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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숙 — 궁중의 그림을 홍성에서 다시 그리는 사람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년 9월 21일 · 씨앗페

십장생도와 일월오봉도 같은 궁중 채색화의 도상을 비단 위 분채로 다시 짜는 민화 작가 신광숙. 홍성의 협회장으로 지역에서 민화를 이어 온 자리와 씨앗페 출품작 두 점을 따라 읽습니다.

신광숙 — 궁중의 그림을 홍성에서 다시 그리는 사람

신광숙, 〈십장생 No.1〉, 비단에 분채, 44.5x36.5cm — 폭포를 가운데 두고 학과 사슴이 마주 선 화면
신광숙, 〈십장생 No.1〉, 비단에 분채, 44.5x36.5cm — 폭포를 가운데 두고 학과 사슴이 마주 선 화면

화면 위쪽 절반은 청록빛입니다. 구겨진 종이를 펴 놓은 듯한 결이 화면 가득 번져 있고, 그 결 위로 폭이 다른 세로 띠들이 겹칩니다. 아래쪽 절반은 옅은 살구빛 바탕인데, 자세히 보면 그 면에도 무늬가 있습니다. 전서체 도장을 찍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 글자 모양들이 바탕색과 거의 같은 톤으로 줄지어 박혀 있습니다.

그 두 면을 가로지르며 폭포 한 줄기가 곧게 떨어집니다. 폭포가 시작되는 자리에는 흰 소나무 잎이 뭉게구름처럼 얹혀 있고 그 사이에 붉은 열매가 하나 보입니다. 폭포가 닿는 바닥에서는 물보라가 흰 덩어리로 부서집니다. 오른쪽에는 목을 길게 뽑은 단정학이 서 있고, 그 아래로 흰 사슴 한 마리가 초록 솔가지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왼쪽 가장자리에는 작은 소나무 한 그루, 오른쪽 중간에는 붉은 불로초가 무리 지어 솟아 있습니다.

십장생도입니다. 해와 산, 물과 소나무, 학과 사슴과 불로초 — 오래 사는 것들만 골라 한 화면에 모아 놓은 우리 옛 그림의 한 갈래. 신광숙은 그 목록에서 몇 가지를 덜어 내고, 남긴 것들을 새로 배치했습니다.

"이 작품은 전통 십장생도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도 요소를 절제하고 재구성하여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화면에는 폭포를 중심으로 학과 사슴, 소나무, 불로초를 배치하여 자연이 순환하는 생명의 질서를 표현하였다." — 신광숙, 씨앗페 출품작에 붙인 작업 노트

홍성에서 민화를 이어 온 자리

신광숙은 홍성궁중채색민화협회의 회장입니다. 2025년 11월 뉴스티앤티가 이 협회의 전시를 보도하며 그를 회장으로 소개했고, 이듬해 1월 동국대학교가 동문 소식에서 같은 직함을 다시 확인해 줍니다.

협회의 전시는 홍성문화원 전시실에서 열렸습니다. 2025년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제목은 '민화 궁중 채색화 展'이었고, 부제가 '궁중채색화 세 번째 이야기'였습니다. 신광숙을 포함해 열한 명의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회장으로서 그가 남긴 말은 전시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협회 창립 이후 세 번째이자 우리 궁중채색민화가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도약이라 생각한다." — 뉴스티앤티, 2025년 11월 19일

같은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민화를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서 함께 걸어온 시간만큼 앞으로의 길 또한 따뜻한 관심과 응원으로 함께 해주시라 믿는다."

'세 번째'라는 말과 '함께 걸어온 시간'이라는 말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한 번의 전시가 아니라 이어지는 순번이고, 혼자가 아니라 협회입니다. 민화가 오래도록 배움과 전승의 공동체를 통해 이어져 온 장르라는 사실이, 충남의 한 문화원 전시실에서도 같은 모양으로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작업 바깥의 활동도 그 방향입니다. 동국대학교는 신광숙이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민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 온" 작가라고 전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과 그림을 나누는 일이 한 사람 안에서 붙어 있습니다.

국회로 간 '빛'

2026년 2월, 신광숙의 작업은 여의도에서 한 차례 소개됐습니다. 그가 속한 3인 그룹 'BTF'가 그해 국회문화공간조성기획전에 뽑혀, 국회 의원회관 1층 국회아트갤러리에서 《민화의 현대적 해석 — 감각으로 피어나는 향(香)·음(音)·빛(光)》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세 작가가 각각 하나의 감각을 맡는 구성이었고, 신광숙이 맡은 것은 '빛'이었습니다.

동국대학교가 전한 소개는 그가 내놓은 작품과 태도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빛'의 영역에서 신광숙 작가는 홍성궁중채색민화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정원과 새, 봉황의 형상을 통해 지역 삶의 서사와 치유의 이미지를 펼쳐 보인다. 「숨의 정원」, 「꽃 피는 빛의 자리」 등 작품들은 은은한 분채의 색감과 섬세한 선을 통해 '모든 존재가 빛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동국대학교 동문 소식, 2026년 1월 21일

'모든 존재가 빛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림의 소재를 설명하는 문장이 아니라 태도를 밝히는 문장입니다. 권리라는 낱말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빛이 은혜가 아니라 권리라면, 그 빛을 받지 못하는 자리가 있다는 뜻이 됩니다. 씨앗페에 이 작가의 작품이 들어와 있는 이유를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같은 그룹은 민화뉴스의 전시 예고에도 소개됐습니다. 세 작가가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민화전공을 함께 거쳤고 길상화사 회원으로 여러 초대전과 아트페어에서 합을 맞춰 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학위의 단계에 대해서는 두 매체의 기록이 조금 다릅니다 — 동국대학교는 사진 설명에서 신광숙을 '석사과정 수료'로 적었고, 민화뉴스는 세 사람을 묶어 '민화전공 석사'로 소개했습니다. 어느 쪽인지는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재료 — 비단과 분채

씨앗페에 들어온 신광숙의 작품 두 점은 재료가 같습니다. 비단에 분채. 둘 다 2026년작입니다.

분채(粉彩)는 가루로 된 천연 안료를 아교에 개어 쓰는 전통 채색 재료입니다. 물감을 만들어 쓰는 단계부터 그림이 시작되고, 얇게 여러 번 올려야 색이 자리를 잡습니다. 비단은 그 안료를 앞뒤로 먹는 바탕이라 층이 쌓일수록 색이 안쪽에서 배어 나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가 "화려한 채색보다 절제된 색감과 비단 위 분채 특유의 깊이 있는 질감"이라고 적은 것은 이 성질을 가리킵니다.

두 점 모두 화면 어딘가에 넓은 여백을 남겨 두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십장생도의 아래쪽 살구빛 면, 일월오봉도의 위쪽 하늘. 옛 궁중 채색화가 화면을 빈틈없이 채우던 것과 반대 방향입니다.

씨앗페 출품작 두 점 읽기

두 점은 각각 다른 전통 화목에서 출발합니다. 하나는 민간에서도 널리 그려지던 십장생도, 다른 하나는 임금의 자리 뒤에만 펼쳐지던 일월오봉도입니다. 값은 두 점 모두 ₩600,000입니다.

〈십장생 No.1〉 — 2026년, 비단에 분채, 44.5x36.5cm

앞에서 본 그림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화면을 위아래로 가른 방식입니다. 위쪽은 결이 번진 청록의 면, 아래쪽은 옛 도장 무늬가 희미하게 깔린 살구빛 면. 두 면이 만나는 선을 기준으로 폭포와 사슴이 아래쪽에, 학과 불로초가 위쪽에 놓입니다. 상징들이 한 풍경 안에 모여 있다기보다, 두 개의 층에 나뉘어 놓인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는 이 질감에 대해 "여백과 반복되는 질감은 시간이 축적된 자연의 흔적을 상징하며, 전통 문양을 현대적인 패턴으로 재해석하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화면을 완성했다"고 적었습니다.

신광숙, 〈십장생 No.1〉, 비단에 분채, 44.5x36.5cm, ₩600,000
신광숙, 〈십장생 No.1〉, 비단에 분채, 44.5x36.5cm, ₩600,000

〈일월오봉도 No.1〉 — 2026년, 비단에 분채, 51.5x32cm

가로로 긴 화면입니다. 위쪽 3분의 1은 아무것도 없는 살구빛 하늘이고, 그 하늘의 왼쪽에 붉은 해가, 오른쪽에 흰 달이 하나씩 떠 있습니다. 가운데를 가장 큰 봉우리가 차지하고 좌우로 네 개의 봉우리가 낮아지며 늘어섭니다. 봉우리들은 뾰족하지 않고 둥근 달걀 모양이며, 표면에는 십장생도의 그것과 같은 번진 결이 덮여 있습니다.

왼쪽과 오른쪽 봉우리 위에는 붉은 줄기의 소나무가 한 그루씩 서 있고, 그 아래로 폭포 두 줄기가 떨어집니다. 화면 맨 아래는 파도입니다. 반원을 겹쳐 그린 청록의 물결 무늬가 화면 폭을 가득 채우며 반복됩니다.

해와 달, 다섯 봉우리, 두 그루 소나무, 폭포. 일월오봉도의 구성 요소가 모두 제자리에 있습니다. 바뀐 것은 산의 생김새와 표면입니다.

"산의 표면에는 자연이 오랜 시간 축적한 흔적을 연상시키는 질감을 더해 시간성과 생명력을 표현했으며 (…) 끊임없이 흐르는 물과 변하지 않는 산의 대비는 자연의 순환과 조화, 그리고 삶의 지속성을 상징한다." — 신광숙, 씨앗페 출품작에 붙인 작업 노트

신광숙, 〈일월오봉도 No.1〉, 비단에 분채, 51.5x32cm, ₩600,000
신광숙, 〈일월오봉도 No.1〉, 비단에 분채, 51.5x32cm, ₩600,000

두 점은 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십장생 No.1', '일월오봉도 No.1'. 연작의 첫 번째라는 표시입니다. 신광숙 작가 페이지에서 두 점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궁중의 그림을 집으로

일월오봉도는 본래 임금의 자리 뒤에 놓이던 그림입니다. 십장생도 역시 궁중에서 크게 그려 세밑에 나누던 그림이었습니다. 신광숙이 다루는 도상은 그 계통에 속합니다. 협회의 이름에 '궁중채색'이라는 말이 들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가 만든 화면의 크기는 작습니다. 두 점 모두 한 변이 50cm 안팎입니다. 궁전 벽을 채우던 구성을 책상 위나 현관 한 칸에 걸 수 있는 크기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비워 둔 여백도 그 쪽으로 작동합니다. 빈 곳이 많을수록 그림은 벽에서 덜 튑니다.

작가가 씨앗페에 제출한 소개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전통적 형식에 머무르기보다 오늘의 감각을 담되, "민화가 지닌 길상과 염원, 행복과 위로의 본질적인 의미를 소중히 계승하고자 한다"는 것. 뜻은 두고 자리를 옮기는 일 — 두 점이 하고 있는 일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씨앗페에서

씨앗페에 작품을 낸 작가들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대자들입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가고,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신광숙은 그 구조에 작품 두 점으로 참여했습니다.

모든 존재가 빛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해 온 작가가 동료의 어려움을 더는 자리에 그림을 내놓는 일은, 앞뒤가 맞는 걸음입니다. 협회를 이끌며 지역에서 해 온 일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민화를 처음 들이려는 분께는 〈일월오봉도 No.1〉을 권합니다. 구성이 좌우 대칭이라 어느 벽에 걸어도 자리를 잡고, 위쪽 여백이 넓어 답답하지 않습니다. 화면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재미를 찾는 분이라면 〈십장생 No.1〉 쪽입니다. 아래쪽 살구빛 면에 숨어 있는 무늬를 하나씩 찾아내는 것이 이 그림을 보는 방법입니다.

신광숙 작가 페이지에서 작품 두 점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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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신광숙 작가는 어떤 작가인가요? A. 전통 민화, 그중에서도 궁중 채색화 계통의 도상을 현대적인 색채와 조형으로 재해석하는 작가입니다. 홍성궁중채색민화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뉴스티앤티 2025년 11월 19일, 동국대학교 동문 소식 2026년 1월 21일),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민화전공을 거쳤습니다.

Q. 십장생도와 일월오봉도가 무엇인가요? A. 십장생도는 해·산·물·소나무·구름·학·사슴·불로초처럼 오래 사는 것들을 모아 그려 장수와 길상을 빌던 그림이고,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다섯 봉우리, 소나무와 폭포로 구성된 조선시대 궁중회화입니다. 신광숙은 두 도상의 구성을 유지하면서 요소를 덜어 내고 질감과 여백을 새로 짰습니다.

Q. 어떤 전시를 열었나요? A. 2025년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홍성문화원 전시실에서 홍성궁중채색민화협회의 '민화 궁중 채색화 展'(부제 '궁중채색화 세 번째 이야기')이 열렸고, 신광숙은 회장으로 참여했습니다. 2026년 2월 19일부터 3월 6일까지는 3인 그룹 'BTF'의 일원으로 국회 의원회관 1층 국회아트갤러리에서 《민화의 현대적 해석 — 감각으로 피어나는 향·음·빛》에 참여해 '빛'을 맡았습니다.

Q. '비단에 분채'는 어떤 재료인가요? A. 분채는 가루 안료를 아교에 개어 쓰는 전통 채색 재료로, 얇게 여러 번 올려 색을 쌓습니다. 비단 바탕에 올리면 색이 안쪽에서 배어 나오는 듯한 깊이가 생깁니다. 씨앗페 출품작 두 점 모두 이 재료로 그려졌습니다.

Q. 씨앗페에 나온 신광숙 작품은 몇 점이고 어떤 것인가요? A. 두 점입니다. 〈십장생 No.1〉(2026, 비단에 분채, 44.5x36.5cm)과 〈일월오봉도 No.1〉(2026, 비단에 분채, 51.5x32cm). 작가 페이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Q. 신광숙 작품 가격대는? A. 두 점 모두 ₩600,000입니다. 크기가 비슷하고 재료도 같아, 도상 가운데 어느 쪽이 마음에 드는지로 고르시면 됩니다.

Q. 신광숙 작품을 사면 어디로 수익이 가나요? A. 작품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작가에게 직접 갑니다.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적립되어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의 저금리 대출 재원이 됩니다. 신광숙은 자신이 그 차별의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을 돕기 위해 작품을 내놓은 연대자로 씨앗페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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