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족미술인협회 이사장 이승곤은 미술교사였고, 학교 공간을 바꾸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가 씨앗페에 낸 아홉 점은 삼각산의 사계와 몽골 초원의 수채화입니다. 작은 종이 위의 풍경이 어디서 왔는지 따라 읽습니다.
이승곤 — 교실을 고치던 사람이 삼각산을 그린다

이승곤이 씨앗페에 낸 작품은 아홉 점입니다. 가장 큰 것이 41x27cm. 종이에 수채로 그린 작은 풍경들입니다.
이 규모를 먼저 말하는 이유는, 이 작가의 바깥 이력이 그 반대편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단법인 한국민족미술인협회 이사장. 1980년대 민중미술의 흐름을 이어온 전국 규모 단체의 대표이고, 언론에 그의 이름이 나올 때는 대개 그 직함과 함께입니다. 그런 사람이 씨앗페에 내놓은 것이 삼각산과 몽골 초원을 그린 손바닥만 한 수채화들입니다.
이 글은 그 간격을 따라 읽습니다.
협회 이사장이라는 자리
이승곤의 이름이 최근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자리는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를 둘러싼 일입니다.
한국 민중미술의 선구자 오윤(1946~1986)이 1973년 동료 오경환·윤광주와 함께 제작한 테라코타 부조가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지점 건물에서 다시 발견됐습니다. 오랫동안 가벽 뒤에 가려져 멸실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건물 매각 과정에서 확인된 작품이었고, 건물 철거가 예정되면서 다시 훼손 위기에 놓였습니다.
뉴시스가 2026년 8월 4일 보도한 해체·반출 작업 기사에는 이 일을 맡은 추진위원회의 구성이 실려 있습니다.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는 신학철 화백과 정희성 시인,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민웅 상임위원장과 서인형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오윤의 차남 오상엽, 류연복 한국민예총 이사장, 이승곤 한국민족미술인협회 이사장,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 석좌교수, 조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 뉴시스, 2026년 8월 4일
하루 앞선 8월 3일 뉴시스가 배포한 현장 사진의 설명은 더 단순합니다. "'오윤 테라코타' 설명하는 이승곤 한국민족미술인협회 이사장." 해체를 앞둔 벽화 앞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협회는 이 보존 사업의 공동 주체이기도 했습니다. ABC뉴스는 2026년 7월 25일 기사에서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위원장 서인형)와 사단법인 한국민족미술인협회(이사장 이승곤)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예술인협동조합)의 주관으로" 관훈갤러리에서 보존 기금 마련 전시를 연다고 전했습니다.
협회장으로서의 활동은 다른 자리에도 있습니다. 2025년 5월 2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문화예술위원회·K-문화강국위원회와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의 정책협약식에 참석한 15명의 문화예술활동가 명단에 그의 이름이 있습니다(스포츠경향, 2025년 5월 28일). 협약에는 문화예산 확대와 예술인 직업정책 전환 등이 포함됐습니다.
작가로서의 자리도 물론 있습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헤이리 논밭갤러리에서 열린 한국민족미술인협회 서울지회 정기전 《? 그리고 !》의 참여 작가 34명 명단에 이승곤이 있습니다. 한겨레:온과 파주에서신문이 같은 명단을 전하고 있고, 두 매체 모두 그를 "사회, 인권 존중과 문화 예술적 심미안적 작품"으로 참여한 작가군에 넣었습니다.
그 전시의 취지문은 제목의 두 부호를 이렇게 풀었습니다. "?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가열찬 물음을, !는 이에 대한 실천적 해결을 말한다. ?에서 !로 이어지는 지난한 과정을 이 시대의 실천적 미술인들은 치열한 작업을 통해 보여줄 것이다." 같은 전시에 주재환·박재동·박흥순·심정수·(고)손장섭 등 서른네 명의 이름이 함께 올라 있습니다.
학교라는 현장
이승곤이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에 따르면, 그의 본업은 오래 미술교육이었습니다. 청주사범대학과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고등학교 미술교사로 근무했습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그는 학교 공간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두고 두 권의 책을 함께 썼습니다. 『학교공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창비교육)와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공간 혁신』(해냄에듀). 그린스마트미래학교 교육기획가로 퇴계원중학교, 평택고등학교, 조종중·고등학교, 설악중학교, 가평초등학교, 가평고등학교 개축에 참여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가족여행서 『사교육비 모아 떠난 지구촌 배낭여행』(삼성출판사)도 펴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건물 도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얼핏 다른 일 같지만, 두 가지는 같은 질문을 공유합니다. 사람이 하루를 보내는 공간이 그 사람에게 무엇을 하는가. 학교 공간 혁신은 복도와 교실의 배치를 바꿔 아이들이 지내는 시간의 질을 바꾸려는 일이고, 그의 그림도 매일 오르내리는 산과 천변을 화면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미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 글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그림이라는 매체는 그리는 작가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기쁨과 행복을 주고,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미술의 언어는 우리 삶을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든다는 것. 그러면서도 미술은, 또 작가는 시대의 아픔에 함께해야 한다고 그는 씁니다.
앞의 두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이 작가를 반씩 설명합니다. 작은 수채화와 협회 이사장이라는 자리가 그 두 문장 각각에 놓입니다.
삼각산 사계와 몽골
씨앗페 출품작 아홉 점은 두 묶음으로 나뉩니다.
삼각산 묶음. 〈삼각산의 봄〉(2026), 〈삼각산의 여름〉(2021), 〈삼각산의 겨울〉(2025), 그리고 삼각산 자락의 봉우리를 그린 〈오봉〉(2020). 여기에 서울 강북을 흐르는 하천을 그린 〈우이천 백로〉(2020)와 〈팔당리 미루나무〉(2020)가 붙습니다. 삼각산은 북한산의 옛 이름이고, 오봉은 그 능선에 바위 봉우리 다섯이 나란히 솟은 자리입니다. 화가가 멀리 나가지 않고 사는 동네를 그렸다는 뜻입니다.
몽골 묶음. 〈몽골 엘승타사르카이사막〉(2025년 8월 13일), 〈테랠지-솜다리〉(2025년 8월), 〈몽골 초원-용담화〉(2025). 제작 연도에 날짜까지 적혀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2025년 8월에 몽골에 머물며 현장에서 그린 그림들로 읽히고, 제목에 붙은 '솜다리'와 '용담화'는 그 땅에서 본 꽃의 이름입니다.
두 묶음을 나란히 두면 이 작가가 풍경을 대하는 방식이 드러납니다. 삼각산은 같은 산을 계절만 바꿔 세 번 그린 것이고, 몽골은 한 달 안에 서로 다른 세 장소를 그린 것입니다. 하나는 시간을 축으로, 하나는 장소를 축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두 축 모두 현장에서 종이와 물감으로 해결됩니다. 수채는 고쳐 칠하기 어려운 재료이고, 한번 번진 물기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아틀리에에서 오래 다듬는 그림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끝내는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아홉 점 가운데 여섯 점은 이미 판매가 끝났습니다. 삼각산 삼 형제 중 봄과 여름과 겨울, 그리고 몽골 세 점입니다. 지금 살 수 있는 것은 2020년에 그린 수채화 세 점입니다.
〈오봉〉 — 2020년, 종이에 수채, 32x25cm
하늘은 옅은 파랑이 번진 자리와 흰 종이가 그대로 남은 자리로 나뉘고, 오른쪽 위에 흰 점 하나가 낮달처럼 떠 있습니다. 능선은 초록과 황토가 섞인 짧은 붓질로 덮였고, 그 위로 회백색 바위 봉우리들이 솟아 있습니다. 화면 앞쪽은 잎이 다 떨어진 잔가지들이 가늘게 얽혀 있어, 나뭇가지 사이로 산을 올려다보는 시선이 됩니다. 채색보다 펜과 연필로 그은 선이 더 많이 남아 있는 화면입니다. 오른쪽 아래에 '오봉 2020'이라는 글씨와 붉은 낙관이 찍혀 있습니다.
- 32x25cm · 종이에 수채 · ₩600,000
- 작품 페이지 →
〈팔당리 미루나무〉 — 2020년, 종이에 수채, 22x35cm

화면 한가운데에 미루나무 한 그루가 세로로 길게 서 있습니다. 노랗게 물든 잎이 가는 붓끝으로 하나하나 찍혀 있고, 나무 뒤로는 황토색 띠 하나가 낮게 지나갈 뿐 배경이 거의 비어 있습니다. 왼쪽 아래에 작은 나무 한 그루가 곁가지처럼 서 있어 화면이 완전히 대칭으로 굳지 않습니다. 가을 나무 한 그루만으로 화면을 버티게 하는 그림입니다.
- 22x35cm · 종이에 수채 · ₩600,000
- 작품 페이지 →
〈우이천 백로〉 — 2020년, 종이에 수채, 32x23cm

우이천은 서울 강북구를 지나 중랑천으로 합류하는 하천입니다. 산이 아니라 물가로 시선을 내린 그림으로, 앞의 두 점과 같은 2020년에 같은 재료로 그려졌습니다. 세 점을 나란히 걸면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자기 동네에서 무엇을 보았는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 32x23cm · 종이에 수채 · ₩600,000
- 작품 페이지 →
판매 완료된 여섯 점
- 〈삼각산의 봄〉(2026, 종이에 수채, 35x25cm) — 판매 완료
- 〈삼각산의 여름〉(2021, 종이에 수채, 35x25cm) — 판매 완료
- 〈삼각산의 겨울〉(2025, 41x27cm) — 판매 완료
- 〈몽골 엘승타사르카이사막〉(2025.8.13) — 판매 완료
- 〈테랠지-솜다리〉(2025.8) — 판매 완료
- 〈몽골 초원-용담화〉(2025) — 판매 완료
작은 그림의 크기
이 작가의 작품을 한 점 들이려는 분께 미리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화면이 작습니다. 가장 큰 것이 41x27cm이고, 지금 살 수 있는 세 점은 모두 32cm 안팎입니다.
그리고 아홉 점 중 여섯 점이 이미 판매됐다는 점도 함께 봐 주십시오. 지금 남은 세 점은 모두 2020년에 그린 것입니다. 산 하나와 하천 하나와 나무 한 그루. 한 해 동안 한 사람이 걸어 다닌 반경이 그대로 남은 셈입니다.
작은 화면은 벽을 압도하지 않습니다. 대신 가까이서 봐야 하는 그림이 됩니다. 〈오봉〉의 앞쪽에 얽힌 잔가지들이나 〈팔당리 미루나무〉의 잎 한 장 한 장은 멀리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현관 옆 벽, 책상 위, 복도 끝처럼 사람이 스치듯 지나가지 않고 잠깐 멈추는 자리에 맞는 크기입니다. 세 점을 나란히 거는 것도 방법입니다. 같은 해, 같은 재료, 같은 손이라 세 점이 한 세트처럼 붙습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이승곤이 씨앗페에 작품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전국 규모 미술인 단체의 대표가 동료 예술인을 위한 기금 조성에 작품으로 참여하는 일은, 그가 협회 이사장으로서 해온 일과 같은 선 위에 있습니다. 민중미술의 흐름을 이어온 단체가 해온 일이 대체로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 위기에 놓인 작품을 지키는 일, 예술인의 처지를 정책의 언어로 옮기는 일, 그리고 동료의 자리를 만드는 일.
그가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 글의 마지막 문장이 그 자리를 그대로 말합니다. 미술은, 또 작가는 시대의 아픔에 함께해야 한다고.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을 소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승곤은 어떤 작가인가요? A. 사단법인 한국민족미술인협회 이사장이자 미술교육자입니다.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에 따르면 청주사범대학과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고등학교 미술교사로 근무했으며, 그린스마트미래학교 교육기획가로 여러 학교의 개축에 참여했습니다. 작업은 종이에 수채로 그린 풍경이 중심입니다.
Q. 한국민족미술인협회는 어떤 단체인가요? A. 1980년대 민중미술의 흐름을 잇는 전국 규모의 미술인 단체입니다. 서울지회는 2022년 12월 헤이리 논밭갤러리에서 정기전 《? 그리고 !》를 열었고, 이승곤도 참여 작가 34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한겨레:온·파주에서신문, 2022년 12월).
Q.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일에는 어떻게 참여했나요? A.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에 한국민족미술인협회 이사장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뉴시스, 2026년 8월 4일). 협회는 추진위원회와 함께 보존 기금 마련 전시의 공동 주체이기도 했습니다(ABC뉴스, 2026년 7월 25일).
Q. 저서는 무엇이 있나요? A.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에 따르면 『학교공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창비교육, 공저),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공간 혁신』(해냄에듀, 공저), 『사교육비 모아 떠난 지구촌 배낭여행』(삼성출판사)이 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이승곤 작품은 몇 점인가요? A. 아홉 점입니다. 삼각산과 서울 하천을 그린 여섯 점, 2025년 몽골에서 그린 세 점으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여섯 점은 판매가 끝났고, 2020년작 수채화 세 점(〈오봉〉·〈팔당리 미루나무〉·〈우이천 백로〉)을 지금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Q. 이승곤 작품 가격대는? A. 현재 구매 가능한 세 점은 모두 ₩600,000입니다. 종이에 수채로 그린 32cm 안팎의 작은 화면입니다.
Q. 이승곤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이승곤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관련 매거진
씨앗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