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원을 검색하는 사람의 숨은 마음은 '미술에 가까워지고 싶다'이다. 그 마음을 채우는 데 꼭 학원이 필요할까. 대부분의 컬렉터는 비전공자이고, 소유야말로 가장 강력한 미술 교육이라는 이야기.
미술학원을 검색하는 진짜 이유
"미술학원"을 검색하는 사람이 전부 입시생은 아니다.
성인 취미 미술 시장이 커지고 있다. 퇴근 후 아크릴화를 배우는 직장인, 주말마다 수채화 교실에 다니는 은퇴자,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싶은 부모.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미술에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구.
그런데 한 발짝 뒤에서 보면, 이 욕구에는 여러 갈래가 있다. 직접 그리고 싶은 사람이 있고, 잘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소장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이 셋은 비슷해 보이지만 출발점이 다르다.
그림을 그리려면 학원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림을 보고 소장하는 데도 학원이 필요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컬렉터의 대부분은 비전공자다
이 사실을 알면 마음이 좀 놓인다. 미술을 사는 사람들 중 미술을 전공한 비율은 생각보다 낮다.
세계적인 컬렉터들의 이력을 보자.
- 이건희 컬렉션의 주인공은 경영학을 공부한 기업인이었다
- 미국의 허브 보겔과 도로시 보겔 부부는 우체부와 사서였다. 두 사람의 연봉으로 4,700점 이상의 현대미술을 수집했다
- 일본의 마에자와 유사쿠는 밴드 드러머 출신 사업가다. 2017년 소더비 경매에서 바스키아 작품을 1억 1,050만 달러에 사들이며 화제가 됐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서울옥션블루의 공동구매 플랫폼 소투(SOTWO)가 2021년 8월 밝힌 바로는, 가입자의 95%가 기존 서울옥션과 거래한 적 없는 MZ세대였다. 미술을 사본 적 없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어온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나 온라인에서 작품을 접한 뒤 처음 구매에 나선 사람들이다.
미술을 배워야 미술을 살 수 있다는 건 편견이다. 요리를 배워야 맛집을 갈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그래도 감상 능력은 키울 수 있다
미술 교육이 필수는 아니지만, 약간의 교양은 감상을 확실히 풍요롭게 만든다. 이건 부정할 수 없다.
작품 앞에서 "예쁘다" 한마디로 끝나는 것과, "이 작가가 왜 이 색을 썼는지"를 짐작하면서 보는 건 다른 경험이다. 후자가 무조건 우월하다는 게 아니다. 다만 더 오래 볼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감상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다섯 가지가 있다.
1. 전시를 자주 가라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강력하다.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상설·기획전이 대부분 무료이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전시당 2,000~5,000원 수준인데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는 무료다. 한 달에 한 번만 가도 1년이면 눈이 달라진다. 핵심은 양이다. 많이 볼수록 비교의 기준이 생긴다.
2. 미술 서적을 한 권 읽어라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고전이지만 두껍다. 부담스러우면 윌 곰페르츠의 '발칙한 현대미술사'부터 시작해도 좋다. 한 권이면 미술사의 큰 흐름이 잡힌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볼 때 맥락이 생긴다는 뜻이다.
3.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하라
유튜브에는 미술 해설 채널이 넘친다. 전시 리뷰, 작가 인터뷰, 미술사 강의. 출퇴근길 20분이면 한 편을 볼 수 있다. 꼭 체계적일 필요 없다. 관심 가는 것부터 보면 된다.
4. 작가와 대화하라
갤러리 오프닝이나 아트페어에서 작가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다. 대화 한 번이면 작품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작가가 어떤 고민을 하면서 이 그림을 그렸는지를 들으면, 눈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5. 작품을 사라
이것이 다섯 번째이자, 사실은 첫 번째 방법이다.
소유가 최고의 교육인 이유
벽에 걸린 남의 그림과 내 벽에 걸린 내 그림.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작품을 사면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자연스럽게 검색하고, 전시를 찾아간다
- 같은 장르의 다른 작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비교의 눈이 생긴다
- 집에 걸어두고 매일 보면서 발견하는 것들이 있다. 처음엔 못 봤던 디테일, 빛에 따라 달라지는 색감, 계절에 따라 바뀌는 느낌
- 작품에 대해 설명하게 된다. 방문한 지인에게 "이건 이런 작품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감상이 언어가 된다
미술관에서 30초 보고 지나치는 그림과, 매일 아침 마주하는 그림은 관계의 밀도가 다르다. 소유는 감상을 일상으로 바꾼다. 그리고 일상이 된 감상은 교육보다 깊다.

30만 원짜리 교육 과정
미술학원 한 달 수강료가 보통 15만~30만 원이다. 매주 한 번, 한 달 네 번 수업을 듣는다.
같은 30만 원으로 판화 한 점을 살 수 있다. 그 판화는 한 달이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당신 곁에 있다. 매일 보고, 매일 느끼고, 가끔 누군가에게 이야기한다.
어느 쪽이 더 오래가는 교육일까.
물론 둘 다 하면 가장 좋다. 직접 그려본 경험이 있으면 다른 사람의 그림이 더 잘 보인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꼭 그려봐야만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요리를 못해도 좋은 식당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듯이, 붓을 잡아본 적 없어도 좋은 그림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이 매거진도 하나의 미술 교육이다
사실 당신은 지금 이미 미술 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미술시장의 채널들을 알게 됐고, 에디션과 원화의 차이를 배웠고, 판화의 세계를 살펴봤을지도 모른다. 씨앗페 매거진에는 작가 이야기부터 작품 보관법까지, 작품을 사고 즐기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교양이 담겨 있다.
읽는 것도 교육이고, 보는 것도 교육이고, 사는 것도 교육이다.
SAF 온라인 갤러리에는 175명 작가의 794점이 걸려 있다. 오윤의 목판화, 박재동의 수채화, 이철수의 판화. 10만 원대 소품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구매가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연 5%의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미술학원에 등록하기 전에, 그림 한 점을 먼저 사보는 건 어떨까. 벽에 걸린 그 한 점이 당신의 눈을 바꿀 것이다. 학원보다 천천히, 하지만 학원보다 오래.

함께 읽기
작품 사러 가기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을 소개합니다:
씨앗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