고 민중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우리가 그들의 삶과 회환 그리고 역사에 대해 감각해보게 한다는 감상을 느꼈고, 그를 거친 '칼맛'과 몸짓만으로 억눌린 감정을 풀어내고 생명력을 일깨우는 그의 방식은, 직접적이라기보다는 간접적이며 소란스럽기보다는 고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작업도 같은 방향으로 끌고 갔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이번 작업을 함에 있어 직설적인 텍스트를 배제하고 화면의 여백과 재료의 감촉만으로 시각적 침묵을 통해 감각을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는 평소의 제 작업 방향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맺습니다. "굳이 말로 설명하는 대신, 거친 목판의 칼자국과 종이의 음영, 서걱이는 결을 통해 오롯이 감각만으로 말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텍스트를 비워낸 여백과 재료의 질감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감각들이 자연스럽게 깨어났으면 합니다."
도판에서 읽히는 것
작품 사진을 직접 열어보면, 흰 종이가 매끈한 한 장이 아니라 세 조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위쪽에 물고기의 몸통과 머리를 연상시키는 굴곡진 큰 조각, 그 아래 작은 파편 하나, 그리고 아래쪽에 네 모서리가 비교적 온전한 사각 조각. 셋 다 가장자리가 매끈하게 재단되지 않고 뜯어낸 듯 불규칙하게 일어나 있습니다. 종이를 뜬 뒤 마르면서 저절로 갈라진 자국처럼 보입니다.
표면에는 마름모꼴 무늬가 여러 개 저부조로 눌려 찍혀 있습니다. 물감이 아니라 압력으로만 남긴 자국이라, 빛의 각도에 따라 보이다 안 보이다 합니다. 이 마름모들이 큰 조각의 위쪽에 줄지어 몰려 있고, 아래 사각 조각에도 비슷한 무늬가 이어져 있어, 세 조각이 원래 한 몸이었다가 갈라진 것처럼 읽힙니다. 물고기의 비늘을 무늬로 옮긴 것인지, 목판의 칼자국을 마름모로 추상화한 것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어느 쪽으로 읽어도 "굳이 말로 설명하는 대신"이라는 작가의 말과 어긋나지 않습니다. 색도 없고 문장도 없이, 종이의 결과 눌린 자국만으로 물고기 한 마리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오승연 작품 보기
오승연 작가 페이지에서 〈물고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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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오승연 작가는 어떤 작업을 하나요? A. 목판과 페이퍼 캐스팅, 페이퍼 메이킹을 주 기반으로 여러 판화 기법을 접목해 작업합니다. 구체적인 형태보다 함축적인 형상으로 화면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방법을 선호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Q. 수상 이력이 있나요? A. 2022년 한국현대판화가협회 제41회 한국현대판화공모전에서 페이퍼 캐스팅 작품 〈Soaked, wood〉(나무, 종이캐스트, 수제종이 위에 엠보싱, 60x79cm)로 이상욱상을 받았습니다. 2022년 이후 여러 국제·국내 단체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출품작 〈물고기〉는 어떤 작품인가요? A. Cast paper, 20x19.7cm, 2026년作입니다.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에 걸려 있으며, 물감 없이 종이를 캐스팅해 뜬 형태와 저부조 무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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