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반구대 암각화의 호랑이에서 출발해 「산중희호」 연작을 이어 온 민화 작가 김은화. 동박과 분채가 시간을 따라 변하는 화면과 씨앗페 출품작 두 점을 따라 읽습니다.
김은화 — 반구대의 호랑이를 색면의 산으로 불러들이다

처음에는 산만 보입니다.
화면 가득 봉우리가 겹쳐 있습니다. 짙은 남색, 청록, 연두, 분홍, 회색 — 산마다 색이 다르고, 같은 산 안에서도 색이 얼룩처럼 번집니다. 표면에는 금빛 반점이 흩뿌려져 있어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금속처럼 반짝입니다. 산 사이로 파란 세로줄이 그어진 폭포가 두 줄기 떨어집니다. 위쪽 하늘은 연둣빛과 청록이 안개처럼 섞이고, 먼 능선 쪽에는 주홍이 얇게 걸려 있습니다.
호랑이는 한참 뒤에 보입니다. 화면 왼쪽 위, 짙은 봉우리의 옆면에 금빛 선으로 그어진 작은 짐승 한 마리. 몸통에 줄무늬가 새겨져 있고 다리는 뻣뻣하게 뻗어 있어, 그려졌다기보다 바위에 새겨진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그것이 출처입니다.
반구대에서 가져온 형태
김은화의 「산중희호(山中熙虎)」 연작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반구대 암각화의 호랑이에서 출발합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가 그렇게 밝히고 있고, 2026년 동국대학교가 전한 전시 소개도 "반구대 암각화 속 호랑이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산중희호山中熙虎」"라고 같은 사실을 적었습니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 태화강 상류의 바위벽에 신석기·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새긴 그림입니다. 고래와 사슴, 호랑이, 사냥하는 사람들이 선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호랑이의 형상이 가장 이른 시기에 남은 자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민화의 호랑이는 보통 조선 후기의 까치호랑이에서 출발합니다. 웃는 듯 찡그린 듯한 얼굴, 해학과 벽사(辟邪)가 뒤섞인 표정. 김은화는 그보다 수천 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 자리에서 형태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그의 호랑이는 표정이 없습니다. 선 몇 개로 이루어진 기호에 가깝습니다.
동국대학교가 전한 작가의 말은 그 기호가 화면에서 맡은 역할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호랑이의 울림이 작품 속에서 세상을 관찰하고 사유하는 존재로 자리한다." — 동국대학교 동문 소식, 2026년 1월 21일
관찰하고 사유하는 존재. 복을 부르거나 액을 막는 도구가 아니라, 화면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쪽에 놓인 존재라는 뜻입니다. 두 점 모두 호랑이가 화면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의 산허리에 조그맣게 박혀 있는 것도 그 배치와 맞아떨어집니다.
변하는 재료를 쓴다는 것
「산중희호」의 재료는 순지에 동박(銅箔), 먹, 분채입니다.
동박은 구리를 종이처럼 얇게 편 것입니다. 금박이 변하지 않는 데 비해 구리는 공기와 만나면 색이 바뀝니다. 붉은 기가 돌던 면이 녹빛으로, 갈색으로, 검게 옮겨 갑니다. 화면에 흩뿌려진 금빛 반점이 자리마다 색이 다른 것도 이 성질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 위에 먹으로 윤곽을 잡고 분채를 올려 색을 쌓습니다.
작가는 이 성질을 숨기지 않고 작업의 뜻으로 삼았습니다.
"재료 특유의 물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며 새로운 색채로 피어나듯, 인고의 끝에 맞이하는 새로운 희망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 김은화, 씨앗페 출품작에 붙인 작업 노트
동국대학교도 김은화를 "실험적 재료를 사용하여 호랑이 도상을 새롭게 해석해 왔다"고 소개했습니다. 재료가 변한다는 사실이 결함이 아니라 주제가 되는 경우입니다. 수천 년 전 바위에 새긴 선을 가져다, 앞으로 계속 변할 금속 위에 올려 놓은 셈입니다.
민화계 안에서의 자리
김은화는 (사)한국민화협회 이사로 활동합니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민화전공을 거쳤고, 길상화사 회원이기도 합니다. 학위의 단계에 대해서는 기록이 조금 다릅니다 — 동국대학교는 사진 설명에 '석사과정 수료'로 적었고, 민화뉴스는 세 작가를 묶어 '민화전공 석사'로 소개했습니다. 어느 쪽인지는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2026년 2월 19일부터 3월 6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1층 국회아트갤러리에서 열린 《민화의 현대적 해석 — 감각으로 피어나는 향(香)·음(音)·빛(光)》에서 김은화가 맡은 역할은 두 겹이었습니다. 하나는 참여 작가로서 '음'의 영역, 즉 호랑이를 맡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전시를 기획한 것입니다. 국회문화공간조성기획전에 선정되어 성사된 자리였습니다.
기획자로서 그가 밝힌 목표는 자기 작업보다 장르 쪽을 향해 있습니다.
"경쟁 속에서 선정된 만큼 민화가 동시대성과 국제성을 가질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로 여겨졌으면 좋겠다." — 민화뉴스, 2026년 4월 9일
민화뉴스는 같은 기사에서 그가 "창조적인 모티브로 재해석한 민화의 전통성을 소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고 전했습니다. 동국대학교가 전한 발언도 같은 방향입니다 — 이 전시가 "민화의 현대적 가치와 미학적 확장성을 제시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
전시에는 반구대 계열의 「산중희호」 외에 도시를 품은 수호의 호랑이를 그린 「수호랑」도 나왔습니다. 옛 바위그림의 호랑이와 오늘의 도시를 지키는 호랑이가 한 사람의 화면에서 나란히 놓인 셈입니다.
씨앗페 출품작 두 점 읽기
씨앗페에 들어온 김은화의 작품은 두 점입니다. 제목이 같고 크기도 같습니다. 둘 다 〈산중희호〉, 70x50cm, 순지에 동박·먹·분채. 다른 것은 제작 연도와 화면의 온도입니다. 값은 두 점 모두 ₩2,000,000입니다.
〈산중희호〉 — 2025년, 순지에 동박·먹·분채, 70x50cm
하늘이 분홍입니다. 짙은 자줏빛이 도는 분홍 바탕 위로 금빛 얼룩이 번져 있고, 그 아래로 가장 짙은 청록 봉우리들이 뾰족하게 솟아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수록 산은 초록과 노랑, 파랑과 회색으로 밝아지며 층층이 겹칩니다. 폭포는 두 줄기, 화면 가운데와 오른쪽에 하나씩 떨어집니다.
호랑이는 오른쪽 중간, 금빛이 두껍게 앉은 면 위에 붉은 선으로 그어져 있습니다. 꼬리를 길게 말아 올린 자세입니다. 주변 색이 밝아 다른 한 점보다 눈에 빨리 들어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두고 "연작 중에서도 다채로운 색면의 대비와 리듬감 있는 배치가 단연 돋보인다"고 적었고, "오방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산봉우리와 흐르는 폭포는 공간에 밝고 신선한 생동감을 불어넣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화면 속 붉은 호랑이에 대해서는 "태고의 신비로운 기운을 품고 수호자로 존재한다"고 썼습니다.

- 70x50cm · 순지에 동박, 먹, 분채 · ₩2,000,000
- 작품 페이지 →
〈산중희호〉 — 2026년, 순지에 동박·먹·분채, 70x50cm
같은 연작의 이듬해 작업입니다. 하늘이 분홍에서 연둣빛 청록으로 바뀌었고, 먼 능선에만 주홍이 얇게 남았습니다. 산의 배치도 달라져, 앞쪽에 낮은 봉우리들이 촘촘하게 깔리고 뒤로 갈수록 높아집니다. 전체적으로 안개가 낀 것처럼 색의 경계가 부드럽습니다.
호랑이는 왼쪽 위, 짙은 남색 봉우리의 옆면에 금빛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앞 작품의 붉은 호랑이보다 작고, 배경에 더 깊이 묻혀 있습니다. 찾는 데 시간이 걸리도록 놓인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는 이 화면에 대해 "겹겹이 이어지는 산과 흐르는 물의 조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생명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적었습니다.

- 70x50cm · 순지에 동박, 먹, 분채 · ₩2,000,000
- 작품 페이지 →
두 점을 나란히 걸면 같은 연작이 1년 사이에 어디로 옮겨 갔는지가 보입니다. 하늘의 색이 따뜻한 쪽에서 서늘한 쪽으로 움직였고, 호랑이는 한 걸음 더 숨었습니다. 김은화 작가 페이지에서 두 점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산수도이면서 호랑이 그림인 화면
민화를 분류하는 옛 이름으로 따지면 이 두 점은 애매한 자리에 있습니다. 화면의 대부분은 산과 물이니 산수도이고, 주인공은 호랑이니 호작도 계열입니다.
그런데 그 애매함이 이 작업의 방법으로 보입니다. 호랑이를 크게 그려 정면에 세우면 그림은 호랑이 그림이 되고, 관객은 호랑이의 표정을 읽게 됩니다. 호랑이를 산허리에 작게 새겨 넣으면 관객은 먼저 산을 보고, 그다음에 호랑이를 발견합니다. 발견하는 순간 화면 전체가 '호랑이가 있는 산'으로 바뀝니다. 보는 순서를 설계한 셈입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에 적은 문장도 같은 구조입니다 — 산의 리듬 속에 스며든 호랑이가 "길상과 수호의 존재이자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 매개로 자리한다"는 것. 매개는 가운데 있지 않아도 됩니다. 두 쪽을 이으면 됩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씨앗페에 작품을 낸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김은화는 그 구조에 작품 두 점으로 참여했습니다.
민화의 호랑이는 본래 대문과 벽에 붙어 집을 지키던 그림입니다. 지키는 그림을 그려 온 사람이 동료를 지키는 자리에 작품을 내놓는 데에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두 점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면 기준은 방의 색입니다. 벽이 희고 밝은 방이라면 2026년작의 서늘한 청록이 차분하게 앉고, 어둡거나 나무빛이 도는 방이라면 2025년작의 분홍 하늘이 화면을 띄워 줍니다. 어느 쪽이든 가까이서 한 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호랑이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이 그림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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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김은화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호랑이를 주제로 한국 전통의 상징성과 길상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민화 작가입니다. (사)한국민화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동국대학교 동문 소식, 2026년 1월 21일),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민화전공을 거쳤습니다. 대표 연작은 「산중희호(山中熙虎)」입니다.
Q. 「산중희호」의 호랑이는 어디서 온 형태인가요? A. 유네스코 세계유산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호랑이에서 모티프를 가져왔습니다. 조선 후기 까치호랑이 계열의 민화 호랑이보다 훨씬 이른 시기의 형상이며, 표정 대신 선으로 이루어진 기호에 가깝습니다.
Q. '순지에 동박, 먹, 분채'는 어떤 재료인가요? A.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편 금속 박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변합니다. 작가는 이 변화를 결함이 아니라 작업의 주제로 삼아 "인고의 끝에 맞이하는 새로운 희망"으로 설명합니다. 그 위에 먹으로 윤곽을 잡고 분채로 색을 쌓습니다.
Q. 국회 전시에서 김은화 작가의 역할은? A. 2026년 2월 19일부터 3월 6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1층 국회아트갤러리에서 열린 《민화의 현대적 해석 — 감각으로 피어나는 향·음·빛》에서 '음'을 맡은 참여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였습니다. 3인 그룹 'BTF'가 국회문화공간조성기획전에 선정되어 성사된 전시입니다.
Q. 씨앗페에 나온 김은화 작품은 몇 점이고 어떤 것인가요? A. 두 점입니다. 제목이 모두 〈산중희호〉이고 크기(70x50cm)와 재료(순지에 동박, 먹, 분채)가 같으며, 제작 연도가 2025년과 2026년으로 다릅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Q. 김은화 작품 가격대는? A. 두 점 모두 ₩2,000,000입니다. 크기와 재료가 같으므로 화면의 색으로 고르시면 됩니다.
Q. 김은화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김은화는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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