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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용 — 그림책 화가의 이름 뒤에 있던 민중미술 작가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21일 · 씨앗페

『사할린 아리랑』을 그린 그림책 화가 양상용. 그 이름 뒤에는 충북민족미술인협회 전시에 참여하고 후배 작가에게 "민중미술 작가"로 불린 또 하나의 이력이 있습니다. 두 정체성이 한 사람 안에서 어떻게 만나는지 읽습니다.

양상용 — 그림책 화가의 이름 뒤에 있던 민중미술 작가

양상용, 〈아리랑〉, 수묵채색, 46.5x28cm — 그림책 『사할린 아리랑』 원화 16점 중 1점, 흥만이 눈을 감고 떠올린 고향의 보름달 춤판
양상용, 〈아리랑〉, 수묵채색, 46.5x28cm — 그림책 『사할린 아리랑』 원화 16점 중 1점, 흥만이 눈을 감고 떠올린 고향의 보름달 춤판

책을 펼치면 보름달 하나가 두 쪽에 걸쳐 있습니다. 그 안에 수십 명이 들어차 있습니다. 손을 잡고, 팔을 뻗고, 어깨를 들썩이며 둥글게 도는 사람들. 옷고름이 날리고 치맛자락이 들리는 순간을 하나씩 붙잡아 그린 인물이 달의 둥근 테두리를 빼곡히 채웁니다. 옆 페이지에는 짧은 문장 몇 줄이 있습니다. 사할린 탄광에서 눈을 감은 열일곱 살 흥만이, 고향에서 춤추는 어머니와 손뼉 치는 아버지와 손짓하는 동생들을 보고 있다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줄. 눈썹이 하얗게 세어버린 흥만의 눈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씨앗페에 나온 양상용의 출품작 〈아리랑〉은 이 장면입니다. 2023년 한울림어린이에서 펴낸 그림책 『사할린 아리랑』 속 원화 16점 가운데 한 점. 그림책 화가로 알려진 양상용의 대표작이자, 이 작가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보여줄 만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그린 사람에게는 그림책 화가라는 말 하나로는 다 담기지 않는 이력이 있습니다. 2015년 충북민족미술인협회가 마련한 전시에 초대작가로 참여했고, 한 후배 작가는 그를 "민중미술 작가 양상용 스승"이라 불렀습니다. 이 글은 그 두 이름 — 그림책 화가와 민중미술 작가 — 이 어떻게 한 사람 안에서 만나는지를 따라갑니다.

그림책 화가로 알려진 삶

양상용이 그린 그림책은 여러 권입니다. 『무명천 할머니』(정란희 글, 스콜라)는 제주 4·3 때 턱에 총을 맞고 평생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려야 했던 진아영 할머니의 생애를 다룹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호랑이』, 『풀아 풀아 애기똥풀아』, '아빠하고 나하고' 시리즈, '밤티 마을' 시리즈, 『넌 아름다운 친구야』도 그의 그림이 들어간 어린이 책입니다. 이원수문학관에서는 아동문학가 이상교가 글을 쓰고 양상용이 그린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봄봄)의 아트프린트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작은 2026년 경남일보가 소개한 김해원 작가의 『고기 장수 박세죽』(푸른숲주니어)입니다. 일제강점기 진주 형평운동 속 실존 인물을 다룬 이 책에 대해 기사는 "양상용 작가의 동양화풍 붓질이 담긴 삽화가 어우러져 당시 일상과 정서를 전한다"고 적었습니다. 씨앗페 출품작이 수묵채색인 것과 같은 결의 붓질입니다.

책이 다루는 소재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흐름이 보입니다. 4·3의 진아영 할머니, 형평운동의 박세죽, 그리고 사할린 강제징용의 흥만. 셋 다 역사의 기록에서 밀려나 있던 사람들이고, 셋 다 실존했거나 실존을 모델로 삼은 인물입니다. 양상용이 오래 그려온 것은 아이들에게 예쁜 그림을 보여주는 일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지워질 뻔한 사람의 얼굴을 그림책이라는 형식으로 되살리는 일이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력 — 민중미술 작가 양상용

여기까지는 그림책 화가 양상용입니다. 하지만 외부 기록에는 다른 이름의 양상용도 있습니다.

2015년 7월, 충북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가 주관한 '2015 충북민족미술아트페스티벌 인류의 촉각'전이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열렸습니다. '바깥사유', '숭고', '까다로운 주체' 세 주제로 나뉜 이 전시에 전국의 초대작가 34명이 참여했고, 양상용은 '숭고'展 참여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동양일보와 중부매일 두 매체가 이 소식을 함께 전했습니다. '숭고'展을 소개하는 문장은 이렇습니다. "물 한방울에도 숭고가 있고 바람 한 점에도 숭고가 있듯이 살아있는 그 모든 것들의 숭고를 조명했다. 또한 숭고 이면에 존재하는 어둡고 불확실한 전율에서 오는 한(恨)의 신명 또한 숭고임을 말하고 있다." 손순옥 민미협 회장의 말로는 "작가가 작품 속에서 한 세계를 품고 꿈꾸며 실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민미협은 1980년대 이후 한국 민중미술의 흐름을 지역에서 이어온 작가 단체입니다. 양상용이 이 전시에 초대작가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그가 그림책 바깥에서도 하나의 미술 계보 안에 서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더 직접적인 증언도 있습니다. 2021년 고양신문은 20대 전시기획자 이원석을 인터뷰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순수미술의 길을 고민하던 이원석은 열네 살 무렵 한 화실에서 인생을 바꾼 만남을 갖습니다. 기사는 이렇게 적습니다.

"그때 그는 인생의 좌표 같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민중미술 작가 양상용 스승을 만난 것이다. 이원석 작가에겐 세상과 미술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을 알려준 참 스승이었다. 아이들 미술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도 둘의 공통점이었다. 그는 화실에서 5년을 지내며 미술에서 사색의 재미를 배웠고, 기술보다는 관념과 마음가짐을 익히며, 전문적으로 순수미술을 하겠다는 결심까지 한다." — 고양신문, 2021년 9월 19일

5년입니다. 후배 작가가 화실에서 5년을 머무르며 "기술보다는 관념과 마음가짐"을 배웠다고 회고할 만큼, 양상용은 한 사람의 화가로서만이 아니라 그림을 가르치는 스승으로도 오래 자리를 지킨 사람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그를 부르는 호칭은 정확히 "민중미술 작가"입니다.

두 기록을 나란히 놓으면 의문이 생깁니다. 그림책 화가로 알려진 사람이 왜 민중미술 작가로 불렸을까. 답은 반대로 물어야 더 정확합니다 — 애초에 이 둘은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밀려난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일과, 그 얼굴을 그리는 마음가짐을 후배에게 가르치는 일과, 그 마음가짐을 독자가 가장 많이 만나는 형식인 그림책에 옮겨 담는 일. 세 가지는 같은 화가가 다른 자리에서 하는 같은 일입니다. 다만 그림책은 널리 읽혔고, 화실과 지역 전시의 이름은 책 표지에 적히지 않았을 뿐입니다.

『사할린 아리랑』 — 두 이력이 만나는 자리

『사할린 아리랑』은 이 두 이력이 가장 뚜렷하게 겹치는 지점입니다. 평화와 인권을 오래 써온 정란희가 글을 쓰고 양상용이 그림을 맡은 이 책은, 1941년 열일곱 살에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김흥만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하루 12시간, 때로는 15시간 탄광에 들어가 석탄을 캐야 했던 흥만은 도망치다 붙잡혀 죽기 직전까지 매를 맞고, 밥 한 숟갈 물 한 모금 없이 독방에 갇힙니다. 그 어둠 속에서 바닥에 주운 사금파리로 "어머니가 보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고 새기던 그의 귀에, 어디선가 흐느낌 같은 노래가 들려옵니다. 아리랑입니다. 해방은 왔지만 흥만은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책은 2024년 8월 광복절 79돌을 맞아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원화전으로도 전시됐습니다. 강북구와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미술인협회가 후원한 이 전시에서, 정란희와 양상용은 각각 17일과 18일 독자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습니다. 정란희는 이 책에 대해 "일제 강점기 머나먼 낯선 땅으로 끌려간 한인들의 눈물이자, 우리가 함께 불러야할 아픈 역사의 노래"라고 말했습니다.

씨앗페 출품작 〈아리랑〉은 흥만이 독방에서 두 눈을 감는 장면 다음, 그가 마음속으로 떠올린 고향의 밤을 그립니다. 실제로 원화를 보면, 화면 가운데를 가득 채운 보름달 안에 수십 명의 인물이 촘촘히 겹쳐 있습니다. 어머니로 보이는 인물이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춤을 추고, 그 곁에서 손뼉을 치는 이와 팔을 번쩍 든 아이들이 원을 그리듯 둘러섭니다. 흰 저고리와 짙은 치마의 대비, 인물마다 조금씩 다른 몸짓이 달의 둥근 테두리 안에 빈틈없이 들어차 있어 화면 전체가 흥겨움과 그리움을 동시에 뿜어내는 하나의 춤판처럼 보입니다. 달 바깥으로는 잎이 다 진 겨울나무 가지가 실루엣으로 뻗어 있고, 하늘은 옅은 파랑입니다. 축제의 온기와 겨울밤의 서늘함이 한 화면 안에서 함께 있습니다. 붓질은 사할린 탄광의 참혹함을 직접 그리는 대신, 그 참혹함을 견디게 한 기억 쪽을 그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밀려난 사람의 얼굴을 그려온 화가가 가장 잔인한 순간에 가장 다정한 장면을 골라 넣은 것입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붙인 설명은 이렇습니다.

"사할린 아리랑은 2023년 한울림출판사에서 출간된 도서로 일제 치하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 당해서 결국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되돌아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도서 입니다."

이 한 줄에는 그림책 화가와 민중미술 작가의 문법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어려운 역사를 어린이도 읽을 수 있는 그림으로 옮기는 일이 그림책 화가의 몫이라면, 그 역사에서 지워질 뻔한 사람을 화면 한가운데로 불러들이는 일은 민중미술이 오래 해온 일입니다. 양상용은 이 둘을 나누지 않고 한 붓으로 그렸습니다.

씨앗페 출품작 읽기

씨앗페에 들어온 양상용의 작품은 〈아리랑〉 한 점입니다. 2023년, 수묵채색, 46.5x28cm.

〈아리랑〉 — 2023년, 수묵채색, 46.5x28cm

『사할린 아리랑』 원화 16점 중 1점입니다. 현재 원화에는 서명이 되어 있지 않으며, 구매 시 작가가 직접 서명해 드립니다. 책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장면으로, 흥만이 독방에서 떠올린 고향의 춤판을 담고 있습니다.

한 점뿐이지만, 이 한 점 안에 앞에서 읽은 모든 이력이 겹쳐 있습니다. 밀려난 사람을 그리는 화법, 가장 참혹한 순간에 가장 따뜻한 기억을 고르는 시선, 그리고 그것을 어린이도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의 언어로 옮기는 손. 양상용 작가 페이지에서 이 작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양상용이 씨앗페에 작품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양상용은 그 구조에 작품으로 참여했습니다.

밀려난 사람의 얼굴을 오래 그려온 화가가 동료 예술인을 위해 작품을 내놓는 일은, 그의 작업 전체를 놓고 보면 낯설지 않습니다. 사할린의 흥만도, 4·3의 진아영 할머니도, 형평운동의 박세죽도 모두 그가 화면 한가운데로 불러들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자리에 동료 예술인이 있습니다.

양상용을 처음 만나는 분이라면 〈아리랑〉의 보름달을 먼저 오래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그 안에 겹쳐진 수십 명의 몸짓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이 화가가 그림책이라는 형식 안에서도 놓지 않았던 것이 무엇인지가 보입니다. 가장 힘든 순간에도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장면을 그리는 일입니다.

양상용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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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양상용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그림책 화가로 널리 알려진 작가입니다. 『사할린 아리랑』, 『무명천 할머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호랑이』, 『풀아 풀아 애기똥풀아』를 비롯해 '아빠하고 나하고' 시리즈, '밤티 마을' 시리즈 등 여러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동시에 2015년 충북민족미술인협회 전시에 초대작가로 참여했고, 한 후배 작가는 그를 "민중미술 작가 양상용"으로 회고했습니다.

Q. 『사할린 아리랑』은 어떤 책인가요? A. 평화와 인권을 다뤄온 정란희가 글을 쓰고 양상용이 그림을 그린 그림책으로, 2023년 한울림어린이에서 출간됐습니다. 1941년 열일곱 살에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돼 해방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김흥만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024년 8월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원화전으로도 전시됐습니다.

Q. 양상용이 민중미술 작가로 불린 근거는 무엇인가요? A. 2015년 충북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가 주관한 '인류의 촉각'전에 초대작가로 참여한 기록이 동양일보·중부매일 두 매체에 남아 있습니다. 또한 2021년 고양신문 인터뷰에서 전시기획자 이원석은 화실에서 5년을 보낸 스승을 "민중미술 작가 양상용"으로 소개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양상용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A. 〈아리랑〉(2023, 수묵채색, 46.5x28cm) 한 점입니다. 『사할린 아리랑』 원화 16점 중 1점으로, 흥만이 독방에서 떠올린 고향의 춤판을 그렸습니다. 구매 시 작가가 직접 서명해 드립니다.

Q. 양상용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양상용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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