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의 재료로 알려진 옻칠을 회화의 재료로 쓰는 작가 박신영. 칠을 올리고 갈아내기를 반복해 만든 밤하늘 위에 자개로 그믐달을 놓습니다. 씨앗페 출품작 〈밤의 끝자락〉 두 점을 작가의 글과 화면으로 읽습니다.
박신영 — 옻칠로 그린 밤하늘, 그믐달은 자개다

먼저 매체부터 봐야 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박신영의 작품 매체 표기는 "목판에 옻칠재료, 자개"입니다. 캔버스가 아니라 나무판이고, 물감이 아니라 옻칠입니다. 그리고 하늘에 뜬 달은 그려진 것이 아니라 붙여진 것 — 조개껍데기를 얇게 켠 자개입니다.
옻칠로 그린다는 것
옻칠은 옻나무에서 받은 수액입니다. 한국에서 이 재료는 대개 공예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소반, 함, 나전칠기. 표면을 보호하고 광을 내는 마감재라는 뜻입니다.
박신영은 그것을 그림을 그리는 재료로 씁니다. 사내 자료에 따르면 한국옻칠협회·민족미술인협회·현대옻칠화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옻칠을 재료로 옻칠회화 작업" 중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합니다.
이 선택이 화면에 만드는 차이는 분명합니다. 유화 물감은 칠한 자리에 남지만, 옻칠은 칠하고 굳히고 갈아내기를 반복하는 재료입니다. 층이 쌓이고 그 층을 다시 깎아내면 아래 색이 위로 올라옵니다. 그래서 옻칠화의 색은 표면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깊이에서 배어 나옵니다.
〈밤의 끝자락_4〉의 하늘을 보면 그 성질이 그대로 보입니다. 화면 전체가 수평으로 길게 쓸린 결로 덮여 있습니다. 짙은 남색 결 아래에 청록이 비치고 그 아래에서 자주와 분홍이 올라옵니다. 어느 한 색이 위에 발린 것이 아니라 여러 색이 서로 비쳐 보이는 상태입니다. 붓 자국이 아니라 갈아낸 자국에 가깝습니다.
외부에서 확인되는 박신영의 활동도 전부 이 매체 안에 있습니다. 옻칠화 정보 사이트 ottchilhwa.com의 전시 소식란은 같은 동료 작가들과 함께 연 그룹전 '서로의 휴식(髹飾)전'을 2022년(더스타 갤러리, 인사동), 2026년(MEK갤러리, 성산동) 두 차례 기록하고 있고, 2025년 뱅크아트페어(SETEC) MEK갤러리 부스에도 박신영의 옻칠작품이 함께 전시됐다고 적고 있습니다.
전시 제목의 '휴식(髹飾)'은 쉬는 휴식이 아닙니다. 髹는 옻칠할 휴, 飾은 꾸밀 식 — '옻칠하여 꾸미다'라는 뜻이라고 그 사이트가 밝히고 있습니다. 같은 매체를 쓰는 사람들이 3년 이상 같은 이름으로 모여 왔다는 것이, 이 작가가 서 있는 자리를 짐작하게 합니다.
작가가 제출한 이력에 따르면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와 동방대학원대학교 옻칠조형학 석사를 거쳤고, 2012년부터 개인전 네 차례를 열었으며, 한국옻칠협회전과 한국옻칠화회전에 2005년부터 꾸준히 참여해 왔습니다.
작업의 문법 — 달, 가지, 그리고 검은 땅
씨앗페 출품작 두 점은 같은 연작 〈밤의 끝자락〉입니다. 두 점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요소가 셋입니다.
달. 두 점 모두 오른쪽 위에 그믐달이 있습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얇은 초승 모양인데, 주변의 깊은 하늘과 질감이 완전히 달라 한눈에 다른 재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자개입니다. 작가는 〈밤의 끝자락_2〉에 붙인 설명에서 달을 이렇게 씁니다.
"달은 시간과 기억이 겹겹이 쌓인 표면으로 스며들고 닳아가며, 드러나고 사라지는 존재이다." —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작품 설명
"겹겹이 쌓인 표면", "닳아가며". 옻칠을 쌓고 갈아내는 그 공정을 그대로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재료의 성질과 그리려는 대상이 같은 말로 설명되는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가지. 두 점 모두 잎이 하나도 없습니다. 〈밤의 끝자락_2〉에서는 가는 잔가지가 그물처럼 갈라져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밤의 끝자락_4〉에서는 침엽수 형태의 나무 몇 그루가 아래쪽에 늘어서 있습니다. 색은 구리빛에 가까운 붉은 갈색. 작가의 설명에서 이 가지는 "생성과 소멸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아래로 내려오는 빛. 두 점 다 하늘의 아래쪽이 밝습니다. 남색에서 청록, 다시 주황과 분홍으로 내려옵니다. 밤이 가장 깊은 시간의 배색이 아니라 밤이 끝나는 시간의 배색입니다. 연작의 제목이 '밤의 끝자락'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작가는 이 상태를 "긴 어둠의 시간이 지난 끝자락에 고요해진 상태"라고 씁니다. 그리고 〈밤의 끝자락_4〉에 붙인 설명에서는 나무를 이렇게 말합니다.
"아직 어둠속에 서 있는 나무는 거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존재로 묵묵히 자리하고 있다" —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작품 설명
씨앗페 출품작 2점 읽기
〈밤의 끝자락_2〉 — 2025년, 목판에 옻칠재료·자개, 20x30cm, ₩600,000
세로 화면입니다. 위쪽 3분의 2가 하늘, 아래쪽에 검은 띠가 깔리고 그 사이에서 나뭇가지들이 올라옵니다. 하늘은 위에서 아래로 짙은 남색 → 청록 → 주황으로 이어집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맨 아래의 검은 땅입니다. 매끄러운 하늘과 달리 여기는 거칠게 알갱이가 박힌 질감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늘이 갈아낸 면이라면 땅은 갈지 않고 남긴 면입니다. 같은 화면에서 옻칠의 두 표정을 나란히 볼 수 있습니다.
가지들은 잎을 전부 떨군 상태로, 굵기가 점점 가늘어지며 여러 번 갈라져 하늘로 뻗습니다. 실루엣만 남은 형태인데 선이 무척 가늡니다. 판 위에 이 정도 두께의 선을 옻칠로 긋는 일이 어떤 작업인지를 생각하면, 이 화면의 고요함이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 20x30cm · 목판에 옻칠재료, 자개 · 2025 · ₩600,000
- 작품 페이지 →
〈밤의 끝자락_4〉 — 2026년, 목판에 옻칠재료·자개, 30x20cm — 판매 완료
가로 화면입니다. 같은 연작이지만 방향이 돌아가면서 하늘이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수평으로 길게 쓸린 결이 파도처럼 겹치고, 남색과 청록과 자주가 그 결을 따라 섞입니다. 아래쪽 5분의 1쯤에서 분홍빛이 넓게 퍼지고, 그 앞에 구리빛 나무 다섯 그루가 섰습니다. 그믐달은 오른쪽 위, 자개입니다.
작가가 "밤과 새벽의 경계에 보이는 그믐달은 불어오는 바람의 흔적으로 쓸쓸함이 더한다"고 쓴 그 '바람의 흔적'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이 수평 결로 보입니다.
이 작품은 이미 판매 완료되었습니다.

- 30x20cm · 목판에 옻칠재료, 자개 · 2026 · 판매 완료
- 작품 페이지 →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옻칠은 시간이 드는 재료입니다. 한 층을 올리고 굳기를 기다리고 갈아내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해야 20x30cm의 밤하늘 하나가 나옵니다. 그렇게 만든 것 중 두 점을 다른 사람의 자리를 만드는 데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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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옻칠화가 무엇인가요? A. 옻나무 수액인 옻칠을 회화의 재료로 쓰는 작업입니다. 옻칠은 한국에서 주로 나전칠기 같은 공예의 마감재로 쓰여 왔는데, 이를 그림의 재료로 삼아 판 위에 칠을 올리고 굳히고 갈아내기를 반복해 화면을 만듭니다. 색이 표면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층이 비쳐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Q. '자개'는 작품 어디에 쓰였나요? A. 씨앗페 출품작 두 점 모두 하늘 오른쪽 위의 그믐달이 자개입니다. 조개껍데기를 얇게 켜서 붙인 것으로, 주변 옻칠 면과 질감·반사가 확연히 달라 눈으로 구분됩니다.
Q. '서로의 휴식(髹飾)전'은 무슨 전시인가요? A. 옻칠화 작가들이 함께 여는 그룹전입니다. 옻칠화 정보 사이트 ottchilhwa.com에 따르면 '髹'는 옻칠할 휴, '飾'은 꾸밀 식으로 '옻칠하여 꾸미다'라는 뜻입니다. 박신영은 2022년 더스타 갤러리(인사동), 2026년 MEK갤러리(성산동)에서 열린 이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Q. 〈밤의 끝자락〉 연작은 무엇을 그린 건가요? A.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달을 "시간과 기억이 겹겹이 쌓인 표면으로 스며들고 닳아가며, 드러나고 사라지는 존재"로, 잎을 떨군 나뭇가지를 "생성과 소멸의 경계에 서 있"는 것으로 적었습니다. 밤이 가장 깊은 때가 아니라 밤이 끝나가는 시간의 풍경입니다.
Q. 박신영 작품 가격대는? A. 〈밤의 끝자락_2〉(20x30cm, 2025)가 ₩600,000입니다. 〈밤의 끝자락_4〉(30x20cm, 2026)는 판매 완료되었습니다.
Q.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박신영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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