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대학원 도예과를 나와 도자기법을 회화로 옮겨 온 류호식. 흙을 구운 뒤 색을 올린 〈Naturance〉에서 페이퍼클레이 페인팅이 어떤 화면이 되는지 읽습니다.
류호식 — 흙판 위에 그린 이상향, 페이퍼클레이 페인팅의 Naturance

〈Naturance〉의 화면은 두 덩어리로 나뉩니다. 위쪽은 살구빛이 도는 붉은 하늘이고, 아래쪽은 회색 산입니다. 산의 능선은 왼쪽에서 올라와 한 번 솟았다가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흘러내립니다. 하늘에는 진한 붉은 점들이 드문드문 박혀 있고, 왼쪽 위에 노란 점 하나가 흰 조각을 곁에 두고 떠 있습니다. 해라고 부르기에는 작고, 별이라고 부르기에는 따뜻한 점입니다.
그림이라고 하기에는 표면이 이상합니다. 하늘의 가장자리는 말라 터진 흙처럼 일어나 있고, 산의 회색은 붓질이 아니라 흙을 문지르고 긁어낸 결로 덮여 있습니다. 능선을 따라 가늘게 간 금이 있고, 오른쪽 아래 구석에는 작가의 서명이 새겨져 있습니다. 재료란에는 "흙 구운 후에 색칠"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흙으로 판을 만들어 굽고, 그 위에 색을 올린 작업입니다.
도자를 회화로 옮긴 사람
류호식은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예과를 2021년에 졸업했습니다. 그는 '페이퍼클레이 페인팅'이라는 기법을 씁니다. 도예를 전공한 작가답게 도자기법을 회화에 응용한 것입니다. 1250도의 가마에서 소성되어 나온 작품들은 이 작가 특유의 질감을 갖게 됩니다. 〈Naturance〉의 거친 표면에서도 그 질감을 볼 수 있습니다.
김기혜 독립 큐레이터가 월간 세라믹스 〈세라진〉 2024년 8월호에 쓴 작가 리뷰는 류호식의 작업을 도자회화(painting), 오브제(object), 기(器) 작업(functional)의 셋으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가운데 도자회화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한다고 하며, 이 갈래에서는 '집'이 주제이자 중심 소재가 된다고 짚습니다.
같은 리뷰는 흙이 작가에게 어떤 재료인지를 이렇게 적습니다.
"류호식에게 흙은 행위 자체에서 위안을 주는 치유의 매개체이다. 동시에 흙은 삶에서 마주하는 고통의 기억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매체이자, 따뜻하고 안전한 피난처인 상상 속의 공간인 집으로 초대하는 재료가 된다." — 김기혜, 「안온하고 평안한 집, 류호식」, 월간 세라믹스 〈세라진〉, 2024
리뷰는 작가가 일상에서 마주친 풍경을 사진이나 스케치로 기록해 두었다가 마음의 눈으로 다시 떠올려 그린다고 설명합니다. 푸르고 맑은 하늘과 녹음 가득한 산이 페이퍼클레이를 통해 밝은 색채와 동화적인 이미지로 옮겨진다는 것입니다.
이상향을 찾아 다닌 길
석사 시절의 〈If I was a god〉는 자신이 신이라면 가장 이상적일 공간을 상상해 무릉도원을 현대판 몽유도원도로 다시 그린 작업이라고 합니다. 졸업 뒤에는 국내외 레지던시를 거치며 고흥, 핀란드, 대만 등에서 만난 이상적인 풍경을 자신의 눈으로 재구성해 왔습니다. 약력에는 2022년 고흥 분청문화박물관과 핀란드 포시오 ACC center, 2023년 대만 타이난 TUNNA 레지던시가 올라 있습니다. 2023년에는 제6회 고흥 분청사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전시 이력도 같은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 2021년 부산 영도 AREA6에서 《With Hope》. 흙을 바탕으로 한 지역 작가 릴레이 전시 가운데 한 자리였고, 전시 소개는 작가가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회화적인 도예로 풀어낸다고 적었습니다.
- 2021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여주 특별전 《회복-공간을 그리다》. 공모로 뽑힌 작가 열 명 중 한 명으로 참여했습니다.
- 2022년 11월 서울 서촌 TYA갤러리 초대 개인전 《Black & Daisy》. 문화뉴스는 이 전시에 도자보다 회화가 많이 나온 점을 두고, 도자 중심이던 작업세계가 한 걸음 나아간 모습이라고 평했습니다.
- 2023년 4월 24일부터 5월 12일까지 대만 타이난 Chinchiin gallery 개인전 《游泳》.
- 2025년 부산 수영구 향수공방과 함께한 '향' 전시. 집과 자연이라는 모티프에서 향 하나(light sun)를 맡았습니다.
- 2026년 9월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마곡리빙마켓의 의성 안계미술관 부스에 참여 작가 열세 명 중 한 사람으로 나왔습니다.
하루에 하늘을 세 번 보는 일
2023년 개인전 소개 글은 이 작가의 마음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하루에 하늘을 세 번 이상 보면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자연이 주는 여유와 광활한 하늘의 자유로움을 담아 이상향을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씨앗페 소개에 실린 작가의 말도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작품은 부조리한 현실과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정서를 표명하고, 작가는 과거의 어둠을 지나 새로운 희망과 행복을 발견하며, 일상의 이상적인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작업합니다.
이 말을 〈Naturance〉 앞에 놓고 보면 화면의 구성이 읽힙니다.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은 하늘입니다. 점점이 박힌 붉은 점과 노란 점 하나가 그 하늘의 표정을 만들고, 아래의 산은 그 하늘을 받치는 무게로 자리합니다. 터지고 긁힌 흙의 표면은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하는 일이 곱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함께 보여 줍니다. 제목 〈Naturance〉에는 자연(nature)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고, 화면은 그 자연을 향한 마음을 흙의 질감으로 붙들어 둔 것처럼 보입니다.
씨앗페에서 만난 작품
〈Naturance〉는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의 출품작이었습니다. 출품 작품의 판매 수익은 상호부조 기금이 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집니다. 류호식은 동료 예술인의 문제를 함께 풀겠다는 연대로 작품을 내놓은 작가입니다. 이 작품은 2026년 1월 이미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 73x53cm · 흙 구운 후에 색칠 · 2021
- 작품 페이지 →
작가의 다른 작업은 류호식 작가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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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류호식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예과를 2021년에 졸업한 도예가입니다. 도자기법을 회화에 응용한 '페이퍼클레이 페인팅'으로 집과 자연, 이상향의 풍경을 작업하고, 부산·서울·타이난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Q. 페이퍼클레이 페인팅이란 무엇인가요? A. 류호식이 쓰는 기법의 이름으로, 도자기법을 회화에 응용한 것입니다. 1250도의 가마에서 소성되어 나온 작품에는 이 작가 특유의 질감이 생깁니다.
Q. 도자회화는 어떤 작업인가요? A. 류호식이 자신의 작업을 나눈 세 갈래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두는 것입니다. 하늘과 산 같은 풍경을 페이퍼클레이로 밝은 색채와 동화적인 이미지로 옮기며, 이 갈래에서는 '집'이 주제이자 중심 소재가 됩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작품은 무엇인가요? A. 〈Naturance〉(2021, 흙 구운 후에 색칠, 73x53cm)이며 2026년 1월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Q. 수상 이력이 있나요? A. 약력에 2023년 제6회 고흥 분청사기 공모전 대상이 올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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