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그린 그림도 열네 점을 나란히 놓으면 밤이 열네 가지로 깔립니다. 윤곽이 또렷한 흰 보름달과 달무리가 번진 보름달, 검은 띠 속에 비워 둔 가는 달, 종이의 크림색으로 남겨 둔 밤, 안개로 밝힌 어두운 밤, 별가루 아래 선 말 한 마리까지.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의 작품으로 재료와 시선이 밤을 어떻게 바꾸는지 읽습니다.
밤과 빛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 — 같은 밤이 목판·옻칠·유채·사진 위에서 달라지는 열네 가지 방식

밤을 그린 그림은 한 장씩 보면 모두 어둡습니다. 열네 장을 나란히 놓으면 어둠의 결이 서로 다릅니다. 어떤 밤은 짙은 청색 하늘 위에 흰 달 하나를 오려 붙인 듯 뜨고, 어떤 밤은 하늘을 칠하지 않고 종이의 크림색을 그대로 둔 채 노란 달을 올립니다. 어떤 밤은 별 수백 개가 알록달록한 색종이처럼 흩어지고, 어떤 밤은 안개에 잠겨 오히려 환합니다. 작은 불빛 하나가 화면의 전부가 되는 밤도 있습니다.
2026년 10월 5일 기준으로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에서 제목이나 작품 설명, 화면에 밤과 달, 별, 어둠 속의 불빛이 나오는 출품작 가운데 열네 점을 골랐습니다. 글머리의 도판은 김준권의 〈Blue Moon-3〉입니다. 달을 그린 일곱 점, 별을 그린 세 점, 어둠이 주인공인 두 점, 어둠 속의 작은 불빛을 그린 두 점으로 나눠 읽고, 작품 사이의 비교는 도판에 보이는 색과 구도에 한정합니다.
따옴표로 묶은 문장은 작품 페이지에 실린 작가의 설명이거나 출처를 밝힌 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설명이 없는 작품은 화면에 보이는 것만 적었습니다. 열네 점 가운데 오윤과 남궁산의 두 점은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의 작품이고, 나머지 열두 점은 씨앗페 온라인 갤러리 출품작입니다. 손은영의 〈The Houses at Night,2021, #81〉은 이미 새 주인을 만났고, 나머지 열세 점은 작품 페이지에 가격이 실려 있습니다.
밤을 그린 오래된 이름들
작품으로 들어가기 전에 밤 그림에 붙어 온 이름을 두 가지만 짚어 둡니다.
녹턴. 표준국어대사전은 녹턴(nocturne)을 "조용한 밤의 분위기를 나타낸 서정적인 피아노곡"으로 풀고, 야상곡을 같은 말로 듭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실린 휘슬러 해설(H. Barbara Weinberg, 2010)은 제임스 맥닐 휘슬러가 작품을 구상하고 이름 붙일 때 심포니, 컴포지션, 하모니, 녹턴, 어레인지먼트 같은 음악의 추상적인 말을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해설은 1877년 런던의 그로브너 갤러리에 걸렸다가 비평가 존 러스킨의 혹평을 받은 〈검정과 금빛의 녹턴: 떨어지는 불꽃〉(1875)을 "거의 추상에 가까운 도시 풍경"으로 소개합니다. 해설에 실린 도판 가운데에는 1878년의 석판화 〈녹턴(녹턴: 배터시의 템스강)〉도 있어, 같은 이름이 판화의 제목에도 쓰였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월하와 월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신윤복필 풍속도 화첩」 항목은 이 화첩을 조선 후기 화가 신윤복이 그린 풍속화첩으로 설명합니다. 1970년 국보로 지정되었고, 일본으로 유출되었던 것을 1930년 전형필이 일본 오사카의 고미술상에서 구입해 와 새로 표구했다고 적습니다. 항목이 나열하는 수록작 서른 점에는 제목에 달 월(月)이나 밤 야(夜)가 든 작품이 여럿 있습니다. 「월하정인(月下情人)」, 「월야밀회(月夜密會)」, 「정변야화(井邊夜話)」, 「야금모행(夜禁冒行)」입니다.
아래에서는 열네 점의 도판으로 재료가 밤을 어떻게 다르게 만드는지를 봅니다.
달 — 흰 원 하나가 재료마다 달라진다
달은 일곱 점에 나옵니다. 목판은 달을 흰 원으로 비우거나 노란 원으로 찍고, 옻칠은 조개껍데기를 붙이고, 한지는 먹과 수채가 스민 푸른 결 위에 작은 원을 남기며, 사진은 달 둘레에 빛이 번지는 것을 그대로 잡습니다.
김준권 〈Blue night-4〉 — 청색의 농담 속 초승달

세로 화면입니다. 하늘의 위쪽은 먹색에 가까운 회청색이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청색이 맑아져 지평선 가까이에서는 밝은 청색이 됩니다. 화면 한가운데에서 조금 왼쪽에 흰 초승달이 뜨고, 달 아래로 능선이 보랏빛 청색에서 거의 검은 남색으로 겹겹이 낮게 깔립니다. 오른쪽 아래에는 검은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습니다. 가지는 뾰족뾰족한 덩어리로 찍혀 있고, 맨 앞의 땅에는 검은 풀이 거칠게 올라옵니다.
이 작품과 다음 작품의 재료란에 적힌 유성목판은 김준권이 오래 이어 온 기법입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 《김준권의 국토-판각장정》을 전한 서울문화투데이 기사(2025년 1월 20일, 김연신 기자)는 이 전시에 1992년부터 2024년까지 제작한 유성목판화 약 125점이 나온다고 전합니다. 같은 기사가 옮긴 작가의 글에는 "색이 적당히 감춰진 새벽이나 아침 사생을 좋아한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작가의 이력은 김준권 글에 있습니다.
- 18x22cm · 유성목판 · 2023 · ₩5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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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권 〈Blue Moon-3〉 — 가장자리가 또렷한 보름달

앞 작품보다 하늘이 훨씬 어둡습니다. 위쪽은 거의 검은 남색이고, 청색은 아래로 내려오면서야 살아납니다. 화면 가운데 왼쪽 위에 큰 흰 보름달이 있는데, 달의 가장자리가 또렷하고 둘레의 하늘은 밝아지지 않습니다. 달 안쪽에는 푸른 결이 아래에서 휘감아 오르듯 지나갑니다. 달 아래 양쪽에 소나무가 서서 가지를 층층이 펼치고, 왼쪽 소나무는 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져 있습니다. 두 언덕 사이 가운데 아래에는 연보라 능선이 V자로 열려 먼 산이 보이고, 맨 아래는 검정과 남보라가 알갱이처럼 섞인 땅입니다.
흰 달 하나가 어둠 속에 오려 낸 구멍처럼 놓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뒤에서 볼 이열의 사진 속 달과 가장 크게 갈립니다. 같은 보름달이 하나는 윤곽으로, 하나는 빛무리로 그려집니다.
- 22x34cm · 유성목판 · 2025 · ₩1,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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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 〈그믐밤〉 — 검은 띠 속에 박힌 가는 달

故 오윤(1946–1986)의 〈그믐밤〉은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의 작품입니다. 도판의 대부분은 크림빛 종이의 빈 여백입니다. 위쪽에 가로로 긴 검은 띠 하나가 놓였고, 띠의 아랫선은 활처럼 둥글게 휘었습니다. 띠의 오른쪽에는 가는 흰 달이 비어 있고, 달 곁과 띠 왼쪽 가장자리에 흰 점이 몇 개 박혀 있습니다. 밤하늘이 띠 하나로 접혀 들어온 셈입니다.
띠 아래의 여백을 건너 화면 아래쪽에는 검은 형상이 하나 있습니다. 왼쪽 끝에서 한 덩어리가 위로 솟고 오른쪽으로 낮고 길게 뻗어, 몸을 눕힌 사람처럼 보입니다. 형상 아래 왼쪽에 연필로 쓴 '그믐밤'이라는 제목이, 그 오른쪽에 붉은 인장이 있습니다. 앞에서 본 김준권의 하늘이 청색을 깔아 밤을 채웠다면, 오윤의 밤은 검정 한 가지로 하늘의 자리를 정하고 나머지를 비웁니다. 오윤 이야기는 칼끝으로 시대를 새긴 작가: 오윤 40주기 특별전에 있습니다.
- 15.1x17.0cm · 저피지(한지)에 목판화 · 1980 · ₩8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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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산 〈생명-찬란한 달밤〉 — 종이의 색으로 남겨 둔 밤

이 작품도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에 올라 있습니다. 작품 페이지는 이 그림을 "노란 보름달이 나무들을 환히 비추는 밤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 연작 '생명나무' 시리즈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양정애의 글(「나무와 나무 사이, 꽃 피고 이파리 지는 그 곳, 삶은 그 사이에」, 2023)을 출처로 밝힙니다.
가로 화면입니다. 하늘이 어둡지 않습니다. 바탕은 크림빛 종이 그대로이고, 그 위에 가운데에서 오른쪽으로 치우쳐 큰 노란 원이 떠 있습니다. 속이 붉게 갈라진 검은 줄기들이 위아래로 화면을 가로지르며 줄지어 서고, 초록 네모 잎이 줄기 사이와 달 위에까지 흩어져 있습니다. 노란 원 아래에는 검은 섬이 길게 누웠고, 섬 밑으로 갈색 띠 하나, 그 아래로 짧고 파란 가로줄 물결이 이어집니다. 제목을 모르고 보면 해가 걸린 낮 풍경으로도 읽힐 만큼 밝습니다. 작가의 판화 이력은 남궁산 글에 있습니다.
- 44x34cm · 목판화 · 2001 · ₩2,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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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 〈적요-달빛과 나무〉 — 푸른 한지 위의 작은 흰 원

작품 설명은 한 줄입니다. "적적하고 고요한 달빛과 나무".
가로 화면 전체가 보랏빛 도는 남색으로 물든 한지입니다. 종이가 구겨진 결이 하늘 전체에 그물처럼 비칩니다. 화면 가운데에서 왼쪽으로 치우친 곳에 작은 흰 원이 하나 떠 있고, 그 둘레에는 달무리도 구름도 없습니다. 오른쪽에는 잎을 모두 떨군 큰 나무가 가지를 사방으로 뻗었고, 나무 앞뒤로 마른 풀 줄기들이 가늘게 솟습니다. 화면 아래 3분의 1은 먹이 짙게 스며든 덩어리가 낮은 언덕처럼 깔렸습니다. 오른쪽 위에는 세로로 쓴 글씨와 붉은 인장이 있습니다.
김준권의 목판이 청색을 찍어 밤을 만든다면, 이 작품은 한지를 물들여 밤을 만듭니다. 구김이 하늘의 결이 되고, 달은 그 위의 작은 흰 원으로 남습니다.
- 42.5x33.5cm · 한지에 먹, 수채 · 2011 · ₩8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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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밤의 끝자락_2〉 — 옻칠 하늘에 붙인 자개 달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달을 이렇게 씁니다. "달은 시간과 기억이 겹겹이 쌓인 표면으로 스며들고 닳아가며, 드러나고 사라지는 존재이다." 이어 "잎을 모두 떨군 나무가지는 생성과 소멸의 경계에 서 있고 화면 속의 적막함은 긴 어둠의 시간이 지난 끝자락에 고요해진 상태"라고 적습니다.
세로 화면입니다. 하늘의 위쪽은 짙은 남색이고, 가로로 길게 쓸린 결을 따라 내려오면서 청록이 비치고, 지평선 가까이에서 주황으로 열립니다. 하늘 위쪽 가운데에서 오른쪽에 가는 달이 은빛으로 박혀 있습니다. 재료란에 적힌 자개입니다. 아래쪽에는 잎 없는 붉은 갈색 가지들이 주황 하늘을 배경으로 가늘게 얽히고, 맨 아래는 알갱이가 박힌 검은 띠로 닫힙니다.
앞의 작품들이 달을 어둠 속의 구멍이나 여백, 찍어 낸 원으로 두었다면, 이 작품의 달은 하늘 위에 얹힌 물질입니다. 같은 연작의 〈밤의 끝자락_4〉(2026)는 가로 화면에 하늘이 남청에서 분홍빛 도는 보라로 내려오고 오른쪽 위에 그믐달이, 아래쪽에 금빛 침엽수 윤곽이 서는 작품으로, 작가는 그 설명에 "밤과 새벽의 경계에 보이는 그믐달"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작품은 이미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옻칠을 쌓고 갈아내는 공정과 연작 전체는 박신영 글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 20x30cm · 목판에 옻칠재료,자개 · 2025 · ₩6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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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 〈Moonlight Mangrove_Tokuo〉 — 달무리와 물 위의 빛 길

이열의 작가 소개는 그가 낮에 나무를 찾고 밤에 작업하며, 밤새 한 나무에 조명을 주어 나무와 지역, 그 지역의 역사를 통해 느낀 감정과 영감을 사진에 표현한다고 전합니다. 이 소개에는 2023년의 남태평양 피지 맹그로브나무 촬영도 들어 있습니다.
세로 화면입니다. 위쪽 가운데에서 왼쪽으로 치우쳐 보름달이 뜨고, 달 둘레로 푸른 빛무리가 크게 번집니다. 구름이 가로로 길게 걸렸고 몇 덩이는 달빛을 받아 가장자리가 밝습니다. 화면 가운데보다 조금 아래의 수평선 위에 초록 맹그로브 한 덩이가 작은 섬처럼 서 있고, 그 이파리만 환한 초록이라 어둠 속에서 홀로 켜진 듯 보입니다. 달빛은 물 위에서 세로로 길게 번져 맹그로브 발치에서 화면 아래까지 은빛 길을 냅니다. 김준권의 〈Blue Moon-3〉가 달의 둘레를 비워 윤곽을 세웠다면, 이 사진은 달의 둘레를 번지게 합니다.
- 62x92cm · Hahnemühle Baryta FB, pigment ink-jet print · 2023 · ₩3,200,000
- 작품 페이지 →
- 작가 이야기는 이열 글에 있습니다.
별 — 색색의 별에서 은하수까지
별은 세 점에 나옵니다. 검은 바탕을 덮은 색색의 별, 별가루 아래 환히 선 나무, 은하수 아래 선 말입니다. 같은 별이 세 번 모두 다른 크기와 색으로 놓입니다.
강석태 〈별 밤의 어린 왕자〉 — 색색의 별이 쏟아지는 검은 바탕

작가 소개는 강석태가 2002년부터 20년 넘게 어린 왕자라는 주제를 추구해 왔고, 화폭에 반복되어 나타나는 '별소년'을 개인의 감정과 경험이 보편적 감정으로 올라서는 순간을 담은 창작물이라고 적습니다.
도판은 가로 화면입니다. 바탕은 검정이고, 그 위를 분홍, 노랑, 청록, 연보라, 연두의 별이 빈틈없이 덮었습니다. 큰 별 몇 개 사이로 작은 별이 촘촘히 박히고, 별마다 흰 테두리가 둘러져 오려 붙인 종이처럼 보입니다. 오른쪽 위쪽에서는 노란 머리칼에 뺨이 붉은 소년이 청록 망토를 뒤로 휘날리며 날아갑니다. 화면 아래쪽에는 노랑, 빨강, 주황 집 다섯 채가 한 줄로 서서 서로 기대듯 기울었고, 야자수가 군데군데 서 있습니다. 앞에서 본 목판의 밤이 청색과 검정으로 가라앉았다면, 이 밤은 가장 어두운 바탕 위에서 가장 선명한 색이 켜집니다. 작가의 세계는 강석태 글에 있습니다.
- 65.1x53cm ·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 2021 · ₩2,7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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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 〈별들과 녹색 바오밥〉 — 조명이 칠한 나무와 별가루 하늘

이열의 다른 바오밥 출품작 〈기억의 푸른 바오밥, 2020〉에 붙은 작가의 설명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바오밥을 촬영하는 내내 하늘엔 별들이 가득했고 그 아름다움에 달도 숨어 버렸다. 내 앞에는 오직 바오밥과 그 위를 비추는 별빛만 가득하였다."
세로 화면입니다. 하늘 전체가 남청색이고 흰 점이 빽빽하게 박혀 별가루를 뿌려 놓은 듯합니다. 왼쪽 가운데에는 유난히 푸른 점 하나가 있습니다. 한가운데에 바오밥이 서 있는데, 굵은 줄기에서 우산처럼 퍼진 가지까지 연두빛 노랑으로 환합니다. 하늘에는 없는 색이라 나무에 닿은 빛이 따로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이열이 밤새 한 나무에 조명을 준다고 한 소개와 맞닿는 대목입니다. 지평선 위로 푸른 구름 띠가 낮게 깔리고 땅은 검게 잠깁니다. 오른쪽 아래에 작가의 서명이 있습니다.
같은 사진가의 맹그로브 작품이 달빛의 번짐을 보여 준다면, 이 작품은 별빛 아래에서 인공의 빛이 나무 한 그루를 어떻게 칠하는지를 보여 줍니다. 두 점 모두 세로 화면이고, 두 점 모두 나무 한 그루가 화면 가운데에서 환하게 섭니다.
- 62x92cm · Hahnemühle Baryta FB, pigment ink-jet print · 2020 · ₩3,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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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이야기는 이열 글에 있습니다.
김수오 〈한여름밤의 꿈〉 — 은하수 아래 선 말

김수오는 다른 출품작 〈겨울한라산〉의 작품 설명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낮에는 한의원에서 아픈 사람들을 진료하고, 새벽과 밤에는 카메라를 들고 중산간 들판과 오름을 다니며 사라져가는 화산섬 제주의 풍광을 담고 있다." 같은 글은 "별들과 달빛 아래 펼쳐진 오름의 부드러운 실루엣은 그 어떤 경치보다 평화롭고 따뜻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고 적습니다.
가로 화면입니다. 위쪽 절반은 흰 별로 빽빽하고, 화면 가운데에서 위로 분홍빛 도는 갈색 띠가 솟아 별 사이를 가릅니다. 지평선 가까이로 내려오면 하늘이 누르스름하게 밝아집니다. 그 앞 언덕 위에 말 한 마리가 왼쪽을 향해 서 있습니다. 몸통과 다리는 또렷한데 머리와 목은 번져 있어 고개를 움직인 순간처럼 보입니다. 언덕 아래는 초록 풀밭이 화면 폭을 채우고, 지평선 위쪽에는 낮은 나무 윤곽이 줄지어 섭니다. 앞의 이열이 한 그루를 조명으로 환히 세웠다면, 이 사진은 말 한 마리를 넓은 하늘 아래 작게 둡니다.
어둠 — 두껍게 쌓거나 안개로 밝히거나
어둠이 주인공인 두 점은 서로 다른 극을 보여 줍니다. 한 점은 물감을 두껍게 쌓아 화면을 어둡고 무겁게 만들고, 한 점은 안개와 회청색으로 어둠이라는 제목과 정반대의 밝은 화면을 만듭니다.
정미숙 〈밤바다〉 — 두껍게 쌓은 청색

작가는 작품 설명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공포가 가득한 밤바다를 보면서 무거움을 표현하기 위해 유화물감과 커피찌꺼기를 섞어 표현함."
도판의 화면 가운데는 파랑과 군청, 흰색과 하늘색이 짧은 붓질로 겹겹이 쌓인 면입니다. 물감이 두껍게 올라와 붓결이 도드라지고, 흰 점과 하늘색 점이 파도의 거품처럼 흩어집니다. 수평선이 보이지 않아 하늘과 바다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좌우 가장자리는 검게 가라앉고, 그 안쪽에 보랏빛 갈색 세로 띠가 서고, 띠에는 노란 붓점이 번집니다. 같은 밤이라도 김준권의 목판이 면의 농담으로 밤을 만들었다면, 이 작품은 물감의 두께로 밤을 만듭니다. 작가가 이 그림에 섞은 재료의 이야기는 정미숙 글에 있습니다.
- 53x45.5cm · 유화, 커피찌꺼기 · 2024 · ₩2,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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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아직도 어두운 밤1〉 — 안개로 밝힌 어두운 밤

작품 설명은 이 화면을 "어두운 해(혹은 달)와 잔잔한 물, 아스라이 피어오른 물안개를 통해 제목 그대로 '아직도 어두운 밤' 같은 몽환적이고 정적인 세계"로 연출했다고 적습니다.
정사각 화면입니다. 하늘은 위쪽이 청회색이고 아래로 갈수록 옅어져 지평선 가까이에서는 거의 흰색에 닿습니다. 위쪽 가운데에는 가장자리가 번진 회색 구 하나가 떠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거친 결의 높은 바위가 하늘을 찌를 듯 서 있고, 그 발치는 안개에 잠겨 물과 하늘의 경계가 지워집니다. 왼쪽에는 흰 벽에 파 넣은 직사각 틈이 있고, 그 안에 캔버스에 붙인 실제 돌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맨 아래는 잔물결이 화면 폭을 가로지릅니다.
제목은 어두운 밤인데 이 화면은 이 글의 열네 점 가운데 가장 밝은 쪽에 듭니다. 어둠을 칠하지 않고 안개와 번진 구로 만든 밤입니다. 같은 연작의 〈아직도 어두운 밤2〉(2023, 캔버스에 돌과아크릴, 61x61cm, ₩4,000,000)에서는 천체가 화면 오른쪽 아래로 내려옵니다(작품 보기). 작가의 작업은 이재민 글에 있습니다.
- 61x61cm · 캔버스에 돌과 아크릴 · 2023 · ₩4,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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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 — 어둠 속에 놓인 작은 빛
마지막 두 점은 불빛이 화면의 전부입니다. 하나는 어둠 속을 떠도는 작은 광점들이고, 하나는 집의 창에서 새어 나오는 빛입니다.
윤겸 〈맥문동의 요새 – 반딧불 도깨비 Liriope fortress -firefly goblin〉 — 꽃대 사이로 번지는 광점

작품 설명은 이렇게 말합니다. "반복적으로 선을 쌓아 올리는 행위는 불안과 기억의 흔적을 하나씩 축적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형상들은 맥문동 숲을 닮은 하나의 요새가 되고, 그 안을 떠도는 반딧불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비추는 작은 희망의 존재를 상징한다."
세로 화면입니다. 바탕은 남색에 가까운 어둠이고, 그 위로 보랏빛 꽃대가 위아래로 길게 서서 화면을 빽빽하게 채웁니다. 꽃대 끝 몇 개는 분홍으로 물듭니다. 꽃대 사이로 가는 초록 잎이 사선으로 뻗고, 곳곳에 연둣빛 흰 광점이 번지듯 켜집니다. 광점은 스무 개쯤이고, 가운데에는 작은 곤충 한 마리가 붉은 몸을 드러냅니다. 광점이 켜진 자리가 화면에서 가장 밝아 꽃대와 잎보다 앞으로 나와 보입니다. 같은 제목의 두 번째 작품(₩1,600,000)은 꽃대의 배치와 광점의 자리가 다릅니다(작품 보기). 작가의 작업은 윤겸 글에 있습니다.
- 45.5x53cm · 캔버스에 유채 · 2025 · ₩1,6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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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영 〈The Houses at Night,2021, #81〉 — 푸르게 비춘 벽과 노랗게 켜진 창

이 작품은 이미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작가는 《검은 집》(2020)을 시작으로 《밤의 집》(2021), 《기억의 집》(2023), 《그 집에 산다》(2024)까지 집을 작업의 중요한 소재로 삼아 왔다고 적고, 《밤의 집》과 《기억의 집》은 집을 정물처럼 근접한 거리에서 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연작이라고 설명합니다.
가로 화면입니다. 위쪽 절반은 짙은 남색 구름이 번진 밤하늘이고, 그 아래로 산 능선이 검은 윤곽으로 낮게 누웠습니다. 화면 오른쪽에는 처마가 길게 뻗은 낮은 집 한 채가 있는데, 벽이 하늘보다 맑은 푸른색으로 환하게 떠올라 있습니다. 벽에 난 창 두 개는 노랗고 흰 불빛을 내고, 맨 오른쪽의 갈색 문에도 흰빛이 비칩니다. 처마 아래로 구리빛 배수관이 내려오고, 집 앞 마당은 회색 시멘트 바닥입니다. 왼쪽에는 어두운 덤불이 가지를 드러냅니다. 벽의 푸른빛은 바깥에서 비춘 빛처럼 보이고, 안에서 새는 노란 창빛과 한 장에 같이 담깁니다. 작가의 작업은 손은영 글에 있습니다.
- 80x60cm · Archival pigment print · 2022 · 이미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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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점을 나란히 놓고 보면
재료. 목판이 네 점입니다(김준권 〈Blue night-4〉·〈Blue Moon-3〉, 오윤 〈그믐밤〉, 남궁산 〈생명-찬란한 달밤〉). 사진이 네 점(이열 두 점, 김수오, 손은영)이고, 유화와 유채가 두 점(정미숙, 윤겸), 아크릴이 두 점(강석태, 이재민)입니다. 그 밖에 한지에 먹과 수채가 한 점(김윤기), 목판에 옻칠과 자개가 한 점(박신영)입니다.
밤이 화면에 놓이는 네 가지 자리. 하늘에 어두운 색을 깐 작품이 가장 많습니다(김준권 두 점, 김윤기, 박신영, 강석태, 이열 두 점, 김수오, 손은영). 검정 띠 하나로 하늘의 자리를 정하고 나머지를 비운 밤(오윤)이 있고, 하늘을 칠하지 않고 종이의 크림색을 둔 밤(남궁산)이 있으며, 안개와 번진 구로 밝힌 밤(이재민)이 있습니다. 정미숙의 〈밤바다〉는 하늘이 보이지 않고 두꺼운 청색의 면이 화면을 채웁니다.
달의 가장자리. 일곱 점의 달 가운데 달 둘레로 빛이 번지는 것은 이열의 사진 한 점입니다. 김준권의 두 점과 김윤기, 오윤, 남궁산의 달은 가장자리가 또렷하고, 박신영의 달은 칠 위에 붙인 자개입니다.
가장 밝은 밤과 가장 어두운 밤. 밝은 쪽은 이재민의 〈아직도 어두운 밤1〉과 남궁산의 달밤이고, 어두운 쪽은 김준권 〈Blue Moon-3〉의 위쪽 하늘과 강석태의 검은 바탕입니다. 강석태의 바탕은 가장 어두운데 그 위에 올라온 분홍, 노랑, 청록, 보라는 가장 선명합니다.
빛이 오는 곳. 이열의 맹그로브에서는 달빛이 물 위에 길을 내고, 이열의 바오밥에서는 별빛 아래 조명이 나무를 밝힙니다. 손은영의 집은 바깥에서 쏜 듯한 푸른 빛과 창에서 새는 노란 빛이 함께 있고, 윤겸의 그림은 광점이 빛의 전부입니다. 나머지 작품에서는 빛이 달이나 별이라는 하나의 점에 모여 있거나 화면 전체의 농담으로 흩어집니다.
가격대. 가격이 실린 열세 점 가운데 가장 낮은 작품은 김준권 〈Blue night-4〉의 ₩500,000이고, 가장 높은 작품은 이재민 〈아직도 어두운 밤1〉의 ₩4,000,000입니다.
열네 점 앞에서 먼저 볼 것
- 김준권 〈Blue Moon-3〉 — 보름달 안쪽에 지나가는 푸른 결과, 달 둘레의 하늘이 밝아지지 않는 것을 봅니다.
- 오윤 〈그믐밤〉 — 검은 띠의 아랫선이 휘어진 모양과, 띠 아래 여백 속 검은 형상의 자리를 견줍니다.
- 남궁산 〈생명-찬란한 달밤〉 — 노란 원 위를 지나는 줄기들과 초록 네모의 자리를 따라가 봅니다.
- 박신영 〈밤의 끝자락_2〉 — 은빛 자개 달과 주변 칠의 질감 차이를 가까이서 봅니다.
- 이재민 〈아직도 어두운 밤1〉 — 왼쪽의 실제 돌과 오른쪽의 그려진 바위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지 살핍니다.
- 윤겸 〈맥문동의 요새〉 — 광점 가운데 곤충의 몸에 가장 가까운 것이 어느 것인지 찾습니다.
- 이열 〈별들과 녹색 바오밥〉 — 왼쪽 가운데의 푸른 점 하나를 별 무리 속에서 찾습니다.
열네 점 가운데 손은영 〈The Houses at Night,2021, #81〉은 이미 새 주인을 만났고, 나머지 열세 점은 작품 페이지에 가격이 실려 있습니다.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은 동덕아트갤러리에서 10월 12일까지 열립니다. 전시 안내는 오윤 판화전 마지막 주 안내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 따로 읽지 않은 밤 그림도 있습니다. 칡뫼 김구의 〈밤골목길〉 연작은 어두운 골목에 불빛이 번지는 먹 채색으로, 칡뫼 김구 글과 같은 제목 다른 그림에서 도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순주의 메조틴트 〈덤불을 헤치며〉는 김순주 글에서 검은 화면 속의 빛으로 읽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산을 읽은 글은 산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에, 바다와 물을 읽은 글은 바다와 물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에, 도시와 골목을 읽은 글은 도시·골목·시장·집을 그린 씨앗페 출품작 읽기에, 색을 읽은 글은 색으로 읽는 씨앗페 출품작에 있습니다. 목판, 사진, 유화의 재료가 낯설다면 판화 기법 지도, 사진 기법 지도, 서양화 재료·기법 지도를 곁에 두고 읽으시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씨앗페 출품작 가운데 밤과 달, 별을 그린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이 글은 열네 점을 읽습니다. 달은 김준권 〈Blue night-4〉·〈Blue Moon-3〉, 오윤 〈그믐밤〉, 남궁산 〈생명-찬란한 달밤〉, 김윤기 〈적요-달빛과 나무〉, 박신영 〈밤의 끝자락_2〉, 이열 〈Moonlight Mangrove_Tokuo〉에 나오고, 별은 강석태 〈별 밤의 어린 왕자〉, 이열 〈별들과 녹색 바오밥〉, 김수오 〈한여름밤의 꿈〉에 나옵니다. 어둠은 정미숙 〈밤바다〉와 이재민 〈아직도 어두운 밤1〉, 어둠 속의 불빛은 윤겸 〈맥문동의 요새〉와 손은영 〈The Houses at Night,2021, #81〉에서 읽습니다.
Q. 같은 달을 그려도 재료에 따라 어떻게 다른가요? A. 목판에서는 달이 윤곽이 또렷한 흰 원으로 찍히고(김준권), 검은 띠 속에 비워 둔 가는 달이 되며(오윤), 종이의 색 위에 노란 원으로 놓입니다(남궁산). 한지에서는 푸르게 물든 종이 위에 작은 흰 원으로 남고(김윤기), 옻칠에서는 칠 위에 붙인 자개가 되며(박신영), 사진에서는 둘레에 푸른 빛무리가 번집니다(이열).
Q. 야경을 그린 그림은 미술사에서 어떻게 불려 왔나요? A.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휘슬러 해설(H. Barbara Weinberg, 2010)은 휘슬러가 작품에 심포니, 하모니, 녹턴 같은 음악 용어를 붙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검정과 금빛의 녹턴: 떨어지는 불꽃〉(1875)을 거의 추상에 가까운 도시 풍경으로 소개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신윤복필 풍속도 화첩」 항목이 나열하는 1970년 국보 지정 화첩의 수록작 서른 점에는 「월하정인」, 「월야밀회」, 「정변야화」, 「야금모행」처럼 제목에 달이나 밤이 든 작품이 있습니다.
Q. 이 글의 열네 점은 지금 구매할 수 있나요? A. 손은영 〈The Houses at Night,2021, #81〉은 이미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나머지 열세 점은 작품 페이지에 가격이 실려 있고, 가격은 ₩500,000(김준권 〈Blue night-4〉)부터 ₩4,000,000(이재민 〈아직도 어두운 밤1〉)까지입니다. 작품마다 크기·재료·연도·가격을 사양 항목에 적었습니다.
Q. 오윤의 〈그믐밤〉과 남궁산의 〈생명-찬란한 달밤〉은 어디에 올라 있나요? A. 「오윤 40주기 특별 판화전」 온라인관에 올라 있습니다. 전시는 오윤 판화전 안내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Q. 별이 가득한 사진은 어떤 작가의 작품인가요? A. 이열의 〈별들과 녹색 바오밥〉과 김수오의 〈한여름밤의 꿈〉입니다. 이열은 밤새 한 나무에 조명을 주어 사진에 감정을 표현한다고 소개하고, 김수오는 다른 출품작의 설명에 새벽과 밤에 카메라를 들고 중산간 들판과 오름을 다닌다고 적었습니다.
Q. 작가의 이야기를 더 읽을 수 있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A. 김준권, 오윤, 남궁산, 박신영, 강석태, 정미숙, 이재민, 윤겸, 이열, 김수오, 손은영은 작품마다 아래에 '작가 이야기' 링크를 달았습니다. 김윤기의 작품은 작품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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