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판을 점점 깎아 가며 수십 번 찍는 일판소거법 목판화가 배남경. 2016년부터 이어 온 한글 연작, 어머니를 보내고 만든 〈꽃〉과 〈달〉, 그리고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에 걸린 〈하느님이 보우하사 2〉까지 읽습니다.
배남경 — 나무와 협업하는 칼, 한 장의 판을 깎아 가며 찍은 한글과 태극기

한가운데에 붉고 푸른 태극이 있습니다. 태극기를 아는 눈이라면 다음에 올 것도 압니다. 네 모서리의 괘가 있어야 할 자리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글자가 앉아 있습니다. 왼쪽 위에 '하늘', 오른쪽 위에 '별', 왼쪽 아래에 '바람', 오른쪽 아래에 '꽃'. 꽃 자리에는 획 하나가 실제 꽃송이 모양으로 피어 있습니다.
배남경의 〈하느님이 보우하사 2〉(2024)입니다. 가로세로 30센티 안팎의 작은 화면인데, 가까이 가면 이 판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보입니다. 붉은 태극 위로 나뭇결이 세로로 지나가고, 푸른 쪽은 남색에서 청록으로 번지며, 글자마다 연한 노란 테두리가 둘러져 있습니다. 한 번에 찍어서는 나올 수 없는 층입니다.
이 글은 그 층이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이 작가가 왜 한글과 태극기와 어머니의 이름을 같은 나무 위에 새겨 왔는지를 따라갑니다.
한 장의 판을 깎아 가며 찍는 사람
목판화 하면 색마다 판을 따로 파서 겹쳐 찍는 방식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배남경의 방식은 다릅니다. 연합뉴스는 2017년 원주 전통판화공모전 대상 소식을 전하며 그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다색 목판화이지만 여러 판을 쓰지 않고 단 하나의 판을 점증적으로 제판하면서 인출하는 일판소거법을 써서 회화 같은 공간감과 깊이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순서를 그려 보면 이렇습니다. 판 하나에 처음 칼을 대고 가장 밝은 색을 찍습니다. 찍은 자리를 지켜야 하는 부분만 남기고 다시 깎습니다. 다음 색을 찍고 또 깎습니다. 깎을수록 판은 줄어들고 종이에는 색이 쌓입니다. 되돌릴 수 없는 방식입니다. 깎아 낸 나무는 돌아오지 않고, 처음의 판은 마지막 인쇄가 끝나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데일리는 수차례의 제판과 수십 차례의 인출로 "회화와 같은 색감과 깊이를 낸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고 전했고, 한 기사는 어떤 작품을 한지 위에 먹이나 한국화 물감을 입혀 20~30번씩 찍고, 마음에 들 때까지 찍어 2~3점을 건졌다고 전했습니다. 수십 번을 찍고도 남는 것이 두세 장이라는 뜻입니다.
2008년 한겨레는 같은 목판화이면서도 전혀 다른 효과를 내는 두 판화가의 전시를 소개하며 배남경의 손을 이렇게 견줬습니다. 함께 전시한 작가가 칼칼한 칼맛을 살려 검정 잉크를 단판으로 찍는다면, 배남경은 뭉근한 칼을 쓰고 제판을 거듭하며 여러 색을 써서 회화 같은 느낌을 낸다는 것입니다. 칼칼한 선으로 승부하는 목판화의 반대편에, 칼자국을 눌러 색의 결을 쌓는 목판화가 있었습니다.
이 방식을 작가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짧은 말 한마디에 담겨 있습니다. 2021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목판화 18인전 〈국토·사람·생명〉을 다룬 서울신문 기사에서 배남경은 목판화의 매력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화는 마음먹은 대로 결과가 나오지만, 목판화는 나무와 내가 협업하는 느낌" — 서울신문, 2021년 5월
〈하느님이 보우하사 2〉의 나뭇결이 지워지지 않고 붉은색과 푸른색 위로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점이 이 말을 눈으로 확인시켜 줍니다. 작가는 결을 없애려 하지 않았습니다. 나무가 가진 무늬가 화면의 일부가 되도록 두었습니다.
서울대에서 판화 박사까지, 공모전으로 쌓은 이력
배남경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해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연합뉴스는 그를 한국 현대 목판화 중견작가라고 소개했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한 사람이 판화로 건너와 목판을 택했다는 이력이 그의 작업이 왜 회화 같은지를 설명해 줍니다. 그는 회화의 색과 깊이를 판화의 방식으로 얻으려 했습니다.
울산제일일보는 특유의 목판화 기법으로 2002년부터 국내외 공모전과 비엔날레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전했습니다. 이후의 기록을 연대순으로 놓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08년 — 같은 시기 판화가 김억과 각각 개인전을 열었고, 한겨레가 두 전시를 함께 소개했습니다(2008년 12월).
- 2016년 —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 입주작가로 개인전 《새 옷 춤 빛》을 열었습니다. 한지에 먹과 한국화 물감을 써서 판화이면서도 회화적 깊이를 더한 목판화 연작을 선보인 자리였습니다(중앙일보).
- 2017년 —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으로 열린 제5회 원주 전통판화공모전에서 〈빛길-색〉으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 2020년 — 한국현대판화가협회와 강국진 재단이 주최하는 제2회 강국진 판화상을 받았습니다. 수상작은 대형 한글 연작 〈새옷춤빛〉입니다.
- 2021년 — 강국진 판화상을 기념한 개인전 《춤을 추고 웃는 글자들》을 서울 중구 소공로의 금산갤러리에서 열었습니다. 같은 해 예술의전당 목판화 18인전 〈국토·사람·생명〉에 참여했고, 제9회 울산 국제목판화 페스티벌 & 2021비엔날레에도 함께했습니다.
원주 대상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원주 전통판화공모전은 국내 유일의 전통판화 공모전으로, 이 해에는 전통판화·창작판화·생활판화 세 분야에 100여 점이 응모했습니다. 고판화박물관의 한선학 관장은 4회 연속 전통판화 부문이 대상을 받던 전통을 깨고 창작판화 부문에서 대상이 나왔다며 앞으로 더 많은 현대 목판화 작가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상작은 그해 12월 24일부터 이듬해 1월 중순까지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 전시됐습니다. 오래된 판화의 역사를 지키는 자리에서 창작판화가 대상을 받은 첫 해였습니다.
2020년 서울대미술관의 《시간을 보다》전을 소개한 한겨레 기사에는 배남경의 목판화 〈새〉(2012)가 나옵니다. 나뭇결에 드러난 세월의 연륜이 일상의 동물이나 사물, 도시 풍경을 담은 판화의 내용과 어우러져 시간성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낸다는 평입니다. 나무의 결이 곧 이야기가 된다는 읽기가 여기서도 반복됩니다.
한글을 그림으로 — 2016년부터의 연작
배남경의 작업을 하나로 묶는 것은 한글입니다. 이데일리는 2016년부터 고집해 온 '한글' 연작이라고 썼습니다. 주로 한 글자로 승부를 냈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꺼내 놓았다는 〈새·옷·춤·빛〉(2016), 〈빛·길·색〉(2017)이 그렇습니다.
〈새옷춤빛〉은 사계절에 글자를 하나씩 맞춥니다. 울산제일일보가 전한 전시 설명을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새 — 자연의 생명이 소생하는 봄, 활기찬 새.
- 옷 — 만물이 무성하게 성장하는 여름. 하루하루 성숙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살아내는 학생을, 사람의 형상을 닮은 한글로 나타냅니다.
- 춤 — 풍요로운 가을처럼 인생이 무르익을 때, 기쁨을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자신만의 창조적 춤을 춘다는 뜻입니다.
- 빛 — 갖가지 색이 사라지고 하얀 눈만 검은 산 위에 쌓이는 겨울. 어둠이 극에 달할 때 빛이 더욱 살아나듯 새봄의 씨앗을 품은 희망의 겨울입니다.
글자가 뜻을 설명하는 기호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글자 자체가 사람의 몸짓과 계절의 얼굴이 됩니다. 왜 하필 한글인가에 대한 답은 작업노트에 남아 있습니다.
"한글은 고도의 근본적인 진리를 내포하고도 그 쉽고 간단한 실용성에 담백한 진실성이 있으며 박애와 민주적인 선함이 있다. 글자의 형태는 꾸밈없음으로써 오히려 드러나는 '멋 내지 않은 멋'이란 한국미의 전형적인 아름다움까지 갖고 있다. 한글은 놀랍게도 진선미를 두루 갖추고 있는 것" — 배남경 작업노트, 울산제일일보 재인용
'멋 내지 않은 멋'이라는 표현은 그의 화면에도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2〉의 글자는 꾸밈이 없습니다. 굵고 네모난 획이 나무를 판 자국 그대로 남아 있고, 모음 자리에는 둥근 점이 하나 찍혀 있습니다. 화면 아래의 제목과 서명도 같은 결의 손글씨입니다. 글자를 그리는 손과 글자를 새기는 칼이 하나의 태도로 이어져 있습니다.
꽃과 달 — 어머니를 보내고
한글 연작에서 가장 사적인 자리에 놓인 작품이 〈꽃〉과 〈달〉(2021)입니다. 이데일리는 이 한 쌍을 두고 "살아서는 꽃, 죽어서는 달"이라는 작가의 말을 전했습니다. 〈꽃〉과 〈달〉은 각각 180x139cm이고, 한지에 한국화 물감과 먹으로 찍은 대형 목판화입니다.
2025년 5월 방송 인터뷰에서 배남경은 이 작품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직접 설명했습니다.
"이제 세트로 제작한 꽃과 달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드리면 이 한글 글자를 꽃과 달이라는 글자 자체를 확대해서 제작하였는데 이것은 제가 몇 년 전에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를 그냥 떠나보내기보다는 한번 어머니 삶을 이렇게 갈무리하고 싶은 생각에서 삶의 의미와 죽음의 가치를 담아서 이렇게 표현을 했는데, 삶의 의미는 자신만의 소명을 꽃피우는 꽃이라고 하고, 죽음의 가치는 한 사람이 인생의 가치가 다 완성돼서 모든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하늘의 달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 경인방송, 2025년 5월 2일
'떠나보내기보다는 갈무리하고 싶었다'는 대목이 이 연작의 성격을 정합니다. 애도의 표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정리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소명을 꽃피운 사람이 삶을 마치면 모두가 올려다보는 달이 된다는 문장에는, 이별을 슬픔이 아니라 완성으로 읽으려는 태도가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달〉이 '그리운 사람의 모습'으로 의미를 넓혔다고 적었습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2〉의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는 꽃송이 모양의 획이 앉은 '꽃'이 있습니다. 어머니를 위한 〈꽃〉에서 작품의 전부였던 그 글자가, 이 태극기에서는 네 모서리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기도하는 사람들
〈기도하는 사람들〉 연작은 한글 연작과 결이 다릅니다. 울산제일일보에 따르면 작가가 티베트에서 본 기도하는 사람들의 진실한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작업으로, 전시 설명은 삶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어둠 속에서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기도라는 작가의 생각을 전합니다. 2020년작 〈기도하는 사람들〉은 70×121㎝ 크기의 목판화(한지에 한국화 물감·먹)입니다.
이 연작을 알면 〈하느님이 보우하사 2〉가 갑자기 나타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 보입니다. 글자로 삶의 뜻을 새기던 손이, 기도하는 사람들의 자세를 새기던 손이, 같은 질문을 나라의 상징 앞에서 다시 던집니다. 어둠 속에서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느님이 보우하사 2〉 읽기
이 작품에 대해서는 작가 본인이 글로 남긴 설명이 있습니다. 작품과 함께 등록된 작가의 말입니다.
"오윤은 한 시대에 묶어 둘 수 있는 단순한 민중미술 작가가 아니다. 오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애민이 있고, 애국이 있고, 근원적 진리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민초들의 삶을 위로하고, 통일을 염원하며,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삶과 죽음의 신비로운 영역까지 넘나들었다. 오랫동안 존경해 왔던 그의 예술 세계를 내 작품으로 반추해 보인다면 나 역시 애민, 애국, 그리고 절대자를 향한 기도밖에는 없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는 해방으로 자유를 얻고, 건국으로 독립하였지만, 아직 통일을 이루지 못하였다. 온전한 나라를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완성되기를 기도하며 제작한 작품을 출품한다." — 배남경, 작가의 말
이 글에서 눈여겨볼 것은 오윤을 읽는 방식입니다. 배남경은 오윤을 한 시대의 민중미술 작가라는 이름표 안에 두지 않습니다. 오윤의 마음 깊은 곳에 있던 것으로 애민, 애국, 근원적 진리에 대한 갈망을 꼽고, 자신이 그 세계를 되새기는 길로 애민과 애국과 기도를 택합니다. 존경의 표현이 오윤의 화풍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오윤이 품었다고 본 마음에 자기 방식으로 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는 애국가 첫 절의 구절이고, 작가는 해방과 건국으로 얻은 자유와 독립이 아직 통일에 이르지 못했다는 자리에서 그 구절을 기도로 바꿉니다.
경인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는 이 작품의 뜻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작가가 태극기라는 상징을 통해 우리 각자가 마음속에 지닌 애국심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았다는 것입니다. 이 인터뷰에서 배남경은 2025년 경기도미술관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을 뒤집다》에 자신이 출품한 작품이 세 점이라며 〈꽃〉과 〈달〉, 그리고 〈하느님이 보우하사〉를 꼽았습니다. 어머니를 위한 한 쌍과 나라를 위한 기도가 한 사람의 출품작 안에 나란히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화면을 다시 보겠습니다. 국기의 괘가 있어야 할 네 자리에는 '하늘·별·바람·꽃'이 놓여 있습니다. 태극기에서 우주의 이치를 나타내는 자리에, 한글이 하늘과 별과 바람과 꽃이라는 살아 있는 이름으로 들어왔습니다. 한글이 진선미를 두루 갖췄다고 쓴 작가가 국가의 상징을 자기 언어로 옮길 때 택한 방식이 이것입니다. 한가운데의 태극은 붉은색과 푸른색이 서로 맞물려 돌고, 그 색 위로 나뭇결이 흐릅니다. 칼이 지나간 자리와 물감이 앉은 자리가 한 화면에서 함께 읽힙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2〉는 2024년에 만들어진 작품이고 32x28cm, 에디션 4/20입니다. 제목 끝에는 '2'가 붙어 있고, 판화 아래쪽에는 왼쪽부터 에디션 번호 4/20, 가운데 제목, 오른쪽에 연도와 이름이 자필로 적혀 있습니다. 한지의 가장자리는 곧게 잘리지 않고 거칠게 남아 있습니다.
목판화의 계보 안에서
배남경이 오윤 앞에 이 작품을 내놓은 자리는 개인의 존경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는 한국 목판화가 지나온 시간의 한복판에서 일해 온 사람입니다.
2021년 예술의전당 〈국토·사람·생명〉 목판화 18인전을 다룬 서울신문 기사에는 목판화 작가들이 스스로를 '칼잡이'라고 부른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한국목판문화연구소의 김준권 소장은 "칼을 쓰는 권법은 작가마다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배남경은 그 칼이 나무와 협업하는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칼을 쓰는 권법이 저마다 다르다는 말을 배남경의 화면에 옮기면, 깎아 내며 쌓는 권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남경은 또 오래된 판화를 지키는 자리에도 서 있습니다. 강원도민일보는 2024년 7월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과 한국고판화학회가 몽골의 고판화 소장처를 답사하며 학술 교류를 추진한다고 전하면서, 한선학 관장과 함께 답사에 나선 사람으로 목판화 작가 배남경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2017년 그의 수상작이 전시된 바로 그 박물관입니다. 새로운 판을 새기는 사람이 옛 판을 찍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는 사실은, 그의 작업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말해 줍니다.
씨앗페에서 만나는 작품
배남경의 〈하느님이 보우하사 2〉는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에 걸려 있습니다.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에서 작품 페이지로 들어가 작품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2〉 — 2024년, Woodblock print, 32x28cm
태극 둘레의 네 모서리를 하늘·별·바람·꽃이 채운 한 점입니다. 붉은 태극 위를 흐르는 나뭇결, 글자마다 두른 연한 노란 테두리, 한지의 거친 가장자리가 가까이서 보아야 드러납니다. 에디션 20점 가운데 4번입니다.

- 32x28cm · Woodblock print · 2024 · ₩3,000,000
- 작품 페이지 →
작가의 다른 작업은 배남경 작가 페이지에서, 전시 전체는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작가를 처음 만나는 순서
작품 한 점으로 배남경을 만나는 방법은 세 단계로 잡아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멀리서 보십시오. 태극과 네 글자가 한 번에 읽히는 거리입니다. 국기를 아는 눈이 어디서 어긋남을 발견하는지 스스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가까이서 보십시오. 붉은 태극 위의 세로 결과 푸른색에서 청록으로 번지는 자리에서, 몇 번을 깎고 몇 번을 찍었는지 헤아려 보게 됩니다. 이 판화에서 색은 물감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셋째, 글자를 읽으십시오. 하늘과 별과 바람과 꽃. 한글이 진선미를 두루 갖췄다고 쓴 사람이 국가의 상징 앞에서 고른 네 단어입니다. 그중 꽃은 어머니를 위한 〈꽃〉에서도 주인공이었던 글자입니다.
배남경의 판화는 소리 높여 말하지 않습니다. 한 장의 나무를 조금씩 깎아 가며 색을 쌓고, 그 결과를 한지에 조용히 올려놓습니다. 나무와 협업하는 느낌이라고 말한 작가의 손이 만든 태극기 앞에서, 각자 마음속에 지닌 것을 한 번 되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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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배남경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해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은 목판화가입니다. 하나의 판을 점차 깎아 가며 수십 번 찍는 일판소거법으로 회화 같은 색감과 깊이를 내는 작업을 하며, 2016년부터 한글 연작을 이어 왔습니다.
Q. 일판소거법이란 무엇인가요? A. 여러 장의 판을 겹쳐 찍는 대신 하나의 판을 점증적으로 제판하며 인출하는 방식입니다. 색을 찍고, 남길 부분만 두고 깎고, 다시 다음 색을 찍는 과정을 되풀이합니다. 배남경은 한지 위에 먹과 한국화 물감을 입혀 20~30번씩 찍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어떤 상을 받았나요? A. 2017년 제5회 원주 전통판화공모전에서 〈빛길-색〉으로 대상을 받았고, 창작판화 부문에서 나온 첫 대상으로 소개됐습니다. 2020년에는 한국현대판화가협회와 강국진 재단이 주최하는 제2회 강국진 판화상을 대형 한글 연작 〈새옷춤빛〉으로 받았습니다.
Q. 〈꽃〉과 〈달〉은 어떤 작품인가요? A. 한글 연작의 한 쌍으로,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어머니의 삶을 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서 만든 작품이라고 작가가 직접 설명했습니다. "살아서는 꽃, 죽어서는 달"이라는 말로 요약되며, 〈꽃〉은 180×139㎝ 크기의 대형 화면입니다.
Q. 〈하느님이 보우하사 2〉는 어떤 작품인가요? A. 태극 둘레의 네 모서리에 하늘·별·바람·꽃이라는 글자를 앉힌 2024년작 목판화로, 32x28cm 크기에 에디션은 4/20입니다. 작가는 해방과 건국으로 자유와 독립을 얻었지만 아직 통일을 이루지 못한 나라를 두고, 온전한 나라를 이루게 하시는 은혜가 완성되기를 기도하며 만든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Q. 〈하느님이 보우하사 2〉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과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의 작품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Q. 작품 가격은 얼마인가요? A. ₩3,000,000입니다. 에디션 20점 가운데 4번이며, 자세한 정보는 작품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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