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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 진짜 돌을 캔버스에 박고, 그 옆에 돌을 그린다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21일 · 씨앗페

자연에서 주워 온 돌을 화면에 직접 박아 넣고, 그 옆에 거대한 바위를 그려 넣는 화가 이재민. 실물과 그림이 한 화면에서 마주 보는 작업과 씨앗페 출품작 세 점을 따라 읽습니다.

이재민 — 진짜 돌을 캔버스에 박고, 그 옆에 돌을 그린다

이재민, 〈아직도 어두운 밤1〉,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61x61cm — 실제 돌이 박힌 감실과 안개 속 바위가 마주 선 화면
이재민, 〈아직도 어두운 밤1〉,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61x61cm — 실제 돌이 박힌 감실과 안개 속 바위가 마주 선 화면

화면 왼쪽에 세로로 긴 홈이 파여 있습니다. 벽에 낸 감실처럼 안쪽으로 들어간 상자이고, 그 안에 갈색 돌 하나가 세워져 있습니다. 진짜 돌입니다. 홈의 아래쪽 턱에 그림자가 실제로 떨어집니다.

오른쪽에는 거대한 바위가 서 있습니다. 회색 결이 세로로 깊게 갈라진 기암(奇巖)이고, 발치는 물안개에 묻혀 어디서 시작되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이쪽은 그린 것입니다. 왼쪽의 진짜 돌과 오른쪽의 그려진 바위는 생김새가 닮았습니다. 크기만 수십 배 다릅니다.

위쪽 하늘에는 검푸른 구(球)가 하나 떠 있습니다. 해인지 달인지 알 수 없게 어둡습니다. 아래쪽은 물입니다. 잔물결이 화면 폭을 가로질러 가라앉아 있습니다.

작가는 이 화면의 구조를 이렇게 정리해 두었습니다.

"실제 돌과 그려진 돌의 공존 (…) 실재와 환상(이미지)의 대비를 보여줍니다." — 이재민, 씨앗페 출품작에 붙인 작업 노트

돌을 화면으로 가져오는 방법

이 방법은 이재민 작업의 고유한 문법입니다. 2026년 9월 수원 해움미술관에서 열린 가을기획전 《돌과 나무》를 보도한 경기일보의 설명이 정확합니다.

"이재민 작가는 자연에서 발견한 실제 돌을 화면으로 가져와 자연의 물질성과 실존을 드러낸다. 캔버스에 실제 돌을 오브제로 배치하고 주변에는 그 돌의 이미지를 정교하게 그려 넣는다. 현실의 물질과 재현된 이미지가 한 화면에 공존하면서 실제와 환영의 경계를 흐리고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 경기일보, 2026년 9월 13일

핵심은 '그 돌의 이미지'라는 대목입니다. 아무 바위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옆에 박아 둔 그 돌을 확대해 그립니다. 관객은 한 화면에서 같은 대상을 두 번 봅니다. 한 번은 만질 수 있는 물건으로, 한 번은 만질 수 없는 이미지로.

이 배치가 만들어 내는 효과는 단순한 착시가 아닙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진짜인지를 묻게 되는 순간이 생깁니다. 손톱만 한 진짜 돌과 산처럼 커다란 가짜 돌이 나란히 있을 때, 시선이 먼저 가는 쪽은 그려진 쪽입니다. 크고 또렷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왼쪽의 작은 돌로 눈이 옮겨 갑니다.

해움미술관은 이 전시의 두 작가를 서로 반대편에 놓고 소개했습니다. 동양화적 필선으로 자연의 '영성(정신)'을 길어 올리는 작가와, "실재하는 오브제와 마티에르를 통해 자연의 '물질성(실존)'을 증명하는 이재민 화가". 정신 쪽과 물질 쪽. 이재민이 서 있는 자리가 물질 쪽이라는 뜻입니다.

전시는 2026년 9월 3일부터 16일까지 해움미술관 전시실에서 열렸고, 두 작가의 회화 40여 점이 걸렸습니다. 미술관은 매년 봄과 가을 기획전으로 작가를 선정해 왔습니다.

돌에서 핵무기까지

돌만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경기일보는 그의 화면에 "기묘한 돌과 새, 동물 등이 등장"하며, 작업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반전과 핵무기의 위험성, 세계 평화, 환경과 생태계의 문제로까지 시선을 확장한다"고 전했습니다. 《돌과 나무》에는 '담배피는 까마귀', '고글을 낀 새', '파랑새' 같은 작품이 나왔습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세 점 가운데 하나가 정확히 그 확장의 자리에 있습니다. 제목이 〈핵〉입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는 짧습니다. "양평에서 자연의 가치와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는 '이재민 미술의 집' 운영중입니다." 자연의 가치와 노동의 가치. 두 낱말이 이 작업의 두 축입니다. 돌을 하나하나 골라 와 캔버스에 박아 넣고, 그 옆에 같은 돌을 몇 주에 걸쳐 그려 내는 일 자체가 노동이기 때문입니다. 작가 본인도 이 과정을 작품의 내용으로 봅니다.

"자연의 산물인 돌을 주된 모티브로 삼아, 오랜 시간 정성스럽게 캔버스에 붙이고 그려내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가치와 묵직한 노동의 가치를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 이재민, 씨앗페 출품작에 붙인 작업 노트

씨앗페 출품작 세 점 읽기

세 점 모두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입니다. 2022년작 한 점과 2023년작 두 점. 앞의 것이 46x61cm, 뒤의 둘이 61x61cm의 정사각형입니다.

〈핵〉 — 2022년,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46x61cm

세 점 가운데 가장 이르고 가장 강한 화면입니다.

배경은 푸른 회색입니다. 왼쪽 위에 세로로 긴 홈이 파여 있고 그 안에 황갈색 돌이 들어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흰 회색의 거대한 바위가 물 위로 솟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앞서 본 구조와 같습니다.

다른 것은 왼쪽 아래입니다. 잔잔한 바다 한가운데서 미사일 한 발이 막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수면에 노란 불꽃이 부챗살처럼 퍼지고, 검은 탄두가 그 위로 올라섭니다.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화면 전체로 보면 손가락 한 마디쯤입니다. 그런데 나머지가 모두 정지해 있어서 그 작은 것 하나만 움직입니다.

작가는 이 대비를 분명히 밝혀 두었습니다. 우뚝 솟은 돌섬과 고요한 돌이 "영원한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반면, 바다에서 솟구치는 핵미사일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인간의 위협을 극적으로 보여"준다는 것. 그는 이 작품이 "평화로운 자연 속에 도사린 현대 문명의 불안과 핵 위기를 경고"한다고 적었습니다.

이재민, 〈핵〉,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46x61cm, ₩3,000,000
이재민, 〈핵〉,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46x61cm, ₩3,000,000

〈아직도 어두운 밤1〉 — 2023년,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61x61cm

도입부에서 본 그림입니다. 〈핵〉에서 미사일을 빼고 하늘에 검은 구를 올린 화면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사건이 사라진 자리에 정적이 들어찼습니다.

61cm의 정사각형이고, 색은 회색과 흰색과 옅은 청색뿐입니다. 왼쪽 감실 안의 실제 돌만 갈색과 녹빛을 띠고 있어, 화면에서 유일하게 온도가 있는 부분입니다.

작가는 이 화면을 "어두운 해(혹은 달)와 잔잔한 물, 아스라이 피어오른 물안개를 통해 제목 그대로 '아직도 어두운 밤' 같은 몽환적이고 정적인 세계를 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민, 〈아직도 어두운 밤1〉,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61x61cm, ₩4,000,000
이재민, 〈아직도 어두운 밤1〉,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61x61cm, ₩4,000,000

〈아직도 어두운 밤2〉 — 2023년, 캔버스에 돌과아크릴, 61x61cm

같은 제목의 두 번째 화면입니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구성이 세 층으로 나뉩니다. 가운데 액자 틀 같은 공간에 실제 돌이 붙어 있고, 위아래에는 회화로 그린 돌산이 배치돼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허뭅니다." 구름 속에 떠 있는 돌산, 실제 돌, 바다 위의 돌섬이 세 단계로 놓여 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입니다.

그는 "우측 하단의 검고 어두운 둥근 천체가 흐릿한 물안개와 어우러져, 깊고 고요한 '어두운 밤'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고 덧붙였습니다. 1번에서 하늘 높이 있던 천체가 이 화면에서는 아래쪽으로 내려와 있습니다.

이재민, 〈아직도 어두운 밤2〉,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61x61cm, ₩4,000,000
이재민, 〈아직도 어두운 밤2〉,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61x61cm, ₩4,000,000

세 점을 제작 순서대로 놓으면 한 방향이 보입니다. 2022년에는 화면 안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고, 2023년의 두 점에서는 사건이 끝났거나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같은 구조에서 미사일 하나를 빼면 경고가 명상이 됩니다. 이재민 작가 페이지에서 세 점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걸어 두면 달라지는 그림

이 작업에는 사진으로 옮겨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 돌이 박힌 감실은 깊이가 있어, 조명의 방향에 따라 안쪽 그림자가 달라집니다. 아침에 보는 화면과 저녁에 보는 화면이 같지 않습니다.

그려진 바위 쪽은 반대입니다. 빛이 어디서 오든 그림자는 언제나 처음 그려진 대로 있습니다. 한 화면 안에서 한쪽은 변하고 한쪽은 변하지 않습니다. 실재와 이미지의 차이가 보는 사람 눈앞에서 매일 재연되는 셈입니다.

벽에 걸 자리를 고를 때 이 점을 고려하시면 좋겠습니다. 측면에서 빛이 드는 벽이 이 그림에는 유리합니다. 정면에서 고르게 비추는 조명은 감실의 깊이를 지웁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씨앗페에 작품을 낸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이재민은 그 구조에 작품 세 점으로 참여했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고 적어 둔 작가입니다. 예술인의 일이 일로 인정받지 못해 금융에서 밀려나는 구조를 푸는 자리에 그가 작품을 내놓은 것은, 그 문장과 같은 방향의 걸음입니다.

이재민의 작업을 처음 만나는 분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밤1〉을 권합니다. 이 작가의 문법이 가장 단순하게 드러난 화면이고, 색이 차분해 어느 벽에나 앉습니다. 작업이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 싶은 분께는 〈핵〉입니다. 세 점 중 가장 작은 화면인데 가장 오래 붙들립니다.

이재민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 세 점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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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이재민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자연에서 발견한 실제 돌을 캔버스에 오브제로 배치하고 그 주변에 같은 돌의 이미지를 정교하게 그려 넣는 화가입니다. 현실의 물질과 재현된 이미지가 한 화면에 공존하며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듭니다(경기일보, 2026년 9월 13일). 경기 양평에서 '이재민 미술의 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은 어떤 기법인가요? A. 캔버스에 홈을 내어 실제 돌을 박아 넣고, 그 옆이나 주변에 아크릴로 같은 돌을 확대해 그리는 방식입니다. 씨앗페 출품작 세 점 모두 이 기법으로 제작됐습니다.

Q. 최근 전시는? A. 2026년 9월 3일부터 16일까지 수원 해움미술관 전시실에서 가을기획전 《돌과 나무》가 열렸습니다. 정세학 작가와의 2인전으로 두 작가의 회화 40여 점이 걸렸고, 이재민은 '담배피는 까마귀', '고글을 낀 새', '파랑새' 등을 선보였습니다.

Q. 작업의 주제는 돌에 한정되나요? A. 아닙니다. 경기일보는 그의 작업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반전과 핵무기의 위험성, 세계 평화, 환경과 생태계의 문제로까지 시선을 확장한다"고 전했습니다. 씨앗페 출품작 〈핵〉이 그 지점에 놓인 작품입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이재민 작품은 몇 점이고 어떤 것인가요? A. 세 점입니다. 〈핵〉(2022,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46x61cm), 〈아직도 어두운 밤1〉(2023, 61x61cm), 〈아직도 어두운 밤2〉(2023, 61x61cm).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Q. 이재민 작품 가격대는? A. 〈핵〉이 ₩3,000,000, 〈아직도 어두운 밤1〉과 〈아직도 어두운 밤2〉가 각각 ₩4,000,000입니다.

Q. 이재민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이재민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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