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과를 나와 사진학과로 옮겨간 작가 김호성. 씨앗페에 나온 두 점은 그가 사진 위에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하던 2011년의 작업입니다. 작가노트와 화면을 함께 읽습니다.
김호성 — 사진 위에 스티커를 붙이는 일, 그 시작의 두 장

씨앗페에 들어온 김호성의 작품은 두 점이고, 둘 다 2011년작입니다. 매체는 pigment print를 디아섹으로 마감한 것, 크기는 나란히 45x30cm, 에디션은 각각 3/5과 2/5입니다.
이 두 장이 놓인 자리를 먼저 말해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김호성은 오늘날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미술가로 활동하고, 2018~2019년에는 24시간 드나들 수 있는 무인 갤러리를 직접 운영하며 매달 전시를 여는 〈먼슬리 프로젝트〉로 개념미술을 발표했습니다. 씨앗페의 두 점은 그 전의 작업입니다. 사진에서 출발한 사람이 사진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던 무렵, 그가 손에 든 것이 스티커였습니다.
사학과에서 사진학과로
김호성은 2009년 경희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학부에서 역사를 공부한 뒤 다시 사진을 전공했다는 이력은 그냥 지나칠 대목이 아닙니다. 역사학은 남아 있는 것을 가지고 남지 않은 것을 추론하는 훈련이고, 사진은 남아 있는 것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뒤에 볼 그의 작업이 "흔적"과 "박제"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명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전공이 따로 놀지 않습니다.
전시 이력은 사진학과 재학 중부터 이어집니다. 2011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신세대 아트스타전〉, 2012년 자하미술관 〈기억의 정치〉, 2013년에는 서울미술관 〈내가 그린 다른 그림전〉과 다시 한가람미술관 〈세계의 스타전〉. 2014년에는 강남역 미디어폴에서 열린 〈U-Street 미디어아트전〉에 참여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수상도 있었습니다. 2013년 제1회 U-Street 미디어아트 동상, 2014년 제6회 대한민국 에로티시즘 미술대전 심사위원 특별상입니다.
개인전은 2014년 유성아트 갤러리의 〈Stickerture〉, 2015년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상암점의 〈New York Fantasia〉(2월 6일27일)로 이어집니다. 근래의 단체전으로는 2022년 화성ICT생활문화센터 로얄엑스 R2동에서 열린 〈퍼플마블(Purple Marble) Episode 1. No-where 어느 곳에도〉(7월 9일9월 18일)가 있습니다.
스티커쳐 — 웃고 있는 것을 사진에 박제하기
'Stickerture'는 sticker와 picture를 붙인 말입니다. 김호성은 자기가 찍은 사진 위에 스티커를 붙이고, 그 상태를 다시 출력해 작품으로 만듭니다.
왜 하필 스티커인가. 작가노트에 답이 있습니다.
"스티커는 자기를 봐 달라고 웃고 있었다. 나는 스티커를 사진 위에 붙였다. 한 번 붙였다 떼면 상처가 남고 자국이 남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 김호성, 〈Stickerture〉 개인전 작가노트, 아트허브
세 문장이 각각 다른 일을 합니다. 첫 문장은 스티커를 사람처럼 봅니다. 둘째 문장은 그것을 자기 사진 위로 옮깁니다. 셋째 문장은 그 행위에 되돌릴 수 없음을 붙입니다 — "한 번 붙였다 떼면 상처가 남고 자국이 남기에."
붙이는 일이 조심스러운 이유가 붙이는 쪽이 아니라 붙는 쪽에 있다는 점이 이 문장의 핵심입니다. 스티커를 떼면 스티커가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밑면에 자국이 남습니다. 사진은 그 자국을 감당하는 쪽입니다.
같은 노트의 다른 문장이 이 비유를 사람에게로 옮깁니다.
"스티커는 현대인의 초상이다. 대량생산 체제 속에 억압되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 김호성, 〈Stickerture〉 개인전 작가노트, 아트허브
대량생산 체제 속에서 찍혀 나온 똑같은 것들이, 그런데도 저마다 웃으며 봐 달라고 한다는 진술입니다. 억압과 발화가 같은 물건 안에 들어 있다는 것.
씨앗페에 나온 두 점에 붙은 작품 설명은 이 논리를 한 걸음 더 밀고 갑니다. 어린 시절 귀엽고 친근하던 스티커가 어른이 된 뒤에는 "인위적인 웃음과 과장된 복장, 정형화된 포즈"로 보이기 시작했고, 작가는 그 감각을 비판이 아니라 연민으로 바라보며 거기서 자기와의 동질감을 발견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스티커의 이중성 — 남이 붙인다는 점에서 수동적이고, 대상을 덮고 규정한다는 점에서 능동적이며, 떨어지는 순간 기능을 잃는다는 점 — 이 사회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현대인의 페르소나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합니다. 사진 위에 다시 스티커를 붙여 "박제"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쉽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의 흔적을 남기려는 것입니다.
그때 그곳에 있지 않았다 — 〈New York Fantasia〉
2015년의 두 번째 개인전에서 김호성은 사진가로서 더 이상한 일을 합니다. 뉴욕을 찍었는데, 뉴욕에 가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때 그곳에 있지 않았다. 서울에서 뉴욕을 활보했다. Google Earth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의 거리를 누비며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캡처했다." — 김호성, 〈New York Fantasia〉 개인전 작가노트, 아트허브, 2015년 2월
"나는 그때 그곳에 있지 않았다"는 사진의 기본 전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첫 문장입니다. 사진은 관습적으로 '거기 있었음'의 증거로 읽히는 매체이고, 그 전제 위에서 다큐멘터리도 보도사진도 성립합니다. 사진학과를 졸업한 해로부터 3년 뒤, 그는 그 전제를 지운 자리에서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스티커쳐와 이 작업은 겉보기에 전혀 다르지만 방법은 하나입니다. 남이 만든 이미지를 가져와 자기 화면으로 삼는 것. 스티커도 Google Earth의 거리 화면도 작가가 처음부터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이미 세상에 굴러다니는 이미지를 골라 붙이고 잘라내는 일. 뒷날의 〈먼슬리 프로젝트〉가 매체를 가리지 않고 매달 다른 형식을 시험한 것도, 여기서 시작된 태도의 연장으로 읽힙니다.
씨앗페 출품작 두 점 읽기
두 점 모두 스티커쳐 연작이고, 둘 다 밤의 장면입니다. 인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스티커가 서 있습니다.
〈Time to lose〉 — 2011년, pigment print(디아섹), 45x30cm, 에디션 3/5
밤의 도심 광장입니다. 흰 철골 캐노피가 지붕처럼 덮인 아래로 폭이 넓은 나무 계단이 정면으로 뻗어 오릅니다. 계단은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좁아지고, 양옆 기둥들과 유리 벽면에 도시의 불빛이 반사됩니다. 계단 맨 위, 거의 소실점 자리에 파란 드레스를 입은 공주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계단 중턱에는 작은 하늘색 구두 한 짝이 따로 붙어 있고, 계단 아래쪽은 노란 안전 테이프와 붉은 띠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바닥에는 초록색 병 하나가 굴러 있습니다.
제목이 'Time to lose'이고, 계단 위의 공주와 중턱의 구두 한 짝이 떨어져 있습니다. 신데렐라로 읽히는 배치입니다. 다만 화면에 마차도 무도회도 없고, 있는 것은 출입이 통제된 밤의 계단과 버려진 병 하나뿐입니다. 동화에서 잃는 것은 구두지만, 여기서 잃는 것은 시간입니다.

- 45x30cm · pigment print(디아섹) · 에디션 3/5 · ₩500,000
- 작품 페이지 →
〈Inviting〉 — 2011년, pigment print(디아섹), 45x30cm, 에디션 2/5
실내입니다. 어두운 금빛으로 꾸며진 방에 샹들리에가 화면 위쪽을 채우고, 천장 아래로는 금색 덩굴무늬 띠가 벽을 둘러 지나갑니다. 가운데에는 금색 자카드 이불을 덮은 침대가 있고, 그 뒤로 두꺼운 커튼이 드리워 있습니다. 조명은 침대 머리맡 스탠드 하나뿐이라 방의 나머지는 거의 검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 검은 자리, 침대 오른쪽에 노란 드레스를 입은 공주 스티커가 한 손을 내밀고 서 있습니다. 그리고 발치에는 무언가를 뜯어낸 듯한 작은 스티커 조각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제목은 'Inviting' — 초대하는, 혹은 마음을 끄는. 손을 내민 스티커 한 장과 뜯긴 조각 몇 개가 한 화면에 함께 있습니다. "한 번 붙였다 떼면 상처가 남고 자국이 남기에"라는 작가노트의 문장이 이 화면에서 그대로 보입니다. 초대하는 몸짓 옆에 이미 떨어져 나간 것들이 놓여 있습니다.

- 45x30cm · pigment print(디아섹) · 에디션 2/5 · ₩500,000
- 작품 페이지 →
두 점은 같은 크기, 같은 해, 같은 연작입니다. 한 점은 바깥의 계단이고 한 점은 안쪽의 방이며, 둘 다 밤이고 둘 다 사람이 없습니다. 나란히 걸도록 만들어진 짝은 아니지만, 함께 두면 연작의 논리가 한눈에 보입니다. 김호성 작가 페이지에서 두 점을 같이 보실 수 있습니다.
에디션 사진을 처음 들이는 분께
두 점 다 5점 한정 에디션 중 한 점입니다. 디아섹은 인화된 사진을 아크릴에 밀착 접합해 마감하는 방식으로, 별도 액자 없이 그대로 거는 형태입니다. 유리 액자와 달리 화면이 앞으로 떠 보이고, 45x30cm는 책상 위나 복도처럼 가까이서 보는 자리에 맞는 크기입니다.
회화 한 점을 들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느끼는 분께 에디션 사진은 흔히 첫 자리로 권해집니다. 다만 고를 때는 '싸서'가 아니라 '이 화면을 매일 보고 싶어서'가 기준이 되는 편이 좋습니다. 처음 그림을 사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에서 그 판단 기준을 더 자세히 다룹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김호성이 씨앗페에 두 점을 낸 것은 그가 도움이 필요해서가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무인 갤러리를 열어 1년 넘게 매달 전시를 이어간 사람이라면, 작업을 발표할 자리를 스스로 만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입니다. 동료들이 그 자리에 서기 전에 마주치는 문턱이 어디인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을 소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김호성은 어떤 작가인가요? A. 사진·영상에서 출발해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미술가입니다. 2009년 경희대학교 사학과, 2012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초기에는 현대인의 욕망과 방황을 주제로 한 사진·영상 작업을 선보였고, 2018~2019년에는 24시간 출입 가능한 무인 갤러리를 운영하며 매달 전시하는 〈먼슬리 프로젝트〉로 다양한 개념미술을 발표했습니다.
Q. '스티커쳐(Stickerture)'가 무엇인가요? A. 자신이 찍은 사진 위에 스티커를 붙여 다시 작품으로 만드는 연작입니다. 2014년 유성아트 갤러리에서 같은 제목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스티커는 현대인의 초상이다. 대량생산 체제 속에 억압되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아트허브)고 밝혔습니다.
Q. 〈New York Fantasia〉는 어떤 작업인가요? A. 2015년 2월 6일~27일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상암점에서 연 개인전입니다. 작가는 "나는 그때 그곳에 있지 않았다. 서울에서 뉴욕을 활보했다. Google Earth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의 거리를 누비며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캡처했다"(아트허브, 2015년 2월)고 적었습니다.
Q. 주요 전시와 수상 이력은? A. 개인전으로 〈Stickerture〉(유성아트 갤러리, 2014), 〈New York Fantasia〉(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상암점, 2015)가 있습니다. 단체전은 〈신세대 아트스타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1), 〈기억의 정치〉(자하미술관, 2012), 〈내가 그린 다른 그림전〉(서울미술관, 2013), 〈세계의 스타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3), 〈U-Street 미디어아트전〉(강남역 미디어폴, 2014), 〈퍼플마블 Episode 1. No-where 어느 곳에도〉(화성ICT생활문화센터 로얄엑스 R2동, 2022) 등입니다. 수상은 2013년 제1회 U-Street 미디어아트 동상, 2014년 제6회 대한민국 에로티시즘 미술대전 심사위원 특별상입니다.
Q. 씨앗페에 나온 김호성 작품은 몇 점이고 가격은? A. 두 점입니다. 〈Time to lose〉(2011, pigment print 디아섹, 45x30cm, 에디션 3/5)과 〈Inviting〉(2011, pigment print 디아섹, 45x30cm, 에디션 2/5)이며 각 ₩500,000입니다. 둘 다 스티커쳐 연작입니다.
Q. 디아섹이 뭔가요? A. 인화한 사진을 아크릴 판에 밀착 접합해 마감하는 방식입니다. 별도의 유리 액자 없이 그대로 걸며, 화면이 앞으로 떠 보이는 인상을 줍니다.
Q. 김호성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김호성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관련 매거진
씨앗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