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의 전통 채색 기법으로 현대인의 얼굴을 그리는 작가 오아(본명 김성은). 초승달과 기물이 숨어 있는 인물화에서 2023년 호반문화재단 H-EAA 우수상까지, 한 화가의 화면을 따라 읽습니다.
오아 — 장지 위에 분채로, 인물의 표정에서 심리를 꺼내는 화가

화면 전체가 붉습니다. 배경도 붉고, 인물이 입은 옷도 붉습니다. 그 붉음 한가운데에 여자가 등을 반쯤 보이며 서 있고, 낮게 틀어 올린 머리 위에 검은 까마귀가 내려앉아 있습니다. 새는 부리에 반투명한 붉은 덩어리를 물었습니다. 여자의 귀에는 진주 한 알이 걸려 있습니다. 여자는 새를 보지 않습니다. 옆얼굴만 조금 보일 뿐, 표정이 우리 쪽으로 오지 않습니다.
씨앗페에 들어온 오아의 작품 〈내맘도 몰라주고〉입니다. 2025년, 장지에 먹과 분채, 60.6x72.7cm.
제목이 이미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누가 누구의 마음을 몰라주는지는 그림이 밝히지 않습니다. 머리 위의 새인지, 화면 밖의 누군가인지, 아니면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인지. 이 작가의 인물화가 작동하는 방식이 여기 있습니다. 표정은 절반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인물 주변의 사물이 대신 말합니다.
오아, 그리고 김성은
'오아'는 작업에 쓰는 이름입니다. 본명은 김성은입니다. 조선일보 아시아프(ASYAAF) 작가룸의 작가 소개가 '오아(김성은)'로 두 이름을 함께 적고 있고, 2022년 첫 개인전 《달에서 달에게》에 붙은 평론(아트앤팁 매거진, 2023년 1월 5일)도 같은 표기를 씁니다.
학력은 아시아프 작가룸 프로필에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동 대학원 동양화과 박사과정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한겨레(2023년 8월 23일)도 같은 시기 그를 "현재 홍익대에서 동양화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작가로 소개하며,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독일로 건너가 세라믹을 전공하고 돌아왔다고 전했습니다.
첫 개인전은 2022년 2월 서울 삼청동 아트스페이스 영에서 연 《달에서 달에게》(2월 3일~11일)였습니다. 같은 해 아트로직 스페이스에서 《짙은 방》을 열었습니다. 개인전 두 번이 같은 해에 붙어 있습니다.
단체전과 아트페어는 그 앞뒤로 이어집니다. 2022년 파리 카루젤 뒤 루브르에서 열린 FOCUS ART FAIR, 같은 해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프, 갤러리 일호 신진작가 선정전 《꿈과 마주치다》, 광화문 미디어글라스 《세종이야기》. 2023년에는 갤러리1707 《몽상 드 한양》, 갤러리일호 《스며들다》, 부산 벡스코 BAMA 화랑아트페어. 2024년 갤러리 언플러그드 《A Finding Persona》와 인사갤러리 《In my loneliest hours》, 2025년 이천시립미술관 《띠그림전》까지 이어집니다.
2023년, 588명 가운데
2023년 10월 26일, 호반문화재단은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전 'H-EAA' 시상식을 열었습니다. 그해 공모에는 588명이 지원했고, 포트폴리오 심사와 작품 실물 심사를 거쳐 10명이 최종 선정됐습니다. 대상은 문호 작가, 우수상은 오아 작가였습니다. 재단은 대상 3,000만원, 우수상 1,000만원 등 총 4,80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습니다. 선정 작가 10인의 출품작과 대표작 40여 점은 서울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선정작가전으로 전시됐습니다.
여러 매체가 이 시상식을 보도하면서 오아를 소개한 한 문장이 거의 그대로 반복됩니다. "인물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심리를 표현하는 오아 작가." 재단이 배포한 자료의 문장으로 보이지만, 공교롭게도 작가 본인이 아시아프 작가룸에 써 둔 자기소개와 정확히 겹칩니다.
"평소 가장 자주 접하는 시선 중의 하나인 '인물'의 모습, 그 중에서도 인물의 표정과 몸짓을 통한 심리 표현에 관심이 많습니다." — 아시아프 작가룸, 오아(김성은) 작가 프로필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이력에 따르면, 작품은 호반문화재단에 소장돼 있습니다.
작업의 문법 — 재료를 먼저 보아야 하는 그림
오아의 그림은 재료 이름을 알고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장지(壯紙) 위에 먹과 분채, 호분을 올립니다. 아교로 안료를 붙여가며 얇게 여러 번 쌓는 전통 채색 기법입니다. 한겨레는 그를 "장지 위에 분채, 호분 등을 활용한 동양적인 기법을 통해 세밀하게 인물들을 그려"내는 작가로 소개했습니다.
이 방식이 왜 중요한지는 작가 본인이 씨앗페 출품작에 붙인 작업 노트에 적어 두었습니다.
"아교와 분채를 다루는 느리고 집요한 과정은 고단하지만, 그 결과는 선명하다. 점차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전통 채색 기법이지만, 실제 작품을 마주한 관람자들은 재료에서 비롯되는 밀도와 깊이의 차이를 즉각적으로 인식하며, 이 집요한 과정은 나의 정서와 태도를 가장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 작가가 씨앗페 출품작에 붙인 작업 노트
재료를 고르는 일이 곧 태도를 고르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느리고 집요한 재료를 골랐기 때문에 느리고 집요한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것. 〈내맘도 몰라주고〉의 붉은 바탕이 인쇄물의 빨강과 다르게 보이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한 번에 칠한 면이 아니라 여러 겹이 눌려 있는 면입니다.
색을 대하는 관점도 같은 노트에 있습니다.
"나에게 색은 조형적 언어를 넘어, 일상의 경험과 감정, 사고의 습관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나는 나의 우울한 정서를 흑백으로 단정하고 싶지 않았고, 색을 통해 감정이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기보다 복합적인 층위로 머무르기를 원했다." — 같은 노트
우울을 흑백으로 그리지 않겠다는 문장. 이것이 붉은 화면의 근거입니다.
색에 대한 감각이 어디서 왔는지도 같은 노트에 적혀 있습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처음 마주한 흑인의 피부에서 느낀 "깊고 다채로운 색감의 충격"이 자기 색채 실험의 출발점이 됐다고 밝히며, 그 인물들이 특정한 누군가의 재현이 아니라 "나의 정서와 감각을 이입하고 대체하는 대상"이라고 설명합니다. 그에게 색은 "외형을 설명하는 요소가 아니라, 감정을 대신 말하는 언어"입니다.
표정과 기물 — 평론이 읽어낸 장치
첫 개인전 《달에서 달에게》에 대한 평론을 쓴 이장훈 큐레이터는 이 작가의 화면에서 두 개의 층을 읽어냈습니다. 인물의 표정이 하나이고, 인물 주변에 놓인 기물이 다른 하나입니다.
평론은 이 작가를 우회해서 소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글은 노자 『도덕경』의 첫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해, 달을 그릴 때 달을 직접 칠하지 않고 달무리를 칠해 달을 드러내는 동양 회화의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씁니다. "나는 이러한 태도를 (…) 동양회화를 전공하여 처음 세상에 내보이는 김성은의 작품에 대한 이 글에 적용하고자 한다. (…) 함부로 단정짓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평론이 먼저 다룬 작품은 수묵담채로 그린 〈부산에 가면〉입니다. 가수 최백호를 그린 인물화인데, 글쓴이는 이 작품이 "'터럭 한 올이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一毫不寫, 便是他人)'는 우리나라 초상화의 전통을 충실하게 학습한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습니다. 얼굴은 치밀하게, 상반신과 마이크는 빠른 붓놀림으로 처리한 대비에서 이 작가가 전달하려는 것이 "가수의 아름다운 외모가 아니라 세월이 켜켜이 쌓일 때만 느낄 수 있는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임을 읽어냅니다.
"김성은은 인간이 지닌 깊은 감정의 호수를 주변의 기물을 통해 암시하였다." — 아트앤팁 매거진, 2023년 1월 5일
평론은 그 예로 환희에 찬 표정으로 뛰어오른 여자 아래에 맥북과 커피, 부러진 포크와 핸드백이 떨어져 있는 〈Take on me〉를 들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환희에 차 있지만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생은 이율배반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속 저 여인들은 과연 환희에 찬 것일까." — 같은 글
그리고 그 전시의 대표작으로 〈Lea〉(2022, 장지에 먹과 분채, 145×112cm)를 꼽습니다. 아름답게 그려진 여인이 정작 표정을 잃은 채 앉아 있고, 유리병 속에 갇힌 초승달과 테이블에 박힌 도끼가 그 옆에 놓여 있는 그림입니다. 평론은 "이러한 갑갑함은 여인의 감춰진 표정과 유리병 속에 갇힌 초승달, 테이블에 박힌 도끼를 통해서도 전해"진다고 썼습니다.
작가가 그 전시의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초승달'이었습니다. 희망이자 거울이자 추억, 또 다른 자아. 평론은 글의 마지막을 이렇게 맺습니다. "이번 전시가 김성은의 New Moon이 되기를 바라며."
〈내맘도 몰라주고〉를 다시 보면 같은 장치가 작동합니다. 표정은 가려졌고, 대신 머리 위에 까마귀가 있으며, 그 부리에는 붉은 무언가가 물려 있습니다. 무엇인지 그림은 말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이 작가의 방식입니다.
슬픔을 약함이라 부르지 않기
씨앗페 출품작에 붙인 작업 노트는 이 화가가 무엇을 그리려 하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말합니다.
"나의 정서는 슬픔이다. 그것은 특정 사건에 귀속되지 않은 채, 일상의 저변에 낮게 깔려 있는 알 수 없는 슬픔에 가깝다."
그리고 곧바로 그 슬픔을 다시 정의합니다.
"나의 슬픔은 약함이 아니라 오래 버텨온 흔적이며, 회화 작업은 이 정서를 바탕으로 인물을 대상화하기보다 공감의 대상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인물을 '대상'이 아니라 '공감의 대상'으로 놓겠다는 말입니다. 같은 노트에서 작가는 자신이 다루는 상실이 "차갑게 단절된 상태가 아니라, 사라진 이후에도 감정의 온도가 남아 있는 상태"라고 적었습니다. 출품작에 그가 붙인 부제가 '상실의 온기'인 이유입니다. 그는 이 태도를 "떠나간 것 이후에도 관계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이 작가에게 '본다'는 일은 확인이 아니라 감각의 문제가 됩니다.
"눈은 단순히 사실을 인지하는 기관이 아니라, 대상이 지나온 시간과 그 사이의 공기를 감각하는 매개체이며, 나의 회화는 그러한 감각을 한 화면에 응축하는 장치가 된다." — 같은 노트
노트는 작업 방식도 밝힙니다. 작가는 하나의 인물을 그리기 전에 "수많은 유사한 장면을 가정하고, 그중 가장 효과적인 시선을 선택"합니다. 그러면서 그 선택이 "철저히 주관적인 선택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려는 태도"라고 덧붙입니다. 그림이 하나의 해석으로 수렴되기보다 관객의 시선이 흩어지고 넓어지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정서와 주변 인물들의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을 인물 누드의 형식으로 다루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씨앗페 출품작 읽기
〈내맘도 몰라주고〉 — 2025년, 장지에 먹과 분채, 60.6x72.7cm
붉은 바탕, 붉은 옷, 검은 새. 앞에서 읽은 두 층 — 가려진 표정과 말하는 기물 — 이 한 화면에 함께 있습니다. 새가 부리에 문 붉은 덩어리는 그림 안에서 유일하게 투명한 것이고, 인물의 귀에 걸린 진주는 유일하게 흰 것입니다. 붉은 단색 화면에서 이 두 점이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작가가 노트에서 '응시'를 거듭 말하는 이유를 실물 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인물은 관객을 보지 않고, 관객은 인물을 봅니다. 그 어긋남이 그림의 내용입니다.

- 60.6x72.7cm · 장지에 먹과 분채 · 2025 · 판매 완료
- 작품 페이지 →
이 작품은 이미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오아 작가 페이지에서 현황을 확인하실 수 있고, 그림을 처음 들이는 분이라면 처음 그림을 사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를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오아가 씨앗페에 작품을 낸 이유는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닙니다.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인물을 대상이 아니라 공감의 대상으로 보겠다고 적은 작가가 동료를 위해 그림 한 점을 내놓는 일은 따로 설명이 필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노트에 쓴 문장과 같은 일을 화면 바깥에서 한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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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오아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장지에 먹과 분채를 올리는 전통 채색 기법으로 현대인의 인물화를 그리는 작가입니다. 본명은 김성은이며, 아시아프 작가룸 프로필에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와 동 대학원 박사과정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인물의 표정과 몸짓을 통한 심리 표현에 관심을 두고 작업합니다.
Q. '오아'와 '김성은'은 같은 사람인가요? A. 같은 사람입니다. 조선일보 아시아프 작가룸이 '오아(김성은)'로 표기하고 있고, 2022년 첫 개인전 평론(아트앤팁 매거진, 2023년 1월 5일)도 같은 표기를 씁니다.
Q. 어떤 재료로 그리나요? A. 장지 위에 먹과 분채를 씁니다. 아교로 안료를 붙여 얇게 여러 번 쌓는 전통 채색 기법입니다. 작가는 씨앗페 출품작 작업 노트에서 이 과정을 "느리고 집요한 과정"이라 부르며, 실물을 보면 재료에서 오는 밀도와 깊이의 차이를 즉각 알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Q. 수상 이력은 어떻게 되나요? A. 2023년 호반문화재단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전 'H-EAA'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해 공모에는 588명이 지원해 10명이 선정됐고, 대상은 문호 작가였습니다. 재단은 우수상에 1,000만원을 포함해 총 4,80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고, 선정작가전은 서울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열렸습니다.
Q. 개인전은 어디서 열었나요? A. 2022년 2월 서울 아트스페이스 영에서 《달에서 달에게》(2월 3일~11일), 같은 해 아트로직 스페이스에서 《짙은 방》을 열었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오아 작품은 무엇인가요? A. 〈내맘도 몰라주고〉(2025, 장지에 먹과 분채, 60.6x72.7cm) 한 점입니다. 현재 판매 완료 상태입니다. 작가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씨앗페에서 작품을 사면 수익은 어디로 가나요? A.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출품 작가들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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