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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nus(살누스) — 기괴한 것을 오래 들여다보는 화가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18일 · 씨앗페

유리와 구슬, 변형된 신체와 기하학적 구조를 붉은 화면에 병치하는 작가 Salnus(살누스). 관음과 그로테스크, 보여짐과 가려짐 사이를 오가는 화면을 따라 읽습니다.

Salnus(살누스) — 기괴한 것을 오래 들여다보는 화가

Salnus, 〈지옥의 문〉, Acrylic on canvas, 26x41cm — 붉은 구조물과 변형된 인형 형상
Salnus, 〈지옥의 문〉, Acrylic on canvas, 26x41cm — 붉은 구조물과 변형된 인형 형상

붉은 구조물이 하나 서 있습니다. 가운데는 아치형으로 뚫려 있고, 그 안쪽에서 검은 연기와 주황색 불길이 솟습니다. 구조물의 위쪽 양 끝에는 눈이 하나씩 박혀 있습니다. 붉은 홍채가 이쪽을 봅니다. 아치 양옆에는 유리관처럼 생긴 기둥이 서 있고, 그 안에서도 불이 탑니다. 좌우로는 붉은 관과 주름진 호스가 벽을 뚫고 들어옵니다.

구조물 앞의 회색 타일 바닥 위에는 살빛 인형들이 엉겨 있습니다. 팔과 다리가 몇 개인지 세기 어렵습니다. 그중 하나만 얼굴을 들고 있는데, 분홍 머리에 붉은 눈을 한 인형 머리입니다. 그 뒤로 커다란 분홍색 눈알이 하나 떠 있습니다. 바닥에는 흰 지렁이, 붉은 구슬, 붉은 원기둥 위에 놓인 뇌, 그리고 지네 두 마리가 흩어져 있습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Salnus의 작품 〈지옥의 문〉입니다. 2023년, Acrylic on canvas, 26x41cm.

한 화면 안에 눈이 넷, 불이 셋, 신체가 여럿입니다. 이 작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가 이 한 점에 거의 다 들어 있습니다.

살누스, 그리고 김선행

'Salnus'는 로마자로 적는 예명이고, 한글로는 '살누스'로 씁니다. 시선뉴스(2023년)는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린 4인 기획전 《확장하는 풍경》을 전하면서 참여 작가를 "강정민, 살누스(김선행), 송하영, 정성진"으로 적고, "살누스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김선행 작가"라고 소개했습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이력에 따르면 2013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섬유미술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했고, 2014년 갤러리 가이아에서 첫 개인전 《역추격》을 열었습니다. 같은 이력서는 이후의 개인전을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2018년 《기분 나쁘지 않다》(갤러리 빈칸), 2020년 《발생정원》(영천 예술 창작 스튜디오)과 《발생정원-뒤집힌 시계》(고양아람누리미술관), 2021년 《발생정원-초점 너머의 응시》(우민아트센터)와 《화면의 조각》(호랑가시나무창작소), 2022년 《입구》·《덧칠된 구역》·《고리벌레 이야기》, 2024년 《악취미》(갤러리 모스), 2025년 《Digging Out》(라운디드 플랫).

제목만 훑어도 이 작가가 어디에 서 있는지 짐작이 갑니다. 기분 나쁘지 않다, 악취미, 고리벌레 이야기, 덧칠된 구역. 불쾌를 피하지 않고 제목으로 삼는 사람입니다.

단체전 목록도 같은 이력서에 길게 이어집니다. 2015~2016년 갤러리 청·가나아트스페이스·두루아트스페이스 등에서 이어진 '그룹 23.5도' 전시들, 2017년 두인갤러리 《화가의 자화상》, 2019년 예술공간 서로 《드로잉 온 페이퍼》, 2021년 인도 자이푸르에서 열린 《Trouble in paradise》, 2022년 예술지구 p 《호피투게더》와 고양아람누리미술관 《미술관, 자연을 사유하다》, 2023년 호랑가시나무창작소 《UNDER THE SURFACE》와 온라인 플랫폼 '스페이셜'에서 열린 《Room 360》, 2024년 갤러리 호튼 《Demon's Tail》, 2025년 N2 아트스페이스 《풍경-정물》까지. 서울과 광주, 고양과 부산, 요코하마와 자이푸르가 섞여 있습니다.

같은 자료는 그가 회화와 드로잉뿐 아니라 설치와 애니메이션까지 매체를 실험해 왔고, 최근에는 과거의 드로잉과 에스키스를 확장한 설치 작업, 그리고 '구슬을 따라간 뱀의 이야기' 연작을 통해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서사적 구조로 엮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전시 서문이 말하는 것 — 관음과 유혹 사이

2025년 3월 14일 서울 서대문구 아트스페이스 라프에서 3인전 《망각의 혀, 타는 눈》이 개막했습니다. 살누스, 이나래×STG, 이향일이 참여한 전시였고, 4월 5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전시의 서문이 살누스의 화면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살누스는 기괴한 것에 매혹되는 시선, 사물과 이미지의 비틀림에서 발견되는 취향, 그리고 이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태도를 통해 작품을 구성한다. 그녀는 감각적 허기를 채우듯,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는 요소를 찾고, 관찰하며 변주를 통해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를 확립한다." — 《망각의 혀, 타는 눈》 전시 서문 (아트스페이스 라프)

서문은 이어서 그 화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말합니다.

"작가의 화면은 강렬한 색상과 절제된 터치로 이루어진다. 강한 시각적 자극 속에서도 조형적 균형이 유지되며, 금기의 영역을 조용히 응시하는 태도를 유지한다. 그녀의 작업은 관음증적인 시선과 매혹적인 유혹 사이를 오가며, 시각적 메타포를 통해 화면 속 긴장을 유도한다." — 같은 서문

'강렬한 색상과 절제된 터치'라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지옥의 문〉의 붉은색은 세지만, 그 붉은 면을 칠한 붓질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인형의 살빛은 부드럽게 굴려 놓았고, 타일의 회색은 한 칸 한 칸 반듯합니다. 소재는 불쾌한데 손은 침착합니다. 그 간극이 이 화면의 긴장을 만듭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 글도 같은 자리를 짚습니다. 기하학적 구조, 투명한 오브제, 구(球)와 원형 구조, 신체의 변형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다루며 "관음, 그로테스크, '보여짐과 가려짐'의 관계"를 주요한 주제로 삼는다는 설명입니다. 전시 서문과 작가의 자기 설명이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전시 제목도 이 긴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 전시를 보도한 K스피릿은 "'망각의 혀'는 기능을 상실한 언어를 상징하며, '타는 눈'은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의미한다"고 풀이했습니다. 말이 제 기능을 잃은 자리에서 눈만 타오르는 상태. 살누스의 화면이 문장보다 시선으로 작동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같은 기사는 그를 두고 "관찰자이자 목격자로서 세계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자신의 취향을 시각화한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전시를 소개한 아트스페이스 라프의 공식 페이지는 전시장 한쪽 벽에 살누스의 〈종〉(2018)과 〈손끝〉(2018) 같은 작품들이 자유롭게 배치돼 있었다고 전하며, 그 낱낱의 화면들이 "화면을 관통하는 곡선의 형태, 액체의 물성, 그리고 구슬의 매끈한 질감"으로 서로 연결된다고 적었습니다. 구슬과 액체와 곡선. 〈지옥의 문〉의 바닥에 굴러다니는 붉은 구슬과 공중에 뜬 분홍 눈알이 그 계보에 놓입니다.

그 벽면의 연출 방식도 이 작가를 이해하는 단서입니다. 공식 페이지는 개별 작품들이 "마치 단절된 파편처럼 보이지만" 곡선과 물성과 질감으로 이어져 "하나의 시각적 내러티브를 이루며, 관객의 해석에 따라 의미가 확장된다"고 설명하며, 이 연출이 "단절과 연결의 경계를 허물며, 사물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한다"고 적었습니다. 따로 놓인 것들을 붙여 읽게 만드는 일. 한 화면 안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기사와 공식 페이지에 함께 실린 작품 정보를 통해 이 작가의 작은 화면들을 몇 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멍〉(2019, acrylic on canvas, 17.5x25.5cm), 〈몸 만지기〉(2016, acrylic on canvas, 25x25cm), 그리고 벽면에 함께 걸린 〈종〉(2018)과 〈손끝〉(2018)입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지옥의 문〉도 26x41cm로, 이 계열의 크기에 속합니다. 큰 화면으로 압도하기보다 작은 화면을 여럿 쌓아 올리는 쪽입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이력에는 레지던시 세 곳도 적혀 있습니다. 2020년 영천 예술 창작 스튜디오 12기 단기 입주, 2021년 호랑가시나무창작소 7기 입주, 2022년 평화문화진지 5기 입주. 영천·광주·서울로 이어지는 이 이동이 《발생정원》 연작이 여러 도시에서 다시 열린 경로와 겹칩니다.

〈발생정원〉 — 가상의 공간에 실제 생물을 들이기

살누스의 개인전 제목에 세 번 반복되는 말이 '발생정원'입니다. 2020년 영천에서 시작해 고양과 청주로 이어진 연작입니다.

시선뉴스는 2023년 《확장하는 풍경》에서 그가 이 연작을 어떻게 확장했는지를 전합니다. "지역에 서식하는 생물에 집중"하면서 "〈발생정원〉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토대를 두고 고양시에 서식하는 물닭을 비롯한 자생 생물을 끌어와 가상의 세계관을 구축한다"는 것입니다. 그 전시에서 그는 평면 외에 조형 작업을 함께 내놓았고, 게임의 형식을 차용한 애니메이션 영상도 선보였습니다. 《확장하는 풍경》은 2023년 고양문화다리 경기예술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획전으로, 그해 10월 5일부터 13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제5전시장에서 열렸습니다.

가상의 정원을 먼저 만들어 놓고 실제로 그 동네에 사는 새를 거기 들여놓는 방식입니다. 완전히 지어낸 세계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의 기록도 아닌 자리. 작가가 제출한 소개 글이 "회화와 설치, 평면과 입체, 서사와 구조 사이를 넘나드는 방식"이라고 적은 그 자리입니다.

2024년에는 인천대학교 교수회관 ART SPACE IN에서 열린 4인 기획전 《송도유랑》(10월 27일~11월 1일)에 참여했습니다. 이 전시를 보도한 ABC뉴스는 그의 회화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한국전쟁 후 미군과 영국군의 주둔지로서, 이후 다시 관광 휴양지로서, 또한 현재의 모습까지 아이러니한 장소적 교집합을 표현하며 독특한 조형적 이미지들로 대형화면에 제시된다."

한 장소에 겹쳐 쌓인 서로 다른 시간을 한 화면에 병치하는 방식. 〈지옥의 문〉에서 제단과 배관과 인형과 벌레가 한 바닥 위에 놓이는 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씨앗페 출품작 읽기

〈지옥의 문〉 — 2023년, Acrylic on canvas, 26x41cm

한 변이 채 50cm가 되지 않는 작은 화면입니다. 그런데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많습니다. 불타는 아치, 눈, 유리 기둥, 배관, 엉킨 인형들, 구슬, 뇌, 벌레.

'지옥의 문'이라는 제목은 서양 조각사에서 익숙한 이름이지만, 이 화면은 그 익숙함을 곧바로 배신합니다. 문 앞에 서 있는 것은 심판받는 군상이 아니라 장난감 인형이고, 문을 지키는 것은 사자가 아니라 벽에 박힌 눈 두 개입니다. 웅장한 것을 작고 인공적인 것으로 바꿔 놓는 이 방식이 서문이 말한 "사물과 이미지의 비틀림에서 발견되는 취향"일 것입니다.

촬영된 이미지에서는 구조물 바깥이 흰 배경으로 떨어져 나가, 붉은 형상의 윤곽이 그대로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입니다. 액자에 갇힌 장면이라기보다 벽에서 조금 튀어나온 물건처럼 읽힙니다.

작은 화면이라 서재나 복도, 책상 위처럼 가까이서 오래 볼 수 있는 자리에 어울립니다. 이 작가의 화면은 멀리서 한 번 보고 지나가는 그림이 아니라, 세부를 세어 보는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Salnus, 〈지옥의 문〉, Acrylic on canvas, 26x41cm, ₩500,000
Salnus, 〈지옥의 문〉, Acrylic on canvas, 26x41cm, ₩500,000

처음 그림을 들이는 분이라면 처음 그림을 사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를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Salnus가 씨앗페에 작품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금기의 영역을 조용히 응시한다는 평을 들어 온 작가입니다. 보기 불편한 것을 피하지 않고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이, 예술인의 돈 문제라는 역시 불편한 자리에 자기 그림 한 점을 놓았습니다.

Salnus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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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Salnus는 어떻게 읽나요? A. 한글로는 '살누스'로 씁니다. 시선뉴스(2023년)는 "살누스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김선행 작가"라고 소개했습니다.

Q. 어떤 작업을 하는 작가인가요? A. 회화와 드로잉을 중심으로 작업합니다. 2025년 아트스페이스 라프의 전시 서문은 그를 "기괴한 것에 매혹되는 시선"으로 화면을 구성하며 "관음증적인 시선과 매혹적인 유혹 사이를 오가"는 작가로 설명합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 글도 기하학적 구조, 투명한 오브제, 구(球), 신체의 변형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다루며 관음과 그로테스크, '보여짐과 가려짐'을 주제로 삼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Q. 〈발생정원〉은 무엇인가요? A. 2020년부터 이어 온 연작이자 개인전 제목입니다. 시선뉴스는 이를 "가상의 공간"으로 설명하며, 작가가 고양시에 서식하는 물닭 같은 자생 생물을 그 안으로 끌어와 세계관을 구축한다고 전했습니다.

Q. 최근 어떤 전시에 참여했나요? A. 2023년 고양아람누리 4인 기획전 《확장하는 풍경》(10월 513일), 2024년 인천대 ART SPACE IN 4인 기획전 《송도유랑》(10월 27일11월 1일), 2025년 아트스페이스 라프 3인전 《망각의 혀, 타는 눈》(3월 14일~4월 5일)에 참여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Salnus 작품은 무엇인가요? A. 〈지옥의 문〉(2023, Acrylic on canvas, 26x41cm) 한 점이며 가격은 ₩500,000입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Q. 작품을 사면 수익은 어디로 가나요? A.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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